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개방 20년, 한돈시장 그 이면을 들여다보다 <Part 1/2>
한은혜 2017-09-02 18:53:50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변한다. 그런데 무려 20년이다. “20년 전과 어때요?”라는 질문을 받은 혹자는 어찌어찌 나이만 먹었다며 괜스레 길바닥의 돌부리를 걷어찰지도 모를 일이고, 혹자는 함박웃음을 애써 감추기 바쁜 모양새를 취할지도 모를 일이다.


“삶이 팍팍해졌어.” 하는 말이 많아졌다. 그런데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정말 그런지 괜한 착각은 아닌지 다 함께 힘들어졌는지 그것도 아니면 나만 그런 건지 정확히 알 필요가 있어 이를 살펴보고자 한다. 우리가 또는 내가 얻은 것과 잃은 것을 정확히 아는 일은 향후 발걸음을 어느 방향으로 옮길 것인지 정해야 하는 만큼 중요하다는 점을 굳이 강조하지 않겠다.

 

세상의 그 이면을 들여다보다 ? ⅰ. 세계 돼지고기 시장에서 대한민국 한돈은 “안녕하십니까?”

 

우리가 먹고 있는 돼지고기의 소비는 줄었을까? 늘었을까? 시장의 크기 변화를 소비량이라는 절대가치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USDA FAS(미농무성 해외농업국) 자료를 보면 1968년 세계 돼지고기 소비량은 23,781천톤이다. 이때 한국의 돼지고기 소비량은 62천톤으로 세계 돼지고기 소비량의 0.26%에 불과했다.


이제부터 재밌는 사실을 들춰보자. 먼저 다음 <표 1>을 유심히 살펴보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숫자에 집중하자. 내가 본 사항은 다음과 같다.


① 세계 돼지고기 소비량의 증가세는 10% 이하로 곧 떨어질 것이다. 이런 추세라면 10년 내 소비절벽(한계)에 부딪힐 것이라는 점이다. 성장 없는 정체된 시장에서 파워게임이 벌어질 것은 자명하다.


1968년 대비 1978년에 세계 돼지고기 소비량의 증가율은 78%였고, 1978년 대비 1988년에 세계 돼지고기 소비량의 증가율은 46%였다. 이처럼 세계 돼지고기 소비량의 증가율은 1968년부터 매 10년마다 78%, 46%, 33%, 20%, 12%로 계속 하락하고 있다.


② 우리나라 돼지고기 소비량은 2008년 대비 2017년에 증가율이 27%로 마치 10% 이하로 하락하려면 아직은 여유가 있게만 느껴지겠지만 이는 커다란 착각이다.


두려운 이유는 1988년 대비 1998년에 우리나라 돼지고기 소비량의 증가율이 77%였고 1998년 대비 2008년에 돼지고기 소비량의 증가율이 62%였지만, 2008년 대비 2017년에 돼지고기 소비량의 증가율은 27%로 무려 35%P 하락했다는 점이다. 이는 세계 돼지고기 소비량의 증가율이 곧 한 자릿수대로 하락할 때 우리나라 또한 동반될 수밖에 없으며, 그 충격은 돈육산업의 자립기반이 어떠한지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는 점을 느끼게 해준다.

 

 

현실성 있게 체감하기 위해 가정을 세워보자. 만약 2028년 돼지고기 소비량이 정체된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그나마 돼지고기 소비량의 증가율이 가져온 기대효과로 인해 시장에서 벌어진 갖가지 온갖 시행착오가 표면화되지 않은 채 설렁설렁 넘어갔었다면 앞으로는 단 한 번의 실수는 곧 실패로 이어질 개연성이 커질 것이고, 이는 곧 실험이나 시험이라는 “인정”보다는 선택에 따른 “책임”이 커지리라는 것이다.


