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용 항균제와 대체제를 둘러싼 최신 동향 <PART 11> 동물용 항균제와 대체제를 둘러싼 최신 동향 <PART 11>
박혜림 2016-12-22 15:30:11


2015년 5월에 세계보건기구(WHO) 총회에서 약제내성에 대한 국가행동계획이 채택되었다. 회원국들은 향후 5년간의 국가 항생제 행동계획(AMR national action plan, NAP)을 의무적으로 제출하도록 되어 있어, 우리나라도 8월말에 WHO에 NAP를 제출한 바 있다.


복지부 주도의 NAP에 종속적으로 참여하는 형식을 취한 축산수의분야 NAP는 이미 4월에 후생노동성과 농림수산성(MAFF)이 대등한 자격으로 NAP를 작성해서 WHO에 제출한 일본의 NAP와 비교하면 질적인 면에서 부족하다는 것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이점은 10월 19일 명동 소비자단체협의회 대회의실에서 소비자단체 회장 및 회원과 검역검사본부 담당공무원을 상대로 생색내기 발표를 먼저 한 농식품부 방역관리과장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생산자단체와 동물약품협회 회원사들은 아직도 NAP 내용을 모르고 있는 경우가 허다함에도, 일본을 비롯한 선진국 NAP에 비하면 부실한 NAP 내용을 가지고 생색내기부터 먼저 하는 행위는 있어서는 안 될 부분이다.


일본의 경우 NAP 발표 내용을 이미 여러 경로로 홍보하여 한국에 거주하는 필자도 알고 있으며, 국내 관계자들에게 소개할 정도로 공개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상대적으로 우리나라는 생산자단체 회원들과 동물약품협회 회원사를 상대로 한 설명회조차 하지 않고, 공무원들은 항변만 하고 있어 일본과는 큰 대조를 나타내고 있다.


따라서 본고에서는 계속해서 본 주제와 관련된 최신의 동향을 정리해서 소개함으로써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자 한다.


1. 사람의료와 축산수의분야에서 화제가 되는 신종 다제내성균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 관계자는 “항균제 내성 바이러스를 잡기 위해 미국 정부가 나서는 이유는 최근 항균제 내성 박테리아의 출현으로 세균감염에 대한 대응 능력 감소와 화학요법, 수술, 투석, 장기이식 등 현대 의료의 성공 확률 감소 및 부작용 발생이 심각하다는 판단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enter for Disease Control, CDC)는 항생제 내성 박테리아에 의해 매년 최소 2백만명의 환자와 2만3천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CDC는 지난 2013년 주요 고위험 항생제 내성균으로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리에균(Clostridium difficile), 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Carbapenem-Resistant Enterobacteriaceae, CRE), 임균(Neisseria gonorrhoeae) 등 3가지를 꼽은 바 있다. 2015년부터는 사람과 가축에서 모두 사용되고 있는 콜리스틴으로부터 플라스미드매개성 콜리스틴 내성유전자인 mcr-1과 mcr-2(2016년 첫 보고)가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동향을 나타내고 있다.


사람뿐 아니라 동물에서도 검출되면서 문제를 심각하게 만들고 있는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리에균은 매년 25만명의 환자에게 감염되며, 연간 최소 10억 달러의 추가 의료비용을 유발시키고 있는 균이다. 플루오로퀴놀론계(Fluoroquinolones) 항균제에 대한 저항성을 갖는 균주의 출현으로 인해 사망률이 2000년에 비해 2007년에 약 4배 증가했다.


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은 미국 44개 주에서 적어도 한 종류 이상이 발견되고 있다. 이 균은 카바페넴을 포함한 대부분의 항균제에 대한 내성을 갖고 있다.


