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방의학 관점에서 짚어본 한국 구제역(FMD) 비백신 청정화 방안 예방의학 관점에서 짚어본 한국 구제역(FMD) 비백신 청정화 방안
박혜림 2016-12-22 15:04:13


이번 호에서는 세계 각국과의 FTA 발효 및 2010∼2011, 2014∼2016 구제역(Foot and Mouth Disease, FMD) 발병 등으로 인하여 국내외적으로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는 국내 양돈농가에게 있어서 향후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로 부각되고 있는 ‘비백신 구제역 청정국지위 획득’을 위한 예방의학(Preventive Medicine)에 기반을 둔 과학적인 사양관리시스템인 ‘동물복지형 축산’의 중요성에 대하여 검토하고자 한다.


1. 예방의학(豫防醫學, Preventive Medicine)이란?


일반적으로 의학은 크게 기초의학·임상의학·예방의학으로 구분한다. 질병 예방단계의 경우도 다음과 같이 3단계로 구분하고 있다.


① 첫째, 발병 이전에 환경을 개선하고 병에 대한 저항력을 높이는 등의 노력으로써 건강을 유지·증진시키는 것을 ‘1차적 예방’이라고 하며, 운동, 영양 개선 등을 통한 적극적인 예방을 말한다. ② 둘째, 각종 예방접종을 하여 면역성을 높임으로써 질병의 발생을 예방하는 소극적인 예방활동 및 정기검진 등을 통하여 질병을 조기에 알아내어 이를 치료하며, 병이 더 중증으로 되는 것을 예방하는 ‘2차적 예방’이 있다. ③ 셋째, ‘3차적 예방’이란 질병 발생으로 인한 후유증의 발생을 예방하여 추가적인 신체기능 장애가 오지 않도록 하는 것으로써, 후유증의 발생이 불가피할 경우에는 재활시켜서 신속히 정상 상태에 가깝게 복귀, 적응할 수 있도록 임상수의 치료과정을 돕는 단계를 일컫는다.


한편, 질병이 발생하는 데 있어서는 다음 3가지 요인이 있다. ① 첫째, 물리적·생물학적·사회적·문화적·경제적 환경이다. ② 둘째, 숙주(가축)이며 여기에는 연령·성·영양·생활습관·의료형태 등이 관련된다. ③ 셋째, 세균·물리적 요인 및 화학물질 등과 같은 병원체 요인이 있다. 숙주인 가축(②)과 병원체(③)는 환경(①)을 지렛대로 하는 관계를 가진다.


따라서 구제역과 같은 법정전염병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양돈장 내 질병들도 평상시 각종 환경(영양, 사육환경)을 개선하여 지속적으로 저항력(자가면역력)을 증가시켜주면 각종 바이러스 등에 노출되어도 MTM으로 극복함으로써 상대적으로 발병 가능성이 감소하게 된다. 이와 같은 예방의학의 적극적인 선제적 활용은 우리나라의 돼지 FMD를 백신접종 없이 청정화시키기 위한 필수항목이며, 방역 상 가장 효율적이면서도 경제적인 방법이기도 하다.


2. 구제역(口蹄疫, FMD; foot-and-mouth disease)의 정의


구제역은 소, 돼지, 양, 염소, 사슴 및 야생반추류 등과 같이 발굽이 둘로 갈라진 우제류(偶蹄類: 발굽이 짝수인 동물군) 동물에서 발병하는 급성전염병으로 제1종 가축전염병이다. 구제역 병인체는 피코르나바이러스와 아프토바이러스속에 속하는 바이러스이며, 7개의 혈청형(A, O, C, Asia 1, SAT 1, SAT 2 및 SAT 3)이 있다.


구제역이 발병하게 되면 돼지의 체온이 급격히 상승하고 물집이 입, 혀, 발굽, 젖꼭지 등에 생긴다. 또한, 식욕이 저하된 후 심하게 앓거나 죽게 되며 바이러스 전파력이 매우 강하다. 


FMD 바이러스의 통상 잠복기간은 2~8일 정도로 짧지만 최대 잠복기는 14일까지 보고 있다. 바이러스는 크게 다음 4가지 경로를 통해서 빠르게 전파된다.


① 감염동물의 수포액이나 침, 유즙, 정액, 호흡공기 및 분변 등에 접촉하여 이루어지는 ‘직접접촉전파’ ② 감염지역 내 사람(농장관리자, 수의사, 인공수정사 등), 차량(사료차, 출하차, 집유차 등), 의복, 물, 사료, 기구 등에 의한 ‘간접접촉전파’ ③ ‘공기를 통해서도 전파’(육지에서는 60km, 바다를 통해서는 250km 이상 떨어진 곳까지 전파) ④ ‘FMD 바이러스에 오염된 식육과 식육부산물 등 축산물’을 통한 전파가 그러하다.


<표 1>과 <표 2>는 2002~2016년도 한국 돼지 구제역 발생현황을 정리한 것이다.




