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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 까치~설날은 어저께고요~” 그럼 우리 설날은요?
신용경제 2018-02-06 15:09:04

황수정 작가
「물음표로 보는 세계사」, 「느낌표 세계사」 저자

 

달력에 최첨단 시스템을 도입했다는 고대 이집트인들도 날이 맞지않는 달력을 썼다는 사실이 충격적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집트 달력은 ‘고대 시대’니까 라는 이유로 넘어갈 수 있다. 그런데 국가적인 행사인 올림픽까지 점심 약속 정하듯이 “대충 이날 즈음 할까?” 라는 식은 좀 곤란하지 않을까? 그러나 우리가 남의 걱정 할 때가 아니다. 우리 설날을 몰라서 까치설날 다음날을 우리 설날로 정해야 할지 모르니 말이다. 도대체 날짜 맞추기가 얼마나 어렵기에 맞지 않는 달력을 쓰는 것일까?

 

우리의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 태양과 달의 극적인 만남
태양력과 태음력 어느 하나만 쓰다 보면 가운데 뚝 잘라 대충 맞추는 올림픽 주기처럼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의 일들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오랜 세월 달력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스 천문학자 메톤(Meton)역시 태양력과 태음력의 오차를 줄여보기 위해 안간힘을 쓰던 사람 중 하나였다. 그는 오랜 연구 끝에 태양력과 태음력의 공통분모를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
달의 주기를 따지면 보름달에서 다음 보름달이 되기까지 29일 12시간 44분 즉 29.530588일이 걸렸다. 여기에 12달을 곱하면 태양력보다 10.87512일, 약 11일이 짧았다. 그런데 메톤은 19년마다 태양력과 태음력의 날짜가 비슷해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는 태음력과 태양력의 공통점을 찾는다면 좀 더 정확하고 쉽게 날짜를 계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자, 얼마나 쉽고 간단한지 그의 계산식을 한번 따라가 보자.

 

메톤주기(Metonic cycle)
19세기의 메톤 주기를 바퀴 달린 부활절 달(Easter New Moon)의 율리우스 날짜와 함께 묘사한 것으로 엔네아데카에테리스(Enneadecaeteris)라고도 하는데 이낱말은 19년을 뜻하는 그리스어에서 유래했다.

 