카바페넴(Carbapenem) 항균제는 장네세균과속균(Enterobacteriaceae)이나 녹농균(Pseudomonas aeruginosa)이 생성하는 여러 가지 베타락타마제(β-lactamase)에 안정하다. 또한  카바페넴은 분자량이 작고 양성(Awitterionic) 하전 및 친수성 구조이므로 세균 세포 내로 잘 투과된다. 따라서 카파페넴은 여러 β-lactam제에 내성인 세균의 감염치료에 쓸 수 있는 귀중한 항균제이다.


그러나 카파페넴 사용이 늘어감에 따라서 내성균 출현이 보고되기 시작하였다.(Livingstone 등, 1995). 현재 카파페넴 내성은 주로 P.aerusinosa와 Acinetobacter spp에서 관찰되지만 Enterobacteriaceae 일부 균종에서도 보고되고 있다.


현재까지 카바페넴계 항균제는 동물용으로 사용이 허가되지 않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통내성현상 등을 통해 돼지를 비롯한 가축에서 내성유전자가 발견되기 시작하고 있다. 이에 전파경로와 유전자형 분석이 집중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2015년 중국의 돼지에서 콜라스틴 내성유전자인 mcr-1가 처음으로 보고된 이래, 2016년에는 벨기에에서 mcr-2유전자가 추가로 발견되어, 현재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조짐을 나타내고 있다.


2016년 10월 21~22일 일본 히로시마 미야지마구찌(宮島口) 아키(安藝) 그랜드 호텔에서 열린 제45회 약제내성연구회(본인 단독참가)에서도 스위스와 일본계 미국 교수가 콜리스틴 내성유전자인 mcr-1과 mcr-2에 대한 주제를 가지고 강연하면서 최신 동향을 소개한 바 있다.
비록 한국과 일본에서는 현재는 낮은 비율로 내성유전자가 검출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중국과 인도를 비롯한 국가에서는 높은 비율로 검출되고 있다. 이들 국가에서 수출입되는 축산물을 통해 내성유전자가 확산될 가능성이 커서 세계적으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2. 원 헬스(One Health)로 본 항균제 내성균의 현상과 과제


2012년 12월 13~14일과 2014년 7월 10일에 국내 최초로 사람, 동물, 생태계의 건강을 각각 담당하는 국가기관과 학계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원 헬스(One Health, 하나의 건강)’ 포럼이 서울대학교에서 개최된 이래로 국내외에서 원 헬스와 관련된 심포지엄이 다양하게 개최되고 있다(관련자료 1 참조). 2016년 11월 10일과 11일 양일에 걸쳐서는 일본 북규슈시 리카 로얄호텔에서 제2회 세계수의사회-세계의사회를 통해 ‘원 헬스’에 관한 국제회의가 개최 예정이기에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관련자료 1> 원 헬스 관련 자료와 일본 대학과 단체 심포지엄 개최 자료. 원 헬스 개념과 적용은 이미 세계적인 대세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도 국내용이 아니라 국제적인 수준에서 대응해나가는 것이 절대적으로 요망된다.


원 헬스란 사람의 건강, 동물의 건강, 환경 생태계의 건강은 서로 관련해서 성립되는 것으로 고려돼, 동물의 생명을 지켜야 사람의 생명을 지켜지기 때문에 하나로 연결되어야 한다는 개념이다. 그러므로 인류의 보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람, 동물, 생태계 건강 분야의 전문가들, 즉 의사, 수의사, 보건 전문가, 야생동물 관리자, 생태학자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기관들이 협력해서 힘을 모으고 소통해야 한다는 논리이다.


항생제가 제대로 듣지 않는 항생제 내성균, 즉 슈퍼박테리아는 ‘조용한 살인자(Silent Killer)’로 불린다. 치료제가 없는 신종 감염병과 유사한 파급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항생제 내성균 발생의 주범으로는 사람의료기관의 항생제 오남용이 꼽힌다. 사람의료기관에서의 항생제 오남용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인식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사실이지만, 항생제는 사람뿐 아니라 비록 조연에 불과할지라도 농축수산, 식품, 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는 것 또한 엄연한 사실이기에 원 헬스 차원에서 보다 엄격한 적정사용추진관리(Antimicrobial stewardships, AS)가 요망되고 있다.


