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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물은 결코 길을 잃지 않는다
신용경제 2017-04-03 17:4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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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뮈엘 드 샹플랭

 

듣고자 하는 이에겐 낮고 깊은 저음을 들려준다. 바닥이 깊은 물은 소리가 없다. 간절한 모습 감추고, 빠르게 흐르지 않는다. 요란한 소리를 내지 않지만 고여있지 않다. 희망 가득하나 조용하다. 소리 나지 않으나 쉼 없이 흐른다. 바닥 깊숙이 소리 없는 소리로 순금의 침묵을 유도한다. 누구에게도 평소에는 깊은, 소리 없는 저음을 들려주지 않는다. 길을 잃은 자에게 강 쪽으로 발을 옮기게 한다. 길이 그곳에 있음을 소리 없이 알린다.
그 길은 내 이전에 누군가가 걸었다. 강은 현실 너머의 공간이 아닌 것이다. 깨닫고 나아가게 하는 길이다. 배는 정해진 중량의 화물과 여객을 싣고 항해하지만, 삶의 배는 측정할 수 없는 인생이란 중량을 싣고 항해한다. 아무리 무겁게 짐을 실어도 강물은 소리 없이 흐른다. 결코 길을 잃지 않는다.
사람들은 자신의 길을 온갖 방해물들이 가로막는다고 생각한다. 진군하기 위해 급히 해치워야 하는 사소한 일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도약하기위해 마무리해야 할 것과 갚아야 할 빚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것들이 모두 정리되고 나서야 진정한 삶이 펼쳐질 것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삶을 펼쳐 보지도 못하고 간다. 삶에서 부닥치는 것들을 방해물로 보는 한, 그것은 영원히 해치워지지도 정리되지도 않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손길에 의해 강물에 이끌려 무거운 침묵을 경험한 후에야 비로소, 강바닥, 소리 없는 저음을 듣게 된다. 저절로 생각이 바뀌어진다.
방해물들과 사소한 일들이 바로 삶 자체라는 것을 깨닫는다. 이제 더 이상 방해물은 없다. 중요하지 않은 것들은 없다. 진짜 앞길을 가로막은 방해물들은 다 타버리고 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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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고 깊은 세인트로렌스 강
사뮈엘 드 샹플랭(Samuel de Champlain)은 ‘뉴프랑스’로 불리는 캐나다 퀘벡주의 아버지다. 캐나다를 그보다 먼저 발견한 유럽인은 1백 년 이상 앞서 뉴펀들랜드를 발견한 이탈리아의 존 캐벗(JohnCabot), 50년 이상 앞서 세인트로렌스만을 발견한 프랑스의 자크 카르티에(Jacques Cartier)가 있다. 하지만 사뮈엘이 넓은 이 땅의 아버지가 된 것은 소리 없이, 끝나지 않은 물길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프랑스 땅보다 훨씬 넓게 ‘퀘벡’을 창조했다. 그보다 앞서 발견한 두 사람은 요란하게 알리는 것에 그치고 말았다. 유럽인들이 들어와 정착하게 하는 것이 목표였듯이. 강을 거슬러 흘러 더 많은 모피를 얻는 것이 목표였듯이. 요란한 소리는 빠르게 흘러가 버린다. 사뮈엘 드 샹플랭은 소리 내지 않았다. 대신 프랑스인, 남 저음 목청으로 ‘강이 좁아지는 곳’이라는 뜻의 프랑스 이름을 붙이고 땅을 넓혀 나갔다.
이 좁아진 곳을 급하게 통과한 후, 저속으로 흐르는 깊은 강물을 끼고 넓은 퀘벡을 창조했다. 역사적으로 영국군에 의해 살해당하거나 강제이주당한 기억을 잊을 수 없는 프랑스계 퀘벡 사람들에게 캐나다로부터 분리독립에 대한 꿈은 버릴 수 없는 것이다. 그것이 이루어진다면 그 이름은 나라의 이름이 될지도 모른다. 프랑스 영토보다 3배나 큰 나라다. 강폭이 좁아지기 전까지 세인트로렌스 강의 폭은 끝이 없다. 하도 넓어서 마치 바다가 파도칠 것 같은 소리가 들리는 강이다. 바다가 아니다. 캐나다와 미국의 경계를 흐르는 3천km가 넘게 길고, 폭넓고, 깊은 강이다. 물줄기가 호수에서 강으로 강에서 바다로 변신하는 강이다. 오대호와 대서양 바다를 연결하는 탯줄이다. 오대호의 물이 흐르게 한다. 사뮈엘 드샹플랭, 루시모드 몽고메리, 레너드 코헨, 그리고 루이즈 페니 (LouisePenny)를 낳은 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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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인트로렌스 강

