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많이 본 뉴스
등록된 기사가 없습니다.
광고모집중
광고모집중
광고모집중
광고모집중
광고모집중
바라보다 담아내다 선물하다
신용경제 2017-06-05 09:34:57

 

‘셀카’, ‘인증샷’ 등의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로 우리는 일상에서 사진을 쉽게 찍을 수 있다. 하지만 복지 사각지대에선 여전히 사진을 접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많다. 이처럼 쉽게 사진촬영을 할 수 없는 이들을 위해 비영리 단체 바라봄 사진관은 그들의 시간을 담아내어 소중한 추억을 선사한다.

 

cats.jpg

 

프레임으로 세상을 바라보다
“사진을 전공이나 업으로 하진 않았지만, 지금은 전공이 되고 업이 되어 필요한 곳에 찾아가 사진을 찍어드리고, 비영리 단체 바라봄 사진관을 운영하는 사람입니다.”
간결하게 자신을 소개한 바라봄 사진관 나종민 대표. 그의 말마따나 사진과는 거리가 먼 IT업체에서 일했던 나 대표가 회사를 그만두고 사진을 시작한 배경은 무엇일까.
“처음엔 제 일에 정말 열정적이었어요. 그 원동력은 생계수단과 일을 통한 가치 실현이라는 두 가지 목적에 있었죠.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보람과 가치는 잃게 되었고, 그저 돈버는것만이 직장이고 생활이라는 것에서 탈피하기 위해 퇴사하게 되었습니다.”
남부럽지 않은 직장생활을 했지만, 어느 순간 매너리즘에 빠지게 되었고 그 길로 회사를 나왔다. 하지만 당시엔 사진으로 사회공헌을 해야겠다는 거창한 목표나 계획은 전혀 없었다고.
“회사를 그만두고 나서 여유시간이 생겨뭘 할까 고민하다 평소 좋아했던 사진을 시작하게 됐어요. 예전부터 놀러 다니면서 사진 찍는 건 좋아했지만, 딱히 배웠다거나 전문적인 기술이 있진 않았죠.”
처음엔 단순 취미 목적으로 사진을 찍었지만, 은퇴자들을 위해 제2의 인생을 교육하는 희망제작소 행복설계아카데미를 통해 재능기부를 알게 되었고 그렇게 사진과 봉사를 연결시키게 되었다.
“사회공헌은 예전부터 생각하고 있었어요. 요즘 흔히 말하는 금수저, 은수저는 아니지만 평범한 집에서 잘 자라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해 회사에 다니고 가정을 꾸리며 살게 된 건 사회가 어느 정도 뒷받침이 됐다고 봐요. 그래서 언젠가는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길이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죠.”
그는 사진을 통해 마음속으로 생각만 했던 봉사활동을 시작할 수 있었다. 사진과 사회공헌이 접목된 일을 하나둘 진행했고 이는 사진관 운영으로까지 확장되었다. 어느 하나 의도한 바 없이 자연스럽게 이어진 것이다.
“보통 사진으로 재능기부를 하는 분들은 개인인데, 혼자서 할 수 있는 활동은 제한적이기 때문에 주로 장수 사진을 찍어드려요. 그런데 저는 사진관을 운영하면서 개인이 아닌 단체로 활동하기 때문에 이를 활용하여 다양하고 광범위한 형태의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죠.”
현재 바라봄 사진관은 비장애인 가족이 사진관에서 비용을 내고 가족사진을 찍으면 이를 통해 장애인 가족의 가족사진을 무료로 찍어주는 ‘1+1 사회공헌’을 비롯해 지방이나 사진을 접하기 어려운 시설에 방문해 사진을 찍어주는 ‘사진유랑단’도 진행 중이다. 특히 가장 눈에 띄는 프로젝트는 한달에 한 가족씩 신청을 받아 무료로 사진을 찍어주는 ‘오로라 프로젝트’다.

