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피(剝皮) 돼지의 몰락 박피(剝皮) 돼지의 몰락
김성호 2016-09-05 16:26:00

축산마케터 김성호
blog.daum.net/meatmarketing


들어가기에 앞서


박피는 ‘가축의 껍질과 털은 해당 가축의 특성에 맞게 벗기거나 뽑는 등 위생적으로 제거하여야 한다’라고 되어 있다. 그렇지만 탕박(뜨거운 물에 담근 후 털을 뽑는 방식을 말한다. 이하 같다)을 하는 돼지의 경우에는 앞발 목뼈와 앞발 허리뼈 사이를 절단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이로 인해 박피와 탕박의 가장 큰 차이는 돈피 그리고 앞다리와 뒷다리의 탈부착 여부이다. 약 9kg 차이가 나며, 지육률에서도 박피 69%와 탕박 77%로 차이를 보이게 된다. 일본 자료를 볼 때는 주로 박피 도체이므로 우리나라 자료와 대등 비교하면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박피의 가치


돼지를 박피 방식으로 도축하면 돈피가 생산된다. ‘육류 부산물 유통 실태 및 위생 안전성 제고(2007.5, 농협중앙회·양돈수급안정위원회)’에 의하면, 돈피를 주원료로 하는 국내 피혁산업은 환경오염과 노동집약적인 구조로 인해 기피되고, 한편으로 가공이 가능한 피혁업체의 경우에는 국내산 원자재를 조달하지 못해 해외에서 수입하는 실정이라고 하였다.
국내 도축장 및 육가공업체에서는 판매처를 찾지 못하고 폐기해야 하는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도축장의 탕박 과정에서 버려지는 돈피를 자원화함과 동시에 국내 돈피 가공 처리업체의 국제 경쟁력을 제고시키는 일이 필요함을 밝히고 있다.
박피의 경우 생산되는 원피는 가죽 원단으로 가공되어 의류, 핸드백, 신발 등의 제조에 사용되기 때문에 일반 부산물 상인들에게 유통되지 않고 원피 가공업체에게 판매된다. 원피(돼지는 박피할 경우 생산)는 피혁 가공업체, 유지 가공업체와 같은 전문 가공공장을 가진 가공업체가 구매하여 이용하기 때문에 소매단계까지 유통되지 않는다.
즉, 산업의 이용처가 다르다는 말이다. 돈피를 직접 소비하기보다는 가공하는 쪽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박피의 가치를 결정짓는다.




돼지를 도축할 때 박피(剝皮) 처리할 경우와 탕박(湯剝) 처리할 경우 경제성을 분석한 결과, 박피 처리방법이 두당 3,160원의 수익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탕박 및 박피의 인력비는 동일한 것으로 가정할 경우, 탕박 처리 시 소요비용은 기계 감가상각비 60원, 열탕 원료비가 1,000원, 기타(냉각비용, 수도료 및 털 제거와 처리비) 90원으로서 총 1,150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그렇지만 필자가 볼 때 돼지 박피와 탕박의 경제성을 동등 비교하기 위해서는 ‘탕박 및 박피의 인력비는 동일한 것으로 가정’한 것은 탕박 작업이 지닌 기계화에 따른 인력비용 절감과 빠른 작업속도 면을 배제한 것이기 때문에 정확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 다만, 박피 작업 또한 인력을 대체할 만한 기계화를 이룰 경우 가정이 성립될 수 있는데, 해당 박피 작업의 기계화를 이루기 위한 업계의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가정에 따른 결과는 참고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돈피의 자원화 방향에서 박피의 가치를 평가할 수 있다. 같은 문헌에 의하면 “국내에서 도축되는 돼지의 가죽을 기존 탕박에서 박피로 전환할 경우, 도축장 및 사육농가에 이윤을 향상시킬 수 있기 때문에 도축과정에서 박피의 의무화를 실행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리고 “현재 일부 업체의 경우 박피 시에 이 물질로 인해 위생적인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으나, 도축장 및 운송과정상 HACCP 기준에 의해서 작업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과거에 비해서 더 청결할 뿐만 아니라 위생적인 문제 발생도 적을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또한 “따라서 박피로 생산된 돈피가 운송 시 부패되어 자원으로서 가치를 손상하지 않도록 지역별로 염색공장과 연결하여 체계적인 생산시스템이 갖추어져야 할 것이다. 즉, 돈피의 자원화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하여 각 지역별 돈피 생산도축장을 염색공장과 연계하여 통계정보의 공유화는 물론 운송거리를 최소화하여 상품가치를 높이고 경제적인 사업이 이루어지도록 정부 및 관련업체의 협조가 필요하다”며 “돈피 사업 활성화를 위해 기존 탕박 형태에서 박피 형태로 전환될 경우 국내 양돈 산업은 물론 돈피산업이 발전함으로써 경쟁력이 강화되어 수출증대 효과가 나타날 것이며, 더불어 운송산업이 활성화되고 지자체의 노동시장 실업률 해소에 효과를 가져오며, 지역경제 역시 발전의 효과도 가져올 것으로 판단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서 주의할 점은 박피를 탕박으로 전환해야 하거나 박피 작업 의무화 시행을 조건부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도축업계는 왜 이런 장점을 지닌 박피 방식을 선택하지 않고 탕박 방식을 고집하면서 계속 기계화를 진행시켰을까? 시장은 탕박 방식을 선택했고 그 결과 박피는 몰락했다.


