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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 손잡이를 달아드립니다
신용경제 2017-06-05 09:11:19

 

해마다 증가하는 노인 낙상 사고. 이로 인한 개인적·사회적 비용은 날로 증가하고 있지만 아직도 사고 예방의 필요성을 인지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낙상사고 예방을 위해 각종 캠페인과 교육은 물론, 안전 손잡이 설치까지 나선 사회적 기업 ‘해피에이징’의 권경혁 대표를 만났다.

 

전혀 다른 길
단란한 가정의 가장이자 능력 있는 직장인으로 남부럽지 않게 살던 그가 낙상예방사업을 시작하게 된 건 예기치 못했던 어머니의 사고와 갑작스러운 죽음 때문이었다. 그 사고는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흔들어놓았다.
“3년 전에 어머니께서 교통사고로 돌아가셨어요. 그런데 돌아가시기 약 6개월 전 이맘때쯤, 화장실에서 낙상사고를 당하시고, 팔목 골절이 됐었죠. 3개월 정도 깁스를 하고 치유되는 과정에서도 작은 사고들이 있었어요. 당시엔 잘 몰랐었는데, 모든 건 이미 시작된거 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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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늘 괜찮다고, 다 나았다고 하셨고, 외관상으로도 아무 문제가 없어 보여 정말 괜찮으신 줄만 알았다. 바쁜 생활 속에 어쩌면 스스로 그렇게 믿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머니는 이미 사고 이전부터 노화가 진행되면서 인지능력이 떨어진 상태였고, 그 결과가 낙상사고로 나타났다는 것을 뒤늦게야 깨달았다. 낙상사고 6개월 후, 사고 후유증으로 고생하시던 어머니는 어느 날 아침, 운동을 나가셨다가 음주운전 뺑소니를 당하셨고 그대로 생을 마감하셨다.

“어머니는 늘 괜찮은 줄 알았어요. 염려하지 말라며 오히려 저를 걱정하셨으니까요. 그래서 갑작스러운 어머니의 죽음은 제게 큰 충격이었습니다. 하는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효도는 차일피일 미루기만 했는데, 갑자기 그렇게 돌아가시고 나니 어머니에 대한 죄송함과 죄책감이 무척 컸습니다.”
어머니의 사고로 괴로움에 시달리던 그는, 낙상사고의 위험성과 예방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고, 이에 노년학을 비롯한 다양한 책과 논문을 읽으면서 진지하게 공부를 시작했다.
“제가 원래 하던 일은 시장조사였어요. 이쪽 분야로는 경력도 있고 자신있었기에 관련 창업을 준비하고 있었죠. 그러다 어머니의 사고를 계기로 목표를 바꿨습니다. 공부를 하면 할수록 노인 낙상예방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절감했거든요. 굉장히 중요한 부분임에도 우리 사회에서는 간헐적이고 단편적인 교육을 하는 데 그치고 있다는 게 무척 안타까웠고, 낙상예방을 위해 누구라도 나서야 할 때라고 생각했습니다.”

어머니에 대한 미안함으로 시작한 일이었기에, 처음엔 “비슷한 노인 100분만 돕자” 는 목표로 뛰어들었다. 낙상예방 교육과 캠페인은 물론, 사고를 예방하는 보조용품을 공급하는 ‘낙상예방5678’이 그 시작이었다. 2016년 사회적기업육성사업 모집에 채택되면서 받은 지원금 3천만 원과, 크라우드펀딩으로 모은 돈은 사업의 발판이 되었고, 처음 그가 목표했던 대로 100명의 독거노인에게 낙상예방 손잡이를 무료로 설치해드릴 수 있었다.
“안전 손잡이가 없을 땐 필요성을 잘 몰라요. 그래서 처음엔 무료로 설치해 드린다고 해도 많은 분들은 필요 없다고 손사래를 치셨죠. 그런데 설치하고 1년쯤 지난후에는 정말 편하다고, 없으면 안 되겠다며 현관 앞에도 설치해 달라고 먼저 연락이 오더군요(웃음).”

 

직접 부딪히고 발로 뛰다
낙상예방 사업을 시작하고 안전 손잡이를 제조할 공장을 찾아다니는 일도 권 대표가 직접 나섰다. 수소문 끝에 대구에 있는 제조업체 대표를 찾아갔고, 좋은 일을 한다는 취재에 공감한 그는 저렴한 가격에 물건을 만들어 주었다.
“이런 제품들이 시중에도 나와 있지만 꽤 비싸요. 가격이 비싼 가장 큰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때문이죠. 거동을 못 하는 어른들은 일정한 심사를 통해 장기요양보험제도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데, 1~5등급의 노인이 전국에 약 40만 명에 달해요. 이 혜택을 받는 분들은 일정 부분 국가에서 지원해주기 때문에 제품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어요. 그러다 보니 제품 자체가 고가로 형성되어 있고, 시장경제와 관계없이 제품가격에 가격 변동이 없죠.”

