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에서 발생하는 피부병에 대한 접근
한은혜 2017-07-07 18:3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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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옵티팜 강상철 박사의 ‘돼지에서 발생하는 피부병에 대한 접근’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다.

 

전신을 덮고 있는 피부는 동물을 구성하는 장기 중 가장 크며, 병원체를 비롯한 외부의 다양한 유해인자로부터 내부 장기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이외에도 혈류조절과 땀 배출 등을 통하여 체온을 조절하며 면역조절기능, 신경감각인식, 비타민 D 합성 등의 기능도 담당하고 있다.


피부에서 발생한 질병은 돼지의 성장지연과 사료효율의 감소뿐 아니라 도축 시 병변부 폐기에 따른 식육 품질 저하 등의 경제적 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 우리나라와 같이 껍데기 등 식육부산물의 섭취가 일반화된 지역에서는 이러한 피해가 더욱 크게 느껴질 수 있다. 더욱이 피부는 외부에 노출된 장기이므로 피부의 국소 질병이라 하더라도 심미적인 요인이 크게 작용하여 돼지의 경제적 가치를 떨어드리는 요소가 될 수 있다.


이처럼 돼지 피부병과 관련된 다양한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수 있음에도 현장에서는 이에 대한 원인파악이 잘 이루어지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번 AFP 연재를 통해 수의사와 현장의 양돈 종사자분들이 모두 참고할 수 있는 돼지 피부병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들을 훑어보고, 질병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접근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한다.

 

1. 피부의 구조

 

피부병 진단이 복잡한 이유 중 하나는 피부를 구성하고 있는 조직의 구조가 다양하고 각 구조에서 나타나는 병변에 따라 진단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현장에서 눈으로 보는 소견만으로는 피부병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매우 어렵다.


피부병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피부의 조직학적 구조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조직학적으로 피부는 표피(epidermis) 및 진피(dermis)로 구성되어 있고, 진피 밑으로는 지방조직 등 결합조직으로 이루어진 피부밑조직(subcutaneous tissue)과 근육층이 있다(그림 1).


표피는 외부 환경과 직접 접해 있는 만큼 다양한 자극에 견딜 수 있도록 여러 겹의 세포가 견고하게 부착되어 있으며, 가장 아래에 위치한 기저층에서 분화를 거듭하여 최종적으로 각질층을 형성한다. 진피층은 아교섬유(콜라겐)를 비롯한 섬유조직이 치밀하게 배열된 부분으로 혈관 외에도 털주머니, 털세움근, 땀샘 등 여러 종류의 피부부속기(adnexal structure)가 위치하고 있다. 피부밑조직은 진피층을 근육층에 부착시키는 역할을 하며 돼지의 경우, 두꺼운 지방층이 형성되어 있다.


피부는 동물종 및 부위에 따라 표피와 진피의 두께 등이 차이가 있으므로 실험실 검사를 진행할 때에는 먼저 어느 부위에서 채취한 피부인지 확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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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돼지 피부병의 종류

 

피부병은 크게 감염성 피부병과 비감염성 피부병으로 구분된다(표 1). 돼지에서 피부병은 소화기 질병과 유사하게 연령에 따라 호발하는 질병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으므로 농장에서 피부병이 주로 관찰되는 연령을 확인하고 접근하면 진단에 도움이 된다(그림 2).

 

1) 감염성 피부병

 

① 바이러스성 피부병


대표적인 바이러스성 피부병으로는 어린 자돈에서 발생하는 돈두(swine pox)와 육성·비육돈에서 문제가 되는 돼지피부염및신증후군(porcine dermatitis and nephropathy syndrome, PDNS)이 있다.

② 세균성 피부병


국내에서는 스타필로코커스 하이쿠스(Staphylococcus hyicus)와 같은 포도상구균에 의한 삼출성표피염(Exudative epidermitis)과 연쇄상구균(Streptotoccus sp.)과 같은 그람양성구균에 의한 농포성피부염, 에리시펠로트릭스 루지오패티애(Erysipelothrix rhusiopathiae)에 의한 돈단독이 대표적이다.