몰락의 시작


해당 문헌에 따르면 “탕박은 박피에 비해서 경제적인 비용 손실이 더 클 뿐만 아니라 시설투자비용과 면적도 더 많이 소요되며 작업공정에 있어서도 복잡하다”고 주장하였다. 그런데 왜 그렇게 좋은 방식을 업계는 외면했을까?
그 이유는 단순하다. 바로 규모화의 진전에 따른 비용 절감 및 작업 효율화를 위한 기계화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박피 방식의 장점을 알면서도 탕박 방식의 단점을 잘 알면서도, 또한 어쩌면 뜨거운 물에 접촉하지 않아 돼지고기의 맛을 살리는 데 있어서 더 좋을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박피 방식을 선택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결국 돈(기업 이윤)과 직결된다.


박피의 몰락이 지닌 의미


2016년 5월 돼지 출하는 총 135만두였다. 박피 방식의 도체처리는 28천두에 불과했다. 총 출하두수의 2.1%에 불과하다.
농가와 유통업체 간의 거래 시 돼지의 가격을 결정짓는 경매시장도 양상은 비슷하다. 경매시장 출하두수 12만두 대비 박피 방식으로 도체처리된 돼지는 5천두였다(5.5%).
만약 아직도 농가와 유통업체 간의 돼지 거래 시 박피 방식의 경매가격을 기준으로 적용하고 있다면 경매시장 출하한 돼지의 5.5%를 기준으로 삼고 있다는 말과 같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착각에 빠진 꼴이다. “경매시장에서 결정된 가격은 합리적이야”라는 말이 마치 그럴듯해 보이지만, 이렇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암담한 면 또한 공존하고 있다.
이때, 한쪽에서는 박피 돼지의 가죽을 활용하자고 주장하였다.


전체 90% 육박 … 지육량 많지만 돼지가죽 활용 못해
(농민신문 2008.04.03.)

우리나라의 돼지 탕박 도축 비중이 너무 높아 이에 대한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탕박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것은 박피에 비해 10% 내외 지육생산량이 많을 뿐 아니라 일부 소비자들이 껍질이 붙어 있는 돼지고기를 선호하기 때문. 그러나 이같이 탕박이 늘어나는 것이 양돈산업 전체에 끼치는 문제도 적지 않은 만큼 이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탕박의 장점으로 내세워지는 침전방식이 오히려 소비 활성화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그리고 다른 한쪽에서는 이용가치를 달리하자고 주장하였다.


돼지 생체거래 가격기준 ‘박피→탕박’
(농수축산신문 2011.01.24.)

육가공업체들이 돼지의 생체거래 시 가격거래 기준을 박피에서 탕박으로 전환키로 결의했다.
한국육류유통수출입협회에 따르면 현재 돼지 생체거래의 기준이 되는 박피가격이 대표성을 상실했다고 판단, 탕박으로 거래기준을 전환키로 했다.
이에 따르면 박피의 도매시장 경락두수는 2009년 기준 등외등급 제외 약 59만두로 전국 도축두수 약 1388만두의 4% 수준이다. 2010년 1~7월 돼지 박피 경락두수도 등외등급 제외 약 31만두로 전체 도축두수 약 835만두의 3.7% 수준에 불과하다. 또 전국 14개 도매시장 중에서 6곳에서만 박피 거래가 이뤄지고 있으며, 그동안 전국의 박피 기준 가격의 대표성을 지녀온 농협서울축산물공판장도 상장두수가 감소해 대표기능을 상실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육가공업체들은 돼지의 박피 경락두수가 적기 때문에 가격의 등락 폭도 매우 커지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지난 8월 23일 농협서울축산물공판장의 평균 박피가격이 kg당 5,147원으로 전일 4,815원 대비 332원이나 상승하는 등 널뛰기 장세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박피 몰락 이후, 현재


돼지 박피 출하두수의 하락 속에 ‘박피두수 = 경락두수’의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박피 출하두수와 박피 경락두수 그리고 박피 경락가격의 추이는 다음과 같다. 박피 출하두수는 곧 경매시장 출하와 같아졌다.




돼지 탕박 출하두수의 증가 속에 일정한 탕박 경락두수의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탕박 출하두수와 탕박 경락두수 그리고 탕박 경락가격의 추이는 다음과 같다.
탕박의 출하두수 증감에 따른 탕박 경락가격이 그에 상응하는 증감을 나타내고 있다. 공급이 늘면 가격은 하락한다는 기본 원칙을 보는 듯하다. 이때, 탕박의 경매시장 출하두수는 거의 일정했다.




