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A는 지금 고진영 천하 2인자 설움 딛고 당당히 ‘1인자로 우뚝’
골프가이드 2019-09-02 17:07:56

지난 8월 26일(한국시간) 끝난 '캐나다 퍼시픽(CP) 여자오픈'에서 고진영이 우승을 차지했다. 이로써 고진영은 올 시즌에만 4승을 올렸다. CP 여자오픈에서 고진영은 26언더파를 기록하며 자신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고진영이 기록한 26언더파는 CP 여자오픈 최저타 기록으로 2016년 에리야 주타누간이 세웠던 23언더파 265타 기록을 3타 줄인 것이다. 또한 고진영은 이번 대회에서 LPGA 투어 진출 이후 첫 72홀 노보기 플레이로 최근 절정의 샷 감각을 자랑했다. 현재 고진영은 현재 LPGA 투어 상금과 평균타수, 그린 적중률과 올해의 선수 부문 1위를 달리며 LPGA 무대를 평정하고 있다. 2인자의 설움을 이겨낸 고진영은 LPGA투어 2년차에 ‘고진영 전성시대’를 열어 나가고 있다.

 

 

박성현

 

고진영은 아마추어 시절 동갑내기 친구인 김효주와 백규정의 그늘에 가려져 있었다. 프로에 입문한 후에는 박성현에 밀려 대중들의 관심을 크게 끌지 못했다. 그래서일까? 고진영이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메이저대회인 ANA인스퍼레이션 우승을 차지함과 동시에 세계 랭킹 1위에 올랐을 때도 아직 남은 대회가 있었기에 조만간 순위가 바뀔 줄 알았다. 이런 예상은 빗나갔고 현재 고진영의 위상은 하늘과 땅 차이로 달라졌다. 고진영은 현재 세계 랭킹 1위를 비롯해 전 부문 1위, 매 대회 우승 1순위에 꼽힌다. 무엇보다 고무적인 것은 에비앙 챔피언십 우승 이후 그동안 자신을 따라다녔던 2인자 이미지를 탈피한 것이다. 과거 박인비와 비슷한 여제의 카리스마마저 느껴진다. 고진영은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아마추어 시절 가장 큰 벽이었던 동갑내기 김효주와의 우승 경쟁에서 승리했다. 그 결과 프로 데뷔 이후 더 큰 벽이었던 박성현을 밀어내고 세계 랭킹 1위 자리를 되찾았다. 곧바로 이어진 브리티시오픈에선 한국 선수 가운데 유일하게 끝까지 우승 경쟁을 펼쳐 에이스의 면모를 보여줬다. 고진영은 현재 LPGA 투어 상금과 평균 타수, 그린 적중률과 올해의 선수 부문 1위를 달리며 LPGA 무대를 평정하고 있다. 2인자의 설움을 이겨낸 고진영은 LPGA투어 2년 차에 ‘고진영 전성시대’를 열어 나가고 있다.
이런 점에 대해 고진영은 “아직 아쉽고 부족한 부분이 많다”며, “올해 메이저에서 어떤 부분을 채워야 할지를 많이 느꼈고 앞으로 나의 골프가 더 기대된다”며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예견된 고진영 전성시대
사실 올해 고진영의 활약은 예견된 것이나 다름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진영은 지난 2017년 LPGA 공식적으로 진출했다. 첫 진출한 공식 데뷔전인 ISPS 한다 호주여자 오픈에서 고진영은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차지하며 진기록을 기록했다. 이는 67년만에 나온 기록으로 1951년 이스턴오픈에서 우승한 베벌리 핸슨(미국) 이후 처음이고 역대 두번째다. 물론 고진영은 2016년 한국에서 열린 LPGA KEB 하나은행 챔피언십에 출전해 우승한 바 있다. 그러나 이때 고진영은 초청선수 신분으로 출전한 것이다.
대기록 달성에 한 끗 모자랐던 브리티시 여자오픈
고진영의 최근 위상을 보여주는 대회는 바로 브리티시 여자오픈이었다. 고진영은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인 브리티시 여자오픈에서 지금까지 LPGA 역사상 단 4명뿐인 ‘한해 메이저 3승’에 도전했다.

 

 