그 방향에서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돼지고기 소비량이 곧 한 자리 수치대로 하락을 맞이하는 이때, 가뜩이나 투자비용이 막대한 대형축산기업을 이곳저곳에 용인하고 있다는 점이다. 마치, 상가를 지어놓으면 공실은 없어 하는 듯하다. 어찌 되었든 하나 또는 둘 정도의 큰 가게 주인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 다사다난해 보인다.


③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1968년 세계 돼지고기 소비량 대비 우리나라의 돼지고기 소비량이 0.26%로 “있으나 없으나 큰 차이가 없는” 상황이었다면 ? 패권을 두고 다른 국가와 싸워볼 수도 없는 주권 상실상황을 말함 ? 10년 단위로 돼지고기 소비시장이 커진 결과 2017년 현재 세계 돼지고기 소비량 대비 우리나라의 돼지고기 소비량은 1.75%로 곧 2%대 진입을 앞두고 있다.


앞으로 살펴볼 돼지고기 소비시장의 신장 이면에는 국내산의 약진이 있었을지 빛 좋은 개살구인지 가르마를 타야 할 일이긴 하지만 아무튼 우리꺼든 아니든 우리나라에서 돼지고기 소비를 그만큼 하고 있다는 건 그만한 가치를 확보했으며, 패권의 ‘주’는 아니더라도 ‘부’의 역할은 톡톡히 할 수도 있다는 무척 의미가 큰일이다.

 

박스하기 (주의사항) 지금까지 분석한 내용은 미농무성 해외농업국 자료의 결측치가 없다는 가정을 조건으로 하고 있어 보다 정확한 판단을 하기 위해서는 실제 돼지고기 소비량이 각국 마다 어떠한 상황인지 실측에 기반해야 함을 밝힌다.

 

 

세계는 지금 대륙별로 수출국과 수입국이 확연히 구분되는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그 심각성은 해를 거듭할수록 커지고 있으며, 우리는 이를 이미 잘 알고 있다손 치더라도 어찌할 바가 없다.


마치 아시아 국가 모두가 손을 맞잡고 수입에 대한 쿼터량을 조절할 수만 있다면 조금이나마 가격충격 면에서 돌파구를 찾을 수는 있겠지만, 과거에 묶여 각자도생하는 현실에서 이건 대안으로 취급받지 못한 채 수출국의 위세에 휘둘리고 만다. 내 돈 주고 물건을 사 오는데도 갑을 관계에서 ‘을’이라는 비상적인 일이 벌어지는 곳이 바로 육류수입시장이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4번째로 돼지고기 수입을 많이 하는 국가이다. <표 3>에서 보면 미국과 캐나다, 칠레는 마치 돼지고기 수입국가인 양 보이지만 사실상 훨씬 더 많은 양의 돼지고기를 수출하는 국가이다. 아시아 3국인 중국, 일본, 한국은 모두 돼지고기 수입국가다.
 

 

돼지고기 수출국가는 EU, 미국, 캐나다, 브라질, 칠레다. 대륙으로 보면 유럽, 북미, 남미에 해당한다. 돼지고기 패권을 두고 힘을 겨루고 있다. 그 과정에서 패커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우리나라는 전형적인 수입국가이다. 안타깝게도 많이 늦었겠지만 결코 수출국의 성공모델을 가져와서 벤치마킹할 일이 아닐지도 모를 일이다.


지역 기반의 강소농과 유통채널을 구축해서 자급자족 생태계를 갖추는 일이 대안일 수 있다. 일찌감치 산업규모화를 통한 세계 패권주의 겨룸에서 벗어나 ‘탄소마일리지(돼지고기의 생산부터 소비에 이르는 기간을 시간과 이동거리로 환산한 개념)’를 제1의 경쟁요소로서 내세워 신토불이의 대안으로 검토할 만하다.


돼지고기 생산자 판매가격은 세계의 주요 양돈농가들이 시장에 출하할 때 받는 거래대금을 말하는 것으로, FAO(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는 1991년부터 2015년까지 돼지고기 생산자 판매가격이 세계 평균보다도 높다. 첫째로 내세우는 가격경쟁력이 한참 부족함을 말한다.


