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순환농업’, 성공인가? 실패인가? - 가축분뇨 자원화 정책을 말한다.
한은혜 2017-11-04 18:40:55

김용석 고문
(사)친환경자연순환농업협회

 

자연순환농업이 GNCA 이박 회장에 의해서 지난 1994년 우리나라에 도입된 지 23년이 지났다. 지금 이 시점에서 보자면, 자연순환농업은 성공한 것일까? 아니면, 실패한 것일까? 반은 성공, 반은 실패라고 생각한다.

 

자연순환농업이 정부 정책으로 수행되고 있고, 자연순환농업의 구체적인 성공 사례들이 많이 있고, 자연순환농업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져 가고 있다는 점에서는 ‘성공’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어쨌든 자연순환농업은 꾸준히 관심의 초점을 벗어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20년이 지난 지금 온전한 자연순환농업 현장이 일반화되어있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실패’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논산계룡축협이 성공 사례로 알려져 있지만, 그 실태에 대해서는 재점검과 재평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자연순환농업은 분뇨 등 유기물을 농자재(비료)로 사용하여 농사를 짓는 ‘농업’이다. ‘성공적’인 자연순환농업을 말하려면, 분뇨의 자원화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져야 하고, 그렇게 만든 비료로 지은 농사가 ‘성공적’이어야 한다. 구태여 말하자면, 자연순환농업은 분뇨 처리 문제와 친환경 농자재 사용 부분으로 나누어서 검토해야 한다는 얘기다.

 

지금 전국의 축산 지역에서는 분뇨 처리 문제로 민원이 증가하고 있다. 악취 민원이 주류를 이루고 있지만, 실은 수질 오염 문제가 더 심각하다.


4대강 수질 오염의 주된 원인은 분뇨다. 4대강 오염이 더 악화되면, 다음 단계는 주민들의 질병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사례가 있다. 부산에서는 식수 논쟁이 한창이다. 낙동강 물을 식수로 쓰기 어려워졌다는 진단이 식수 논쟁을 유발하고 있는 것이다. 아마도 2018년 지방선거에서는 이 문제가 경상도 지역에서 주된 쟁점으로 부각될 것이다. 분뇨 문제를 제대로 다루지 못한 결과 나타난 현상들이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자연순환농업이 표류하는 원인은 무엇인가? 나는 과거에 집착해서 잘잘못을 가리거나 어느 누구에겐가 불이익을 주려고 본고를 쓰는 것이 아니다.
자연순환농업의 역사는 바르게 살펴보고 평가되어야 하겠지만, 잘못된 부분을 찾아내고 고쳐서 자연순환농업을 이 땅에 뿌리내리게 하려는 것이다. 본고 서술의 목적이다. 해법을 찾기 위해서는 원인을 찾아야 하고,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본다.

 

1. [똥 얘기를 왜 하냐?] 일반적으로 자연순환농업을 말하려면, 핵심 고리인 ‘분뇨’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런데 ‘분뇨’가 일반인들로서는 말하기 거북한 단어다. 나는 이 점이 ‘분뇨’ 문제를 공론화하는 데 많은 어려움으로 작용한다고 생각한다.


나 자신도 여러 곳에서, 왜 하필 ‘분뇨’ 이야기를 하느냐고 핀잔을 들은 경험이 많다. 아름다운 꽃향기를 맡으며 살기에도 짧은 인생인데, 왜 자꾸 ‘분뇨’ 얘기를 하냐? 뭐 이런 반응이 많다. 이러한 정서적 불편함이 분뇨 문제를 공론화하는데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2. [똥을 치우는 사람은 상놈?] ‘분뇨’를 다루는 일을 천시하는 시각도 많이 있다고 본다. 과거에 ‘개돼지 잡는 백정’에 대해서 천시했던 시각 같은 것이다. 분뇨를 다루는 일은 하층민들, 말하자면 ‘상것’들이나 하는 일이라는 시각이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다. 양반이 ‘분뇨’ 따위에는 관심가질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러면, 똥을 치우는 사람은 천민인가? 이런 보이지 않는 직업 천시 세태가 분뇨 문제를 공론화하는 데 걸림돌로 작동하는 것 같다. 특히 지식인들은 분뇨 문제를 언급하기를 꺼려한다.

 

3. [‘종합적인’ 가축분뇨 정책의 부재] 우리나라 돼지 사육두수가 1000만두라면, 1000만두의 가축분뇨를 처리할 종합적인 계획을 수립해서 추진해야 하는데, 그동안 정부는 ‘매년 분뇨 처리 설비를 단계적으로 확충한다’는 정도의 단편적인 계획만 수립해서 시행했을 뿐이다.


