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연속 소비자 물가지수가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장기 불황이 예상되는 요즘, 소비자들이 지갑을 꽁꽁 닫고 있다.
경기가 위축되면서 창업자들도 실패에 대한 불안으로 선뜻 투자하기가 두려운 게 사실이다. 거리에 늘어나는 빈 점포는 골목길 자영업들의 마음을 더욱 무겁게 한다.
불경기에 연봉 1억의 꿈을 꾸며 골목길 창업을 하는 게 승산이 있을까? 디플레이션 시대 창업 전략 중의 하나는 가는 비에 옷 젖는 줄 모르는 ‘가랑비 업종’에 도전해 보는 것이다.
‘가랑비 업종’의 특징은 진입 장벽이 낮다는 점이다. 가격이 저렴해서 불황기에도 고객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다. 기차역이나 전철역 등에서 만나는 1천 원짜리 어묵이나 2천~3천 원대 토스트, 한 줄 1천~1천5백 원부터 시작하는 꼬마 김밥, 가격파괴 국숫집, 2천 원대 꼬치 등은 대표적인 ‘가랑비 업종’이다. ‘가랑비 업종’들은 10평 내외 공간에서 도전할 수 있는 소자본 투자 업종이 많아 창업자들의 경제적 부담도 줄여준다.
인스타그램 등에서 맛집 마케팅을 하는 화려한 디저트 카페중에는 빛 좋은 개살구인 경우가 많다. 20~30대 여성들이 과시욕을 위해 일단 매장이나 메뉴 사진을 찍고 난 후에는 다시 찾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일부러 고객을 불러들여야 하는 업종 특성상 끊임없이 마케팅에 돈을 지불해야 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에 비해 가랑비 업종들은 특별한 마케팅이 필요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가격이 저렴해 소비에 대한 경계가 없는데다 사진찍기 용이 아니라 실수요자들이 오며 가며 소비를 하기 때문이다.
3,900원 칼국수 팔아 월 7백만 원 순수익
경기도 분당 미금역 사거리 부근에서 칼국수 전문점을 운영하는 김수연 사장(밀겨울 분당미금점)은 3,900원짜리 칼국수를 팔아서 월 7백만 원을 번다. 조만간 가격 인상 계획도 있는데 가격을 1천 원 정도 올려도 손님 수에는 큰 영향이 없을 걸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가격이 워낙 저렴하기 때문이다. 대신 가격이 오르면 이익이 높아져 연봉 1억 원도 가능해지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면류는 원가가 저렴해 3,900원에 팔아도 원재료비는 40%대에 불과하다. 대신 애로점도 있다. 워낙 고객 수가 많아서 몸이 좀 힘들고 직원들이 오래 근무를 하지 않는다.
하루에 그녀가 만나는 고객은 2백 명에서 3백 명이다. 점포평수는 12.3평, 테이블 수는 11개, 좌석은 34석이다. 11시부터 12시 사이에 거의 8~10회전을 하는 셈이다.
작은 매장에서 하루 80만~90만 원대 매출을 올리려면 정신이 없다. 힘이 들어서 직원들이 6개월 이상 붙어 있지를 않았다. 하는 수 없이 올해 2월 직장 생활을 하던 여동생(45세)이
회사를 그만두고 한 식구로 합류한 후 매장이 좀 안정이 됐다.
사골육수로 만든 칼국수 외에 3,900원대 시락국밥도 판매한다. 면류와 국밥이 함께 있어 고객들의 방문주기와 선호도가 더욱 높다.
가랑비 업종 대표 선수, 불붙는 토스트 전쟁
패스트푸드인 햄버거는 가격이 저렴해 부담 없는 메뉴로 여겨졌다. 하지만 요즘은 사정이 좀 다르다. 햄버거를 제대로 만들려면 주방 설비비가 만만치 않은데다 샌드위치나 햄버거전문점들은 메이저브랜드가 많고 A급 상권 입점 사례가 대부분이라 투자비가 만만치 않다.
여기다 최저임금까지 계속 오르다 보니 요즘 햄버거전문점에서 제대로 즐기려면 메뉴당 5천~7천 원 이상 지불해야 하는게 보통이다. 이에 비해 토스트는 햄버거나 샌드위치에 비하면 주방 설비비가 훨씬 저렴하고 총투자비도 낮다. 점포 규모도 5~10평이면 된다. 가격도 저렴해 최근 들어 외식업 시장에서는 토스트 대란이 일어나고 있다.
