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덕 원장
신베트동물병원
양돈 생산현장에서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흔히들 말한다.
첫째로 교배관리가 중요하다. 후보돈이나 모돈의 발정상태를 감정하고 교배적기를 판단하여 고품질 정액을 위생적으로 주입하는 것을 말한다.
여기서 번식돈의 수태율과 분만율 및 총산자수까지 1차적으로 결정된다. 이른바 모돈당 연간 총산자수(total piglets born sow per year, TBSY)가 좌우된다.
농장 모돈 사육규모가 커지면서 잘 훈련된 교배관리자가 부족하고 농장주가 교배관리 현장에서 손을 떼는 경우가 증가하면서 농장별로 모돈당 연간 총산자수(TBSY)가 천차만별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즉, TBSY가 20두부터 36두까지 다양하다.
다산성모돈을 도입했다지만 성적개선이 눈에 보이지 않는 이유를 교배관리에 집중하지 못한 것에서 찾을 수 있다. 교배관리가 개선되면 재발, 불임도 줄고 산자수가 느는 것은 당연하지 않은가?
두 번째로 분만관리가 중요하다. 분만 전후 각 3일간에 걸친 일련 업무의 중요성을 말하는 것이다.
분만 즈음에는 모돈 신체가 호르몬 격변기를 겪는다. 황체가 소실되면서 임신유지호르몬이 감소하고 분만에 관여하는 호르몬이 증가하며, 태반을 자궁 밖으로 몰아내는 호르몬과 젖을 내는 호르몬이 늘어난다.
잘 아는 것처럼 번식에 관련된 일련의 호르몬은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분비되는 호르몬과는 상극이다. 차분한 관리자가 위생적으로 마련된 분만틀에서 모돈들이 어떤 스트레스도 받지 않게 순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분만관리이다. 이 과정에는 충분한 초유섭취와 견치관리 및 단미작업이 포함된다.
초유관리는 가능한 태어나서 6시간 이내에 세 번 이상의 젖을 빨도록 도와주는 것이 의미가 있다. 이는 자돈시기의 질병과 사고 비율을 좌우하는 요인이 되므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초유관리의 핵심 포인트는 자돈이 태어나면 위생수건으로 닦아 체온저하를 막고 어미젖을 물려주는 작업이다. 분만과정에 개입하지 않고 다른 일을 했다는 것은 일의 우선순위를 모른다고 볼 수 있다.
세 번째는 이유자돈 관리가 중요하다. 모돈 품에 따뜻하게 안기고 젖을 먹고 보살핌을 받던 자돈에게 이유는 엄청난 환경적 변화를 겪게 한다. 이유 후 1주간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모돈당 연간 이유두수(PSY)가 높아도 출하할 돼지가 별로 없다는 얘기와 도체등급이 잘 안 나온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이런 말을 하는 농장이라면 이유자돈 관리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새겼으면 한다.
본고에서는 이유 직후 자돈이 겪는 환경변화와 그에 따른 발육정체 또는 위축 발생의 원인을 분석하고 해결하는 일의 중요성을 설명하고자 한다. 이유자돈 발육정체는 당연한 현상이 아니고 극복 가능한 관리 포인트라는 것을 인식하자.
이유 직후 자돈 관리가 잘 안 되는 농장에서 이유 후 1주간 일당증체와 사료효율을 확인해보면 재미있는 현상이 발견된다. 태어나서 처음 1주간 신생자돈의 일당증체가 200g 정도인데, 이유 후 1주간 자돈의 일당증체가 100g도 되지 않는 농장 비율이 80%를 넘는다는 것이다.
이유 직전 1주간 자돈의 일당증체가 320g 수준에 달하는 것을 볼 때 이유 후 일당증체는 보통 문제가 아님을 직감할 수 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것처럼 이유시키면 통통했던 젖살이 빠진다고 하는 것이 이유자돈의 발육정체를 의미한다.
많은 연구자들이 이유자돈 발육정체가 양돈장의 생산성과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을 보고하였다. 이유자돈 발육정체가 있는 농장에서는 이유에서 비육돈 출하까지 사고율이 증가하고 사료효율이 불량해지며, 출하일령이 지연되고 돈군흐름(pig flow) 또한 불량해지면서 상재성 질병 발생의 고리를 이어주며, 도체등급 하향 등 다양한 문제를 유발한다는 것이다.
자연상태에서 모돈은 자기가 낳은 새끼를 12주령 또는 17주령까지 젖을 먹인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가 빠르게는 50일령부터 길게는 100일령 넘게 급여하는 사료를 젖돈사료라고 부르는 것이다.
양돈이 산업화의 길을 걸으면서 수유기간은 3~4주령으로 단축되었다. 이 과정에서 이유자돈이 환경적, 영양적 변화에 따른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서 이유 후 발육정체(post-weaning growth check)를 겪게 된 것이다.