1000만두에서 생산되는 분뇨에 대해서 종합적으로 처리하겠다는 정책이 부재한 상황에서, 가축분뇨로 인한 각종 민원이나 환경오염 등이 끊이지 않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4. [‘농업 영역’에 대한 정책의 부재] 가축분뇨 자원화 정책의 경우, 자연순환농업의 일환이었다면 당연히 농업 분야에 적용하려는 플랜이 필요했는데, 거기까지 간 흔적은 없다. 정부는 분뇨 처리에만 급급했고, 농업에 적용하려는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정책은 없었다. 돼지를 사육하고, 분뇨도 처리하고, 농사도 짓는 일을 다 하도록 어느 개인에게 맡기는 것은 비현실적인 이야기다.


온전한 자연순환농업 현장을 찾기 어려운 이유다. 어떤 식으로든 정책적 개입이 불가피한 영역인데, 정부가 온전한 자연순환농업 정책을 추진하지 못했다.

 

5. [검증된 ‘기술’은 정책에서 배제] 자연순환농업 이론의 도입과 벤치마킹, 논산계룡축협에서의 분뇨자원화 현장 건설 및 운영, 농진청의 검증 작업 등 1994년부터 2003년까지 10여 년에 걸쳐서 시행되고 입증된 선구적인 ‘GNCA 자연정화법 기술’이 분뇨 자원화 정책 수행과정에서는 여러 가지 이유로 배제된 부분도 자연순환농업이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한 주요 원인이다.


가축분뇨 처리시장은 기술도 아닌 폐수처리 업체들을 비롯한 국적 불명의 미생물 보따리 장사들이 판치는 불신의 장으로 전락했다.

 

6. [‘가축분뇨 문제’ 이슈화 실패] 무엇보다도 가축분뇨 문제에 대한 공론화 노력을 외면하고 게을리해서 정책 역량이 집중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이 문제가 계속 현안에서 밀려난 점도 문제해결이 어려운 요소다. 가축분뇨 문제로 인해 치명적인 각종 폐해가 증가하고 있는데도, 2017년 국정감사에서도 가축분뇨 문제는 이슈로 되지 못하고 있다.


현실을 직시하라. 가축분뇨 문제는 국가적 과제로 다루어져야 한다. 정책 역량과 예산이 대거 투입되어야 해결할 수 있다는 말이다.


가축분뇨 문제를 다루는 정부 부처도 일원화되어야 한다. 환경부와 농림부가 가축분뇨 처리장 건설에 엇박자를 내왔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7. [실효성 없는 연구용역] 가축분뇨 문제에 대한 전문가가 없다. 따라서 실효성 있는 연구용역이 수행되기 어렵다.


연구용역 추진 초기부터 현장의 요구들이 반영된 용역 결과물이 있는가? 연구용역은 마피아(?)들의 ‘돈 잔치’라는 세평까지 나오고 있다. 용역을 주관하고 있는 정부나 지자체 모두 해당된다.


용역 결과를 현장에 적용하기 어렵다는 것이 현장에서의 일반적인 반응이고 평가다. 해법을 찾기 위한 실효성 있는 용역 자료가 있으면 제시하기 바란다. 사과할 용의가 있다.


전문가들 집단이라고 자처하는 전국의 축산 관련 대학들도 마찬가지다. 변죽만 울리고 있다. 축산과학원, 축산환경관리원 등 유관 정부기관도 제기되는 문제에 대응하는 데 급급하고 있다. 해법을 못 찾고 있다.


축산 관련 지식인들, 전문가들에게 권한다. 우선, 자연순환농업이 무엇이고 어떻게 도입되었으며, 어떤 과정을 거쳐서 지금에 이르고 있는지부터 학습하기 바란다.

 

8. [한돈업계의 이기주의] 축산업계의 이기적인 태도도 문제다. 특히 한돈업계는 가축분뇨 문제에 대한 책임이 크다.


시중에는 한돈업자들이 돈을 많이 벌었고, 지역에서는 유지 행세를 하고 있고, 정치권이나 행정과 유착되어 있어서, 악취 민원에 소극적이라는 말들이 일반화되어 있고, 민원을 야기하는 축산업자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처벌하라는 것이 시중의 여론이다. ‘축산업을 폐기하라’는 요구까지 나올 정도다. 한돈업자들이 분뇨처리 문제를 언제까지 외면할 것인지 두고 볼 일이다.

 

9. [시민운동, 환경운동의 외면] 시민운동은 국민들의 제반 권리 증진을 위한 공익운동이다. 가축분뇨 문제가 악취 민원이나 수질오염 문제 등 국민 생활에 직접적인 위해를 가하고 있음에도 시민운동은 가축분뇨 문제를 외면하고 있다.