“매달 한 가족을 선정해 사진을 찍어드리는데 사진 외에도 근처 헤어숍, 레스토랑과 연계해 머리를 손질해주고 식사를 하실 수 있게 해드려요. 여기에 덧붙여 집안을 케어해주는 회사와 함께해 사진을 찍는 동안 새집증후군이라든가 집안 환경 문제를 개선해주죠. 하루 동안 선물을 주는 느낌이라 ‘선물 같은 하루’라고도 불러요.”
이외에도 매주 목요일, 대학생과 취업준비생을 대상으로 이력서 사진을 찍어주는 열린 사진관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헤어숍에서 5천 원에 머리를 할 수 있고 정장을 무료로 빌려주며 사진을 찍고 보정하는 데 5천 원, 단돈 만 원이면 고퀄리티의 이력서 사진을 받을 수 있다. 이런 여러 가지 활동 탓에 그의 스케줄 표는 수많은 일정으로 빼곡하다. 하지만 바쁜 일정속에서도 그는 일 년에 두 번은 해외로 떠난다.
“일 년에 두 번 정도 해외를 가는 건 사진유랑단의 손길이 광범위하게 넓어졌다고보면 돼요. 캄보디아, 필리핀, 미얀마, 중국 등을 계속 다니고 있고 이번엔 네팔에 다녀왔죠. 공정무역커피와 연계해 아름다운 커피를 생산하는 커피조합마을이자 동시에 2년 전 지진으로 가장 피해가 심했던 지역을 방문해 사진을 찍어 선물했어요. 사진촬영을 할 때 아이들과 교감하고 액자를 받았을 때 즐거워하는 표정들을 바라보면 그 감동이 몇 배로 다가오죠.”
해외뿐 아니라 국내 활동에서도 그에게 잊지 못할 순간이 있다. 지난해 11월, 그는 국회에서 ‘층판상 어린선’을 앓는 환아를 위한 사진전을 열었다. 층판상 어린선은 온몸이 두껍고 단단한 각질화된 피부로 덮여 있는 난치성 피부질환으로, 오로라 프로젝트에서 선정된 한 가족으로 인해 처음 알게 되었다.
“프로젝트를 통해 층판상 어린선을 앓고 있는 아이의 가족사진을 찍게 됐어요. 아이의 외할머니, 외할아버지는 청각 장애인이셨죠. 조금은 힘들 수 있는 상황인데도 사진을 찍을 때 굉장히 밝은 모습을 보여줬고 그 모습을 통해 희망을 느꼈죠. 그 후 같은 병을 앓고 있는 가족들의 사진을 찍어 병을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되도록 전시회를 열었어요.”
장애 등급을 받기 위해선 환자 수를 비롯한 복잡한 법적인 조항이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많이 알려지지 않은 희귀난치성 질환 층판상 어린선의 환자들은 지원은커녕 장애 등급조차 받을 수 없다. 그렇기에 전시회는 특별히 국회에서 진행되었다.
“질환에 대한 법제화가 되길 바라는 의미도 있지만, 더 큰 뜻은 앞으로 아이가 세상 밖으로 나왔을 때 사회가 아이의 병에 대해 알아주고 따뜻하게 바라봐주길 바라는 데 있었어요.”

그의 진심 어린 마음을 안 것일까. 아이는 그 후 용돈을 모은 저금통과 함께 사진관을 다시 찾아왔다. 다른 어려운 사람을 돕는 데에 써달라는 작고 소중한 마음은 여전히 바라봄 사진관 한편에 자리 잡아 그 빛을 내고 있다.

 

