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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의 통증 앞에 멈춰서 있다
신용경제 2018-06-04 18:20:06

이진신
한의학박사, 경희푸른한의원 원장
hanisa.co.kr

 

좋은 날씨는 산책을 부릅니다. 꼭 몇 박 며칠 여행이 아니어도, 도심 속에 조성된 공원을걷는 산책에서도 쉼과 땀을 동시에 느낄 수 있습니다. 천천히 자기 속도에 맞춰서 걷다 보면 그동안 뛰고 있었는지 모를 정도로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았던 심장이 “나 여기 있어!” 라고 말하고, 심장의 rpm 이 높아질 즈음이 되면 그동안 소원했던 온몸의 근육들이 명절날 왁자지껄한 모습을 연출하게 됩니다. 오랫동안 말없이 앉아만 있던 근육들도 심장의 소리에 귀기울이며 큰 형님 근육의 등쌀에 소곤소곤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그렇게 하루의걸음과 가쁜 호흡은 앉아서 지내는 일상에 휴식 같은 산책을 선물합니다.
참 좋은 하루였는데, 다음 날 아침은 상쾌하지가 않네요. 침대에서 내려와 첫걸음을 내딛는데, 발이 불편하네요. 조깅하듯 뛴 것도 아니고 단지 걸었을 뿐이라 크게 무리한 것 같지 않은데요, 어제의 산책이 무리가 된 것일까요?

심장을 중심으로 혈액은 돈다고 생각하며 살았는데, 마치발이 내 하루의 시작이요 중심이라고 외치듯 자신의 존재감을 나타냅니다. 늘 앉아있느라, 온몸의 체중을 항상 지지했던것도 아니고, 엉덩이를 의자에 붙이고 있어서 발은 늘 자유로웠는데, 기껏 하루 걸었다고생색을 낸다는 겁니다. 그리고, 그동안 아무리 운동을 안 했다 하더라도 아장거리던 시절부터 걷는 것에는 프로인 직립 보행자에게 발이 이 정도로 무너지면 안 되는 것 아닌가요?
천동설과 지동설의 논쟁이 이리도 치열했을까요? 발의 반란에 두근거리는 심장은 주체하지 못하고 ‘발의 너무함’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만, 발의 변론도 들어 보기로 합시다.
출근할 때 앞이 좁은 구두를 신어야 하는 현실에서, 편안한 운동화를 신고 파워(까지는 아니지만) 워킹 하루 한 것으로 이런 고통을 당하게 된 것에 대해 발 스스로도 이해가 가지않습니다. 준비운동? 이렇게 가볍게 걷는 것에도 준비운동을 해야 하나요? 일상에서 걸을때도 준비운동 안 하는데, 운동으로 걷는 것은 꼭 해야 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걷다가 잠시 쉬면서 발목, 무릎, 골반 등의 관절을 또 가볍게 풀어주면서 몸의 컨디션을 점검하고, 마무리 운동까지 해야 한다면 간신히 시간 내어 조금 걷게 된 사람에게는 무리한요구가 아닌가요? 그리고 준비운동을 할 때 평상시 좋지 않은 내 자세, 굽은 어깨와 유연함을 잃은 일자형 목, 뻣뻣한 등과 쥐가 잘 나는 종아리까지 완벽하게 풀고 걸어야 한다면, 걷는 운동의 문턱이 너무 높아지는 것 아닌가요?
발 또한 모든 것이 자기 탓으로 여겨지는 걸 억울해하는 듯 보인다.
충분한 준비 없이 걸을 때나 걷고 난 후에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를 종종 보게 된다. 걷는운동이 좋은 이유는 위험하지 않고 안전하면서도 운동 효과를 낼 수 있는 장점이 있다는것이지, 그동안 운동하지 않았던 사람이 준비운동으로 몸을 따뜻하게 해 주는 노력 없이,그냥 마구 걸어도 아무 문제가 없다는 뜻은 분명 아닐 것이다. 작은 충격이지만 반복되면발바닥을 구성하는 근막에 손상을 주어서 ‘족저근막염’이 나타날 수도 있고, ‘종아리 근육’의 피로가 누적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식당이나 가게에서 많이 보게 되는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네 나중은 창대하리라” 라는문장을 응용하여 문장을 만들어보자면, “통증의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나중은 심각해지리라”이다. 발목을 구성하는 근육, 인대, 힘줄에 부담되거나 피로가 누적되면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문제가 커질 수 있다. 사소해 보이는 인체의 사인을 무시하다가 더욱 큰 문제에직면하게 되는 것이다.
사소한 작은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작은 증상도 소홀히 여기지 않고, 가벼운 운동이라도준비운동과 마무리 운동을 하는 정성을 지니면, 힘찬 근육, 유연한 관절로 오랫동안 건강하게 걸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우리의 몸은 변화에 잘 적응하여, 자다가 일어나 걸어도, 뛰다가 멈추어도 된다. 하지만 이러한 급격한 변화에는 많은 에너지가 사용되고, 여러 근육 간의 협업이 있어야 한다. 하늘을 사뿐히 날아오르는 비행기는 활주로에서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여 밀어 올리기때문에 가능하듯, 충분한 수면으로 인해 정적인 상황에 있던 몸을 아침에 기상했다고 바로 일으켜 세워 첫발을 내딛지 말고 휴식 후 ‘일어나는’ 첫 동작을 담당하는 발이 제 기능을 잘하기 위한 준비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가벼운 발목 돌리기와 양 발로 박수치기, 무릎을 구부렸다 펴는 정도의 노력만 해도 발은 묵묵히 첫걸음부터 마지막 걸음까지 묵묵히 제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작은 정성이지만,
조심스런 발걸음의 시작이,
저녁까지 건강하며 힘 있는 다리,
오랫동안 걸어도 지구력을 잃지 않는 다리,
심장의 열정에 발맞춰 걷고, 뛰는 다리가 될 것이다.
미약한 듯 보이는 작은 정성이 큰 변화를 이루어 낼 수 있기에,
그러한 작은 변화로 이뤄진 몸의 건강이 마음의 평안에도 기여하여,
다리불안증후군으로 인한 불면의 밤 예방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생각해보면, 밤이건 낮이건 뛰건 걷건 발과 심장은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 소중한 동료다.
발바닥이라고 바닥이 아니라,
모두를 지지하는
버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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