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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들이 공부하는 이유
신용경제 2017-05-08 10:05:18

인간은 끊임없이 공부하는 존재다. 공부는 인간의 본능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말했다. 사회적 동물로서 살아남으려면 변화되는 세상에 대한 공부가 필요하다. 인간은 공부를 통해 자신은 물론 사회와 소통한다. 그러나 공부의 종류가 무제한이듯이 공부의 목적도 다양하다. 인간의 수명이 늘어나면서 공부하는 노인들도 덩달아 늘어나고 있다. 왜 노인들은 공부하는가? 그것이 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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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루덴스
1938년 호이징하는 그의 저서에서 호모 루덴스(Homo Ludens)라는 개념을 처음 내놓았다. 호모루덴스는 ‘놀이하는 인간’이다. 아이건 노인이건 간에 인간은 누구나 놀이를 즐긴다. 노인들의 놀이는 시대에 맞춰 진화한다. 군용 모포를 빙 둘러싸고 왁자지껄하게 내리치던 화투패는 컴퓨터 마우스가 대체하고 있다. 물론 군용 모포의 위력은 아직 살아있다. 놀이를 좋아하는 인간이 나이 들었다고 해서 그 마음이 변하진 않는다. 놀이에 대한 본능은 죽음과 함께 끝이 날 뿐이다. 이러한 인간의 놀이에 대한 사랑은 노인들에게 생의 즐거움을 선사해준다. 노인들의 웃음체조, 노래교실, 컴퓨터교실, SNS 활용교육 등 여러 평생학습프로그램이 쏟아지고 있다. 진정한 공부는 놀이를 동반해야 한다. 놀이는 곧 재미이기 때문이다. 노인이 되어 재미없는 공부를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노인들이 공부를 하는 이유는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노인복지관, 평생학습센터에는 노인 평생학습프로그램이 지속적으로 생겨난다. 우리나라의 노인빈곤율과 자살률은 세계 최고수준이다. 도무지 웃을 일이 없는 노인들에게 그나마 삶의 활력과 웃음을 주는 건 놀이처럼 즐기는 공부다.
그래서 이번 대선후보들의 노인 정책공약에 노인교육이 빠지건 아쉬움이 크다.

 

호모 아카데미쿠스
현재의 노인들은 6·25전쟁과 보릿고개를 거쳐 산업화 시대를 온몸으로 헤쳐 온 세대로서 대부분이 고등교육을 받지 못하였다. 그만큼 잠재된 공부에 대한 욕구가 크다. 은퇴하고 뒷방 늙은이로 전락하는 것은 옛날 말이다. 노인들은 봇물처럼 터져 나오는 공부에 대한 욕구를 노인복지관 등에서 해소하고 있다. 프랑스의 사회학자 부르디외는 1988년 호모 아카데미쿠스(Homo Academicus)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말했다. 공부하는 인간이라는 뜻이다. 인간의 공부는 다양한 욕구를 충족하면서 이루어진다. 그중 가장 큰 욕구는 공부 그 자체에 있다. 노인들에게 왜 공부 하느냐고 물으면 의외로 ‘그냥’이라는 답이 많다. 그건 정말이다. 그냥 하는 것이다. 그것이 인간의 내재된 본능이기 때문에.

 

호모 헌드레드
유엔은 2009년 100세를 사는 인간이라는 뜻으로 호모 헌드레드(Homo Hundred)라는 개념을 발표했다. 오래 사는 장수가 보편화 되었지만, 노인들은 수입 없이 지출만 하며 생활고를 겪는 노년의 참담한 현실과 마주한다. 그러나 피할 수 없는 운명은 아니다. 노년의 빈곤은 노력과 선택의 산물이다.
노년의 빈곤을 피하고자 현역 때처럼 바삐 움직이는 노인들이 증가하면서 대한민국의 노인 취업률은 청년 취업률을 추월하고 있다. 다른 나라에서는 노인 취업률이 높은 대한민국을 부러워하고 있지만 그 내막을 알게 되면 쓴웃음을 짓는다. ‘웃픈’ 현실이다. 수명의 연장은 곧 일의 연장이다. 일의 연장은 곧 공부의 연장이다. 일을 하기 위해서는 일에 대한 공부를 해야 한다. 조금 재미없는 공부이긴 하지만 생존과 관련되어 있어서 무조건 해야 한다.

 

호모 소시올로지쿠스
노인들이 열공 하는 이유! 그것이 알고 싶은가? 인간은 사회적 존재 즉 호모 소시올 로지쿠스(Homo sociologicus)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누구나 일하고 배우고 연대하는 걸 즐긴다.
노인도 예외가 아니다. 노인이 되면 기본적으로 일자리에서 떠나며 사회와 단절한다. 가정에서는 자식들이 결혼하여 독립하면서 가정 내의 역할이 소멸된다. 가정과 사회에서 소외되어 잊혀 진 존재가 되면 지독한 외로움을 느끼게 된다. 배우자를 먼저 떠나보낸 노인은 외로움에 상실감마저 더해 생의 의미를 잃기도 한다. 그때 공부가 필요하다. 모든 걸 떠나보내고 홀연히 공부에 전념하면 새로운 친구가 생기고 다시 사회적 존재로 컴백한다. 당연히 ‘♬ 외로운 날들이여 이제는 안녕 ♬’이다. 잊혀진 계절은 내년에 다시 돌아오고 잊혀진 사람은 공부를 하면 다시 돌아온다. 물론 노년에 공부하지 않으면 영원히 잊혀진 사람이 된다. 그 잊혀짐은 나로부터 시작된다.
노인들이여! 나를 잊지 않고 다시 사회로 컴백하기 위해 오늘부터 열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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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진
청주교육대학교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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