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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일이 정말 새해 첫날이 맞을까?
신용경제 2018-01-05 09:49:29

황수정 작가
「물음표로 보는 세계사」, 「느낌표 세계사」 저자

 

새로운 한 해가 밝았다. 사람들은 달력의 1월 1일을 향해 두 주먹불끈 쥐고 가열 찬 계획을 세우며 마음가짐을 다잡았을 것이다. 달력의 1월 1일이라는 글자는 왠지 모든 것을 새로 리셋하는 마법의 숫자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런데 만약 이 달력이 정확하지 않다면 우리의 새로운 각오와 리셋의 마법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1월 1일 아침에 일출 한번 보겠다고 겨울 바다에서 새벽 내내 덜덜 떨던 그 고생은 다 무엇이며 우리가 빌었던 그 소원들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충격적인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 모든 행동은 다 의미 없었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해를 보긴 했으나 그 해가 우리가 원하는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는 해가 아닐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우리가 이미 2018년을 살고 있는지도 모르는 이 상황에 1월 1일을 가늠한다는건 불가능한 일이다.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린지 감을 잡을 수 없겠지만 분명한 건 달력의 오늘은 그냥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고대인들의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
“이상하게 날짜가 안 맞네…”

오랜 옛날부터 오늘이 며칠인지 날짜를 셈하는 건 매우 중요한 일이었다. 이리저리 떠돌며 채집, 수렵, 어로로 생활했던 고대인들에게 날짜를 세는 건 생존을 위한 전략이었다. 먹고 살기 위해선 동물들이 이동하는 때와 열매가 맺히는 시기를 알아야 했다. 오늘이 며칠인지 언제 무슨 변화가 일어나는지 알기 위해 이들은 주변을 유심히 관찰했다. 그리고 달과 날짜가 관계가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날마다 달의 모양이 바뀌고 주기가 일정하다는 것을 깨달은 고대인들은 놀랍게도 그들만의 방법으로 달력을 만들어냈다.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는 스코틀랜드 북부지역에서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것으로 추정되는 달력이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스코틀랜드의 고고학 발굴지에서 발견된 달력은 석기 시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달의 변화를 표시한 12개 구덩이였다. 작업에 참여한 학자들에 의하면 고대인들은 구덩이 깊이를 다르게 파서 월을 표시했고 열흘씩 3개를 묶어 한 달을 표시했다고 한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인류는 약 1만 년 전부터 태음력을 사용했다고 볼 수 있다.
시간이 지나 인류가 정착하고 농경을 시작하면서부터 날짜를 셈하는 문제가 더욱 중요해졌다. 이때부터는 대충 구덩이를 파서 셈하는 정도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다. 정확한 파종과 추수시기를 알기 위해선 정교한 달력이 필요했다. 그러나 오차 없이 딱 맞아 떨어지는 달력을 만드는 건 그리 쉽지 않았다.

 

고대 이집트 달력
태양력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고대 이집트의 달력은 나일강의 물이 붇기 시작하는 시점을 한 해의 시작으로 삼았다고 한다. 물이 붇기 시작하고
새벽하늘에 시리우스성이 뜨면 얼마 후부터 범람이 시작되었다. 이집트는 나일강의 범람을 이용해 농사를 지었기 때문에 나일강의 변화는 큰
관심사였다.

 

