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육의 지방질, 이제는 관심을 가져야 한다 돈육의 지방질, 이제는 관심을 가져야 한다
축산 2016-03-16 14:35:38

정종학 컨설턴트
축산물품질평가원


속성비육 전성시대


국내 양돈산업의 화두는 여전히 생산성, 즉 PSY, MSY, 출하일령 등 양적인 부분에 치우쳐 있다. 유럽의 양돈선진국에 비해 아직도 낮은 생산성으로 인해 대외경쟁력이 낮다는 목소리가 크다. 여기에 소모성질병과 PRRS, FMD 등 대규모 질병 등에 의한 손실도 양돈산업에 짙게 드리워진 어두운 그림자다.
특히 대부분 원료돈의 가격정산이 생체기준으로 이루어지다 보니, 등급판정결과에 대한 관심도가 낮아 1차 등급 대비 2차 등급의 등급하향률에 대한 자료나 정보 등 최종산물의 품질에 대해 무관심한 농가가 의외로 많다. 그래서 등급하향률은 전혀 개의치 않으면서 어쩌다 잠복정소 등에 의한 비거세 판정 발생 시 격분하여 전화하는 사례가 종종 있을 정도다.
상황이 이러하니 돈육의 품질에 관해 이야기하는 사람은 어려운 양돈산업에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 사람쯤으로 치부되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하지만 이제는 쉬쉬하기보다는 드러내 놓고 머리를 맞대고 문제점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사료업계의 비육후기사료 생산라인이 거의 가동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사료업계에서는 농가에서 찾지 않으니 생산을 중단했다는 것이 그 이유이고, 농가는 돼지출하일령이 늦춰지고 생산성이 맞지 않아서 먹이지 않는다, 또는 먹이고 싶어도 비육후기사료가 없다는 것이 그 이유라고들 한다.
필자가 다년간 겪어본 바로는 돼지 육질부분 특히 지방질에 대해 사육농가는 관심조차 없는 것이 현실이고, 육가공업계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있는 업체가 소수에 불과하다. 국내에서 돼지 지방질과 관련된 연구논문이나 관련자료를 구하기도 참 어렵다.
양돈산업은 국내 축산물 생산액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관련연구 특히 육질과 관련된 분야는 그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대신 쇠고기, 돼지고기 등 동물성지방이 심장병과 고혈압, 고지혈증을 일으키는 주범으로 몰아가는 이상한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참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거 문제가 있다?


현장에서는 돼지등급판정을 하다 보면 농가별, 지역별로 차이가 있긴 하지만 지방질이 좋지 못한 돼지들이 의외로 눈에 많이 띈다. “이거 문제가 있다”라고 얘길 했더니 일부에서는 잔반돼지일거라며 일축해버린다.
물론 그들의 주장대로 잔반돼지일수도 있다. 그러나 출하농가 정보를 찾아보면 대부분이 일반 비육돈 생산농가였다.
그렇다면 일반 비육돈 생산농가에서 잔반을 먹여서 출하한 것일까? 왜 현장에서는 문제가 있어 보이는데 정작 당사자들은 문제가 없다고 하는 것인지 그 내막이 궁금해진다.


지방은…


일반적으로 우리가 식육을 통해 섭취하는 지방은 대부분 중성지방이다. 지방은 크게 연지방과 경지방으로 나누며, 일반적으로 희고 단단한 경지방이 좋은 지방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지방산의 조성에 따라 포화지방산(주로 쇠고기, 돼지고기 등의 동물성지방, 코코넛유, 팜유 등 일부 식물성지방)과 불포화지방산(주로 식물성지방, 어패류의 지방)으로 나누어진다. 포화지방산은 실온에서 고체상태로, 불포화지방산은 액체상태로 존재하며, 지방의 불포화도가 높을수록 점도와 녹는점이 낮아지고 굴절률이 높아지며 용해성이 증가하여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것은 육류의 지방이라고 해서 모두 포화지방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포화지방과 불포화지방이 함께 들어 있지만 포화지방의 비율이 약간 더 높은 것뿐이다. 식물성지방도 마찬가지다.