우리 정부와 세계보건기구(WHO),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 등 국제기구들이 사람, 동식물, 환경의 건강이 불가분의 관계라는 원 헬스를 기초로 항생제 내성 문제 해결에 힘쓰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처럼 원 헬스 개념으로 정부의 관련 부처들이 모여 항생제 내성 문제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의하는 ‘2016년 항생제 내성 심포지엄’이 지난 9월 21일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개최된 바 있다. 본인도 직접 참가하여 원 헬스 관련 주제부문에서 질의·응답을 통해 일본 정부의 사례를 들어 동물용 항생제 내성에 대한 올바른 제시를 하도록 발표자에게 충언한 바 있다.


질병관리본부가 연세대 의대 세균내성연구소와 함께 마련하는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WHO,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와 항생제 내성 관련 연구자들이 참석했고, 참석자들은 2016년 8월 발표된 국가 항생제 내성 관리 대책(NAP)을 공유하고 반려동물, 축산분야, 식품·환경분야의 국내 항생제 내성 현황을 소개한 바 있다. 또한 WHO의 국제항생제 내성 감시체계(GLASS) 책임자인 카르멘 루시아 박사가 WHO와 주요 국가의 항생제 내성 극복 행동계획을 설명한 바 있다.


원 헬스 개념은 보건 문제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공하는 접근법으로 국제 사회에서 인정받았고, 현재 그 구체적 실행 방안에 대해 활발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이제 우리나라도 인간, 동물, 생태계 건강을 관할하는 정부기구와 학계가 합심하여 원 헬스 개념을 우리 현실에 어떻게 응용하고 협력할 것인지 논의할 때다. 이러한 통합적 논의는 국제화 시대에 보건 문제에 대처하는 우리의 힘을 키우는 데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원 헬스, 원 월드(One Health, One World)’로 알려져 있는 원 헬스 전략은 인류의 보건 문제에 대처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공하는 접근법으로 국제사회에서 각광을 받고 있으나, 이러한 개념이 아직 국내 관련분야에는 선진국만큼 널리 소개되지 못하거나 이해가 부족한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사스(SARS), 고병원성조류인플루엔자(HPAI), 지카바이러스 등 신종 감염성 질병이 세계 보건의 위험요소로 대두됨에 따라 국제사회는 최근 보건 정책 수립과 수행에 원 헬스 전략을 적극 수용하고 있다.


전 세계를 공포에 몰아넣었던 신종 전염병의 대부분은 사람, 가축, 야생동물이 공유하는 질병들이다. 사람에게 문제가 되는 병원체의 60%는 동물 유래이며, 새로 출현하는 동물 전염병의 75%는 사람에게도 전파될 수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따라서 동물에서 발생하는 감염성 질병을 모니터링하고 통제할 수 있다면 미래에 발생 가능한 전염병의 대유행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다.


맺으며


원 헬스 전략은 사람, 동물, 생태계 건강 분야의 전문가들과 기관들이 힘을 합치고 소통할 것을 요구한다. 그리고 이러한 다학제적 협력 네트워크를 지역사회, 국가, 국제적 수준에서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원 헬스라는 통합적 사고와 접근법은 사스, AI와 같이 인류를 위협하는 인수공통질병에 대한 대처뿐만 아니라 환경독성, 식품위생, 의생명과학 등 보건 분야 전반에 걸쳐 매우 유효한 접근법으로써 동물용 항균제 내성 문제도 이러한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재 세계적인 관심사가 되고 있는 플라스미드 매개성 콜리스틴 내성유전자 mcr-1,2 확산 문제도 원 헬스 차원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 항균제 내성 전문가들의 견해라는 것을 강조하며 본고를 마친다.         


<월간 피그 2016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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