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돈 전 구간에 걸쳐 꾸준하게 문제시되는 증상 중 하나가 바로 신경증상이다. 현장에서 신경증상이라 하면 제대로 일어서지 못하고 누운 상태로 벌벌 떨거나 비정상적으로 다리를 휘젓는데 그 모습이 흡사 자전거 페달을 밟는 모습과 같다고 하여 ‘자전거 탄다’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렇게 신경증상이라는 용어는 자돈의 비정상적인 행동 또는 기립이 불가능한 이상 상태를 망라한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신경증상을 유발하는 원인은 매우 다양하며, 연구를 거듭하면서 기존에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원인들이 밝혀지고 있다.
농장에서는 신경증상 질병에 대한 문제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지만, 해당 증상에 대한 정확한 원인규명이나 적절한 대책수립은 생각보다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이는 아마도 현장에서 신경증상에 대한 세밀한 구분이 어렵고 부검에 통한 신경증상 질병 진단에 한계가 있으며, 다양한 원인에 대한 감별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본고에서는 농장에서 의뢰된 신경증상 관련 사례들을 살펴보면서 관련된 다양한 원인을 생각해 보고 정확한 진단을 위한 실험실적 검사에 대해서도 알아보고자 한다.
사례 #1
충남 소재 A농장의 60일령 자돈 구간에서 폐사가 발생하여 병성감정 의뢰되었다. 부검 결과, 서혜부 및 악하림프절은 종대되었고 폐는 전반적으로 발적되고 퇴축이 다소 불량하였다.
위 내에는 내용물이 거의 없고 위 식도부분에 가피가 형성되어 있었다. 흉강 및 복강 장기의 부검 소견만으로는 폐사와 관련된 직접적인 원인을 찾지 못하여 뇌 및 척수에 대한 병리조직학적 검사를 추가로 수행하였다.
검사 결과, 뇌막하 공간에 주로 호중구(neutrophil)로 이루어진 염증 소견이 확인되었고 침윤된 염증세포는 혈관을 따라 일부 뇌 실질까지 퍼져 있었다(그림 1의 A). 이처럼 화농성 뇌막염을 확인하고 뇌 조직에 대한 항원검사를 수행한 결과, 연쇄상구균(스트렙토코커스 수이스, Streptococcus suis)을 검출하였다.
진단 결과를 바탕으로 농장의 임상증상을 다시 점검한 결과, 폐사 전 기력이 없어 제대로 일어서지 못하는 자돈이 있었음을 확인하였다. 부검한 자돈에서 위 내용물이 거의 없었던 것도 신경증상이 지속됨에 따라 정상적인 사료섭취에 지장이 생겨 나타난 소견으로 판단할 수 있었다.
사례 #2
경기도 소재 B농장에서는 분만사 10일령 자돈에서 심한 떨림 증상이 관찰되어 병성감정 의뢰되었다. 의뢰 당시에는 발생 연령과 증상을 고려하여 선천성진전증(congenital tremor) 혹은 세균성 뇌막염을 의심하였다.
의뢰된 자돈에 대한 부검 결과, 폐는 전반적으로 정상에 비하여 붉고 퇴축이 불량하였으며 전복측엽에는 경화소가 관찰되었다. 분리한 뇌 표면에서 이상 소견은 관찰되지 않았다.
병리조직학적 검사 결과, 육안 소견이 확인된 폐에서는 감염으로 의심되는 기관지간질성폐렴 소견이 확인되었으며, 뇌와 척수 조직에서는 뇌와 척수의 혈관주위에 다수의 단핵염증세포 침윤과 교세포결절(glial nodule)이 형성되어 있었다(그림 1의 B).
비록 의뢰된 사례에서 뇌염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병원체는 검출되지 않았으나, 실험실 검사를 통하여 일반적으로 알려진 선천성진전증이나 세균성 뇌막염 소견과는 다른 질병이 떨림 증상을 야기하였음을 알 수 있었다. 이렇게 신경계통에서 림프구나 큰포식세포(macrophage)와 같은 단핵염증세포에 의한 염증은 일반적으로 바이러스 감염과 연관되어 있을 수 있다.
사례 #3
충남 소재 C농장은 90~100일령의 특정 돈방에서 다수의 급사가 발생하여 검사가 의뢰되었다. 폐사 직전 임상증상으로는 마치 개가 앉아있는 것처럼 고개를 들거나 제대로 일어서지 못하는 모습이 주로 관찰되었다.
사체에 대한 부검 결과, 내부 장기에서는 급사와 관련하여 특이적인 소견은 관찰되지 않았다. 신경증상 진단을 위하여 부검 당시 고정한 뇌 조직에 대한 병리조직학적 검사 결과, 대뇌 피질부위에 있는 혈관 주위로 수많은 호산구(eosinophil)가 침윤하였고(그림 1의 D) 일부 신경세포들은 변성 혹은 괴사되어 있었다.
뇌 조직을 대상으로 신경증상을 유발할 수 있는 감염성 병원체에 대한 검사 결과, 특정 항원은 검출되지 않았다. 따라서 의뢰된 사례는 비감염성 원인에 의한 호산구성 수막뇌염(eosinophilic meningoencephalitis)으로 진단되었다.
상기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급수 라인에 대한 점검을 실시하였고 급사가 발생한 돈방의 라인에 문제가 있었음을 확인하였다. 최종적으로 해당 사례는 음수 결핍에 의한 소금중독증(salt poisoning)으로 진단되었다.
사례 #4
경기도 소재 D농장은 이전에 연쇄상구균에 의한 뇌막염이 진단된 이력이 있던 곳으로 45일령 자돈에서 뒷다리 마비가 발생하여 의뢰되었다. 부검 결과, 흉강 및 복강 장기에서 주목할 만한 이상 소견은 확인되지 않았다.
