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용 항균제와 대체제를 둘러싼 최신 동향 <PART 3> 동물용 항균제와 대체제를 둘러싼 최신 동향 <PART 3>
축산 2016-03-16 11:06:03

이인호
前 식약처 국가항생제내성 안전관리사업 전문위원


들어가며


지금까지 많은 동물용 항균제가 개발되어 가축의 세균성 감염증 치료에 공헌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MRSA와 ESBL을 비롯해 동물용 항균제에 대한 새로운 내성균도 출현하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신약의 개발이 중요한 과제이지만, 현실적으로는 결코 용이하지 않다. 따라서 현 실정에서는 동물용 감염증 대책 등으로 내성균의 확산을 억제함과 동시에, 기존에 개발된 동물용 항균제를 유효 적절히 사용해서 약효의 수명을 최대한 연장하는 것이 요구된다.
동물용 항균제의 신중 사용은 많은 사항이 포함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동물용 항균제를 어떻게 유효 적절히 사용하는가이다. 동물용 항균제는 각각의 항균제에 특유의 항균작용과 약물동태가 존재한다. 이러한 특징을 최대한 활용한 약물요법을 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을 고려하여 기초한 학문분야가 항균제의 ‘약력학-약물동태(PK-PD)’이다. 내성균 억제에는 항균제의 유효성을 높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여, 당초에는 항균제 사용방법의 검토가 주로 행해졌지만, 최근에는 항균제의 사용방법과 내성균의 관계에 대한 검토도 행해지고 있다. 
현재 국내외적으로 예방용 사료첨가제나 치료용 동물용의약품으로 사용되거나 허가된 적이 없다. 그런데도 카바페넴 항균제 내성(CRE)유전자가 양돈에서 발견되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국내에서도 최후의 보루 항균제라고 할 수 있는 인체용 카바페넴계 항균제가 동물용 항균제로 허가되어 식용동물 치료제로 사용될 가능성은 희박하거나 불가능한 상태이다. 하지만 소동물 임상에서 사용되고 있는 카바페넴계 항균제 내성이 공통내성현상(Co-selection)을 비롯한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서 내성유전자가 발견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기에 주의가 요망된다.
또한, 동물용의약품의 내성 확산으로 인해 국제적으로는 일본을 중심으로 합제의 사용보다는 단일제의 사용이 권장되고 있다. 그러나 국내 동물약품업계에서는 이와는 반대로 마보플록사신+세프티오퍼 주사제를 비롯해 여러 성분의 합제가 개발되어 현재 국내 수의과대학에서 임상시험을 진행 중에 있다.
사람의료분야에서는 광범위 항균제 사용 위주 동향(Escalation)에서 협범위 위주 항균제 사용동향(De-escalation)으로 치료요법을 전환해 내성감소와 치료효과를 높이는 데 성공한 사례들이 보고되고 있다. 그리고 신간 교재에도 이러한 내용이 소개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국내 동물약품업계와 임상수의사들도 신규 동물용 항균제 출현은 기대하기 힘들고 내성유전자는 날로 확산되는 추세에서 내성감소와 치료효과의 상승을 위해 De-escalation 요법과 항균제 적정사용관리 프로그램(ASP)을 도입해, 현재 사용허가를 받은 동물용의약품의 수명을 최대한 연장시키는 것에 대해 고민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본고에서는 계속해서 본 주제와 관련된 최신의 동향을 소개함으로써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자 한다.      


1. 병원인자 발현에 있어서 세균의 교묘한 대응


1) 2성분조절계(TCS)


병원성 세균은 비병원성 세균에는 보이지 않는 각종 병원인자에 의해서 숙주로의 침입·정착·증식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는 증식된 균체 유래 성분에 의한 염증의 형성이나 산생방출된 다양한 독소형태의 작용에 의해서 다채로운 병태(病態)가 형성되고 있다.
세균의 병원인자는 그 유전자에 의해서 규정되지만, 병원세균은 병원인자유전자를 항상 발현할 뿐 아니라 숙주, 체내/체외를 확인해서 낭비를 없앰과 동시에 필요에 응한 발현을 지령하는 교묘(巧妙)한 임무를 지니고 있다.
세균의 유전자발현조절 기구는 병원세균학에 있어서 좀 더 뜨거운 연구영역이다. 그리고 2성분조절(제어)계(Two-compartment regulatory system; TCS)를 중심으로 한 분자기구의 해명에 큰 전개가 진행되고 있다.
2성분조절계는 세균의 유전자발현조절계에 있어서 주요한 환경변화 감지·응답의 신호전달계이다. 그 기본구조는 막귀통형(膜貴通型)의 환경감지 히스티딘인산화효소(Sensor kinase; SK)와 세포 내의 응답조절인자(Response regulator; RR)가 있다.
센서(Sensors)는 각각 특이적인 환경자극(삼투압, 질소화합물, 인산농도, 산소농도, 이산화탄소농도 등)을 감지하면 자기인산화 반응에 의해 분자 내의 히스티딘이 인산화된다. 그 인산기는 응답조절인자(RR)의 아스파라긴산에 전이되어 이것을 활성화한다. 활성형 조절인자는 전사조절단백질로 작동해, 프로모터(Promoter) 상류의 특정 배열을 지닌 부위에 결합해서 많은 경우 복수의 유전자(Regulon) 발현을 활성화시키기도 하고 제어하기도 한다(관련자료 1).




