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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이야기, 딥러닝
신용경제 2017-03-02 16: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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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은 아프다. 하지만, 유독 무서워하는 이들이 있다. 빨리 낫고 싶기에, 한 방에 낫길 원한다는 소망과 침의 날카로움은 마주치고 싶지 않음을 함께 토로한다.

 

여름의 바다가 그리워 왔지만 피부가 탈까 봐 그늘 아래에만 숨어 있다가 바다에는 정작 들어가지 못하고 파라솔을 뚫고 온 햇살에 기미만 생긴 망연자실함.

 

시원한 가을바람 맞으러 언덕을 올랐지만, 감기 걸릴까 칭칭 감은 스카프 때문에 더 답답하고, 흘린 땀 때문에 더 끈적거리는 기분에 놓인듯한 환자의

 

두려움과 긴장을 뚫고 뭉친 근육 사이 혈 자리를 통과하여 긴장이 일상화된 피로의 흔적에 치료의 기미를 주며 완고하여 쉬 풀리지 않으려는 긴장맥과 가슴 답답함에 시원한 바람 한 줄기 같은 기운을 불어넣어야 한다.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는 심정으로 열 번이나 찌를까 봐 걱정하는 환자의 놀란 가슴을 고려하여 한 방에 질병을 쓰러뜨릴 수 있는 화타적 실력과 삶에 찌든 이를 향한 측은지심으로 억울한 기운은 풀어주어야 하나, 멀쩡한 근육은 건들지 않는 침 끝의 온화함 또한 지녀야 한다.

 

팽팽한 근육과 침과의 줄다리기를 한 호흡도 되기 전에 해결한 다음 유유히 침을 거두기까지 그 변화를 환자가 알아차리기도 전에 마쳐서 포만감 넘친 얼굴로 돌아갈 수 있게 해야 한다.

 

‘침 벌써 놨어요?’ 공포영화를 보러 가서 손가락으로 눈 가리고 보고선 ‘별로 무섭지 않네’라는 반응을 보이는 정서적 변덕까지 고려한 침의 깊이와 강도를 계산해 봐라 알파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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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신용경제 2017년 3월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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