첫 번째, 지구의 공전주기를 감안한 태양력의 1년은 365.2422 여기에 19년을 곱해야 한다.그러면 365.2422×19 = 6,939.602일이 나온다. 두 번째, 19년 태양력에 태음력을 맞추려면 달의 주기에 235회를 곱해야 한다. 그럼 6,939.602÷29.530 = 235.0017609210972일이 나온다.
이제 슬슬 뭐가 간단한지 고민스러운 시점이 됐지만 그래도 아직 단계가 남았으니 좌절하지 말고 계속해보자. 세 번째는 달의 주기가 태양력의 날짜와 비슷해지는 지점을 찾는 것이다. 달의 주기가 약 235번이 반복되면 29.530588×235 = 6,939.68818일이 나온다.
마지막으로 태양의 19년과 달의 235 회합 월(보름달에서 다음 보름달이 되는 날)의 차이는 0.08657일이다. 이날의 정확한 수치를 알고 싶으면 여기에 24시간을 곱하면 된다. 0.08657×24 = 2.07768로 2시간 정도 된다.
쉽게 날짜를 계산한다더니만 속았다며 화낼 필요는 없다. 우리는 태양력과 태음력이 19년마다 비슷해지며 약 2시간 정도 차이가 난다는 것만 알면 된다. 자, 그럼 우린 이제 태음력과 태양력이 딱 맞아떨어지는 달력을 만날 수 있는 것일까? 그러나 안타깝게도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남았다.
달이 보름달이 235번 되는 횟수를 12달로 환산하면 356일 비슷한 365.263157894737일이 나온다. 그런데 태음력의 한 달에 12달을 곱하면 354.367056일 나왔다. 그러니까 달의 235회 회합 월과 태음력의 1년의 차가 또 11일 정도 나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똑같이 1년을 지냈는데 태음력을 사용한 사람은 태양력을 사용한 사람보다 11일 적게 사는 결과가 발생하는 것이다. 하지만 똑같이 살면서 명줄이 짧아지는 이 억울한 상황을 해결할 방법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3달이 지나 33일이 되면 이달을 묶어서 13번째 달 윤달을 만드는 것이다. 태음력을 사용한다면 태양력에 맞추기 위해 19년 동안 총 7번의 윤달을 사용해야 한다. 음력의 윤달이 19년마다 한 번씩 돌아오는 건 이 때문이다. 메톤은 BC 433년에 복잡한 계산을 반복해 이 주기를 발견했다.
동양에서는 이보다 더 오래전부터 이 주기를 사용했는데 태양력과 태음력을 맞추는 법은 메톤의 계산법과 비슷하다. 달의 주기를 감안한 태음력의 1년은 354.36708이다. 여기에 19년을 곱하면 6,732.974일이 나온다. 태양력과 태음력 사이에 발생하는 200일을 30일로 나누면 약 7달의 차이가 발생한다. 동양에서는 BC770~403 사이 춘추시대부터 이 계산법으로 달력을 만들어 썼다.
동양에서는 19년에 7달의 윤달을 쓴다고 해서 19년 7윤법이라고 불렀다.
신축성 최고! 늘었다 줄었다 하는 로마의 고무줄 달력시간이 지날수록 더 자세하고 정확한 달력이 만들어지고 널리 사용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역사에선 이렇게 당연한 일들이 쉽게 일어나지 않았다. 오차를 줄여 더 정확한 달력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그래도 최소한 계절은 맞아야 할 게 아닌가….
하지만 로마의 달력은 계절과 상관없이 만들어졌다. 심지어 겨울을 표시한 달력도 없었다. 그들은 달의 주기를 30일로 계산해 여기에 10달을 얻어 1년을 300일로 책정했다. 그리고 3월과 5월, 7월, 10월에 하루씩 더해 304일로 만들었다. 1년이 300일이라는 것까진 이해할 수 있겠는데 갑자기 4일은 왜 더한 것일까? 뭔가 심오한 뜻 내지는 과학적인 접근이있을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그냥 8로 나눠서 딱 떨어져야 하기 때문이었다.
로마력에서 1주일은 8일이었다. 1주일이 8일이라고 놀랄 건 없다.
로마에선 1주일이 8일이었지만 중국에선 6일이기도 했다. 바빌로니아 사람들은 점성술을 바탕으로 1주일을 7일로 나누었다. 요일의 요(曜)가 별을 의미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들은 7일마다 액일이 온다고 믿었기 때문에 7요일 체제를 고집했고 유대인들은 성경에 기초해 마지막 7번째 날을 안식일로 쉬었던 것이다. 1년의 기준도 300일에서 365일로 오락가락하는 마당에 1주일이 며칠인지 그리 중요한가!

 

바하르 하삽(에티오피아 고대 달력)
‘바다를 계산하다’라는 뜻의 바하르 하삽은 1년이 13개월로 구성되어있다. 1월부터 12월까지 한 달이 30이고 남은 5일을 모아 13월을 만들었다. 매년 0.25일씩 남는 시간을 모아 4년에 한 번씩 13월에 하루를 더 넣어 그달을 6일로 만드는 방법으로 사용하였다.

 

조선 선조 때 반포된 갑오년 달력의 첫 장
세종 때 만들어진 달력 계산법인 칠정산에 따라 제작되었다. 당시에는 달력이 매우 귀해서 왕이 고위직 관리에게 하사하는 귀한 물건이었다. 이 때문에 일반 서민들은 양반가의 달력을 빌려 몇몇 중요한 날짜만 베껴서 임시 달력을 사용했다고 한다.