하지만 선두와 2타 차 3위로 대회를 마치며 고진영의 도전은 다음을 기약하게 됐다. 고진영은 브리티시오픈 최종일 세 번째 메이저 우승에 거의 다가갔다. 4타차 공동 4위로 4라운드를 출발한 고진영은 15번 홀까지 공동 선두를 달리며 메이저 3승의 희망을 이어갔다.
고진영은 마지막까지 보기 없이 버디만 6개로 6타를 줄이는 무결점 플레이를 펼쳤다. 그러나 일본의 21살 신예 시부노의 돌풍을 막지 못했다. 시부노 히나코는 마지막 18번 홀에서 6m 버디 퍼트에 성공하며 미국의 살라스를 1타 차로 제치고 극적으로 ‘메이저 여왕’에 올랐다.
올해 일본 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신인인 시부노는 일본 이외 지역에서 열린 대회에서 처음 출전해 우승하는 이변을 일으켰다. 일본 선수가 메이저 정상에 오른 건 42년 만이다. 고진영은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고진영은 “한 해에 메이저 3승 도전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감사하다. 조금 아쉬움은 있지만 다른 선수가 더 잘해서 우승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진영, 한국 선수 세 번째로 ‘애니카 메이저 어워드’ 수상 확정
비록 한해 메이저 3승 도전은 무산됐지만, 고진영은 올해 메이저 대회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낸 선수에게 주어지는 ‘애니카 메이저 어워드 수상’을 확정지었다. 이상은 LPGA투어 5개 메이저 대회 성적을 합산해 가장 좋은 성적의 선수가 받는 상이다. 한국 선수로는 2015
년 박인비, 2017년 유소연에 이어 세 번째 수상자가 됐다. 고진영은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인 4월 ANA인스퍼레이션과 7월 에비앙 챔피언십 우승으로 유일하게 메이저 2승을 거뒀다.
고진영은 “한국 투어에서 활동할 때부터 많은 분께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하기엔 부족하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다른 분들의 이야기와 충고를 새겨듣고, 나도 가다듬으면서 열심히 하다 보니 메이저에서 이렇게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다. 이번 상은 제게 매우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고진영이 조력자, 캐디 데이브 브루커
고진영의 활약에는 올해부터 호흡을 맞춘 베테랑 캐디데이브 브루커의 도움을 빼놓을 수 없다. 브루커는 과거 김미현, 박지은, 노승열, 캐나다 교포 이태훈 등의 캐디백을 메 국내 골프팬들에겐 친숙하다. 고진영의 캐디백은 지난 2월부터 멨다. 함께 한 지는 6개월뿐이지만 브루커는 고진영이 좋은 결과를 낼 때마다 자주 입에 오르내린다. 틈날 때마다 고진영이 칭찬을 늘어놓는 이유도 있다. 브리시티 여자오픈 끝난 이후에도 고진영은 “캐디가 이 코스를 잘 알아서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내 샷만 잘하면 된다”고 했다. 그 결과 막판까지 우승 경쟁을 한 끝에 3위에 올랐다. 앞서 시즌 첫 메이저 대회 ANA 인스퍼레이션 땐 2004년 박지은, 2008년 로레나 오초아(멕시코)에 이어 개인 세 번째 이 대회 우승을 도우면서 고진영과 연못에 빠지는 우승 세리머니도 함께 했다.

 

우승 후 고진영과 캐디 브루커가 환호하고 있다

 

고진영은 “(과거 캐디를 맡았던) 박지은 선배의 강력한 추천으로 함께 하게 됐다. 원래부터 명성은 익히 잘 알고 있었다. 객관적이고 냉철하면서도 자신만의 노하우로 일관성을 갖도록 돕고 있다”고 말했다. 그만큼 고진영은 코스 내에서 브루커의 말에 크게 신뢰한다. 에비앙 챔피언십 4라운드 때 브루커는 고진영에게 “마지막 4개 홀에서 리더보드를 보지 말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도 껌을 건네면서 마음의 여유도 찾게끔 했다. 껌을 씹는 모습은 브리티시 여자오픈 4라운드 때도 포착됐다. 지난 4월 KIA 클래식 땐 5m 거리의 버디 퍼트를 놓고 브루커가 고진영에게 즉석에서 ‘치즈버거 내기’를 걸어 소소한 동기 부여도 불어넣었다.
이전까지 결과를 내지 못했던 곳에선 자신감을 찾게 해기어이 결과를 내도록 만들었다. 고진영은 “경기 전 코스를 돌면서 이번 주엔 어떻게, 어떤 식으로 플레이하게 될지 확신을 갖고 조언한다. 전까지 좋은 성적을 거둔 적이 없었던 ANA 인스퍼레이션 땐 대회를 앞두고 ‘이 코스는 오직 너만 잘 칠 수 있는 코스’라고 얘기해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
브루커는 에비앙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를 앞두고선 과거 6년을 함께 했던 오초아를 고진영과 만나게 했다. 통산 27승을 거두는 등 우승 경험이 풍부한 오초아를 만난 것만으로 고진영에겐 큰 힘이 됐다. 고진영은 “캐디덕분에 오초아를 만날 수 있어서 행복했다. 오초아가 ‘버디를 많이 잡으라’ 덕담을 해줬고 ‘그러겠다’고 답했다. 도움이 컸다”고 말했다.
브루커는 지난해 캐디 네트워크에 게재된 인터뷰에서 “가장 격렬한 압박 속에서 감정을 다스리면서 최고 수준에서 경기할 수 있는 프로골퍼들 옆에 캐디로서 직접 목격할 수 있는 건 마법 같은 재능”이라고 말했다. 단순한 조력자를 넘어 고진영 천하를 만들어낸 이 둘의 여정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서로에 대한 만족도도 크다. 브루커는 LPGA와 인터뷰에서 “고진영은 언제나 일관되고 볼 스트라이킹도 인상적이다. 어떤 대회에서든지 우승할 수 있다”며, “일관성과 정확성 면에선 애니카 소렌스탐(스웨덴)과 견줄 만하다”고 치켜세웠다. 이에 고진영은 “실력과 경험, 위트와 여유가 풍부한 사람이다. 그는 만점 캐디”라고 응수했다. 이렇게 서로 덕담과 농담을 주고받는 고진영과 데이브 브루커, 이 둘의 앞으로 여정이 기대된다.

 

 

 

<월간 골프가이드 2019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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