 

길을 잃지 않은 레너드 코헨
“속삭임이 아우성보다 위대하다” 퀘벡의 아버지로 불리는 사뮈엘만큼 중요한 또한 사람의 창조자를 두고 한 말이다. ‘I’m Your Man’으로 알려진 노래하는 시인 레너드 코헨,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밥 딜런과 함께 세계 2대 음유시인이자 가수다.
‘할렐루야’(Hallelujah), ‘버드 온 더 와이어’(Bird On The Wire), 댄스 미 투디앤드 오브러브 등 수많은 조용한 노래를 발표한 그는 몬트리올과 세인트로렌스 강을 넘어 퀘벡을 세계로 이어 주었다. 5, 60년 동안 그의 작품들은 사랑과 증오, 섹스와 영혼, 전쟁과 평화, 황홀과 절망 등 인간이 주어진 생애를 살면서 겪을 수밖에 없는 감정들을 노래했다. 속삭였다. 소리 나지 않았다.
싱어송라이터, 시인, 그리고 소설가인 레너드 코헨은 1934년 몬트리올에서 태어났다. 밥 딜런처럼 유대인인 그는 청소년 시절 기타를 배우며 ‘벅스킨 보이스’라는 포크 그룹을 결성하면서 음악 활동을 시작했다. 1956년 맥길대학 영문학과에 진학해 시인으로 등단하고, 7년 뒤 소설을 발표해 문학적 재능을 알렸다.
1967년 데뷔 앨범 ‘Songs of Leonard Cohen’을 내며 왕성한 활동을 시작해 2천 곡이 넘는 노래를 발표했다. 그리스에서 만난 연인 마리안느 일렌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한 ‘소롱 마리안느’ ‘헤이 댓츠노웨이 투세이 굿바이’ 로 시작해 이 세상의 갈등들을 화해의 길로 이끄는 ‘할렐루야’ 등의 작품세계로 전진했다.
레너드 코헨이 본 세상은 갈등으로, 화해할 수 없는 것들로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절망적이지는 않았다. 갈등요소들을 화해하게 하고 껴안을 수 있는 순간들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 순간을 그는 ‘할렐루야’로 부르며 노래했다. 그 어떤 불가능한 상황이라도, 우리가 팔을 벌려 포용하며 “할렐루야! 그 이름 찬미 받으소서” 라고 외치기만 하면 화해의 길로 들어선다고 보았다. 그 순간 ‘마칠 수 없을 거야’ ‘그건 안돼’ ‘변화가 불가능해’ ‘해결책은 없어’ 등과 같은 화해를 부정하는 말은 없다. 화해 방법이 없는 갈등 속에서도 평화롭게 살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갈등 요소 그 자체를 받아들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치달은 레너드 코헨의 작품은 독특한 예술성을 띄게 되었다. 최초로 그의 시에 음악을 붙여 사랑과 종교를 노래한 ‘Suzanne’은 캐나다인의 사랑 받는 싱어송라이터이자 문학가의 탄생을 알렸다.

코헨과 수잔은 신비롭고 아름답게, 그리고 영원히 서로를 마음에 간직하고 싶었다. 몬트리올과 세인트로렌스 강의 관계처럼.
본래 땅 위에는 길이 없었다.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길이 된다. 깊고 넓은 강은 소중하게 필요로 하는 것을 찾도록 해준다. 소리 없는 침묵은 아름다움, 즐거움, 그리고 소중함이 영원한 사랑으로 흐르게 한다. 그칠 줄 모르고 타버린 가슴이 다시 타오른다. 누군가의 밤을 밝히는 등불, 누군가에게 마음 깊이 남을 의미가 되게 한다. 부끄럽지 않은 마음을 간직하고 다짐한다. 희망이 심어진다. 길 잃은 자에게 다시는 결코 길을 잃지 않게 하는 바닥 깊은 강이 되고 싶어진다. 마지막 과제만 남는다. 희망을 이루기 위해선, 측량할 수 없이 간절히 바라며, 헤아릴 수 없이 많이 생각해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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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호
감정평가사무소장,
30대부터시작하는부동산노테크 저자
(coreits1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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