2) 세포밀도의존적 유전자발현제어계(QS)


2성분조절계 중에는 외계의 환경변화뿐만 아니라, 같은 세균집단의 밀도에 반응해서 증식단계인 일시기에 유전자를 발현시키는 것이 있다. 이 경우 유전자발현의 유도가 되는 자극물질은 세균 자신이 생산하는 호모세린락톤유도체(AHL)나 펩타이드(AHP) 등의 화학물질로 자극물질과 그것에 반응하는 세균은 균종 또는 주 등에 엄밀하게 대응하기 때문에 세균성 페로몬이라 불린다.
세균의 밀도상승과 함께 자극물질이 일정농도에 이르면 그것에 반응해서 2성분조절계가 작동하기 때문에 의결을 요하는 정수라는 법률용어로부터 쿼럼센싱(Quorum Sensing; QS)이라 명명(命名)되었다. QS가 최초로 발견된 것은 해양세균에 있어서 형광물질 생산이었지만, 그 후 고초균이나 페렴간균의 자연형질 전환능력이나 스트렙토코쿠스 무탄(Streptococcus mutans)의 바이오필름 형성 등 병원성과 밀접하게 관련하는 성상도 마찬가지로 조절되는 것이 밝혀지고 있다.
미생물은 자연계에서 영양소의 결핍, 저온과 고온, 높고 낮은 pH 등의 변화에 노출되며 이에 적응해야 한다. 또한, 숙주의 체내에서는 탐식세포, 보체, 항체 등에 대항하는 유전자 발현이 필요하다.
세균은 환경에서 자신의 밀도를 적절히 감지하여 그 밀도 변화에 따라서 병독성을 인지하는 유전자의 발현을 조절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때 균세포 사이의 정보전달을 통한 유전자 발현 조절기전을 쿼럼센싱이라고 한다.
세균 각 세포가 독자적으로 병원성 인자를 발현하는 것으로 단세포 생물인 세균이 각 세포가 처한 환경에서 상황을 감지하고 그 정보를 전달, 교환하여 집단으로 대응하는 것을 뜻한다. 즉, 세균이 다세포생물과 비슷한 기능을 가진 것이라 이해할 수 있다(관련자료 2).   



2. 동물용 항균제 사용과 슈퍼박테리아 발생 연관 가능성


<관련자료 3>에서 보는 바와 같이 국내외적으로 의료계와 축산업계 관련종사자 중에는 개인적 취향과 자신의 목적에 따라 동물용 항균제 사용이 사람 슈퍼박테리아 발생의 주범인 것처럼 몰고 가는 데 동조하면서 논리를 전개하거나 공세를 펴는 인사들을 목격할 수 있다.
올해 1월 29일 서울 코리아나호텔에서 개최된 한·영 항생제 내성 워크숍(관련자료 4)에서도 의료계 관련 초청연사와 토론자들의 발표와 질의·응답 과정을 통해서도 이러한 광경을 본인이 직접 현장에서 확인한 바 있다.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박용호 교수가 아무리 독일 바이워터 박사의 주장을 근거로 들어서 동물용 항균제 사용이 사람의 건강악화에 미치는 영향은 4% 미만에 불과하다고 증언하여도, 의료계인사들은 자기들의 치부를 고백하지 못하고 이를 인정하지 못하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분명한 사실은 사람 슈퍼박테리아 발생의 주범은 엄연히 의료계인사들이지, 축산업계 종사자들이 아니라는 것이다.
동물용 항균제 사용도 사람으로의 내성균유전자 전파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기 때문에 일부 책임을 부담해야 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래서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을 중심으로 치료용 동물용 항균제에 대해서도 갈수록 엄격한 사용을 권장하고 규제를 강화해서 원 헬스(One Health) 목표를 향해 나가고 있는 동향을 보인다.
특히 일본 의료계인사들의 경우 국내 의료계인사들처럼 동물용 항균제 사용이 사람 슈퍼박테리아 발생의 주범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경우를 발견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본인이 매년 일본학회나 연구회 참가는 물론 학술논문지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동물용 항균제 내성 전공자도 아닌 동물영양학 전공 일부학자들은 발언과 발표에 신중을 기해서 해야 한다는 것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맺으며    


일본은 매년 출판사들이 항균제 내성과 약리학 최신 지식을 자국어로 발간해서 일반인들에게 제공하면서 자국민의 수준향상에 기여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학회에서도 95% 이상을 자국어로 발표하면서도 국제적인 학술지 등록도 우리나라보다는 모든 면에서 앞서가고 있는 일본과는 달리, 내국인을 상대로 한 학회나 세미나를 비롯한 모임에서 영어 위주로 발표를 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모든 면에서 일본과는 열등한 처지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일본 세균학잡지나 일본 장내미생물학회지를 비롯한 일본 학술지에 수록된 항균제 내성 이론과 관련된 내용 수준과 국내 수의축산관련 관계자들이 발표하는 내용 수준을 비교하면 영어 구사력은 뛰어날지 몰라도 전공분야에 대한 전문성의 폭과 질의 후진성은 쉽게 감지할 수 있다. 대학 강의실도 그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지금부터라도 삼성이 오랜 노력 끝에 일본 소니, 도시바 등 한때 로열티를 주고 배웠던 기업들을 앞지를 수 있었던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일본의 수준을 능가하는 지식을 영어가 아닌 한국어로 끊임없이 제공하기 위해 전문가들이 더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본고를 마친다.         


<월간 피그 2016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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