<그림 1>과 <그림 2>는 ‘구제역 표준대응요령’과 ‘구제역 발생시 긴급행동 체계도’이다.





3. 예방의학에 기초한 ‘동물복지형 축산’의 중요성


우리나라 축산업은 2010년~2011년 구제역 파동을 겪으면서 양돈현장에서 우수한 생산형질을 보유해왔던 수많은 종축들이 손실된 바 있다. 그리고 2014년 7월~2015년 4월 돼지FMD가 재발함에 따라, 향후 또다시 이런 재앙이 발생하지 않고 조속한 시일 내에 ‘비백신 FMD 청정화’를 이룩할 수 있도록 근본적인 FMD 예방대책을 포함한 중장기 로드맵을 함께 구축하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하겠다.


이를 위해서는 소비자의 눈높이를 고려한 ‘지속가능한 동물복지형 축산’을 구현하는 패러다임을 구축함과 동시에 이를 실천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행대책들을 조속히 현장에 접목함으로써, 근본적으로 축산현장의 가축들이 사계절 각종 질병과 스트레스에 강한 체질을 갖출 수 있도록 ‘가축예방의학에 기반을 둔 과학적인 사양관리시스템’인 ‘동물복지형 축산’을 정착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겠다.


축산선진국들의 축산발전 방향 흐름을 살펴보면 ① 가축생산성을 향상시켜 수익을 극대화하고자 하는 초기단계를 거쳐서 ② 소비자가 축산물 안전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친환경축산’ 및 ‘기능성 축산’ 단계로 발전한 후 ③ 각종 질병과 전염병 피해 등을 겪으면서 가축의 자가면역력(Natural immunity)을 극대화시킴으로써 건강한 사양관리를 유도해주는 ‘동물복지형 축산(Animal Welfare)’ 및 축산물 최종소비처인 소비자의 수요를 보다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웰빙(Well-being)식 축산’ 단계까지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1962년 영국의 Hafez가 저술한 ‘The Behaviour of Domestic Animals’는 동물행동에 대한 최초의 저서이며, ‘동물복지형 축산(Animal Welfare)’이란 용어는 1965년 영국의  ‘Brambell Report’에 처음 기술되었다. 여기에는 동물이 육체적·정신적으로 양호하고 행복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최적 사육환경을 갖추어 주는 축산형태”라고 명시하고 있다.


1968년 제정된 영국 농업법에 기초를 둔 가축사양기준 권고안으로써, 1983년에는 영국에서 ‘가축의 건강을 위하여 가능한 한 가축의 행동요구를 만족시켜 주는 사양관리 시스템을 구축할 것’과 ‘사육관리자에 대한 가축복지 개념 주입의 당위성’을 강조하고 있는 ‘동물복지 10개 항목 기본 원칙(Codes of recommendations for the welfare of livestock)’이 제정되었다.  


이후, 1993년 영국의 ‘Farm Animal Welfare Committee’에서는 ① 갈증, 배고픔, 및 영양결핍으로부터의 자유 ② 불편함으로부터의 자유 ③ 고통, 상처 및 질병으로부터의 자유 ④ 정상적인 행동을 표현할 자유 ⑤ 두려움과 스트레스로부터의 자유 등 ‘동물복지를 위한 5가지 자유’를 제시한 바 있다.


향후 우리나라의 동물복지형 축산업을 정착해 나가는 데 있어서 중요한 핵심사항은 ① 상기 ‘동물복지 5원칙’에 제시되어 있는 ‘영양결핍으로부터의 자유’뿐만 아니라 ② 지나친 생산성 향상 추구로 인하여 빚어진 ‘영양분 과다섭취’로 인한 부작용 문제(사양표준, 사료급여체계 재점검)를 해결하고 ③ ‘고통, 상처 및 질병으로부터의 자유’를 더욱 중시하면서 ‘예방의학 차원에서의 다양한 처방’이 접목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동물복지 관련 국내 대동물 연구 발표는 2000년 저자가 축산분야종합학술대회에 발표한 ‘Effects of heat exposure on behaviour patterns in korean native calf’가 처음이며, 양돈산업 동물복지 연구 수준은 국내 대동물 연구 수준에 비하여 크게 뒤떨어져 있어서 아직 초기 단계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하겠다.


