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춘욱 대표이사
(주)건지
지난 6월에 독일과 네덜란드를 방문하여 제품에 대한 교육 및 정보를 입수하고 축산현장을 살펴보는 기회가 주어졌다. 그 현장에서 우리와의 현실적인 차이를 실감하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우리 모두 재고할 필요가 있어 본지를 통해 사실적으로 전달하고자 한다.
1. 독일 WEDA 방문
제일 먼저 방문한 곳은 당사가 한국총판을 맡고 있는 독일의 WEDA 본사이다(그림 1). 3만여명이 살고 있는 지역에 위치한 WEDA는 이 회사가 걸어온 반세기 동안의 역사와 세계적으로 액상급이기의 원조라는 것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면모를 갖추고 있었다.
교육 중에 간간이 돌아본 공장 내부의 모습, 원재료와 제품의 정돈된 모습, 직원들이 한결같이 자신의 일에 열중하는 모습, 액상급이기의 원조답게 모든 제품을 자체적으로 개발·생산하는 모습들과 그러한 결실이 모아져 세계 50여개 국가에 수출하는 글로벌기업으로서의 모습을 제대로 관찰할 수 있었다.
마침 정문에는 이번 교육에 참여하는 나라들의 국기를 게양하는 세심함을 보여주었다. 독일에서 바라본 태극기가 유난히 반갑게 느껴졌다.
2. 액상급이기 제품교육
WEDA 본사에 도착하자마자 교육이 시작되었다. 시차 적응도 안 되고 장시간의 항공피로가 누적되어 있는 마당에 쉴 틈도 없이 교육장에 들이미는 데에는 재간이 없었다.
비싼 항공료와 어려운 시간을 할애하여 참여한 교육이라 소홀히 할 수도 없고, 컴퓨터나 전자에 능한 젊은 친구들과 어울려 교육을 받으려니 속도감은 떨어지고 참으로 진퇴양난이었다. 하지만 어찌하랴! 막고 품는 수밖에….
그동안 피상적으로 알아 왔던 필자의 액상급이기에 대한 지식에는 한계가 있음을 알았다. 특히 포유자돈용 액상급이기에 대한 신제품 교육은 더 이상 필자에게 한가한 틈을 주지 않았다.
이유자돈부터 시작하여 비육돈, 모돈까지 액상급이를 일괄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는 기본상식을 뛰어넘어 분만사에 딸린 포유자돈부터 액상급이를 한다는 것은 정말 새로운 사실이었다. 그 결과 이유자돈의 체중은 물론 이유일령까지 단축시킨다고 전하였다.
이해력을 높이기 위하여 교육장과 전시장을 왕래하며 어떻게든 우리 고객에게 더 많은 정보와 기술을 보급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마치 고시준비를 하는 수험생처럼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동식 포유자돈 액상급이기(그림 3)가 보급되었으나, 이제는 그것조차도 번거로워 아예 일정한 장소에서 포유자돈에 액상사료를 공급하기에 이른 것이다(그림 4).
포유자돈 액상급이기에 설치된 센서를 통하여 자돈수, 일령, 체중 등을 고려하여 사료공급량을 수시로 조절해준다. 심지어 액상사료의 잔량까지 정확히 계량하여 과잉 또는 과소공급을 하지 않도록 처리해준다.