 

③ 진균성 피부병


사람에서도 발생하는 피부사상균증(Dermatophytosis)이 대표적인 진균성 피부병이다. 고리모양의 병변을 형성한다고 하여 ‘ringworm’으로 불리며, 인의에서는 백선이라고도 불린다. 피부사상균증은 불결하고 고온다습한 농장 환경에서 잘 발생하므로 특히 하절기 농장관리에 주의를 요한다. 균체는 자외선을 조사하면 발광하는 특징이 있어 소동물 임상에서 진단에 활용하고 있다.

 

④ 기생충성 피부병


돼지에서 기생충성 피부병은 주로 외부기생충과 곤충에 의한 교상 등이 원인이 된다. 이 중에서 옴은 농장에서 가장 일반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기생충성 피부병이다.

 

2) 비감염성 피부병


  
① 환경요인에 의한 피부병


일광화상 또는 광과민증은 돼지의 피부색과 돈사의 구조에 의해 발생하는 질병으로 홍반이나 부종성 변화가 나타나기 때문에 육안소견이 유사한 다른 감염성 질병들과의 감별이 요구된다.

② 영양성 피부병


아연(Zn) 결핍에 의한 부전각화증이 대표적인 영양성 질병으로 알려져 있으며, 그 외 비타민 B군의 결핍에 의해서도 피부병이 발생할 수 있다.

 

③ 선천성 피부병


장미색비강진은 아직 원인이 정확히 규명되지 않은 피부병으로 랜드레이스 계통 돼지에서 유전성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주로 복부와 다리 안쪽에 호발하며 병변의 형태적 특징상 피부사사균증과 감별이 요구된다.

 

④ 종양성 피부병


일반적으로 사육되는 자돈에서 종양성 피부변화는 잘 관찰되지 않는다. 그중 흑색종은 피부의 멜라닌세포 유래의 종양성 질병으로 듀록 등 유색 품종의 돼지에서 호발하는 경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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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현장에서의 피부 병변 이해 및 감별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피부병은 원인이 매우 다양하지만 현장에서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변화가 극히 제한적이다. 또한 외부로 나타나는 변화는 감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으므로 육안적 진단만으로는 피부병을 제대로 감별할 수 없다.


비록 확진은 제한적일 수 있으나, 현장에서 피부병을 보다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발생 관련 정보 수집과 더불어 제대로 육안 병변을 판단하고 다양한 원인과 접목시킬 수 있는 안목을 길러야 한다.


필자의 경우에도 종종 양돈 현장에 계신 분들께서 사진을 보내주셔서 피부병 사례들을 접하곤 하는데, 볼 때마다 늘 새로운 의문이 발생하다 보니 정말 제대로 된 경험이 중요한 질병이 아닐까 싶다. 피부병 진단을 위한 필수적인 정보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농장의 사양환경 상태는 어떠한가?
2) 농장 내 피부병이 발생한 정도는 어느 정도인가(발생률 및 폐사율 등)?
3) 호발하는 연령은 언제인가?
4) 발생 시기는? 이전에도 이러한 질병이 나타난 적이 있는가?
5) 소양감이나 열감(국소 혹은 전신)이 있는가?
6) 피부병 단독의 문제인가? 아니면 전신성 질병의 일환으로 발생하였는가?
7) 특별한 처치 없이 증상이 개선되었는가?
8) 피부 병변에 대한 육안적 특징은 어떠한가?
① 호발 부위: 두부, 귀, 등, 배, 몸통, 둔부, 사지, 발굽, 바깥쪽 혹은 안쪽 등
② 병변의 높이: 융기, 정상, 함몰
③ 병변의 색: 발적, 황달 등
④ 가피 형성 여부
⑥ 탈모 여부
⑤ 병변의 내용물: 장액성, 화농성(고름) 등

 

피부 병변은 크게 1차(원발성) 병변과 2차(속발성) 병변으로 구분된다. 1차 병변은 질병에 이환되어 직접적으로 나타나는 피부 병변을 의미하고, 2차 병변은 1차 병변 외에 2차 감염, 자가창상 등으로 병변이 보다 진행된 경우를 의미한다. 각 피부 병변은 특정 질병에서만 관찰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병변에 따라 관련된 질병을 알고 있어야 감별진단에 도움이 된다(표 2).