* 영국의 동물복지 10대 기본 권고안 내용 중에서 ① 가축에게 쾌적하고 안전한 장소를 제공 ② 완전한 건강과 활력을 보장하는 신선한 물과 사료의 공급 ⑧ 질병에 대한 예방(MPT)과 치료에 관한 글은 본지 2012년 10~11월호, 2013년 7월호, 2013년 12월호에 각기 게재한 바 있는 ‘양돈질병의 원인과 예방대책(상, 하)’, '여름철 양돈 환경관리', ‘양돈현장의 과학적인 영양관리(MPT)’ 참조 요망


4. 맺음말
 
수년전부터 상재위험에 노출된 우리나라의 FMD 비백신 청정국 지위 획득을 위한 예방의학적 방안을 정리하면서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1) 국내 양돈업도 지나친 생산성 위주의 사양방식이 아닌 가축과 축산농가 및 소비자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동물복지형 축산’이라고 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신속히 전환해나감으로써, FTA와 FMD 위기를 근본적으로 극복해나갈 수 있는 경쟁력을 구축해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① 돼지가 FMD 등 법정전염병과 각종 농장질병 및 스트레스에 강한 체질(자가 면역력)을 갖추게 해주고 ② 선천적인 유전적 잠재력을 이끌어내어 생산성을 극대화시켜 주는 ‘동물복지형 축산’ 시스템을 농장 실정에 맞추어 신속히 구축함으로써 우리나라의 비백신 FMD 청정화시기를 앞당겨나가야 하겠다.


국내 양돈현장에 동물복지형 축산시스템을 신속히 보급시켜나가기 위해서는 ① 현재 진행 중인 FTA 체결 후의 경쟁력 강화 ② 가축 면역력 강화 및 FMD 비백신 청정화 ③ 국내 축산물 소비촉진을 위한 소비자 눈높이에 맞는 안전 먹거리와 웰빙식 수요를 동시에 충족시켜 줄 수 있는 ‘동물복지형 축산’을 보급해 나갈 수 있도록 정부와 산학연 및 양돈농가 모두 힘을 모아 나가는 것이 매우 중요한 시점이라고 하겠다.


(2) 한국 축산농가에 막대한 피해를 입히고 있는 FMD가 재발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예방하면서 비백신 청정국가 지위를 빠른 시기에 획득하기 위해서는 ① FMD 백신 예방접종에 의하여 항체 형성을 유도하는 면역력 획득(acquired immunity)과 차단방역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기존 ‘2차적 예방’ 대응과 병행하여 ② 동물복지형 가축사양관리에 의하여 유전적인 능력을 최대한 이끌어내 주고 사육밀도, 영양 과부족, 고온 및 저온 스트레스 등을 최소화하여 자가면역력을 극대화시켜 주는 ‘1차적 예방’ 대응에 기초한 ‘동물복지형 축산’ 차원의 대응을 병행함으로써 ‘비백신 FMD 청정화’를 위한 총체적인 방역체계를 구축하여야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구제역은 겨울철~봄철과 같이 특정 계절에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2014년 7~8월 경북, 경남 FMD 재발 사례에서 확인한 바와 같이 ‘사계절 어느 때나 발병할 수 있는 악성 법정전염병’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사계절 1, 2차 예방의학적 대응을 병행해나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3) 2015년 1월 1일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관계법령(동물보호법, 동물보호법 시행령, 동물보호법 시행규칙)의 미비점도 적극적으로 보완해나가야 할 것이며, ‘동물복지축산농장 인증제’ 관련 기준에서도 가축질병 및 전염병에 대한 자가면역력을 핵심 판정기준으로 활용하는 것이 정부의 인증제에 대한 신뢰성을 강화해줄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축산농가의 경쟁력 강화뿐만 아니라, FTA 자유경쟁체제와 2010~2011년 FMD 파동 이후 안전 먹거리와 웰빙식에 대한 관심이 더욱 증가하고 있는 국내 소비자의 트렌드 변화에도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방안으로써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4) 정부의 ‘구제역백서’는 질병의 발생, 분포, 전파 과정에 중점을 두고 기술하는 수준에서 벗어나서 ‘질병의 발생원인(발병원인 분석의 다양성 심층분석)’과 ‘향후 질병 예방을 위한 구체적인 대안’까지 총체적으로 점검함으로써 우리나라가 ‘비백신 FMD 청정국 지위’ 회복하여 OECD 국가 중 유일한 FMD 발병국이라는 불명예로부터 신속히 벗어날 수 있는 근본적인 방안들을 실행으로 옮기는 실천적인 자세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5) 향후 한국 FMD 대응체계는 중국, 북한, 대만, 몽고, 러시아, 일본 등 동북아시아 인접국들과도 국제 공동 대응체계를 강화시켜 나감으로써 결과적으로 각 국가별로 FMD 1차 방어선을 신속히 구축할 수 있도록 협조해나가는 것 또한 바람직하다.


(6) 마지막으로 FMD 청정화 등 사회적 현안 해결을 위해서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바라볼 때, 우리나라 농축산 분야 중에서 교육환경이 열악한 기초과학분야(가축예방의학, 가축 생리학 등)의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환경의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도록 정부와 학계는 국비장학생 제도의 탄력적인 활용 등, 농축산 분야 기초과학분야 인력 양성을 위한 과감한 투자를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드리면서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본고와 관련한 궁금한 사항은 필자(010-3313-1399, hks@mptkorea.co.kr)에게 문의하시길 바랍니다.


<월간 피그 2016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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