내가 지금까지 만나본 뛰어난 경영자 중에서 음악을 싫어하는 경영자는 없는 것으로 기억된다. 내가 만나본 경영자들만이 아니라 신문이나 다른 사람들을 통해서 들어본 뛰어난 경영자들은 한결같이 음악을 좋아하고 음악과 미술에 조예가 깊은 경우가 많았다 .
경영자들이 음악을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맹자는 이 질문에 대해서 지혜로운 답을 우리에게 제시한다.
맹자 양혜왕 하편에 보면 음악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제선왕을 만난 장자(莊子)에게 제선왕이 본인은 음악을 좋아한다고 말하자 장자가 어찌 답할지를 모르고 있다가 나중에 맹자를 만나서 음악을 좋아하는 것이 어떠한 의미가 있는지를 묻는다. 장자의 질문은 음악을 좋아하는 것이 제왕으로서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물어본 것이다.
이 질문에 맹자는 왕이 음악을 좋아하는 것은 성왕(聖王)이 될 수 있는 자질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답한다. 맹자는 아래의 본문에서 음악을 좋아하는 것이 어떻게 성왕의 자질을 이루는지를 설명한다.
“獨樂樂 독악락과 與人樂樂 여인안락이
孰樂 숙락이니잇고 曰不若與人 왈부약여인이니이다
曰與少樂樂 왈여소악락과 與衆樂樂 여중악락이
孰樂 숙락이니잇고 曰不若與衆 왈부약여중이니이다”
“홀로 음악을 즐기는 것과 남과 함께 음악을 즐기는 것 중에서 어느 것이 더 즐겁습니까?”
“남과 함께 하는 것만 같지 못합니다.”
“적은 사람과 함께 음악을 즐기는 것과 많은 사람과 함께 음악을 즐기는 것 중에 어느 것이 더 즐겁습니까?”
“많은 사람과 함께 하는 것만 같지 못합니다.”
맹자가 주고자 하는 깨달음은 음악을 진정으로 좋아하는 사람은 홀로 음악을 즐기는 것보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즐기는 것이 더 큰 기쁨임을 알고, 소수의 사람과 즐기는 것보다 많은 사람이 함께 즐기는 것이 훨씬 더 큰 즐거움임을 아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음악을 좋아하면서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기를 꺼리는 사람을 본 적이 있는가? 음악을 좋아한다고 하면서 자기 혼자만 독방에 들어가서 고고하게 음악을 즐기는 사람이 만약에 있다면 그 사람은 진정한 음악의 힘을 모르는 사람일 뿐 아니라 한 국가나 한 기업을 이끌어 갈 지도자의 자질이 부족한 사람이다.
이는 2012년 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싸이 콘서트에 모인 8만 명의 시민을 생각해보면 자명하다. 사람들이 함께 연결된 공동체를 통해서 즐거움을 함께 공유할 때 그 즐거움은 각 사람의 즐거움이 서로 간에 넘쳐흐르면서 증폭되는 것이다. 월드컵이나 올림픽을 함께 보면서 기쁨의 순간을 나눌 때 우리는 마치 하나의 연결된 생명체처럼 반응하고 한 개인의 즐거움이 아니라 전체의 공동체적 즐거움이 무엇인지를 강렬하게 맛보는 것이다.
맹자가 제선왕과의 대화를 통해서 알고자 했던 것도 이것이다. 제선왕이 혼자서 음악을 듣는 것을 더 좋아한다고 답했다면 맹자는 제선왕이 왕도정치를 할 수 있는 성왕의 자질이 있다고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
만약에 제선왕이 친한 친구 몇 명이 함께 음악을 즐기는 것이 많은 대중과 함께 즐기는 것보다 더 좋다고 했더라도 같은 결론을 내렸을 것이다. 그러나 제선왕은 맹자가 예견한 대로 혼자가 아닌 함께 즐거움을 나누는 것의 기쁨을 아는 왕이었던 것이다. 맹자는 제선왕이 여민동락(與民同樂)의 왕도정치를 할 수 있는 성왕임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맹자가 말했듯이 만약에 왕이 풍악을 울릴 때 북소리, 종소리, 피리 소리를 들은 백성들이 이마를 찌푸리며 왕이 또 주연과 향연을 열어서 자기들끼리만 즐기고 있구나 하고 몹시 불만스러워하는 목소리를 낸다면 이는 왕이 백성과 함께 즐거움을 나누는 여민동락의 나라경영과 동떨어진 것이다.
