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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이란 숲이 주는 치유
신용경제 2017-02-02 13:54:20

“아! 그게 뭐였더라?” 고민하면서 뇌 속에 기억된 주소를 찾아가는 과정이 검색이며, 오늘이 기억으로 저장될 때에 단순한 사실뿐 아니라 기분까지도 함께 저장되어, 이 기억을 떠올리려 할 때 정보검색에 그 기분까지 함께 떠오르게 하는 검색엔진이다. 우리의 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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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만장자의 멋진 기부의 모습을 보여준 앤드류 카네기는 큰 부자가 되어 대중에게 도서관을 선물하면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 도서관은 이유 없이는 아무것도 주지 않는다. 오직 스스로 돕는 자만을 도우며, 사람을 결코 빈곤하게 만들지 않고, 큰 뜻을 품은 자에게 책 안의 귀중한 보물을 안겨준다.”

 

본인 스스로도 가난한 어린 시절 400권의 책을 대중에게 공개한 상인의 배려 덕분에 지식과 상상력을 책으로부터 얻고 고귀한 자양분을 얻었는데, 거부가 된 시점에도 그 마음을 간직하여 많은 이에게 책을 읽고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길을 제공하였다.


요즘은 빠른 검색의 시대이다. 컴퓨터를 켜고 궁금한 내용을 찾기만 해도 장서를 보유한 도서관에서 전문 사서가 책을 골라서 펼쳐주어 손가락으로 그 구절을 줄 치며 읽어주듯 정보를 제공한다.

 

한 개인의 경험과 추억을 총출동시키고 예전에 읽던 책의 내용을 기억하다 보면 아궁이에 오랜 시간 불에 달궈진 솥이 켜 궁금했던 내용을 맛있는 밥 한 공기처럼 만들어내어 떠오른 따끈한 밥 한 공기 먹는 포만감 누리는 호사는 점점 옛 추억 속으로 사라져가고, 패스트푸드, 아니 패스트 정보가 내 눈앞에서 바로 뜯으면 먹을 수 있는 과자 한 봉지의 유혹과 같이 새로운 지식의 보고로 자리매김하려 한다.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사물에 대한 작가들의 통찰과 따스한 시선이 녹여 두었다가 책을 펼치면 ‘뿅’하고 살아나 내 정신과 대화를 하는 멋진 순간이 인터넷에서 검색된 연관 검색으로는 다 표현될 수 없을 것이다.

 

자동차 엔진의 도움으로 다리의 힘이 빠짐을 깨달을 때 ‘차 키를 두고 걷기 시작해야겠다’ 결심하는 것처럼, 검색 엔진의 도움으로 내 뇌 안에서 실마리를 풀어가며 생각의 건축 설계도를 구성하는 힘이 퇴행되었음을 스스로 진단하게 될 때 검색엔진을 클릭하는 열쇠를 잠시 두고 뇌 스스로 달려보게 하는 건 어떨까 생각해본다.

 

인터넷이 발전하면 책의 종말이 오지 않을까 걱정했던 지식인들의 한숨은 도서관이란 숲을 산책하다 보면 잊혀진다. 숲길을 걷다 보면 꽃과 흙 내음, 새와 나뭇가지의 흔들림, 나뭇잎의 수비를 피해 다가온 햇살의 숨찬 열기처럼 이질적으로 보이는 보석 같은 존재를 함께 만날 때가 있다.

 

좋아하는 분야의 책을 몇 권 뽑아 들고 자리로 가던 중에 평상시에는 보지 않던 분야의 서고에서 갑자기 책이 날아와 시선에 (꽃인 듯 다가와) 꽂힐 때, 봐야 하는 책과 보고 싶은 책을 오가며 느끼는 오묘한 조화에 뇌세포가 마사지 받을 때의 느낌을 알파고가 알아낼까 두렵다.

 

장 그뤼니에의 글을 가슴에 품고 집으로 달린 까뮈의 달리기가 나에겐 유산소 운동이 되며, 한 사람의 작품에 푹 빠져 그가 쓴 모든 작품을 다 찾아보고 싶은 꿈을 꾸고 실제로 읽으며 인생의 스승으로 삼은 조희봉 님의 시선은 따뜻한 성질의 약재와 날카롭지만 시원함을 주는 침의 조화를 지닌 한의사로서 환자의 고통을 뛰어넘는 결말을 쓰고 싶은 꿈을 꾸어보라고 독려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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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묵히 작업한 글이 지닌 조용한 위엄은 이 숲을 찾을 때마다 선물처럼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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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신용경제 2017년 2월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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