즉, 이제까지 자돈이 태어나면 모돈의 젖과 건식사료를 같이 섭취했으나, 포유자돈 액상급이기가 보급되어 모유와 유사한 액상사료를 공급함으로써 자돈의 스트레스 감소는 물론, 사료허실을 예방한다. 또한, 모돈의 건강에도 기여하게 되어 이유일령을 단축(약 1.5일)시키거나 이유체중을 늘릴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국내에서 액상급이기를 소개하면 “혹시 하절기에 이송관에 사료잔량이 남아 곰팡이 등 독소가 발생하지는 않느냐?”, “동절기에 동파로 인하여 이송관이 터지지 않느냐?”, “제품이 수입품이라 언어에 대한 애로사항이 많지 않느냐?”, “만약 고장이라도 발생하면 A/S는 원활히 받을 수 있느냐?” 등 많은 예상문제는 기우에 불과했음을 이번 기회를 통하여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시스템상으로 앞에서 언급한 모든 문제를 말끔하게 해소되었다. 즉, 이제 언어조차도 우리말로 된 제품 및 매뉴얼을 통하여 거부감없이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실제 유럽에서도 규모화된 농장의 80% 이상은 액상급이기를 사용하고 있다. 중급규모의 농장도 이미 절반 이상이 액상급이기를 사용하고 있다는 강사의 말에 무언가 안타까움이 느껴졌다(그림 6).
가까운 일본만 하더라도 최근에 액상급이기가 다수 설치되고 있다. 특히 이번에 같이 교육에 참여한 베트남 친구의 말을 빌자면 최근 베트남의 대규모 양돈장 2곳에 WEDA의 액상급이기를 설치하고 있다고 한다.
이외에도 액상급이기의 장점은 현재 건식으로 공급되고 있는 배합사료를 물과 섞어서 액상으로만 공급해주어도 10%의 사료비 절감을 가져온다는 사실이다(표 1). 이러한 사실은 최근 국내에서 발표된 액상급이기 세미나에 참석한 액상급이기 사용 농가들을 통해서도 이미 입증된 사실이다. 부산물을 사용하면 심지어 30%까지 사료비를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 공식적인 내용이다.
더불어 모돈에서 정확한 중량의 사료를 개체별로 급이할 수 있다는 것은 현재 우리가 사료량을 체적(부피)으로 공급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전혀 다른 방식으로 모돈의 적정체중을 유지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모돈의 건강증진은 물론 연간 자돈생산량에도 크게 기여함을 볼 수 있다(표 2).
특히 돈사 내 먼지량의 감소는 돼지의 호흡기성 질병 예방에 절대적으로 기여한다. 그리고 관리자도 쾌적한 환경에서 작업할 수 있음에 일석이조가 아닐 수 없다.
3. 독일의 사양성적
교육기간 중 유럽과 한국의 사양성적은 궁금할 수밖에 없는 사안이기에 줄기차게 문의하였다. 필자의 식견으로는 유럽에서도 덴마크, 독일, 네덜란드의 사양성적이 유럽을 대표하고 있기에 말이다.
<표 4>에서는 독일에서의 각각의 일령에 따른 중량을 나타내는데 평균 산자수 16두, 이유일령 28일로 이유두수는 산자수의 10% 감소로 이어진다. 결국 최종 사료요구율(FCR)은 2.7이라고 한다.
PSY 32두, MSY 30.7두로 모돈은 2.35(회전일 147일)회 회전하고 있으며, 독일에서 약 78% 정도의 농장이 28일령에 이유한다고 한다. 다만 최근 돈가의 하락으로 이익이 빈약하여 별로 재미가 없다는 평가이다.
4. 네덜란드 양돈장 방문
독일에서의 액상급이기에 대한 교육일정을 모두 마치고 네덜란드로 이동하여 모돈 1,150두를 일괄사육하는 농장을 방문하게 되었다. 이 농장을 방문하게 된 목적은 액상급이기가 아닌 열교환기(Heat Exchanger)를 확인하고픈 목적이었다.
열교환기란 네덜란드의 Vencomatic Group에서 개발한 제품인데, 갈수록 무창축사화로 발전하는 과정에 입기와 배기를 통한 환기는 필수인데, 이때 배기되는 축사 내부의 열을 입기되는 공기가 예열되어 들어오도록 하는 열 회수장치이다. 최근에야 국제유가의 하락으로 연료값이 많이 내려 체감하지 못하지만 기름 한 방울 나오지 않는 나라에서 에너지는 역시 확실한 돈이다.