여전히 시장은 박피와 탕박에 대한 가격결정기준을 놓고 논란을 벌이고 있다. 때론 자유의사에 맡긴다고 한다.
박피는 몰락했고 탕박은 득세했다. 박피는 가치가 떨어졌고 탕박은 가치가 높아졌다. 다만, 박피는 희소가치가 커졌기에 탕박보다 가격이 높게 형성되고 있다. 이에 대해 유통업계는 거래가격 기준을 ‘탕박으로 전환’을, 농가는 상대적으로 느긋해 보인다.
마치 때일 것이 없는 모양새다. 그렇지만 진짜 그러할까?



박피/탕박, 박피/전체, 탕박/전체 간의 가격차이와 가격비


박피와 탕박의 가격 차이는 1998년부터 2016년 5월까지 평균 271원/kg을 나타내고 있다. 박피와 탕박의 가격차이가 가장 컸던 때는 2008년 7월이었다.
박피보다 탕박 가격이 높았던 때는 단 2번 있었다. 2012년 9월과 10월이 해당된다. 박피와 탕박 간의 가격차이는 변동이 크다.




앞의 내용을 가격비율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박피/탕박의 경매가격비는 1998년부터 2016년 5월까지 평균 108.0%를 나타내고 있다. 추세가 100%를 향해 우하향하고 있음은 가격안정화 방향에서 의미가 있지 않을까 한다.




박피와 전체(박피+탕박)의 가격 차이는 1998년부터 2016년 5월까지 평균 154원/kg을 나타내고 있다. 초창기 박피 경매두수가 많았을 때는 전체와의 가격차이는 낮았지만, 박피의 몰락과 함께 그 폭이 커지고 있는 양상이다. 탕박두수의 증가, 박피의 출하두수 감소에 따른 희소가치 증대에 따른 결과로 보인다.



앞의 내용을 가격비율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박피/전체의 경매가격비는 1998년부터 2016년 5월까지 평균 104.0%를 나타내고 있다. 추세가 약간 우상향하면서 등락폭이 커졌음은 가격의 불안정성이 매우 커졌음을 나타낸다. 박피 기준의 거래가격이 과연 합당한가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한다.




탕박과 전체(박피+탕박)의 가격 차이는 1998년부터 2016년 5월까지 평균 -177원/kg을 나타내고 있다. 1998년대 초창기 탕박 출하두수가 없을 때보다 현재의 가격변동폭은 낮아졌지만, 여전히 전체와의 가격변동을 보인다는 점은 앞서 살핀, 박피가 지배했던 1998년대 초창기 시장에서 박피가 보여준 전체 가격과의 차이가 미미했던 점에 비할 때 현저히 불안정함을 보여준다.
가격의 불안정성은 시장 불안을 야기하기 때문에 한쪽의 이득을 따지기 이전에 공통된 관심이 필요하다.



앞의 내용을 가격비율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탕박/전체의 경매가격비는 1998년부터 2016년 5월까지 평균 96.4%를 나타내고 있다.
추세가 100%를 향해 우상향하면서 등락폭이 줄어들고 있음은 가격의 안정화 방향으로 의미있게 움직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등락폭이 낮아졌음은 가격안정성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그렇지만 거래기준으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박피/탕박/전체 대상으로 경매시장별 경매두수와 경매가격 간 패턴


박피 돼지의 경매시장별 경락두수와 경락가격 형성(등외등급 제외 경락가격 및 경락두수 기준) 추이에 대해 2016.1∼5월 기준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월별 경매시장별 출하두수의 증감 차이가 눈에 띄며 총 출하된 박피 두수는 태극문양을 그리고 있지만, 박피 경매가격은 우상향한 패턴을 나타내고 있다. 일부 경매시장(농협고령, 신흥산업)의 경우에는 출하두수가 매우 적고 가격 또한 등락이 심하다.
다만, 나머지 경매시장별 경매가격은 전국 경매가격과 같은 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은 전국 가격형성에 어느 정도 적절성이 담보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탕박 돼지의 경매시장별 경락두수와 경락가격 형성(등외등급 제외 경락가격 및 경락두수 기준) 추이에 대해 2016.1∼5월 기준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경매시장별 출하두수의 증감이 있는 가운데 제주축협 경매가격을 제외한 나머지 경매시장은 전국 경매가격 흐름과 유사한 추세를 보이고 있다.




전체 돼지의 경매시장별 경락두수와 경락가격 형성(등외등급 제외 경락가격 및 경락두수 기준) 추이에 대해 2016.1∼5월 기준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탕박 경매가격과 같이 경매시장별 출하두수의 증감이 있는 가운데 제주축협 경매가격을 제외한 나머지 경매시장은 전국 경매가격 흐름과 유사한 추세를 보이고 있다.



앞으로 박피 방식은 도축처리의 효용성이 더욱 떨어짐에 따라 출하두수 또한 급감할 것이다. 이는 거래기준이 더욱 불안해진다는 말과 같다. 하루빨리 탕박 방식 또는 전체(박피+탕박) 방식으로의 전환이 시급하다.


<월간피그 2016년 8월호>

디지털여기에 news@yeogie.com <저작권자 @ 여기에. 무단전재 - 재배포금지>
가장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