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약품 동물용 항균제와 대체제를 둘러싼 최신 동향 <PART 21>
한은혜 2017-09-02 18:35:37

 

들어가며

 

최근 네덜란드와 벨기에에서 계란 중에 인체에 유해한 살충제 성분인 피프로닐(Fipronil)이 검출되어 전 세계적으로 파동을 일으킨 것을 시작으로 현재 국내에서도 비펜트린(Bifennthrin), 플루페녹수론, 에톡사졸, 피리다벤 등 5개 성분이 검출 및 확인되어, 국민 먹거리인 계란의 안정성이 위협을 받고 있다는 보도가 매일같이 언론과 인터넷 뉴스의 주요 관심사가 되고 있다.


식약처와 농식품부에서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살충제 성분이 들어있는 계란을 매일 2.6개씩 섭취해도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것을 위험평가 전문가들의 고증을 통해 확인해 준 바 있음에도, 의사협회에서는 이를 불신하는 기자회견을 여는 등 아직도 살충제 계란을 둘러싼 불안과 의혹은 수그러들기는커녕, 9월 정기국회 감사시즌을 맞이하여 더 증폭되는 양상을 나타내고 있어 안타까움을 더해가고 있다.


동물용 항균성물질 내성을 둘러싼 안전성 문제도 살충제 계란 파동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람의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슈퍼 박테리아 발생의 주된 책임은 의료계라는 것은 의료계 종사자들이 더 잘 알고 있는 명백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들은 현재까지도 자신들의 치부를 숨기기 위해 축산업계의 동물용 항균성물질 사용량을 근거로 그 책임을 돌리려는 행위와 발언을 계속하는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게다가 더 한심한 것은 동물용 항균성물질 내성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비전문가들이 마치 자신이 전문가라도 되는 양 동물용 항균성물질을 사용하면 마치 슈퍼 박테리아가 언젠가 출현할 것처럼 의료계 인사들과 맥을 같이하는 행위를 한다는 것이다.


의혹을 증폭시켜 과도한 불안감을 조성해서 자신들의 의도된 목적에 활용하며 언론플레이를 하는 것은 정치인들과 특정 폴리페서들이나 하는 행위지, 과학적 증거주의를 따라 행위를 해야 하는 양심 있는 과학도들이 해야 할 행위는 절대 아닌 것이다.


9월 14일부터 16일까지 3일간 부산 BEXCO에서 【항생제 내성과 현안 전염병의 전투의 오늘과 내일】이라는 대주제를 가지고 제11회 ISAAR과 ICIC-2017 국제 심포지엄이 개최되어 항생제 적정사용지원프로그램(Antimicrobial stewardship program, ASP), One Health와 항생제 내성문제 등을 비롯해서 여러 분야에 걸쳐서 흥미로운 주제가 발표된다(관련자료 1 참조).


2년 전 인천 송도에서 개최된 10회 대회에서도 의료계인사들과 수의내성전문가들이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여 끝장토론을 했었다. 결론은 나지 않고 서로 간에 평행선만을 확인한 체 종료되는 것을 현장에서 직접 본 바 있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도 제약협회에서 공식적으로 사람용 항생제가 연간 얼마나 사용되는지를 알 수 있는 사용량을 발표하고 있지 않은 나라이다. 그런데 무슨 근거로 매년 사용량이 발표되는 동물용 항생제 사용량을 근거로 슈퍼 박테리아를 운운하는 건지 알 수 없는 행위를 하고 있다.


일본도 이런 행위를 하다가 사회적 압력을 받아 최근에는 사용량을 공개하는 사례에 비추어 볼 때, 우리나라 사람 항생제 사용량도 결코 적지 않을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리베이트가 판을 치는 현실여건을 감안할 때 사용량 공개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이 될 것으로 여겨지고 있으며, 사회적인 이슈가 되어 대통령의 특별지시라도 떨어지지 않는 한 계속해서 비공개원칙을 준수하며, 축산업계로 책임을 전가하는 행위를 계속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따라서 본고에서는 계속해서 본 주제와 관련된 내용들을 정리해서 독자들에게 제공하고자 한다.     

 

 

동물용의약품 신중사용(Prudent use)은 국제적 대세

 

최근 「항균제의 신중사용」은 가축위생분야에서의 시대적 주제어(key-word)로써 자주 사용되고 있다. 원래 화학요법에는 「항균제의 용법·용량을 준수하며, 사용상의 주의를 잘 읽어서 올바르게 사용한다」라는 의미로, 「적정사용」이라는 용어가 널리 사용되어 왔다.


「신중사용」이라 함은, 사용할 것인가 안 할 것인가의 판단을 포함하여 항균제가 필요할 때에 적정사용에 의하여 최대 치료효과를 거두며, 약제내성균의 출현을 최소한으로 억제하는 것이다. 즉, 「적정사용」보다 더욱 주의하여 항균제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원래 세계보건기구(WHO)가 제창하여 보급한 용어이지만, 수의 의료에 있어서의 항균제 신중사용에 대하여 각종 단체가 여러 가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각각 특징이 있는 가이드라인이긴 하지만 기본적인 기재내용은 유사하다.