 

로마는 십진법을 쓰던 나라였다. 어쩔 수 없이 1년이 304일이 되긴 했지만, 달만큼은 십진법으로 똑 떨어지도록 구성했다. 1월, 군신 마르스의 달 마르티우스(Martius)로 시작해 아프릴리스(Aprilis), 마이우스(Maius), 유니우스(Iunius)까지는 신의 이름을 붙이고 이후부터는 다섯 번째 달, 여섯 번째 달처럼 차례를 나타내는 이름을 붙였다. 이렇게 해서 열 번째 마지막 달 데켐베르(December)까지 완성됐다. 10으로 나누어 깔끔하게 떨어지는 건 좋은데 그럼 나머지 날들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농사를 짓지 않는 겨울은 날을 세지 않았다. 의미 있고 중요한 날만 세면 되지 필요없는 날까지 힘들게 셀 필요 없다는 게 그들의 논리였다.
로마의 달력은 기본적으로 달의 주기를 기반으로 하는 태음력이었다. 앞서 말했다시피 태음력은 시간이 지날수록 날짜가 심하게 어긋난다. 결국, 로마는 태양력과 태음력을 맞추기 위해 달력을 수정해야만 했다. 고대 로마 왕정시대 누마 폼필리우스(Numa Pompilius)왕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리스 달력을 차용해 304일에 50일을 더해 1년을 354일로 수정하고 야누아리(January)와 페브루아리(February)라는 새로운 달을 추가했다.
이 새롭게 추가된 달은 열 번째 뒤에 붙어 각각 11월과 12월이 되었다. 이 달력은 개혁을 주도한 왕의 이름을 따서 누마력이라고 부르는데 BC 150년쯤에 여기에 하루가 더 추가되었다. 그래도 1년을 보내는데 기왕이면 짝수보다는 행운을 가져다주는 홀수가 낫다는 생각에 354일에 하루를 더해 355로 만들었던 것이다. 로마의 달력은 날짜를 정확하게 세겠다는 의지보다는 십진법에 맞추고 행운의 수에 맞추는 제멋대로 달력이었던 셈이다.
이렇게 제멋대로인 달력이 날짜가 맞을 리가 없었다. 고민 끝에 이들은 2월에 윤달을 집어넣기로 했다. 1월은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이하는 야누스의 문이니 정화의 달 2월에 윤달을 넣은 것이다. 여기에 홀짝의 개념을 더해 첫 번째 해는 원래대로 355일을 세고 다음해에는 윤달을 넣어 378일, 다음 해엔 다시 355일, 그다음해엔 377일을 세는 방법이 도입됐다. 언뜻 보면 어처구니없는 계산식이지만 그 속엔 심오한(?) 뜻이 담겨있었다. 이 날짜들을 모두 더해 4로 나누면 366.25일로 나오는데 이 날짜가 태음력과 태양력의 평균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이보다 더 어처구니없는 일은 윤달을 정하는 원칙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냥 대신관이 윤달을 넣고 싶으면 넣고 빼고 싶으면 빼는 식이었다. 1년을 맘대로 주무를 수 있는 대신관과 친분이 있는 정치인들이 청탁을 넣으면 계획에 없던 윤달이 생겼다. 세금이 적게 걷히
는 해에도 급작스럽게 윤달이 나타났다. 신축성 있게 늘어나는 달력 덕택에 정치인들은 자리에 오래 앉아 더 많은 세금을 걷을 수 있었지만, 예정에 없던 지출을 감당해야 하는 시민들은 달력만 보면 한숨만 절로 나왔다.
그런데 이 문제 많은 달력을 전면 수정하겠다고 나선 이가 있었다.
이집트에서 과학적인(?) 달력을 보고 충격을 받은 카이사르는 로마달력을 바꾸겠다고 결심했다. 카이사르 표 달력은 오늘날의 달력과 가장 유사하다는 평가를 받는 우수한 달력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드디어 정확한 날짜를 가늠할 수 있게 된 것일까? 카이사르의 맹활약을 기대하며 달력의 역사는 다음 편에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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