그러나 장기요양보험제도 혜택을 받지 못하는 노인들은 가격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장기요양등급을 받은 어르신은 40만이지만 실제 장기요양을 신청하시는 분들은 80만 정도라 나머지 40만 어르신들은 제대로 혜택을 못 받게 되는 것.
“장기적으로는 더 많은 노인에게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앞서 말씀드린 이유로 인해 값이 너무 비싸게 형성이 되어 있어요. 그래서 좋은 제품을 보다 저렴하게 만들어 공급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항상 고민하고 있습니다.”
한편, 해피에이징에서는 낙상예방 교육 및 캠페인을 병행하고 있다. 실제로는 제품을 생산하는 궁극적 목적이 이같은 교육 활동을 더욱 활발히 이어가기 위한 것이다.
“기업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저희도 일정 수익이 필요하죠. 그러나 주목적은 판매를 통해 얻은 수입으로 더 활발한 교육활동과 캠페인을 하는 것입니다.”
현재 서울노인복지관협회와 MOU를 맺어 열두 곳의 복지관과 열다섯 곳의 경로당에서 주기적으로 낙상예방 교육을 하고 있다. 교육을 통해 낙상예방의 중요성을 알리고 어르신들이 어느 정도 노화가 진행되었는지 낙상예방 측정도 해 드린다.
“낙상예방을 위한 지침서를 만들었는데, 거기엔 낙상예방을 측정하는 방법과 예방법이 소개되어 있어요. 미국의 낙상협회에서 개발한 방법이죠. 경로당에 가서 측정해보면 4~50% 어르신들이 7점 이하로 나오는데, 그건 곧 1년 이내에 낙상사고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권 대표는 나이가 들면서 발생하는 수많은 질병보다 더 무서운 게 바로 낙상사고와 그에 따른 후유증이라고 강조한다. 통계에 따르면 낙상사고로 인해 1년 이내에 사망에 이르는 확률은 25%에 이르며, 25%만이 이전수준이 건강을 회복한다는 것. 나머지 50%는 후유증으로 보행수준이 떨어지게 되는데, 그로 인해 지팡이를 짚고 다니거나 실버카와 휠체어에 의지하게 된다.
“건강복지나 사회적 비용 면에서 볼 때, 이것은 예방하고 관리하면 개인은 물론 사회적으로도 꼭 필요한 활동이라는 것을 말씀드려요. 계속 병원 신세를 지다 보면 몸과 마음이 지쳐 행복하지 않은 노후를 보내게 될 확률이 높아지니까요.”

 

낙상예방, 모두의 관심이 필요한 때

겨울철 눈이 많이 내리면 자녀들은 부모님께 전화해 “위험하니 밖에 나가지 말고 집에만 계시라”고 신신당부를 하곤 한다.
낙상예방에 대한 지식이 없기 때문에 그저 ‘가만히 계시라’는 게 부모님께 드리는 당부의 전부다. 권 대표는 “바로 이것이 문제”라고 말한다.
“집에서 가만히 있는 건 예방이 아닙니다. 어떻게 예방해야 하는지 정확히 알아야 해요. 딱 두 가지입니다. 첫째로는 평소에 노인들이 다리근력 운동을 많이 하셔야 해요. 특히 낙상문제는 여성 어르신들의 문제예요.
남자 어르신들은 다리에 근육이 남아 있어 크게 심각하진 않은데, 여성분들은 나이가 들면서, 특히 폐경기 이후에 근육이 약해지고 급격하게 골밀도가 떨어지거든요. 보행능력이 약해지면 보폭이 줄어 종종걸음으로 걷게 되는데, 보폭의 높이가 낮아지니 걸림돌이나 계단에서 걸려 넘어지게 되죠. 그래서 다리 근력을 강화시키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또 하나, 노화가 오면 기존의 환경들도 위험요소가 될 수 있어요. 그래서 문지방 같은 것들은 최대한 제거하고 물 묻은 화장실이나 방 안의 미끄러운 장판에는 매트를 깔아 사고를 방지하는 노력이 필요해요. 기본적인 보조용품을 갖춰놓는 것은 사고 발생 비용에 비하면 여러모로 합리적이죠.”
“조심하라”는 말 한마디보다 운동을 통해 적극적으로 관리하라고 일러드리는 게 예방에 더 중요하다는 권 대표는 어르신들이 스스로 낙상사고와 적극적으로 맞서 싸우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노인 관련 단체나 관계자들은 낙상예방에 대한 공감대가 있는 반면, 정작 어르신들은 그 중요성을 아직도 잘 모르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실제로 낙상예방 손잡이를 무료로 설치해 드리기 위해 경로당을 찾아가도 무조건 거부하시는가 하면, 자녀가 직접 주문해 손잡이를 설치하러 갔음에도 어르신께서 극구 반대하시는 경우도 있었다고.
“노인들께서는 본능적으로 이런 걸 설치하는 데 대한 거부감이 있어요. 내가 약한 존재라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거예요. 기증한다고 해도 그냥 가져가라고 하시기도 하고요. 초반엔 그런 걸 설득할 때가 가장 힘들었습니다.”
노인보다 더 낙상예방의 심각성을 모르는 건 자녀들이다. 부모님께 용돈을 드리거나 맛있는 것을 사 드리는 것도 좋지만, 어르신들에게 일어날 수 있는 크고 작은 사고를 미리 예방하고 준비하는데 대해 관심을 기울이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다고 권 대표는 강조한다.
“궁극적으로는 부모님을 위한 것이지만 사고가 나면 간병부터 치료비까지 자녀들의 부담도 큽니다. 지금도 낙상예방에 대한 지식이 있거나 필요성을 인지하신 분들은 먼저 연락하거나 찾으시는데, 정말 현명하신 거예요. 저는 그걸 몰랐기에 오랫동안 힘들었고 뼈저린 후회도 했지만 이미 일어난 사고는 돌이킬 수 없잖아요. 자녀들이 먼저 생각해야 할 부분입니다.”
지금도 지방의 여러 기관에서는 낙상예방의 취지를 이해하고 필요성을 절감해 교육과 캠페인을 요청해 오지만, 현재는 정기적이고 체계적으로 서비스할 준비가 안되어 여건상 서울시 내에서만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는 권 대표.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이 사업을 전국으로 확장해서 더 많은 분들께 교육을 해 드리는 것이 그의 목표란다. 안전을 책임지는 손잡이처럼 대한민국 노인의 건강한 노후를 지켜주는 든든한 동반자로 해피에이징이 함께하길 기대해본다.

 

 

권성희 기자 song@mcredi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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