한 때 완제품으로 공급돼 운영의 편리함과 인건비 절약으로 인기를 얻던 대만 샌드위치 붐이 프리미엄 토스트로 옮겨가고 있다. 홍루이첸, 티앙웨이, 풍성호 등 대만 샌드위치 역시 저렴한 가격 덕분에 대표적인 가랑비 업종에 속한다.
그러나 대만 샌드위치가 프리미엄 토스트와 다른 점은 전자가 공산품에 가깝다면 후자는 매장에서 직접 만드는 따뜻한 수제 음식이라는 점이다.
에그드랍을 비롯해 ‘가마로강정’으로 잘 알려진 마세다린이 선보인 프리미엄 토스트 ‘야미에그’의 경우 2천~4천 원이면 프리미엄 토스트를 즐길 수 있다. 밀레니얼 세대들은 식사 후 커피 에이드 등 음료를 즐기는 게 필수적이다. 토스트는 커피를 곁들여도 3천~5천 원이면 한 끼 식사가 해결돼 가격 부담이 전혀 없다.
경기도 성남 분당구 수내동에 있는 야미에그 매장에서는 에그스크램블의 폭신폭신한 맛을 즐길 수 있는 프리미엄 토스트 외에 베트남 현지 맛을 즐길 수 있는 망고 스무디도 판매하고 있다. 코코넛스무디 망고 스무디는 3천 원대에 즐길 수 있다.
청년 사장이 운영하는 이순신 토스트는 서울역, 대구역 등 기차역에만 들어가는 게 특징이다. 가격은 아메리카노 1,500원, 토스트는 2천~3천 원으로 갈 길 바쁜 승객들이 잠시 멈추고 가벼운 식사를 하는 데는 제격이다.
대한민국 1등 토스트인 이삭 토스트는 가랑비 업종의 원조 격이다. 2008년 가맹사업을 시작한 후 10년이 지났지만, 지속적인 불경기 속에서도 가랑비 업종의 위엄을 자랑하며 2018년 현재 전국적으로 821개의 매장이 운영되고 있다, 가맹점 개설도 꾸준해 2016년 101개, 2017년 74개, 2018년 41개의 매장이 개설됐다.
5평 매장에서 테이크아웃만으로 고수익
강원도의 지역 맛집이 강원대 대표 식품 벤처기업을 만나서 탄생한 ‘33떡볶이’의 경우도
대표적인 가랑비 업종이다. 떡볶이와 중독성있는 맛이 특징인 꼬마 김밥이 주메뉴로 한 줄이 1천 원이다. 대부분 고객들이 3줄 이상을 기본으로 구매하지만 ‘33떡볶이’의 꼬마 김밥은 일반 김밥보다 통통한 데 비해서 가격이 1천 원대로 저렴해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르고 팔린다.
서울 송파구 잠실점의 경우 5평 매장에서 월 4천만~4천5백만 원대 매출을 올린다. 앉을 좌석도 없어 테이크아웃으로만 판매되는 이 매장에는 오후 시간대가 되면 대기 공간 한 편에 마련된 테이블에 붙어서 옹색하게 김밥을 즐기는 고객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잠실점을 비롯해 5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장아연 사장은 “가격부담이 전혀 없어서 불황이라는 걸 전혀 못 느낀다, 오히려 불황이라서 장사가 더 잘되는 것 같다”고 말한다.
33떡볶이 전국 매장 평균 매출은 월 2천만 원이 넘는다. 매장중에는 겨우 2~3평짜리도 있지만, 가랑비 업종의 특성 덕분에 의자,탁자도 없이 안정적인 소득을 올리고 있다.
청년창업자가 운영하는 인천 논현점은 33떡볶이 가맹본부가 매장에서 일하는 청년들에게 대출을 통해 창업을 하게 해주는 드림스토어 프로젝트로 매장을 인수한 사례다. 이 매장은 인근 중심가 상권이 발달하면서 해당 매장이 있는 근린상권은 텅빈 점포가 즐비한 가운데서도 가랑비 업종 특성 덕분에 불황을 모른다.
인수 당시 2천만 원대 초반 매출이었으나 현재는 월 3천만 원대 매출을 바라보고 있다. 해당 매장의 월임대료는 160만 원, 원가율은 35%로 이 매장의 청년 사장은 연봉 1억 원의 꿈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가랑비 업종 창업전략, 경영 전략
‘메가엠지씨 커피’나 ‘더벤티’는 불황 덕을 본 커피 브랜드이다.