반면에 왕이 풍악을 울리고 북소리, 종소리, 피리 소리를 낼 때 백성이 싱글벙글하며 왕이 건강함을 기뻐한다면 이는 그 왕이 백성과 즐거움을 함께 나누는 여민동락의 나라경영을 할 줄 알기 때문이다.
여민동락의 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앞에서 설명한 것과 같이 개인의 즐거움보다 전체의 공동체적 즐거움을 함께 공유한다는 것이다. 이는 즉,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음악이 마케팅 수단으로 변질되기보다 순수하게 즐거움을 공유할 기회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이처럼 음악의 즐거움이 배가 되고 더 많은 사람과 함께 더 큰 기쁨을 누릴 기회를 제공한 마케팅 사례가 있다. 바로 패션 브랜드 리바이스의 ‘Levi’s Pioneer Sessions: 2010 Revival Recordings’이다.
2010년 5월 말부터 시작하여 6주 동안 진행되었던 이 캠페인은 팝, 록, 소울 등등 각각의 장르에서 좋은 음악을 들려주는 뮤지션들을 주마다 2명씩 선정하여 과거의 명곡들을 새롭게 각자의 방식에 맞게 부른 뒤 이를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별도의 지불 없이 감상 및 다운로드는 물론이고 그들의 비하인드 컷과 뮤지션의 소개 등 다양한 음악적인 요소들을 무료로 공개했다.
이러한 리바이스의 캠페인은 일정 금액을 지불해야 즐길 수 있던 콘서트와 같은 음악 마케팅과는 다르게 다양한 소비자들에게 음악을 부담 없이 즐기며 자유롭게 다 같이 공유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즉, 음악을 통한 마케팅이 목적이 되기보다 순수하게 음악을 통한 즐거움의 공유가 목적이 될 수 있었던 이 캠페인은 맹자가 예견한 대로 혼자가 아닌 함께 즐거움을 나누는 것의 기쁨을 아는 제선왕처럼 여민동락을 펼친 것이다.
또한, 리바이스는 오늘날의 다양한 뮤지션들을 초대하여 그들에게 영감을 준 고전적인 음악을 리바이벌 레코딩하는 방식을 택했다. 아티스트들에게 새로운 팬들을 만날 기회를 주고 음악 팬들에겐 리바이스 캠페인을 통하여 다른 곳에서 접할 수 없는 음악을 제공함으로써 모두가 즐거운 경험을 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이는 음악 소비자들에게 양질의 음악을 무료로 제공해준다는 점과 귀와 마음을 들뜨게 했다는 점에서 모두가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즐거움을 통하여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일으킨 캠페인으로 지금까지 기억되고 있다.
더불어 이 캠페인이 오로지 ‘ 젊 음 이 넘치는 개성(Youthful Individuality)’이라는 리바이스의 철학에 바탕을 두고 행해졌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결정적인 점은 젊은 아티스트들과 함께 그들만의 개성이 넘치는 스타일로 다시 재편곡한 노래들을 제공하여 다양한 사람들과 색다른 즐거움을 공유할 수 있게 만들뿐, 그 어떤 리바이스 제품과도 관련짓는 판매 촉진 행위를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리바이스 브랜드 콘셉트에도 적절한 ‘리바이벌 (Revival)’이라는 키워드는 마케팅인 측면에서나 음악적인 측면에서 리바이스의 캠페인이 매우 훌륭한 시도라고 말할 수 있다. 실제로 Levi’s Pioneer Sessions: 2010 Revival Recordings에 선정된 락, 팝, 소울, 랩 뮤지션들은 대중적인 뮤지션들도 포함되어 있지만, 소위 ‘듣기 어렵다’는 뮤지션들까지 포괄하여 그야말로 대중성과 예술성, 그리고 리바이스의 철학과 일치하는 ‘젊음이 넘치는
개성’이 가득한 라인업을 선사했다.
이와 같은 캠페인은 앞서 말한 여민동락(與民同樂)의 큰기쁨을 기업이 즐거워하는 일들을 소비자와 함께 즐거워하고 그 소비자들이 즐거워하는 일들을 그 기업이 함께 즐거워하는 것으로 잘 보여준다. 맹자가 말씀한 나라의 경영은 이처럼 기업의 경영과 한가지인 것이다.
한상만
성균관대 교수
smhan@skku.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