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많이 본 뉴스
등록된 기사가 없습니다.
광고모집중
광고모집중
광고모집중
광고모집중
광고모집중
넘어졌을 때 생각해야 할 것
신용경제 2018-03-13 11:47:29

이진신
한의학박사, 경희푸른한의원 원장 hanisa.co.kr

 

‘인생은 무엇이다’라고 한마디로 정의 내리기는 어렵다. 그래서 흔히 우리가 즐기는 스포츠에 비유하곤 한다. ‘인생은 마라톤 같다’라는 말도 잘 이해되지 않다가, 삶에서 만나는 절망의 때에 ‘지금은 비록 힘들지만, 좀 더 멀리 본다면 지금의 실패와 고통이 긴 인생길을 살아가는데 밑거름이 될 거야. 인생은 마라톤과 같거든, 지금 쓰러지고 돌아가듯 보여도 꾸준히 달리다 보면, 완주의 기쁨을 누리게 될 거야’와 같이 사용될 때에는 위로가 되곤 한다.
이러한 위로는 인생의 초반에 조급하게 성공 지향적으로 달려가지만, 녹록지 않은 현실에서 어려움과 실패를 겪는 이에게 힘이 되는 이야기를 평창동계올림픽에서도 만날 수 있었다.
평창에서 펼쳐진 여러 경기 중 ‘크로스컨트리의 남자 15km+15km 스키 애슬론’은 여러 면에서 기억에 남는 경기이다. 경기 초반 넘어진 선수가 포기하지 않고 계속 경주에 참여하여 그냥 걸어서 올라가기에도 힘들어 보이는 길을 스키로 올라가고 내려오고를, 30km나 달리는 경주에서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이다. 침이 흘러 고드름처럼 된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한 걸음 한 걸음 자신의 걸음에 집중하며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모두를 놀라게 했다. 더 놀라운 것은 넘어지면 다시 일어나는데 체력 소모가 굉장함에도 그 핸디캡을 극복하여승부처에서 질주해 다른 선수들을 뒤로하고, 터질듯한 심장을 달래며 침착하게 경기를 마친 모습이었다. 그 모습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
경기 초반, 넘어져서 탄식 소리가 가득했던 쇼트트랙 경기장을 탄성으로 바꾼 우리 여자선수들의 경기에도 이와 같은 드라마가 펼쳐졌다. 아무리 세계 최강이라 하더라도, 넘어질 것을 예상했던 것이 아니기에 바로 터치하여 경기를 이어가기가 쉽지않았을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위기 상황에 침착히 대처하고, 포기하지 않고 달려나가 한 팀씩 극복하여 마지막 골인 지점을 가장 먼저 들어왔다.

 

 

스포츠에는 예상치 못한 드라마가 숨겨져 있지만, 이 두 경기에서 보여준 실력과 정신력은 보는 이들에게 쉽게 포기하지 않는 멋진 모습을 선사하였다.

동계 올림픽 종목 중에는 경기 종목 자체가 ‘인생의 하강곡선을 잘 버티고, 적절한 때에 날아 올라갈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은 듯한 종목이 또한 있다. ‘국가대표’라는 영화를 통해친숙해진 종목인데, 높은 곳에서 출발하여 노멀 힐 또는 라지 힐이라 불리는 점프대를 활강하다가 도약대에서 창공으로 날아오르듯 점프하는 종목이다. 선수들의 움직임은 스케이트나 스키의 활강 종목처럼 많지 않은데, 날아오를 때의 점프와 착지할 때를 제외하고는 움직임이 없는 듯한 자세를 정확하게 유지하는 것이 관건인 듯하다.
스스로의 움직임은 많지 않지만, 창공을 날아오를 때 바람의 방해에도 자신의 폼을 유지하는 것에는 많은 힘이 필요하다. 차갑고 세찬 바람이 뼛골 시리게 다가와도 의연하게 자신의 자세를 유지하는 모습은 세상의 어려운 풍파에도 자존감을 잃지 않고, 멋지게 살아내려는 삶의 모습을 형상화한 듯하며,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멋지게 마무리하는 한 사람의 완성된 인생이 그 어떤 예술품보다 아름다울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매번 창공을 날아오를 수는 없는 것이 인생이며, 삶에도 하강곡선이 있을 것이다. 신체적으로는 나이가 들면서 척추와 관절 근육이 약해지고, 피부에 주름이 생기는 노화의 시기이며, 사회적으로 책임감 있게 일하던 자리에서 내려와야 할 때이다.
이러한 하강곡선도 어떻게 받아들이고 준비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과거만 추억하고 착지 이후의 미래를 준비하지 않는다면, 연약하고 부족해진 체력이지만 더욱 강건해지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면, 비행에서 내려오지 않으려고 발버둥만 친다면 교만하여 한없이 높아지기만 한 이카루스가 곤두박질친 것처럼 추락할 수 있다.
한의학에서 ‘탈영실정증’이란 병명이 있다. 귀한 자리에 있다가 내려오거나 부유하게 살다가 그렇지 않게 될 때에 직접적인 질병의 원인이 없어도 쇠약해지고, 기력이 없어지며, 정력적인 삶을 살 에너지가 빠지는 상황이다. 현대적인 표현으로는 장부의 기능은 문제가 없지만, 스트레스를 받으면 소화기능이나 장 기능, 면역기능이 떨어지고, 마음의 힘도 약해져서 잘 놀래거나 불안해하는 경우로 설명할 수 있다.
갑작스런 변화에 당황하는 것은 당연하다. 갱년기가 다가왔을때에, 노안이 찾아왔을 때에, 건강에 신경 쓴다고 썼음에도 이러쿵저러쿵한 질병명이 자꾸 자신에게 붙은 때에 사람은 실망하고 절망하게 된다. 선물로 받은 생명이고, 유한한 생명의 시간 동안만 누릴 수 있는 건강인 것을 알고 있지만, 막상 자기에게 다가왔을 때 인간은 누구나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이럴 때에 마음과 몸이 쉽게 넘어지는 것 같다. 하지만 꿀벅지를 만들기 위해 그래서 더 높이 날고, 더욱 멀리 뛰기 위해 강인한 허리와 다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 선수들의 운동모습을 통해 삶의 지혜를 얻게 된다.
다리를 굽혔다 펴는 스쿼드, 허리를 숙였다가 몸을 들어 올리는 데드리프트. 코어를 강화시키며 하체뿐 아니라 전신을 훈련시키는 대표적인 운동만 보더라도, 굽혀야 펼 수 있고, 숙여야 일어설 수 있다는 지혜가 담겨있는 듯 보인다.
건강에 자신이 있을 때 더욱 겸손히 숙이고 굽히고, 인생의 하강곡선에 있을 때 몸을 한껏움츠리되 다리에 힘을 빼지 않는다면, 바로 그때에 다시 한 번 날아오를 수 있을 것이다.
수고한 모든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몸과 마음의 움츠린 상황에도 다시 비상을 꿈꾸는 모든 분들께 격려를 보낸다.

 

 

디지털여기에 news@yeogie.com <저작권자 @ 여기에. 무단전재 -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