일본 수출로 활로를 모색하는 건 바늘구멍보다도 작아 보인다. 오히려 저렴한 가격으로 밀고 들어오는 대부분 국가의 수입 돼지고기를 방어하기에도 힘에 부친다.
신선육의 핵심 요소인 냉장상태의 대규모 무역을 수출국가들이 갖추는 게 빠를까? 우리나라의 돼지고기 생산자 판매가격이 세계 주요국 수준만큼 낮아지는 것이 빠를까? 이는 말하나 마나다.
 

 

우리나라의 돼지고기 생산, 유통 및 소비 현황을 미농무성 해외농업국 자료로 살펴보면 <표 6>과 같다. 참고로, 1998년 수입개방 한참 전인 1978년과 1979년에 자급률이 100%가 아닌 이유는 돼지 사육두수 감소로 돼지고기 값이 오르자 정부가 외국산 돼지고기를 풀어 가격을 낮췄다. 그 결과 1979년에는 다시 돼지고기 가격이 폭락해 일반 양돈농가에서 돼지를 도살하는 등 ‘돼지 파동’이 일어났었다고 한다.
 

 

 

돼지고기 자급률은 2017년 현재 약 67.4% 수준으로 나타났다. 돼지고기의 소비시장이 1998년 대비 2017년 거의 2배 신장한데 비해 돼지고기 생산은 1998년 대비 2017년 1/3 수준 증가에 머물고 있다. 그만큼 수입 돼지고기에 시장을 내줬고 ? 또는 수입돼지고기와 공생하고 있고 ? 돼지고기 가격이 하락한다손 치면 모돈 도태부터 실행하니 국내산 돼지고기보다 가격이 저렴한 수입돼지고기는 계속 밀어붙이고 국내산 돼지고기는 시장이 좁아진 만큼 생산비 대비 수익성이 담보되어야 하니 생산성이 높아지더라도 마냥 웃을 수는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우리는 중대한 결정을 해야 한다. 다른 주요국만큼 돼지고기 생산자 판매가격을 낮춰 나갈 것인지? 가격을 높게 책정하더라도 현 상황을 유지할 것인지(사실상 현 상황에 대한 유지는 아니다. 퇴보에 가깝다)?


돼지의 생산성이 높아진 만큼 제 가격을 받지 못할까봐 불안해하는가? 우리는 자문자답해야 한다. 돼지고기의 소비량이 늘어난 만큼 생산성이 뒤를 받쳐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낮아져 현재의 수익을 내지 못할까봐 전전긍긍하고 있지는 않은지 말이다. 한돈산업이 우리 당대에 끝날 일이라면 이런 논의조차 시간이 아까운 일이겠지만 어디 그러한가?


앞서 가정했듯이, 앞으로 10년 후인 2028년 세계적으로 돼지고기 소비량이 정체기를 맞이한다면 어찌 될까? 과연 우리 ? 특히 농가를 말함 ? 는 조금이라도 더 벌기 위해 노력한 지금 주요국 수준만큼 돼지고기 생산자 판매가격을 낮추지 못했음을 자책하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하는가?


우리는 지금 우리끼리 경쟁하고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고민한 거리들이 우리에게만 머무는 일이 허다하다. 정작 고민할 거리는 딱 하나다. 포기했던 ‘가격경쟁력’을 조금이라도 좁혀보는 것, 바로 돼지고기 생산자 판매가격을 세계 평균 수준만큼은 낮춰야 하지 않겠는가 말이다.


높아진 생산성만큼 낮아진 가격 하락에 대해 겸허히 받아들이고 보다 공격적으로 생산성을 높이도록 독려하여 수입 돼지고기에게 내준 소비시장도 일부 되찾아 온다면 이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 아닌가 한다.


<다음 호에 계속>

 

<월간 피그 2017년 9월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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