포유자돈에게 있어서 어미의 품은 따뜻함은 물론, 젖을 하루에 20여회씩 나누어 먹어 소화시키기 좋다. 젖에는 병원체의 감염을 막아주는 항체와 영양소까지 듬뿍 들어 있으며, 위생적이고 안전하다.
이유는 강제적으로 어미로부터 새끼를 떼어내는 작업으로써 따뜻했던 어미의 품을 떠나는 것이다. 최적온도로 배고플 때마다 챙겨주던 어미의 젖을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는 상태이기도 하다. 이때부터 독자생존의 몸부림이 시작된다.
3~4주령의 자돈은 아직 생존능력이 모자란다. 얇은 옷을 입고 있는 상태라서 추위를 견디는 힘도 약하다. 아직 뭘 얼마만큼 먹어야 생존과 성장에 도움이 되는지 모른다.
또한, 낯선 돼지들의 괴롭힘(bullying) 때문에 언저리에서 눈치를 보기 바쁜 처지이다. 밥그릇에 선뜻 다가서는 것도 겁이 나고 물 마시기도 편치 못하다. 잠자리 또한 마찬가지이다.
이른바 이유는 교감신경을 총체적으로 자극하는 상황을 연출한다. 따라서 얇은 옷마저도 벗겨지는 꼴이 된다.
자돈에게서 옷 역할을 하는 것은 체지방이다. 이유 과정에서 부딪치는 다양한 스트레스에 대응하기 위해서 체지방을 연소시켜 힘을 얻는 것이고 이른바 젖살을 잃는 과정을 겪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이유 후 발육정체가 일어나는 원인을 이해하면 그 해법은 어렵지 않다. 분만사 관리자는 자기가 키워낸 자돈이 이유 후에도 잘 자랄 수 있도록 자생력을 길러줘야 하는 사명감이 있어야 한다.
자돈의 생존무기는 큰 덩치와 든든한 옷 그리고 모래도 씹어 소화시킬 수 있는 소화기관이다. 큰 덩치와 든든한 옷은 모돈 젖의 양과 질에서 좌우되는데, 수유모돈 사료섭취량을 극대화시키는 것이 답이다.
자돈의 소화기관 발달은 어미의 젖도 중요하지만 장차 먹을 사료를 소화시킬 수 있는 효소체계를 갖추는 것이다. 이 문제는 포유기간 중 입붙이기사료에 친숙해지고 많이 먹이는 것으로 해결이 된다.
입붙이기는 잘 안 되므로 훈련이라는 용어를 붙인다. 잘 안 되는 것을 되게 하는 것이 훈련이다.
이유 예정 2주 전부터 훈련을 시작하는데, 본격적인 섭취량 증가는 모돈의 유량과 유질이 떨어지는 17일령부터 나타난다. 그리고 시작부터 입붙이기사료를 많이 주지 말아야 한다.
젖 먹기에 익숙했던 자돈이 어미와 이별 후 마른 사료로 바뀔 때 충격을 줄여주는 것이 입붙이기 훈련의 결과물이다. 대용유 등 동물성 원료가 많이 들어있는 이유자돈 사료는 상하기 쉽다.
타액과 분뇨에는 엄청난 병원체가 들어있을 수 있다. 고온다습한 여름철 자돈사 환경에서는 반나절에도 사료의 기호성이 떨어지고 상할 수 있다.
어미가 젖을 나누어주던 노력의 반의반만큼이라도 해야 하는 것이 자돈사 관리자의 의무이다. 1~2호 사료를 소량 자주 먹이라는 말은 최소 낮 동안에 5회 이상을 주라는 말과 같다.
이유 후 1주간 먹는 사료의 효율은 1:1로 보면 된다. 먹은 만큼 큰다는 것이다. 사료를 조금씩 자주 주면서 사료섭취를 자극하는 것이 답이다. 하루 100g을 먹으면 일당증체가 100g이 되는 것이니, 잘 키우고 싶다면 많이 먹게 하면 된다.
좋은 자돈사료란 기호성과 소화율이 높은 사료이다. 좋은 자돈사료일수록 섭취량 증가 노력이 그만큼 쉬워진다. 자주 줄수록 사료가 상할 일이 줄어들고 장염과 소화불량으로 인한 설사도 예방된다.
내 농장에 이유자돈 발육정체가 어느 정도인지는 이유 당일에 체중 측정을 하고, 1주 후에 다시 그 자돈의 체중측정으로 확인하면 된다. 유능한 관리자의 이유 후 1주간 일당증체 목표는 최소 150g 이상이다.
출하일령을 당기고 생산원가를 낮추며, 좋은 등급을 받으려면 이유자돈 발육정체를 없애자! 이유자돈에게 관리자의 다정다감한 발걸음 소리와 목소리를 자주 들려주면 가능하다.
<월간 피그 2016년 9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