메가엠지씨 커피는 투 샷 빅사이즈 커피를 1천5백 원대에 판매하면서 문턱을 낮춘 대신 기호성 음료를 다양하게 개발하고 가격대를 높이는 ‘가랑비’전략으로 고객들의 마음을 훔쳤다. 두 브랜드는 최근 2~3년 사이에 창업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특히 메가엠지씨 커피는 2017년 146개, 2018년 218개를 개설해 최고의 히트 업종으로 자리 잡았다.
디플레이션 시대에는 소비에 대한 부담을 없애야 한다. 그러자면 가격이 저렴해서 소비자들이 쉽게 지갑을 열 수 있는 푼돈 장사가 좋다. 가랑비 업종으로 성공하려면 어떤 조건이어야할까?
첫째 진입 가격이 저렴해야 한다. 고객들의 지갑을 부담 없이 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격이 저렴하다고 무조건 가랑비 업종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두 번째 조건은 구매 주기가 짧은 상품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일상적으로 자주 소비되는 품목이라야만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르는 지속적인 소비로 높은 매출을 기대할 수 있다. 셋째, 원가율이 낮아야 한다.
가랑비 업종들은 판매가격이 낮아서 많이 팔아도 매출을 높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 판매 가격이 높은 업종들의 경우 장사가 잘되면 5천만 원에서 많으면 월 1억 원도 넘는 매출을 올릴 수 있다. 반면, 가랑비 업종들은 판매가가 낮아서 최고 매출이 높지 않다. 월 2천만~4천만 원대만 돼도 고객이 넘쳐나게 된다. 그 때문에 낮은 매출에서 인건비 월임대료 등 고정비를 부담하려면 원재료비 부담이 적어야 한다.
넷째, 객단가를 높여주는 상품이 보완되어야 한다. 싼 것만 많이 파는 일은 너무 피곤하다. 진입 가격은 낮아도 전체적으로 객단가를 높이는 보완 상품이 필요하다.
다섯째, 운영이 간편해야 한다. 메뉴 수가 적어도 주방이 복잡할 수 있고 메뉴가짓수가 많아도 음식재료나 조리 호환성이 높아서 운영이 간단할 수도 있다. 주방 동선 등이 꼬이지 않고 간편한 구조인지 확인해야 한다. 가랑비 업종은 업무 난이도가 높을 수 있어 가족의 도움을 받아 운영하면 금상첨화이다.
타인을 직원으로 채용할 경우 업무 강도를 고려해서 직원들의 동기를 유발하는 제도를 두는 게 좋다.
여섯째, 품질, 청결, 서비스(Q,S,C)를 갖춰야 한다. 가랑비 업종이라고 ‘싼 게 비지떡’ 인상을 주면 그저 그런 싸구려 식당이 되어 버린다. 끝이다. 싸지만 가성비가 물씬 느껴지는 품질과 청결 정성이 있어야 연봉 1억 원의 꿈을 이룰 수 있다. 장사가 잘되는 매장들은 위생과 청결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손님이 많고 몸이 피곤하다 보면 자칫 위생 관리에 소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곱째, 가랑비 업종은 업무 난이도가 높을 수 있어 가족의 도움을 받아 운영하면 금상첨화이다. 타인을 직원으로 채용할 경우 업무 강도를 고려해서 직원들의 동기를 유발하는 제도를 두는 게 좋다. 여덟째, 유동 인구가 많은 입지일수록 유리하다. 가랑비 업종은 오가며 부담 없이 구매하는 게 특징이므로 매장 앞 유동 인구가 많아 매장 입점률과 구매율을 높여야 한다. 상권이 좋아도 입지가 나쁘면 안 된다.
유동 인구가 적은 곳에 점포를 얻는다면 가랑비 업종의 이점을 살리는데 한계가 있다. 이럴 때는 1만 원대 이상 배달 메뉴를 개발해서 배달 마케팅을 강화해야 한다.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연봉 1억 원의 꿈이 가능한 업종이더라도 상권 입지가 나쁜 곳에 가맹점을 출점시키면 해당 가맹점 주가 연봉 1억 원의 꿈을 이루기는 어렵다. 단, 입지가 좋다고 임대료가 지나치게 비싼 곳에 들어가는 것도 금물이다. 판매 단가가 낮아서 매출이 조금만 흔들리면 고정비 부담으로 경영이 힘들어질 수 있다. 임대료가 적당하고 장사도 잘되는 매장이 있을까? 얼마든지 있다. 열심히 찾아야 한다.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소장
저서: 『CEO의탄생』『이경희 소장의 2020창업트렌드』『내 사업을 한다는 것』外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