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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대한 통찰,우리는 용서한다,언제나 그런다
신용경제 2017-02-02 13:31:05

‘사람들은 말한다. 어떤 일들은 용서받을 수 없다고, 혹은 우리 자신을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고. 하지만 우리는 용서한다. 언제나 그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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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 먼로가 그녀의 마지막 작품 ‘디어라이프’에서 한 말이다. 먼로의 글, 수많은 단편에는 클라이맥스가 없다. 이미 용서했기 때문이다. 기승전결 모두 밋밋하고 차분하다. 그래서 재미는 없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읽고 공감한다. 평범한 사람들의 그저 그렇게 보이는 일상의 삶을 통찰할 수 있게 된 후 쓴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용서란 받아들이는 것이다. 사람이 모든 걸 받아들일 수 있다면 비극은 사라진다. 슬픔은 그것을 보듬고 있을 때 강도가 세진다. 실패마저도 그것을 교훈으로 삼으면 기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삶이 행복하다고 생각하고 다가가면 무엇이나 하고 싶어진다. 그리고 어려운 일이라 해도 하다 보면 쉬워진다. 행복의 길을 주변 상황이 가로막을 수도 없다. 지구별을 떠날 때, 용서하지 못할 상황은 없기 때문이다. 평안한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길은 클라이맥스가 없는 길이다. 기승전결, 모두가 한결같으면 삶이 가볍고 차분해진다. 용서하지 않으려고 발버둥을 쳐도 세상을 떠날 때는 내려놓게 되어 있는 삶, 어차피 언젠가 용서할 인간의 삶이라면 그것이 빠를수록 삶은 좀 더 일찍 평범해질 수 있다. 밋밋하게 살고 싶지 않다고 생각할수록 클라이맥스를 향해 질주하지 말아야 한다. 기승전결, 시작부터 끝까지 삶의 절정이 아닌 때는 없기 때문이다.

 

평범함에서 특별함을 꿈꾼다


사람들의 모든 이야기는 고스란히 나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래서 소들은 평범함에서 특별함을 꿈꾸는 일탈의 조각들로 채워진다. 또한, 아득한 기억 속에 누워있는 어떤 기억들이 일어나 나의 이야기로 다가온다. 그렇게 이야기 속 하나의 사건을 바라보는 다양한 나의 시선들로 소설들은 정복되어 간다. 한 사람인 나에게서 나오는 시선들이 다양하니 평범한 이야기도 지루할 수 없다. 관심은 사라지지 않는다. 흥미는 절정을 항해하지 않지만 매시간 매사건 마다 은밀하게 다가온다. 그것은 우리의 삶에 대한 통찰이 파도가 극심한 바다에서 헤엄치지 않고 평범하게 고요한 물결의 바다에서 유영하기 때문이다. 특별함은 평범함에 감추어져 있다. 고요한 바다라고 해서 바다 아래 깊은 심해가 절대 얕지 않기 때문이다.

 

캐나다 단편소설의 최고봉, 앨리스 먼로는 삶에 대한 통찰력이 원래 남달랐던 것 은 아니다. 언제나 빨리 자기 안의 또 다른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용서하고 접근해 들어간 삶의 방식이 누적되어 평범함에 감추어진 특별함을 바라볼 수 있게 된 것이다. 누구나 그렇게 접근해 가면 심심한 이야기라도 소름이 돋게 하거나 점점 빠져들게 만들 수 있다. 게다가 그녀는 항상선, 악, 죄 등 결정적인 판단은 여백으로 남겨두었고 독자들은 그 흰 여백에 파고들었다. 결국, 그녀의 소설은 클라이맥스도 없는 평범한 이야기로 어떤 특별함을 꿈꾸는 이들에게 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몽환적인 충만감을 채워주게 된다.

 

이처럼 판단을 독자의 몫으로 돌리는 것은 겸손을 떨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것은 누구나 타인의 이야기 속 똑같은 상황과 마주칠 수 있다는 암시다. 그렇게 마주쳐 함께 슬픔을 이길 힘을 얻게 한다. 내가 아닌 타자가 되어 내가 스토리를 지어 타자에게 담대하게 들려주는 모습으로 변한다. 저자가 독자가 되고 독자가 저자가 된다. 나는 줄곧 존재해왔지만, 독자의 몫으로 남겨진 마지막 순간에 빠져든 순간 나는 사라지고 존재하지 않게 된다. 존재한 적조차 없는 것처럼. 그 어떤 평범함도 이보다 더 특별해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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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와 화해의 행복