예를 들면 OIE의 가이드라인에서는 약제내성균으로부터 사람과 동물의 건강을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여 진료수의사의 책임을 언급하고 있다. 네덜란드에서는 3년마다 항균성물질 신중사용과 관련된 국제 심포지엄이 4회에 걸쳐 개최될 정도로 항균성물질의 신중사용은 국제적인 관심사가 되고 있다(관련자료 2 참조).

 

 

항생물질에 의해 내성과 치료실패가 증가하는 이유

 

과거에는 항생물질 사용량과 내성은 정비례 관계에 있어, 모든 책임을 양축농가들의 항생물질 오남용으로 돌려도 큰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현재는 이미 본지를 통해서 선구적으로 소개한 바와 같이 항균성물질 내성과 치료실패의 배후에는 2성분조절계(TCS)의 구성성분이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입증되고 있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내용들이 현장에 종사하는 양축농가들에게도 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전문가들이 더 분발해야 한다.  


일부 세균은 항생물질에 노출되면 항생물질에 대한 내성 정도가 강해지며, 이를 유도(Induction)라 한다. 세균의 내성은 유도성에 따라서 구성형(Constitutive)과 유도성(Inducible)으로 나눌 수 있다.


엔테로박터(Enterobacter)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 엔테로박터는 대장균(E.coli)과 유사한 염색체성 AmpC형 베타-락타마제(beta-lactamase)를 생성한다. 그러나 대장균에서 이 효소 생성량은 적고 항생물질 자극에 의해서 유도되지 않으므로 이 세균은 새로운 내성 유전자를 획득하지 않는 한 암피실린과 세팔로스포린에 감수성이다.


이에 반해서, 엔테로박터는 암피실린이나 세팔로스포린에 노출되면 유도에 의해서 베타-락타마제를 다량 생성하게 되어 이들 항생물질에 내성을 가지게 된다. 한편, 이들 항생물질에 노출된 엔테로박터 중 일부 균주는 염색체 유전자의 변이에 의해서 탈억제(Derepressed)균주가 된다.


탈억제균주는 항생물질 자극과는 상관없이 베타-락타마제를 지속적으로 다량 생성하므로, 역시 이들 항생물질에 내성이 있다. 즉, 염색체 변이가 없는 엔테로박터는 암피실린과 협범위(Narrow-spectrum) 세팔로스포린에 유도성 내성이며, 탈억제 변이 주는 구성형 내성이다.

 

과거에 비해 항균성물질 내성이 확산되는 이유

 

내성은 항생물질의 사용이 증가하는 것과 같은 속도로 증가하고 있어, 항생물질 사용이 내성 유전자의 발생을 유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관련자료 3 참조). 또한, 일단 발생된 내성균은 교통의 발달로 쉽게 다른 곳으로 전파되고 있다.


예를 들어, 현재 병원에서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MRSA의 경우 mec이라는 유전자에서 만드는 새로운 transpeptidase(세포벽을 만드는 효소)를 가지고 있는데, 이 효소는 기존의 베타락탐계 항생물질에 결합이 잘되지 않아 베타락탐계 항생물질 내성을 가지고 있다. 이 유전자는 1960대 후반부에 처음 발견된 유전자이지만 이것이 20년도 안 되어 전 세계로 퍼져 있다.


과거 항생물질 사용이 적었을 때는 항생물질 내성 박테리아의 수도 적었고 내성 기전도 다양하지 않았으며, 교통도 발달하지 않아 한곳에서 내성균이 발생해도 쉽게 다른 지역으로 전파되지 않았다. 현대는 교통의 발달로 한 구간 내의 지역 간의 이동과 각국 간의 이동이 활발하여 내성균이 발생하면 곧 전 세계로 전파되고 있다.


또한, 병원성 세균만이 지닌 생존수단인 TCS 진화과정을 통해 인간이 만들어내는 항생물질의 약효를 날이 갈수록 무력화시키면서 mcr-1,2를 비롯한 슈퍼 박테리아 급 신종 유전자를 확산시키고 있어 인간들로 하여금 무력감을 느끼게 하고 있다.


병원에서 일어나는 내성균 감염 또한 큰 문제가 되고 있다. 박테리아 중 특히 병원에서 감염되는 박테리아를 원내 감염균(Nosocomial bacteria)이라고 한다.


병원에서는 항상 항생물질들이 사용되고 있고, 이런 환경에 살아있는 박테리아들은 강한 항생물질 내성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것들이 의료인들의 손이나 옷에 의해 전염되기도 하고 소독되지 않은 의료기기들이나 식기, 또는 철저히 소독되지 않은 의료기기들이나 식기, 또는 철저히 소독되지 않은 병실을 다른 환자가 사용하는 경우에도 전염한다.


인체와 가축 내 여러 종류의 박테리아 간에 내성 유전자가 전달되는 것도 매우 경계해야 하는 일이다. 박테리아는 성장과 분열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일단 내성 유전자가 비병원성 박테리아에 발생되고 이 내성유전자가 병원성 세균으로 전달되면 큰일이 생기게 된다.

 

 

<월간 피그 2017년 9월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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