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경영의 문제 중에서도 경영자들이 가장 관심을 가지는 문제는 기업을 어떻게 성장시킬 것 인가이다. 결국, 경영자의 궁극적인 목표는 기업의 성장에 있다. 기업의 성장 동력을 만들어 내고 그 성장 동력을 잘 유지하는 것이 성공적인 경영자들이 보여주는 공통점이다.
많은 경영자에게 기업경영의 문제는 어떻게 성공한 기업들과 같은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느냐로 초점이 맞춰질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성급하게 성장을 추구하다 보면 오히려 기업 성장의 모멘텀(Momentum)을 잃어버리는 우를 범할 수 있다.
이것을 맹자는 ‘조묘장(助苗長)의 함정’이라고 불렀다. 맹자의 공손추장에 보면 맹자가 송나라 사람의 어리석음을 이야기하는 장면이 나온다.
宋人 송인이
有閔其苗之不長而揠之者
유민기묘지부장이알지자러니
笀笀然歸 망망연귀하여
謂其人曰今日病矣 위기인왈금일병의로라
予助苗長矣 여조묘장의로라
송나라 사람 중에 곡식의 싹이 자라지 않음을 안타깝게 여겨
뽑아서 키워놓은 자가 있었다. 비실거리며 돌아와 자기 집
사람들에게 말하기를 오늘은 피곤하다 곡식의 싹을 도와서
자라게 했다.
공손추장上 제2장
위의 글에서 조묘장(助苗長)은 싹을 도와 자라게 한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렇지만 자연스러운 성장을 위한 지원을 의미한다기보다는 너무 성급하게 성장을 하도록 만드는것을 의미한다.
송나라 사람이 곡식을 빨리 자라게 하기 위해서 곡식의 싹을 잡아당겨 놓은 것을 조묘장(助苗長)이라고 부르는 데에서 유래가 된 말이다. 이 송나라 사람은 곡식의 싹이 빨리 자라지 않는 것이 안타까워서 싹을 잡아당겨서 키워놓으려 한 것이다. 결국, 본인은 자신이 곡식의 싹을 도와서 자라게 하였다고 생각하였지만, 곡식은 싹이 뽑혀서 말라 죽게 된 것이다.
맹자가 이야기하는 조묘장(助苗長)의 함정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성장을 너무 성급하게 조장하면 오히려 그것이 성장을 막는 장애요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사업 초기에는 기업의 성장이 느리고 원하는 것처럼 빠르게 성장 동력을 갖추기가 쉽지 않다. 이제 막 시작한 기업은 마치 자라나는 묘목과도 같아서 특히 초기 단계에서 뿌리를 잘 내릴 수 있도록 튼튼한 토대를 갖추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사업 초기에 있는 기업일수록 그렇다. 이때 빠른 기간 내에 투자한 자금을 회수하고 성과를 내려고 생각하는 경영자들은 맹자가 이야기하는 조묘장 (助苗長)의 함정에 빠지기가 쉽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이러한 조묘장의 함정에 빠지지 않고 묘목을 큰 나무로 키울 수 있을까? 결국, 자라나는 묘목이 큰 나무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땅에 깊게 뿌리를 내려서 보다 좋은 양분과 기운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기업도 마찬가지로 사업 초기부터 성장을 위한 역량을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에 기업의 성장이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사업 초기에 그 기업이 장기적으로 가져가야 할 핵심역량이 무엇인지를 결정하고 기업의 투자와 사업영역이 그 핵심역량을 중심으로 펼쳐져 나갈 수 있도록 사업전략을 만들어야 한다.
사업 초기에 자라나는 묘목이 큰 나무로 성장할 수 있도록 땅에 깊게 뿌리를 내려서 보다좋은 양분과 기운을 받을 수있도록 만든 대표적인 기업으로 아마존을 들 수 있다.
많은 사람이 아마존을 떠올릴 때 단순히 ‘인터넷 서점’을 생각하곤 하지만, 아마존은 사업 초기부터 성장을 위한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장기적인 성장전략을 펼쳐왔다.
아마존의 제프 베조소 회장이 했던 “우리가 이익을 빨리 내려고 했다면 아마존은 작은 기업에 머물렀을 것이다”라는 말은 아마존의 경영철학을 잘 반영한 유명한 일화이다.
실제로 아마존은 1995년 인터넷 서점을 창업한 후 인터넷서점의 플랫폼을 확장하여 온라인 제휴 서비스사업, 클라우드 컴퓨팅 사업, e-book 사업 등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여 지난 10여 년간 10배에 이르는 성장을 이뤄냈다. 또한, 뛰어난 혁신성과 미래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어 기업의 브랜드 가치 역시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하지만 만약 아마존이 인터넷 서점 플랫폼의 성공에 안주하고, 이를 통해 가치 창출이 아니라 수익 개선에만 초점을 맞추었다면 어떠한 상황이 벌어졌을까? 단언하건대 현재 아이패드의 아성을 넘보는 아마존의 ‘킨들’이라든가, 가장 많은 콘텐츠를 유통하고 있는 아마존의 생태계는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다.
아마존은 현재 역량으로 할 수 있는 일들에만 머물지 않고, 자사의 역량을 적극적으로 투입하여 해야 할 일들에 도전하는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는 아마존의 경영 철학 중 하나인 ‘고객 중심의 가치 혁신’과도 맞닿아 있다.
즉,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는 측면을 넘어, 고객이 가진 문제점을 고객이 요구하기 전에 먼저 파악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기업 경영에 적극적으로 투입한 것이다.
이를 통해 언제 어디서나 독서를 하고 싶은 고객들을 위한 ‘킨들 e-book’을 탄생시켰으며, 수많은 콘텐츠를 쉽게 관리하도록 위해 클라우드 컴퓨팅을 발전시켰고, 온라인 플랫폼을 다양한 사람들이 사용하도록 하기 위한 온라인 제휴 서비스사업 역시 큰 성공을 거두게 된 것이다.
결국, 이러한 고민은 자연스럽게 시장 선점으로 이어지고 아마존을 지속 성장하는 시장 강자로 발돋움하도록 만들었다.
기업의 성장을 추구하는 경영자는 맹자가 가르치는 ‘조묘장(助苗長)의 함정’의 교훈을 깊이 깨달아야 한다. 빠른 기간 내에 성과를 보이고 수익을 내고 싶은 경영자에게 맹자는 어리석은 송나라 사람과 같이 되지 말 것을 가르친다.
자라나는 묘목을 잡아당겨서 키우는 경영자가 아니라 그묘목이 땅에 깊게 뿌리를 내려서 좋은 양분과 기운을 받아들이는 시스템을 만드는 경영자가 되라는 것이다.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와 같이 플랫폼적인 사고를 하는 많은 중소기업의 경영자들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상만
성균관대 경영학과 교수
smhan@skku.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