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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신용경제 2017-05-08 10:4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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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년 봄 브람스의 레퀴엠에 빠져 있었다.
죽은 영혼을 위로한다는 의미의 진혼곡으로 몇 년 전 예술의전당에서 들은 이후 그 매력에 젖어 들게 되었다. 그 후 자연스럽게 브람스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검색해보던 중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라는 프랑스 작가의 책(프랑스와즈 사강, 김남주 역, 민음사)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내용이 음악이나 브람스에 대한 내용이 아닌 듯했지만, 이런 제목이 어떻게 나오게 되었는지 호기심이 일어 읽어보게 되었다.

 

연상의 여인을 흠모하던 25세의 남성이 미안함을 표현하는 편지를 보내게 되었는데, 그 편지에 “오늘 6시에 아주 좋은 연주회가 있습니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어제 일은 죄송했습니다.” 라고 써서 보냈다.
약속된 장소에서 “내가 브람스를 좋아하는지는 잘 모르겠어요.”라는 그녀의 대답에, 남성은 “… 당신이 브람스를 좋아하든 좋아하지 않든 제겐 큰 상관이 없어요.”라고 이야기한다.

 

영 싱거운 결과다. 자신의 잘못을 고할 때 잘못 자체에 상대가 너무 집중하지 못하게, 미안한 마음을 전하면서 화살은 자기가 맞지 않으려는 장치쯤으로 브람스를 좋아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한 것 같기도 하고, 14살 연상의 여인을 평생 짝사랑한 브람스의 사랑처럼 자신의 마음도 진지하게 이해해달라는 젊은 남성의 상황을 표현하고자 한 작가의 의도가 있는지는 잘알지 못하지만, 브람스의 음악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것은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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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람스와 그의 음악을 발견하지는 못했지만, 책 제목만 가지고 내용을 상상만 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는 교훈을 얻게 되었다.
장미 대선이 한창인 요즈음 우리는 좋은 리더를 뽑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 사람의 인생이 ‘검증’이란 이름으로 드러나고 있는데, 우리는 얼마나 알아야 안다고 할 수 있을까?
슬로건만 보고 다 알 수 있을까? 아니면 그 사람의 속내를 다 알아야 할까?
그 사이 어느 지점까지를 알아야 우리는 지혜로운 결정을 내릴 수 있을까?
단점도 분명히 있지만, 나라를 잘 이끌어줄 우리에게 희망이 될 그 사람의 장점은 어떻게 찾을 수 있는 것일까? 각 후보의 장단점과 후보 간의 우열, 이 시대에 더 적합한 인재 등등 여러 요소를 고려하여 행사하는 한표의 힘은 실로 크며, 이 한 표의 민의가 수렴될 수 있는 민주주의를 이루려고 얼마나 많은 분들의 희생이 있었던가.
진료의 현장에서도 콕 찍어서 “여기가 아파요!”라고 하는 환자의 손가락만 볼 것인지, 그분의 그곳이 아프기까지의 통증의 역사와 함께 아픈 증상들을 패키지처럼 묶어서 치료해야 할지, 그 사이 어디쯤에서 치료의 범위를 결정하게 된다. 오늘은 당신이 짚고 있는 손가락 부위를 치료하지만, 내일은 거기가 다시 아프지 않게 치료해야 한다고 알려주면서 말이다.
정치를 성향에 따라 우측, 좌측으로 나눈다면, 치료에는 표치(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을 치료함)와 근치(근본적인 문제점을 해결함)로 나눌 수 있다. 오늘은 당장 “아파 죽겠어요”라는 표정을 유발한 증상을 지금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궁극적으로는 근본적인 문제를 더욱 해결해 나가야 한다.
지금 드러난 그 통증은 책의 제목과도 같다. 우리 몸의 전체적인 스토리는 한 마디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하고 다양한 요소가 있다. 그래서 오늘 내 몸 이야기의 제목은 “어깨에 관심을 가져주세요”일 수 있지만, 내일의 제목은 “두통도 있어요”일 수 있다.
증상의 제목만으로 모든 것을 판단할 수는 없지만, 제목이 주는 아우라를 무시할 수 없기에 우리는 제목을 얼른 치료하고, 속사정까지 잘 헤아리려는 선택을 흔히하게 된다.
한 번 들을 때는 어려웠지만, 자꾸 들으니 내 가슴을 치료하는 명곡의 힘처럼, 개인적으로는 환자들의 드러난 증상과 숨은증상까지 치료하는 명 한의사가 되고픈 꿈처럼, 약속한 그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는 멋진 인성과 꿈을 지닌 사람이 나라를 잘 다스려서, 백성 모두가 멋진 삶을 꿈꾸며 힘차게 살 수 있게 이끄는 명 대통령을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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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신
한의학박사, 경희푸른한의원 원장
han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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