메소포타미아 사람들은 달의 주기를 관찰한 결과를 토대로 태음력을 만들었다. 그들은 29일 혹은 30일을 한 달로 정한 후 1년을 12달로 나누었다. 이 계산법에 의하면 1년이 354일밖에 되지 않았다.
1년을 꼭 365일에 맞춰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겠지만 지구의 공전을 간과한 태음력은 시간이 지날수록 오차가 벌어지는 단점이 있었다. 처음엔 11일 정도의 차이가 났지만 다음 해엔 22일 그다음 해엔 33일 그렇게 10년 후엔 110일이나 차이가 났다.
이렇게 날짜가 맞지 않는 달력으로는 농사를 지을 수 없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때때로 윤달을 넣는 방법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 그러나 모자랄 때마다 윤달을 넣는 방법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었다.
지구의 공전 때문에 발생하는 오차를 천문학 관측으로 해결한 건 이집트인들이었다. 이집트 사람들은 11일이나 차이 나는 태음력 대신 태양의 위치에 따라 절기를 나누는 태양력을 사용했다. 물론 이집트인들이 수학과 천문학에 능했지만 이들도 처음부터 미세한 태양의 주기를 알아차렸던 건 아니었다.
이집트인들이 주목했던 것은 나일강이 범람할 때마다 나타나는 시리우스라는 별이었다. 이집트인들은 시리우스의 주기를 참고로 30일이 열두 번 반복되는 360일 달력을 만들었다. 이 달력 역시 메소포타미아인들의 달력처럼 5일간의 오차가 발생했다. 그러나 이집
트 사람들은 이 문제를 간단히 해결했다. 모자란 5일은 ‘에파고메네’라는 13번째 달을 만들어 제사와 축제를 지냈던 것이다.
자, 이렇게 이집트에 이르러 1년이 365일이 되었다. 숫자는 얼추 맞췄는데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남아 있었다. 1년이 365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신나게 365일에 맞추겠다고 갖은 고생을 다 했는데 이제 와서 365일이 1년이 아니라고 하니 화가 나기도 하겠지만 더 큰 문제는 그럼 1년이 도대체 며칠이냐는 것이다.
365일 주기는 지구가 태양의 둘레를 도는데 걸리는 시간이다. 보통 이것을 공전주기 혹은 항성주기라고 한다. 그런데 우리 모두 알다시피 지구의 궤도는 원이 아니다. 비스듬히 기울어진 타원형을 따라 돌기 때문에 한 바퀴를 돌고 나면 365일 5시간 48분 45.5초가 걸린다. 이것을 날로 환산하면 365.24219일이 된다. 그러니까 1년은 365일로 딱 떨어지지 않고 4분의 1일 즉 6시간이 남는다.
11일이나 차이가 나는 태음력보다 오차가 줄었지만 6시간이란 오차도 무시할 수 없는 수치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나일강의 범람시기와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리우스
큰개자리의 별로 무더운 8월의 밤하늘에서 가장 빛나는 별이 시리우스다. 8월을 뜻하는 ‘Dogs Day’는 이 시리우스가 해를 앞서기 시작하는 데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나일강의 범람시기가 달력과 맞지 않자 경작시기를 놓치는 일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그럼 이집트인들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을까? 설명하기도 애매하고 설명한다고 해서 적용하기도 어려운 이 문제를 떠맡은 사람들은 사제들이었다. 그러나 천만다행으로 사제들에겐 모든 문제를 단번에 해결해줄 시리우스라는 별이 있었다.
사제들은 우주의 오묘한 진리와 신의 변덕스러운 마음을 자신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비밀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집트 천문학자들은 이 오차를 줄이기 위해선 4년에 한 번씩 윤달을 끼워 넣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집트 천문학자들은 달력을 수정할 수 없었다. 사제들이 신성한 달력을 고칠 수 없다고 강하게 반발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이집트 사람들은 오랜 세월 이상하게 맞지 않는 달력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오락가락하는 달력 “도대체 올림픽은 언제 열려요?”
태양력을 사용하다 보면 절기와 맞지 않았고 태음력은 절기는 맞았지만 날짜 수가 부족했다. 두 달력 모두 장단점이 있어 어느 달력이 더 정교하다고 말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편의상 각자 사정 따라 태양력과 태음력을 골라 썼다.
이 두 달력을 뒤죽박죽 섞어 쓰던 나라도 있었다. 그 대표적인 나라가 바로 그리스다. 저마다 독자적인 정부 형태를 발전시켰던 그리스에선 도시마다 사용하는 달력도 달랐다. 도시 안에서 어떤 달력을 사용할지는 각자 문제였지만 하나로 뭉쳐야 할 땐 제법 큰 문제가 발생했다. 그리스 전체가 한날한시에 모이는 일은 말처럼 쉽지 않았다.
약속 날을 잡는 게 쉬운 것도 아니고 그다지 사이도 좋지 않았던 터라 통 왕래가 없었던 이들은 8년에 한 번씩은 꼭 만났다. 8년에 한 번 모여 신들에게 제사를 지낸 뒤 제전 경기를 치렀던 것이다.
이 제전 경기 중 가장 규모가 큰 것이 올림피아제였는데 지금 올림픽의 원조라고 할 수 있다. 올림피아제가 8년에 한 번씩 열리는 데에는 심오한 뜻이 있었다.
그리스인들은 8이 완전한 숫자라고 믿었다. 그래서 8년에 한 번 토지를 분배했고 왕의 임기도 8년에 맞췄다. 그들이 8이란 숫자를 이렇게 맹신하는 건 태양의 신 아폴로와 달의 여신 아르테미스가 8년에 한 번씩 만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스인들의 관측으론 태양과 달의 주기가 8년마다 겹쳤다. 이 이야기는 8년에 한 번씩 태양력과 태음력의 날짜가 비슷하게 맞았다는 말이다. 그러니 8년에 한 번씩 제사를 지내고 경기를 치르는 게 분쟁의 소지를 없애는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이렇게 초기 올림픽은 8년에 한 번씩 거하게 치러졌다. 그런데 이상하지 않은가? 우리는 4년마다 올림픽을 치른다. 고대 전통을 따른다면 우리도 8년에 한 번씩 치러야 하는 것이 아닌가?

