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비육돈 급사를 일으키는 질병 여름철 비육돈 급사를 일으키는 질병
박혜림 2016-09-06 13:15:13

전수동 수의사
피그매니저 동물병원


여름철에 농장을 방문하다 직원들이 다소 억울한 상황에 난감해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비육사에 심하게 부패한 돼지 사체가 발견될 때이다.
이 상황에서 농장주는 첫 번째로 돼지가 폐사할 때까지 적절한 치료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의심을 하고, 두 번째로 직원이 폐사돈을 한참 동안 발견하지 못할 정도로 관리를 소홀히 하고 있다는 의심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직원 입장에서는 아침에 돈사를 관리할 때까지도 괜찮던 돼지가 금세 폐사해서 시퍼렇게 부패되어 있으니 할 말은 없지만 뭔가 억울한 감정이 든다.



이렇게 농장을 관리하다 보면 이전에 전구증상 없이 갑자기 비육돈이 폐사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정확한 폐사원인은 알 수 없고 보통 폐사사유를 ‘급사’라고 기록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여름철이 되면 이런 ‘급사’로 폐사하는 경우가 늘어날 수 있다. 이렇게 비육돈에게 급사를 일으키는 원인에 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1. 클로스트리듐 노비(Clostridium novyi)


앞에서 먼저 소개한 사례에 대해 얘기해보자. 여름철 비육돈뿐 아니라 모돈에서도 종종 발생하는 사례이다. 물론 다른 급사의 원인들과 감별진단이 필요하긴 하지만 클로스트리디움 노비에 의한 급성폐사일 수 있다.
클로스트리디움 노비는 아포를 형성하는 혐기성 세균으로 α-톡신이라는 독소를 생산한다. 정확한 기전은 명확하지 않지만 어떤 원인에 의해 이 세균이 급속히 증식하게 되면서 생성되는 독소에 의해 돼지가 폐사에 이르게 된다.
앞서 말했듯이 사전에 전구증상이 없기 때문에 농장 관리자가 치료를 시도할 시간조차 없이 폐사로 이어진다. 그리고 매우 빠르게 사후부패가 이루어지지 때문에 폐사한 지 한참이 지난 것으로 오인할 수 있다.
폐사 이후에는 앞의 그림과 같이 빠르게 부패하고 복부가 팽창된다. 그리고 항문과 비강을 통해 거품이 섞인 출혈을 관찰할 수 있다.
부검을 하게 되면 부패가 빠르게 진행됐기 때문에 복부에 가스가 많이 차 있고 부패취가 심하다. 그리고 특징적으로 간이 검게 괴사되고 기포가 형성된 것을 볼 수 있다. 간 단면을 잘라보면 스펀지와 같은 구멍을 볼 수 있다.




이런 클로스트리디움 노비에 의한 급사의 발생 원인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여름철에 발생률이 상승하여 최대 4%까지 폐사를 일으킬 수 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클로스트리디움 세균이 페니실린과 아목사실린에 감수성이 있어 발생 시 사용할 수 있다.


2. 출혈성장증후군(HBS, Hemorrhagic Bowel Syndrome)


비육돈에서 급사를 일으키는 질병 중 하나로 출혈성장증후군이 있다. 주로 18~26주령의 돼지에서 발생하며 1~4% 정도의 발생률을 보이지만 여름철에 더 자주 발생한다. 증후군(Syndrome)이라는 이름에서 나타나듯이 증상이 단일하지 않고 그 원인도 명확하지 않다.


 

마찬가지로 폐사 직전까지 전구증상이 없이 건강하던 비육돈이 갑작스럽게 폐사하게 된다. 경우에 따라서 피부가 창백해지는 경우도 있고 거품 섞인 코피를 보이는 경우도 있지만 외관상 아무런 이상이 없는 경우도 많다.
부검 시 장이 혈액으로 가득 차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출혈성장증후군 사례 중 80%에서 장염전(Volvulus)가 함께 관찰된다. 복강장기 전체가 꼬이면서 혈액의 이동에 장애가 생기면서 갑작스럽게 폐사하는 것으로 보인다.
전구증상이 없고 산발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예방이 쉽지 않다. 급성출혈성장증후군을 촉발하는 인자가 다양하게 있을 수 있지만 공통적으로 고온환경에서 발생이 높아진다. 그리고 출혈성장증후군은 같은 펜스 안에서도 작은 돼지보다는 큰 돼지에서 더 많이 발생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비육돈의 사료섭취 패턴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여름철 한낮의 고온 상황에서 비육돈은 사료섭취를 거의 하지 않는다. 그리고 시원해지는 저녁에 폭식을 하게 된다. 그리고 동일펜스에서 덩치가 큰 돼지에서 이런 절식과 폭식의 패턴이 더 심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불규칙한 사료섭취가 여름철에 출혈성장증후군의 발생률을 높이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출혈성장증후군이 많이 발생하던 농장도 한낮의 돈사온도를 낮추거나 날씨가 시원해지면 발생률이 현저히 감소하게 된다.


3. 위궤양/위출혈


위궤양도 비육돈에서 급사를 일으키는 주된 원인 중 하나이다. 매우 흔하고 만성적인 위궤양은 체중 손실이나 사료섭취량 저하를 일으키지만 위에 급성출혈을 일으키게 된다면 전구증상 없이 돌연사를 일으키게 된다. 이런 위궤양에 의한 급성폐사는 급성출혈성회장염으로 오인되는 경우가 많아 감별이 필요하다.




이렇게 급사한 돼지는 출혈로 인해 창백한 피부를 보이게 된다. 그리고 부검을 하면 위 내에 혈액이 가득 차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위궤양의 원인으로는 입자가 너무 작은 사료(700마이크론 이하)나 비타민E/셀레늄 결핍이 위산의 분비를 증가시켜 위궤양의 발생을 증가시킨다. 그리고 PRDC(돼지호흡기질병복합체)로 문제가 되는 농장에서 위궤양의 발생이 많다. 그 외에도 합사, 밀사, 고온스트레스, 사료공급 중단 등 일반적인 스트레스 요인들이 위궤양의 원인이 된다.

이 밖에도 급성출혈성회장염, 흉막폐렴 등 비육돈에서 급사를 일으킬 수 있는 이유는 많다. 하지만 앞에서 언급한 세 가지는 여름철 더위 스트레스가 가중되면서 더 많이 발생할 수 있는 급사의 원인들이다.
장마가 끝나고 연중 가장 더운 시기가 되었다. 농장에서는 사람과 돼지 모두에게 가장 힘든 시기일 수 있다. 그러므로 세 가지 질병에 대해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이로 인한 피해를 줄일 수 있기를 바란다.


<월간피그 2016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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