열교환기의 열 회수율이 70% 이상이라는 설명에 필자의 농장(육계)에 우선 열교환기 1대를 설치하여 검증하고 있는 중이다. 양돈장, 특히 열에너지를 절대적으로 필요로 하는 분만사나 자돈사에 설치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마침 유럽 양돈장에서 열교환기를 사용하는 농장이 있어 방문하게 된 것이다.
역시 예상했던 대로 농장주는 4,500두를 사육하는 자돈사에 설치한 열교환기(그림 8)에 대하여 극찬하며, 조만간 육성·비육사에도 설치할 계획이라고 전하였다. 이유는 간단하다. 열 회수율이 좋아 에너지(사료비, 난방비 등)의 경제적인 이득은 물론이고 돈사 내에 건조하면서도 청정한 공기를 공급함으로써 먼지 제거 및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여 생산성이 향상되는 보너스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농장주에게 엄청난 실례인 줄 알면서 실내를 확인하지 않고는 믿을 수가 없을 것 같아 큰 양해를 구하고 자돈방 1칸을 구경할 수가 있었다. 역시 농장주의 말대로 실내의 깨끗한 공기는 나무랄 데 없고 냄새조차 거의 느끼지 못할 정도의 쾌적한 환경이었다(그림 9). 다만, 네덜란드에도 악취규제가 심해 이렇게 배출되는 공기는 쿨링패드에 흘러내리는 악취제를 통과하여 외부에 배출되도록 설계되어 있다.
돈사구조 및 사육성적은 슬러리돈사에 열교환기를 설치하여 운영하는 시스템이며, 평균 3.5명이 모돈 1,150두를 일괄사육하면서 188일, 120kg으로 출하한다. 모돈 2.39회/년 회전시키고 출하할 때까지 총 폐사율은 4%(목표치 3.5%), 평균 산자수 15.5두, 이유두수 13두, MSY 29.82두를 기록하고 있다.
좀 더 상세히 설명하자면 외부에서 인입되는 공기가 열교환기를 거치면서 배기되는 열로 예열되어 돈사 내부 통로로 제공된다. 통로에 들어온 공기는 통로의 바닥에 깔린 플라스틱 슬랫을 통과하여 슬러리 피트를 거쳐 자돈방에 공급된다. 아울러 배기되는 공기는 천장에 설치된 배기휀과 덕트를 통하여 열교환기로 들어가 입기되는 찬 공기를 데워주면서 밖으로 배출되는 원리이다(그림 10).
이러한 원리로 50~70%의 열을 회수하여 다시 축사 내부로 공급한다. 제공되는 공기가 건조한 공기라서 축사 내 습도를 낮춰주는 기능이 추가되며, 먼지나 가스가 연속적으로 배출되면서도 축사 내부의 온도편차가 거의 미미하여 청정을 유지하며 에너지를 절감한다는 다목적의 결과를 도출해 내고 있었다.
실제 필자가 국내에서 사용해본 결과도 농장주가 주장하는 부분과 별 차이가 없다. 축사 내부온도에 따라 24시간을 꾸준히 작동하며 입기와 배기가 강약으로 조절되면서 이루어지기에 공기가 청정하고 축사 내부를 건조하게 유지한다. 이것은 곧 항상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면서도 쾌적한 환경을 유지하고 에너지를 절약하는 다목적인 이득을 얻고 있는 셈이다.
이번 기회를 통하여 그동안 피상적으로만 알았던 액상급이기에 대하여 실질적인 공부를 하게 되어 다행이라 생각한다. 특히 유럽에서 전개되고 있는 선진화된 제품을 사용하며 생산성 향상과 원가 절감을 위하여 노력하는 농장주들을 만나 유럽의 축산실태를 면밀히 파악하게 된 것이 무엇보다 보람이었다. 또한, 열교환기에 대하여 사용하고 있는 농장주들과 대화를 통하여 좀 더 확신을 갖는 계기 역시 만들어졌다.
<월간피그 2016년 8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