이전에 뇌막염 사례가 발생한 적이 있어 뇌를 적출하여 육안소견을 면밀히 살펴보았으나 뚜렷한 뇌막염 소견은 없었다. 뇌에서도 육안 소견이 관찰되지 않아 뒷다리 부위를 확인하고자 양쪽 대퇴근육을 절개하였으며, 척수와 연결된 말초 신경 조직을 적출하였다. 대퇴근을 절개해 보니 뒷다리의 가장 큰 신경인 좌골신경 주위로 맑은 액체가 저류되어 있었다(그림 2).
적출한 신경조직과 근육 조직에 대한 병리조직검사를 진행한 결과, 말단 요추 신경절 및 좌골신경 일부에서 염증성 변화가 확인되었고 좌골신경과 인접한 대퇴근에서는 괴사 및 위축 소견이 확인되었다. 뇌에서는 특이적인 조직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
상기 결과를 토대로 의뢰한 돼지는 뇌 및 척수와 같은 중추신경계통이 아닌 뒷다리 근육의 이상과 함께 인접한 말초신경의 병변에 의한 마비로 확인할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외부로부터 발생하는 물리적인 자극(근육주사 등)이 이러한 변화를 나타낼 수 있다. 따라서 부분적인 마비증상은 뇌나 척수와 같은 중추신경계통의 이상에 의한 신경증상과 반드시 감별하여야 한다.
신경증상과 관련된 질병의 실험실적 감별
앞서 소개한 4가지 사례는 현장에서 신경증상이 문제가 되어 의뢰된 사례들로 다른 농장에서도 어렵지 않게 접해 보았을 것으로 생각된다. 신경계통과 관련된 질병은 <표 1>과 같이 매우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한다.
질병의 원인은 감염일 수도 있고 감염과는 전혀 관계가 없을 수도 있다. 위의 사례들도 비록 현장에서는 신경증상이라는 공통분모가 있었지만, 실험실 검사를 통하여 서로 다른 원인에 의해 질병이 유발되었음을 확인하였다.
‘사례 1’과 같은 세균감염에 의한 화농성 뇌막염(그림 3)은 현장 부검을 통해 신경계통의 이상을 확인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사례 중 하나이다. 일반적으로 신경계통에서 진단되는 뇌염이나 뇌연화증 등의 이상 소견들은 부검을 통한 육안적 판단이 매우 어렵다.
그러므로 병리조직학적 검사를 통하여 조직의 이상을 세포 수준에서 검사하여야 진단이 가능하다. 하지만 세균성 뇌막염은 뇌를 둘러싸고 있는 뇌막하 공간에 염증이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에 뇌의 표면에서 염증삼출물이 관찰될 수 있고 부검을 통해 확인이 가능하다.
‘사례 2, 3’은 병리조직검사를 통하여 뇌의 염증상태를 확인함으로써 확진되는 사례이다. 병리조직학적 검사는 장기를 구성하는 세포들을 확대하여 볼 수 있도록 매우 얇은 조직슬라이드를 만든 뒤 현미경으로 관찰하는 검사이다. 이를 통해 검사한 조직에서 비정상적인 부위를 확인할 수 있다.
<그림 1>은 이러한 병리조직검사를 통해 관찰되는 뇌의 이상 소견이다. A는 ‘사례 1’과 같이 세균감염에 의한 뇌막염 소견으로 주로 호중구라는 백혈구로 구성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상처가 나면 생기는 고름이 이와 같은 호중구로 이루어져 있다. 호중구에 의한 화농성 염증은 주로 세균감염을 의미한다.
B는 혈관주위에 림프구나 큰포식세포와 같은 단핵염증세포가 침윤된 ‘사례 2’의 소견으로 신경계통에 바이러스가 감염되면 특징적으로 관찰된다. C는 백혈구와 같은 세포가 아닌 물이 혈관주변에 차 있는 모습으로 이유자돈의 부종병에서 나타날 수 있다. D는 혈관주위에 세포질에 빨간 과립을 가진 호산구가 침윤된 소견으로 ‘사례 3’에 해당한다.
이처럼 현장에서는 쉽게 접하기 어려운 조직검사 소견이지만, 이러한 방식으로 농장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질병들을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다. 따라서 신경증상 원인의 진단이나 흉강, 복강 내부장기의 변화 없이 원인 불명으로 폐사한 개체의 세부적인 진단을 위해서는 신경계통 장기를 이용한 조직검사가 필요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사례 4’와 같이 말초신경이 분포하는 주변 근육이나 건, 뼈 등 근·골격계의 문제가 신경증상과 유사한 증상을 동반할 수 있다. 따라서 현장에서 신경계통 질병을 진단할 때에는 부검 시 근·골격계의 이상이 없는지 살펴보고 필요에 따라 신경계통과 근육 및 골격계통 조직을 함께 검사하여야 보다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다.
뇌와 같은 신경계통 장기는 다른 장기에 비하여 매우 연하고 사후변화에 민감한 편이다. 따라서 부검 후 조직검사가 요구되는 경우, 가급적 빠른 시간 내에 검사할 부위를 선정해 고정을 실시하여야 한다.
만일 현장에서 이러한 작업이 여의치 않으면 머리 부위만 따로 채취하여 냉장 상태로 진단 실험실에 의뢰한다. 실험실에서는 바로 뇌 조직을 분리하여 병리조직학 및 항원 검사를 진행할 수 있다. 척수는 일반적으로 흉수를 이용하여 검사를 진행하게 된다.
*참고문헌
Ramirez A. Differential Diagnosis of Diseases. In: Disease of swine. 10th ed. pp. 18-31, Wiley-Blackwell, 2012.
<월간 골프가이드 2017년 6월 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