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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로 마이 티처 오미요리연구소 김민선 대표
신용경제 2017-08-03 16:20:24

 

 

오후 한 시, 제기동 약령시장 골목 안에서 맛있는 냄새가 솔솔 퍼져 나온다.
김치찌개, 떡볶이, 잡채 등 먹음직스런 한식으로 진수성찬이 차려진 이곳엔 놀랍게도 외국인들이 요리 중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 맑은 미소로 레시피를 설명하는 오미요리연구소 김민선 대표가 있다.

 

 

우리들의 향긋한 시간
“오미요리연구소는 2014년 한국관광공사가 주관한 ‘창조관광공모전’에서 수상하면서 시작됐어요. 한국으로 여행 온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전통시장 투어와 한국 가정식 요리 수업을 제공하죠.”
국제통상학과를 전공한 김민선 대표는 졸업 후 평소 관심있던 외식 파트 쪽을 지원했고 그렇게 음식과 가까워졌다.
흥미 있었던 한식 외식 분야의 일은 즐거웠지만, 쉴 틈 없이 바쁜 업무는 그녀를 지치게 했다. 몸도 마음도 휴식이 필요해진 그는 그길로 1년여를 쉬게 되었다.
“쉬는 동안 여행을 많이 다녔는데 특히 해외여행에 가서 제가 꼭 하게 되는 게 쿠킹 클래스나 그 나라 음식 체험이었죠. 아무래도 일했던 분야와 관심사가 그쪽이었으니까요. 그러던 중 문득 ‘우리나라에도 이런 체험이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죠.”
한국에 돌아왔을 때 마침 진행되던 공모전에 지원하게 되었고 장려상을 받은 후 약간의 지원금으로 스튜디오를 오픈했다. 본래 창업에 뜻이 있진 않았지만, 대학 생활 중 창업 공모전에 참여했던 경험 덕에 수월하게 창업 계획서를 작성할 수 있었단다.
“말레이시아 여행 당시 참여했던 쿠킹 클래스에서 영감을 많이 받았어요. 전통시장에서 같이 장을 보고 요리하는 프로그램이었죠.”
그렇게 관광벤처 예비 기업으로 발을 뗀 오미요리연구소는 지난해 관광벤처기업으로 인증받았다. 월요일은 삼계탕, 화요일엔 김치찌개 등 요일별 메인 요리를 중심으로 해물파전이나 잡채 등 그 외에 음식이 계절에 따라 나란히 식탁에 오른다.
“처음에는 외국인 관광객이 가장 좋아할 거 같은 불고기나 비빔밥을 메뉴로 정했는데 지금은 여름엔 팥빙수를 넣는다든지 이전에 참여했던 분들께서 선호했던 것들로 계속 수정하고 있어요. 앞으로도 메뉴는 계속 변화될 예정이죠.”
다양한 한식에 더해, 보통 외국인을 상대로 요리를 하다 보면 그들의 입맛을 고려하게 되는 법인데 그녀는 자신의 입맛에 맞춘다는 점이 특별하다. 매운 정도는 개개인이 고춧가루나 양념장을 더하고 덜한 방식으로 맞출 수 있지만, 기본 베이스는 한국인 입맛인 셈이다.

“대부분 여길 찾아오시는 분들은 한국 음식을 좋아하시기 때문에 맛에 대한 문제는 없어요. 가끔 반찬투정이 심한 어린이의 경우 잘 못 먹기도 하지만, 그런 친구들도 본인이 직접 만들었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더 먹어보려고 하죠.”
찾는 이들이 많아 예약이 꽉 찰 정도인 지금과 달리, 초창기엔 클래스 참여자가 한 달에 한 명 있을 정도로 적었다고한다. 이에 김민선 대표는 오미요리연구소를 알리기 위해 직접 국내 게스트하우스에 방문해 홍보에 나섰다. 그 후 프로그램을 체험한 손님들이 높은 만족도로 좋은 리뷰를 써주고 주변 사람들을 데리고 재방문하면서 입소문이 났다고

“초반엔 영미권에서 관심이 많았어요. 요즘은 중화권 관광객들이 부쩍 늘었죠. 제가 대학 시절 중국으로 어학연수를 다녀와서 수업을 진행할 땐 영어와 중국어를 함께 사용해요. 그래서 더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는 거 같아 뿌듯하죠.”
언어 외에 그녀가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참여자의 알레르기 유무와 종교, 그 나라의 문화이다. 예약을 진행할 때 이에 관련된 정보를 미리 알아본 후 상황에 맞게 메뉴나 설명을 조금씩 바꾸기도 한다.
“제가 말한 내용이 그분들에게 무례한 부분이 될 수도 있기도 하고 문화적으로도 재료나 음식에 대해 민감한 사항이 있을 수 있어요. 예를 들어 한국사람 같은 경우 산 낙지가 신선한 재료이고 죽은 낙지를 쓰면 오히려 나쁜 재료를 쓴다고 생각하는데 외국인 입장에서는 동물 학대가 될 수도 있죠.”
문화 차이에서 오는 충돌을 막기 위해 그는 죽은 재료를 사용한다거나 관련된 설명을 하지 않는 등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한다. 이런 배려 외에도 그녀의 수업이 인기 있는 이유가 한 가지 더 있다. 바로 해당 나라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를 활용해 한식을 만들 수 있는 방법도 가르쳐주는 점이다.
“본국에 가서도 한식을 만들어 먹고 싶어 하는 분들을 위해 조금 다른 재료일지라도 비슷한 맛을 낼 수 있는 것들을 알려드려요. 예를 들어, 김치를 만들 때 멸치액젓이 없으면 다른 나라의 피쉬소스를 이용하라고 귀띔을 해주거나, 해물파전을 만들 때 부침가루가 없으면 밀가루에 전분을 살짝 섞어 사용하면 바삭하게 구울 수 있다는 팁을 알려주죠.”