 

아테네의 종교 달력
고대 그리스에는 농업에 사용하는 항성월 달력과 정치적 일정을 위한 달력, 종교 행사를 위한 달력 등 다양한 달력들이 있었다.
종교 행사를 위해 만들어진 달력에는 매월 종교 행사의 목록과 제물들이 기록되어 있다
.

 

사실 고대 그리스에서도 올림픽이 8년마다 열렸던 건 아니다. 그리스 도시 국가 시민들이 한자리에 모여 신들을 축원하는 축제의 한마당이 도시 간의 세력다툼으로 중단됐던 적도 있었다. 올림픽이 다시 열리게 된 건 오랜 전쟁으로 만성 피로에 시달리던 그리스인들이 축전을 빌미 삼아 휴전하길 원했기 때문이다.
BC 776년경 그리스의 도시 국가 엘리스의 왕 이피토스(Iphitos)는 제전을 다시 개최해 우정을 돈독하게 하라는 신탁을 받았다며 올림픽을 재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피토스는 위기일발의 상황에서 신의 예언을 앞세워 스파르타와 휴전을 맺는 데 성공했다.
그는 스파르타와 휴전 조약을 맺으며 올림피아를 성지로 지정하고 성지에 무력을 행사하려는 자는 신을 모독하고 배반하는 것이라는 조약을 작성했다. 엘리스는 신의 한 수덕에 전쟁을 모면하고 올림픽을 주최할 수 있는 영광을 얻었다.
그런데 문제는 올림픽으로 누릴 수 있는 평화가 너무 짧았다는 것이다. 올림픽이 열리는 기간에는 모두 정전의 약속이 지켰지만 경기가 끝나는 순간 다시 엉겨 붙어 싸우기를 반복했다. 한번 열리면 8년을 또 기다려야 하는데 그사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었다. 올림픽의 개최 시기를 앞당길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무슨 수로 8년을 줄일 수 있단 말인가? 그때 신의 한 수로 위기를 모면한 이피토스가 이번엔 달력을 꺼내 들며 묘안을 제시했다. 기존 올림픽의 8년 주기는 형평성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날짜도 들쑥날쑥하기 때문에 주기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 주장에 따르면 태양력으로 8년은 96개월인데 태음력에서 8년은 99개월로 3개월이나 차이가 났다. 그런데 태양력으로 96개월을 반으로 나누면 48개월로 딱 떨어지는데 태음력의 반은 49개월 아니면 50개월이었다. 48개월은 딱 그사이에 존재하기 때문에 4년마다 개최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이다.
당시 사람들은 이 주장이 나름대로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아니면 그들도 8년보다는 4년마다 전쟁을 쉬는 게 낫다고 생각했을지 모를 일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BC 776년 이후부터 올림픽이 4년마다 열리게 된 것이다.
자, 그럼 이제 올림픽도 4년마다 열리는 것으로 정리됐으니 오락가락하는 날짜의 문제는 다 해결된 것일까? 그리하여 우리는 1월 1일의 새해 소망이 잘못되지 않았다고 안심해도 되는 것일까? 설사 그날이 아니라도 괜찮다. 우리에겐 음력 설, 구정이 있지 않은가.

그러니 제대로 된 날에 새해 소망을 빌어보는 시도를 해도 되지 않을까?
그렇다면 다음 편에 쉽다면 쉽고 어렵다면 어려운 그 날짜를 한번 가늠해보자. 우리의 새해 소망이 이루어지길 간절히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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