연지방은…


쇠고기나 돼지고기의 육질에 문제가 되는 연지방의 발생 원인으로는 일반적인 견해가 사료 내 식물성지방의 다량 사용, 불포화지방산이 많이 함유된 사료를 급여하거나 고에너지 사료를 장기간 급여했을 경우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견해는 비육후기사료 미급여에서 그 원인을 찾는 경우가 많다.
*참고로 사료를 자가배합하는 농가의 경우 사료의 기호성 개선 및 사료배합 시 먼지발생 감소효과, 그리고 옥수수보다 에너지 단위당 경제성이 높기 때문에 식물성지방을 선호하는 경향이 높다.
연지방의 이화학적 특성은 불포화지방산의 함량이 높아 융점이 낮고 굴절률이 높은 것이다. 현장에서는 도축 후 예냉을 해도 지방이 잘 굳지 않는 경우를 직접 확인해 볼 수 있다.
연지방의 육질 특성은 산화 및 변패가 쉽고 가공육 이용 시 결착력이 결여된다. 또한, 산패에 의한 이취 발생 등으로 풍미저하, 연지방에 의한 흐물흐물한 육조직감 발생 증가, 조리 시 정상육에 비해 육즙손실이 많고 갈비, 삼겹살 등에서 근육과 지방이 분리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성별로는 암퇘지보다 거세돼지가 포화지방산의 함량이 높아 연지방 발생률이 낮게 나타난다고 하는데, 거세 시 암돼지보다 포화지방산의 함량이 높게 되어 요도가는 낮고 지방의 융점이 높아져 연지방 생산이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행 등급판정기준은…


현행 돼지도체 등급판정기준에서는 지방질에 대한 평가 시 그 정도에 따라 체크, 1개 등급하향, 2개 등급하향 등으로 판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 개념 : 지방의 광택, 탄력성, 끈기를 보고 연지방, 분리도 여부를 평가
○ 포인트 : 피하지방층 아래 속지방의 상태를 보고 평가


○ 평가 요령
- 정상지방에 비해 속지방이 탄력성이 없고 단단하지 못하거나, 울퉁불퉁한 정도와 피하지방층과 구분 정도를 보고 연지방 여부를 평가
- 근육과 등지방이 분리되었거나 지방과 지방사이 분리 여부를 평가 
○ 2등급으로 하향조정
- 속지방의 탄력도가 매우 심하게 불량하다고 확연히 인정되는 도체
○ 1개 등급 하향조정
- 속지방이 오돌토돌하거나 흐물흐물하여 탄력도가 떨어지는 도체
- 속지방이 매우 심하게 분리되는 경우 1+등급을 부여하지 않음
○ 체크
- 속지방의 탄력이 약하고 흐물거리는 정도가 경미한 도체



▲ 정상



▲ 체크



▲ 1등급



▲ 2등급


현실은 어떠할까


현실은 일단 농가는 관심이 없다. 왜 그럴까? 이유는 간단하다. 육가공업체에서 별다른 클레임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면 육가공업체에서는 왜 조용한 걸까? 웬만한 육가공업체의 품질관리담당자들에게 지방질은 관심 밖의 사안이기도 하고 지방질보다 더 큰 클레임 요소들에 가려져서 보이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지방질 불량사례


일본의 양돈산업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것들이 많다. 그중에 돈육의 품질에 대한 높은 관심과 열정은 꼭 배워야 할 것이다.
비육돈의 성장이 지체되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젖먹이를 급여하거나 자가배합하면서 지방함량이 높은 쌀겨나 지방을 추가로 첨가해주는 등의 안이한 대처는 이제는 해서는 안 된다. 이런 사양관리는 비단 지방질뿐만 아니라 조직감, 삼겹살 내 떡지방 발생 등 심각한 품질저하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공든 탑도 무너질 수 있다


옛 속담에 ‘공든 탑이 무너지랴’라는 속담이 있다. 과거에는 이 속담이 적절했을지는 몰라도 요즘엔 공들여 쌓은 탑도 하루아침에 무너질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건 사고들이 너무나 많다.
비단 사회현상 속에서 찾지 않더라도 축산현장에서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지금까지 공들여 쌓아온 양돈산업의 기반이 앞으로도 더욱더 다져지고 굳건하게 지켜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양돈산업에서 생산성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결코 아니다. 다만 이제는 그 생산성 위에 품질도 함께 고민해야만 국내 양돈산업이 생존해 나갈 수 있는 길이 있다는 것이다.
향후 컨설팅현장에서 지방질에 대한 논의가 더욱 활발하게 진행되기를 바라며, 서로 머리를 맞대고 그 해법을 찾아 노력하는 모습이 보이기를 기대해본다.


<월간 피그 2016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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