추억을 선물하다
“사진을 찍을 때 찍히는 사람이 즐거운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진의 주인공은 찍히는 사람이잖아요. 보통 사진의 결과물을 보지만, 저는 찍히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죠. 훗날 사진을 볼때 당시에 얼마나 즐거웠는지를 기억한다면 그 의미가 더 크지 않을까요?”
사진관에 왔을 때의 즐거운 기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 대표는 1+1 사회공헌으로 가족사진을 촬영한 한 비장애인 가족의 촬영기를 예로 들었다.
“딸 둘하고 엄마아빠가 같이 사진을 찍으러 왔는데 막내딸이 사진에 관심이 있었어요. 전공을 하거나 경험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조명을 비롯한 모든 세팅을 한 뒤 아이에게 부모님 사진을 찍어보라고 했죠. 엄마아빠가 앉아있고 딸이 사진을 찍는 그 순간이 얼마나 추억이 되겠어요. 부모 입장에선 자녀가 찍어준 사진으로, 딸의 입장에선 본인이 직접 찍은 부모님의 사진으로 의미가 남다르겠죠.”
우리가 인물사진을 볼 때 흔히 조명이 좋다, 테크닉이 좋다는 말이 아닌 표정이 좋다고 표현한다. 그리고 그런 표정은 찍는 사람과 찍히는 사람이 서로 공감하고 교감할 때 나오는 편안하고 즐거운 표정이다. 이는 사진에는 기술뿐만 아니라 감성이 더해져야 함을 뜻한다. 사랑하는 사람이찍어준 사진이 제일 예쁘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사람들에게 추억을 선물하는 지금, 회사를 그만둔 일을 전혀 후회하지않아요. 돈과 명예는 누구의 강요에 의해서도 아닌 저 스스로 버린 것이기에 다시 탐할 이유가 없죠. 물론 지금의 저도 욕심은 있어요. 사회를 위해 힘쓰는 사람들과 같이 어울려 살고 사회가 조금 더 바뀌길 원하죠.”
자신만을 위한 것이 아닌 남들이 공감해주는 욕심을 내기에 다른 이들에게 응원받는 나종민 대표. 혹자는 그런 그에게 돈을 많이 벌어놔서 그런얘기를 할 수 있다고 하지만 억만장자라 한들 모두 그와 같은 행동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또 사회공헌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도 그가 활동하는 데에 중요하게 작용한다.
“바라봄 사진관을 운영하면서 비영리 단체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켜 왔어요. 예전엔 비영리라고 하면 모두 무료 재능기부였죠. 그런데 지금은 정당한 대가를 받고 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어느 정도 생겼어요. 사실 비용을 지급해야 그 단체도 유지가 되고 퀄리티도 그만큼 향상되죠.”
꽤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조금씩 인식이 바뀌어 가도록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낸 바라봄 사진관 덕에 이제는 비영리 단체에 합당한 비용을 치르고 사진을 찍는다는 요청이 제법 생겼다.
“지금은 수요가 많이 생겼고 그만큼 일이 많아져 조금 정신이 없어요. 사실 수요를 공급할 사진작가들은 많은데 너무 저가로 취급되고 있어 문제죠.”
사진학과를 졸업한 이들은 수도 없이 많고 사진을 잘 찍는 사람도 아주 많지만, 수요와 공급의 매치가 잘 되지 않음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그래서 그 수요와 공급을 매치시키는 역할을 하는 일종의 플랫폼 허브를 계획 중이라고.
“비영리 쪽에서 수요를 많이 받아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젊은 친구들이나 나이가 들어 현직에서 물러난 사진작가들과 매치시킬 예정이에요. 예를 들어 비영리 쪽에서 잡지를 만든다고 하면 당연히 사진이 필요할 테고 그럼 저희가 사진작가들과 매치해주는 거죠. 물론 단기간 내에 쉽게 이뤄지진 않겠지만, 이후 안정적으로 매치가 이뤄지게 되면 사진가들은 돈을 벌 수 있고 재능기부도 할 수 있으니 나름 괜찮은 모델 아닌가요?(웃음)”
사진을 통해 여러 가지 사회공헌을 진행하면서도 보다 안정적인 수요와 공급을 위해 새로운 계획도 구상 중인 나종민 대표. 카메라의 빛을 통해 세상에 빛을 밝히고 그 빛을 따라가는 그와 바라봄 사진관이 있기에 앞으로도 변함없이 우리 사회에 따뜻하고 밝은 빛이 비치리라 믿는다.

 

 

진유정 기자 jin_yj@mcredit.co.kr

디지털여기에 news@yeogie.com <저작권자 @ 여기에. 무단전재 -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