 

<그림 3>은 현장에서 비교적 쉽게 관찰할 수 있는 다양한 피부병의 육안 소견이다. 돈단독(A)과 PDNS(B)의 경우, 피부의 붉고 다소 융기된 구진성 변화를 가지고 있으나, 병변의 세부적인 형태나 호발 부위에서 차이에 주목해야 한다.


혈소판감소성자반병(C)은 포유자돈에서 출혈성 반점이 피부와 내부 장기에 동시에 나타나므로 돼지열병 등 악성 전신성 감염병으로 오인할 수 있지만, 발생 경향을 보면 영향을 받는 복 단위 자돈을 중심으로만 발생하므로 차이가 있다. 피부사상균증(D) 및 장미색비강진(E)은 대개 둥근 형태로 비듬이 발생하는 병변이 유사하여 감별이 필요한데 탈모 경향, 병변의 세부 형태 및 호발 부위를 중심으로 감별할 수 있다.


삼출성표피염(F)은 포유자돈에서 전형적인 형태로 전신 피부에 지성삼출물이 덮여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전신성 질병 형태가 아닌 만성 국소형의 표피염은 다른 세균성 피부병이나 돈두 등과도 감별이 필요하므로 확진을 위해서는 실험실 검사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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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피부병의 진단을 위한 가검물의 종류

 

피부병 진단은 피부 외에도 다양한 검체가 요구될 수 있다(표 3). 특히 진균이나 외부 기생충을 진단할 때에는 생검 조직 외에 피부 소파나 털 등의 가검물을 채취함으로써 원인체 진단을 수행할 수 있다.


진균 검사는 대개 채취한 가검물을 배양 검사하여 원인균을 찾아낸다. 진균 배양은 세균과는 달라 온도가 낮고 배양기간이 오래 소요된다(1~2주 전후). 따라서 소파 또는 털 등의 가검물이 의뢰되면 10% 수산화칼륨 수용액 등으로 처리한 도말표본을 제작하여 균체를 직접 현미경으로 검사하기도 한다.
스왑은 세균성 피부병 검사를 위하여 배양검사를 실시할 경우 유용하게 사용된다. 다만, 외부에 노출된 피부는 질병의 원인균 외에도 다양한 피부 상재균과 환경으로부터 오염된 균들이 섞여 있으므로 스왑을 할 때에는 가급적 오염이 덜 이루어진 곳이나 병변 중에서 외부와의 접촉이 낮은 접혀있는 피부 등을 여러 군데 선택하는 것이 좋다.


삼출성표피염과 같이 그람양성구균성 피부병은 상재균과의 감별이 필수적이며, 생화학적 동정 등을 통하여 질병에 원인이 되는 세균을 분리하고 추가로 항생제 감수성 검사 등을 진행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피부병은 원인이 매우 다양하고 조직학적 구조에 따른 병변의 형성여부를 확인함으로써 확진이 가능하기 때문에 피부 생검이나 부검이 요구되기도 한다. 농장의 입장에서는 피부 증상 외에는 사료 섭취도 떨어지지 않고 폐사도 잘 이루어지지 않으므로 조직 가검물 채취에 부정적인 경향이 늘 있다. 어떤 질병보다도 피부병 검사는 병리조직학적 변화상이 진단에 핵심적인 요소로 작용하므로 정확한 원인파악을 위해 실험실에서는 피부조직 가검물이 필요로 한다. 분석을 통해 피부병이 생산성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판단되는 농장에서는 질병이 더욱 만성화되기 전에 결단이 필요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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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문헌


1) Cameron R. Integumentary System: Skin, Hoof, and Claw. In: Disease of swine. 10th ed. pp. 251-263, Wiley-Blackwell, 2012.
2) Doster A. Skin diseases of swine. 1995. Swine Health Prod 3: 256-261.
3) Duran CO, et al. Porcine dermatitis and nephropathy syndrome: A new condition to include in the differential diagnosis list for skin discoloration in swine. 1997. Swine Health Prod 5: 241-244.
4) Ramirez A. Differential Diagnosis of Diseases. In: Disease of swine. 10th ed. pp. 18-31, Wiley-Blackwell, 2012.
5) 강종구 외. 수의조직학. pp. 355-371, 정문각, 1998.

 

<월간 피그 2017년 7월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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