 

 

맛있는 이야기
오미요리연구소가 약령시장에 자리 잡은 후 그녀는 물론, 시장 상인들에게도 변화가 찾아왔다. 매일 외국인 관광객들과 시장에서 장을 보다 보니 상인 중 그를 모르면 간첩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한다고.
“대부분이 저를 아시니까 요리 연구소를 찾는 외국인들이 길을 잃고 있으면 직접 우리 연구소로 데려다주시기도 해요. 항상 오늘은 어느 나라에서 관광객이 오느냐고 물으시고 홍콩 관광객이라고 하면 홍콩의 밤거리 노래를 부르시기도 하죠(웃음). 또 얼마 전에는 러시아 학생들이 왔는데 동태 파시는 분께서 자신이 파는 동태가 러시아에서 온 거라며 고맙다고 인사를 건네 모두에게 기분 좋은 추억거리가 생겼어요.”
약령시장 곳곳을 누비고 다니는 그녀의 영역은 조금 더 확장되어 또 다른 전통시장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시장 측의 권유로 점포 컨설팅을 조금씩 도와주다 보니 시장마다 골목형 시장육성사업, 문화관광 시장육성사업 등 여러 가지 프로젝트 섭외가 들어와 메뉴 개발도 진행한다.
“요청이 들어온 시장의 특성에 맞춰 상인 분과 트렌드 조사, 회의 등을 거쳐 개발 방안을정해요. 지난번엔 고분다리 시장 내에 직접 담근 매실청을 이용한 닭 요리를 파는 가게를 홍보하기 위해 ‘매실 품은 닭’이라는 네이밍을 만들어 드리고, 매실청으로 만든 샐러드 등 새로운 메뉴도 개발해 특화한 사례도 있습니다.”
이외에도 중소기업청과 함께한 ‘나의 두 번째 서울 여행’ 프로젝트는 중국 관광객을 타깃으로, 대부분이 처음 한국에 방문하면 쇼핑 위주로 여행하고 돌아가는 점에 기인해 두 번째 여행 땐 문화체험을 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전통시장 투어에 이야깃거리를 더하고 음식 체험까지 가능한 코스를 함께 만들었다.
“시장 내 된장 가게 아주머니 이야기, 30년 간 시장에서 일하셨던 마늘 가게 아주머니 이야기와 같은 소소한 스토리를 담아 시장에 흥미를 느끼게 계획한 프로젝트였죠. 또지금은 카페가 많이 생겼지만, 당시엔 카페가 거의 없었어요. 그래서 가게마다 손님들에게 차를 내주셨는데 여기서 착안해 관광객들이 왔을 때 차 시음을 할 수 있는 ‘시장다방’이라는 프로젝트를 계획하기도 했죠.”
최근엔 이란 세종학당, 러시아 관광공사, 싱가포르 등 다양한 곳에서 초청받아 한식 수업을 다니기까지 정말 바쁜 일정을 소화하는 그녀지만, 또 다른 일을 계획 중이다.
“작년에 <오미의 한국 가정식 요리교실>이라는 책을 냈어요. 외국인들이 이해하기 쉽게 영어로 설명된 일러스트 그림 요리책인데 펼치고 나니 뿌듯함이 컸죠. 그리고 지금 또 좋은 기회가 생겨 새로운 요리책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오미요리연구소를 다녀간 관광객이 현지에서 만드는 한식 요리를 주제로, 5개 국가 사람들과 김민선 대표가 함께하는 일명 ‘세계에서 쓰는 한국요리’ 책이다. 현재 일본의 70대 할아버지, 홍콩의 푸드스타일리스트, 인도네시아의 주부, 이탈리아와 영국의 커플과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출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함께 하는 분들께서 제 수업을 들은 후 본국에서 다시 그요리를 만들어 사진으로 보내주셨고 그걸 제가 SNS에 올리면서 출판사에서 관심을 보였어요. 그래서 같이 출판을 하는 계기가 됐죠. 준비할 땐 각자의 언어를 사용하고 출판은 영어로 하게 될 예정이에요.”
외국인을 위한 한식 요리책 외에도 대만의 한 회사는 직원을 파견해 밑반찬부터 한국 음식 기본을 배워 현지에서 가게를 오픈했고, 탄자니아의 모 호텔은 셰프 1명을 보내 2주일 가량 요리를 익힐 예정이다. 이처럼 그녀가 전파하는 한식은 전 세계로 뻗어가는 중이지만, 그럼에도 그녀의 꿈은 소박하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작은 규모로 외국인 관광객들이 한국 음식을 재밌게 체험하고 갈 수 있도록 하는 게 제 꿈이에요. 확장할 생각이 없는 건 함께 얘기를 나누며 요리할 수 있는 지금이 딱 좋기 때문이죠.”
변함없이 함께하길 바라는 그녀가 있기에 어느 날 그 누구든 약령시장을 방문해 향긋한 음식 내음을 따라간다면 언제나 그 곳에서 정갈하고 소담한 한식이 가득한 오미요리 연구소와 김민선 대표를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언제나.

 

 

 

진유정 기자 jin_yj@mcredi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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