캐나다 아동문학을 대표하는 진 리틀은 1932년 대만에서 태어나 매우 어린 아동기에 평범하지만 특별한 곳, 캐나다 온타리오주 구엘프로 이주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한결같이 캐나다에서 가장 안전한 도시이자 실업률이 가장 낮으며 캐나다 최고의 수의대가 있는 구엘프는 매우 나쁜 시력을 가지고 태어난 자신과 화해하게 하고 그렇게 태어나게 한 모든 것들을 용서하게 한 바탕을 마련해 주었다. 그곳에서 장애는 아무런 흠도 아니고 불편마저도 느낄 수 없게 만들어진 좋은 삶의 환경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만에서 의료선교활동을 했었던 그녀의 아버지는 아직 어린 그녀에게 든든한 후원자였다. 아버지는 딸이 어릴 때부터 글쓰기에 흥미를 갖고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가 물심양면으로 지원한다

 

그녀가 열다섯 살이 되자 그동안 그녀가 써왔던 시들을 모아서 ‘놀라운세상’이라는 시집을 출간하게 했고 이후에도 문학에 소질이 있는 딸이 잘 성장하도록 격려해 준다. 그 결과 그녀는 심각한 시각장애에 불구하고 토론토 대학교를 졸업하고 캐나다 아동문학의 최고봉 중 하나가 된다. 결국, 그녀는 신체 장애를 갖고 사는 아이들, 성장통을 앓고 있는 아이들이 직면한 어려움을 견디고 살아남아서 자신에 대해 더욱 큰 이해심을 갖고 힘을 낼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춰 글을 쓰게 된다. 그녀는 용서하고 용서받고 화해하게 한 은혜로운 그곳, 토론토 서쪽 근교의 은퇴 및 대학도시, 구엘프에서 계속 살고 있다. 행복한 사람은 떠나지 않는다.

 

이렇게 화해와 용서는 행복하다. 톨스토이는 ‘나에게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 있거든, 그가 누구이든 그것을 잊어버리고 용서하라, 그때 용서의 행복을 알 것이다’라고 했다. 사회적 동물, 인간은 수많은 사람과 관계를 맺으며 인생을 살아가는 동안 서로 상처를 주기도 하고, 상처를 받기도 한다. 대개 자신이 타인에게 준 상처는 기억하지 못해도 남들이 나에게 입힌 상처는 잊히지 않는다. 상처의 깊이가 클 경우에는 원한과 미움, 증오와 복수심과 같은 상흔이 남아 평생을 따라다니며 괴롭히기도 한다.

 

누군가는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위대한 일이 용서라고 했다. 타인을 용서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실천해야 하는 것은 나의 행복을 위해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보복, 분노, 원한, 증오 등과 같은 것들보다 용서로 이룰 수 있는 일이 훨씬 더 크고 위대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누군가는 ‘용서는 타인의 잘못으로부터 내가 자유로워지고자 하는 정신적 날갯짓이다’ 라고 했다. 집착에서 벗어나서 자유로워지고 정신적으로 성장하는 데 있어서 그것은 필수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타인을 용서하는 과정을 통해 자신이 먼저 심리치유가 된다. 내 마음에서 용서받아야 할 사람, 용서받아야 할 것들을 자유롭게 풀어줌으로써 나 자신이 해방되기 때문이다

 

용서는 상대를 위한 것이 아니다. 나를 위한 것이다. 원치 않았던 과거의 일에 집착하면 현재를 살 수 없다. 누군가를 미워하면 마음에 여유가 없게 된다. 달라이 라마도 ‘용서는 다른 사람이 아닌 자기 자신에게 베푸는 가장 큰 사랑이자 자비이며, 우리가 절망하지 않도록 지켜주는 힘이고, 진정한 평화와 행복에 이르게 하는 수행이다’라고 했다. 수행은 자기 자신을 얽매고 옥죄고 짓누르는 그 모든 것들과 결별하는 과정이다. 그래서 산티아고 순례길의 첫째 관문이 진정한 나를 찾아 용서의 언덕을 오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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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의 언덕을 오르는 사람들은 누구나 그곳에 다다르기만 하면, 자신을 해방할수 있는 용서가 저절로 찾아올 것만 같은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오른다. 용서의 언덕에서 해방감을 맛보기 위해서. 삶이 행복하다고 생각해 다가가면 무엇이나 하고 싶어지는 것처럼. 이렇게 용서의 관문을 통과하면 평안한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길이 보인다. 언제나 그런다. 용서의 관문을 통과한 이후의 길은 클라이맥스가 없는 평범한 길이다. 평범하지만 특별한 삶의 절정이 계속된다.

 

<월간 신용경제 2017년 2월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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