환경운동가들도 마찬가지다. 4대강으로 유입되는 지천, 하천의 주된 오염원인 가축분뇨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상태에서 4대강의 재자연화만 이루어지면 4대강이 저절로 맑아진다는 것인가? 이해하기 어렵다.

 

10. [친환경농업의 실체는 무엇인가?] 특히 유기농업, 친환경농업을 주창하는 분들에게도 묻고 싶다. 화학비료나 농약의 폐해에서 벗어나려는 ‘정농’ 정신은 존중받아야 하고 우리가 나아가야 할 미래 농업인 것이 분명하지만, 어떤 친환경 농자재를 사용하고 있는가?

 

왜, 유기농업이 일반화되지 못하고 있는가? 유기농업에 대한 불신의 근저는 무엇인가? 쿠바가 우리나라 유기농업의 모델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분뇨를 가공해서 농자재로 사용해서 농사를 짓는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 자연순환농업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는가?

 

11. [정치는 뭐 하고 있나?] 정치는 종합예술이다. 국민들의 다양한 의견들을 수렴하고 조정하는 등 제기된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이 정치다. 가축분뇨처리 문제로 전국적으로 악취 민원이 증가하고 있고, 4대강을 비롯해서 수질과 토양오염의 주범으로 떠오르고 있는 문제다.


축산의 미래가 가축분뇨에 달려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정치가 매우 복잡하고 바쁜 것은 사실이지만, 가축분뇨 문제를 정치가 외면하고 있는 현실은 이해하기 어렵다. 정치가 개입해야 이 문제가 풀린다. 정치권의 관심을 촉구한다.

 

12. [가축분뇨 자원화 업자들에게 말한다] 친환경자연순환농업협회는 가축분뇨 공동자원화 설비를 운영하는 분들이 중심이 되어서 만들어진 사단법인이다. 지난 2007년 5개소를 시작으로, 현재 운영 중인 80여 곳의 가축분뇨자원화 사업장 중에서 45곳 정도가 회원으로 가입되어 있다.


지난 10월 초에, 회원 업체인 홍성의 농가원이 가축분뇨를 불법 배출하여 홍성군 서부면 중리천이 오염된 사실이 언론에 보도된 바가 있다. 나는 지난 9월 20일에 협회 고문으로 위촉되었고, 10월 초에는 연휴가 이어져서 지금 협회 현황을 알아가는 과정에 있다.


아마도 회원들은 농가원 업자가 누구인지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여기저기 탐문해보니, ‘농가원 업자는 나쁜 놈’이라고 한다.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었다는 이야기다. 협회에 이런 불량 회원들이 얼마나 있는지 걱정되기도 하는데, 중요한 것은 동료 회원이라고 쉬쉬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가축분뇨 자원화 사업 현장에서 일하는 분들이 제대로 평가받고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당당해져야 하고, 자정능력을 갖춰야 한다. 업무에 대해서 공개적이어야 하고, 책임지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미비한 점이 있을 수 있는데 거짓말하지 말고 문제점을 드러내서 고쳐나가야 한다. 앞으로 자주 만나서 개선방향을 협의하고, 사회적 소임에 부합하는 협회로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 글을 쓰면서도 순간순간 감정이 격정적으로 치밀고 올라와서 가라앉히느라고 애를 먹고 있다. 나는 왜, 나하고는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는 ‘똥 문제’에 10년 넘게 시달려야 하는가? 나는 왜, 미워하는 사람들만 늘어가는 이런 인생을 살아야 하나? 내 인생은 누가 보상해주나?


2015년에 쓸쓸히 타계한 GNCA 이박 회장을 생각한다. 이것이 선구자의 길이라는 것인가?


사이비 전문가들이 행세하는 이런 더러운 풍토 속에서, 진정한 실력자 자연순환농업의 선구자는 업계에서 철저하게 따돌림당한 체, 쓰러져 갔다. 이런 자들, 사이비 전문가들을 나는 그냥 두고 보아야만 하는가? 내가 가는 이 길이 이박 회장을 지켜내지 못한 업보란 말인가?

 

자연순환농업에 대한 학습에서 잘못된 부분의 성찰, 연구분석으로 개선책 강구 등을 가지고 완전한 분뇨처리모델로 전국의 분뇨처리 및 냄새 없는 액비유통을 실현해야 할 것이다. 축산분뇨를 과학적으로 처리하여 만들어진 액비로 화학비료로부터 토양산성화를 줄여주어 비옥한 국토를 만들어줄 뿐만 아니라 맑은 물과 공기를 후손에게 물려주어야 한다.


결과적으로 국민으로부터 사랑받는 축산업, 경종농가의 고품질 농산물 생산에 기여하는 축산업, 두 업종이 상생하는 길이 될 것이다.

 

<월간 피그 2017년 11월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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