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개방 20년, 한돈시장 그 이면을 들여다보다 <Part 2/2>
한은혜 2017-10-04 18:32:40

 

세상의 그 이면을 들여다보다 ? ⅱ. 국내 돼지고기 시장에서 한돈농가는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십니까? 한돈농가 여러분, 반갑습니다. 저를 아시는 분도 계실 테고 모르는 분도 계실 겁니다. 사실 저를 알고 모름이 중요한 건 아닙니다. 나름 유통시장을 들여다보는 사람 중의 한 사람으로서 지금부터 여러분께 편지 형태의 글을 써보려고 합니다.


그 이유는 하나입니다. 바로 현 상황을 ‘움직일 수 있는 키’는 여러분이 쥐고 있기 때문입니다.

 

 

돼지 생산액은 2015년 기준으로 약 7조원에 이릅니다. 식량작물을 모두 합친 금액과 동일해질 날이 머지않은 듯합니다. 참으로 기분 좋은 일입니다. 남아도는 식량 문제로 골치 아파하는 걸 우리는 걱정하지 않으니까 더욱더 좋은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한편에선 씁쓸해집니다. 2010년 기준으로 돼지 생산지수는 125.3만큼 약진한 반면 식량작물은 95.5로 뒷걸음질했으니까요. 한우는 어떠합니까? 오리는? 벌꿀은? 육우는? 잘 보면 홈런친 건 돼지와 계란, 젖소이고 우유와 닭이 안타 정도를 친 상황입니다.
날이 갈수록 돼지의 중요성이 커진 결과 농림업 생산액 중에서 14.9%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는 축잠 중의 36.3%에 해당하는 비중입니다. 약 1/3에 해당합니다. 머지않을 때 농림업 생산액 중의 20%에 육박하고 축잠 중의 50%에 해당할 수도 있는 일이기 때문에 이는 농가분들에게 희소식입니다. 시장이 밝으니까요.


그런데, 가까운 일본의 돈육시장에서 국내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어느샌가 50%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음을 보더라도 그러하고, 어느 순간 40% 밑으로 떨어진 한우의 자급률을 보더라도 그러합니다.


“곧 한돈이다.” 맞습니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이제 세계적으로 돼지고기 소비량의 증가세는 정체를 맞이할 것이며 각 국가가 각 주체가 각 농가가 파이를 놓고 잘라 먹는 시대가 열릴 것입니다.


돼지 사육농가는 1988년 대비 56.9배 급감했습니다. 1998년 대비 5.9배 감소했습니다. 주로 1,000두 미만의 여러분 이웃이 시장에서 아웃되었습니다. 그 수치는 무려 올림픽이 열렸던 1988년 대비 147.5배에 이릅니다.


혹은 1,000두 미만의 농가들이 모두 1,000두 이상의 농가로 탈바꿈되었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아마 그렇게 보는 게 타당할 겁니다. 그럼에도 일자리 측면에서 보면 1988년 260,760가구의 일자리가 2017년 4,585가구의 일자리로 확 줄었다는 건 의심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렇기 때문일까요?
 

 

비육돈 두당 노동력투하량은 1998년 2원에서 2008년 1.25원으로, 2016년 1.38원으로 나타났습니다. 비육돈 두당 사료급여량은 1998년 253원에서 2008년 274원으로, 2016년 314원으로 나타났습니다.
 

 

비육돈 두당 수익성은 평균적으로 1998년 17만원 들여 7,739원 순수익을 냈던 일이 2008년 약 25만원 들여 약 6만원 순수익을 내는 일로 신장했으며, 2016년 약 30만원 들여 약 8만원 순수익을 내는 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여기에서 주목할 점은 30만원의 비용입니다. 바로 생산자 판매가격이 결정되는 최저한도를 말합니다. 매월 매주 매일 다릅니다만, 통상적으로 마리당 30만원 정도면 원가를 맞출 수 있다고 합니다. 여름철 60만원에 육박하는 가격이 겨울철을 만나면 35만원 수준으로 낮아지더라도 원가는 보전받고 있습니다.
 

 

비육돈 두당 사육비는 1998년 17만원, 2008년 약 25만원, 2016년 약 30만원이며 그 중 사료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약 53%로 나타났습니다. 사료비가 2∼3배 올라서 사육비가 그만큼 오른 줄로만 알았는데 어찌 해석해야 할지 잘 모르겠군요.
 

 

돼지 출하농가는 1998년 10,833가구로 평균 51세이며 농가당 연평균 616두를 출하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총 출하두수 중에서 규격범위에 맞춰 출하한 돼지는 56.7%였고, 경매시장 출하두수 중에서 규격범위에 맞춰 출하한 돼지는 50.3%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농가당 경매시장 출하두수는 연평균 415두로 나타났습니다.
 

 

2017년 상반기 기준으로 돼지 출하농가는 6,120가구로 평균 53세이며 농가당 연평균 1,344두를 출하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총 출하두수 중에서 규격범위에 맞춰 출하한 돼지는 64.1%였고, 경매시장 출하두수 중에서 규격범위에 맞춰 출하한 돼지는 48.0%로 나타났습니다.


1998년 대비 규격돈의 생산성은 높아진 반면, 경매시장에 출하하는 돼지는 비규격돈 비율이 소폭 증가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농가당 경매시장 출하두수는 연평균 253두로 1998년 대비 큰 폭으로 줄었습니다.


여기에서 시사하는 바는 잘 알고 계시겠지만 바로 경매시장에 출하되는 돼지의 출하율이 1998년 40.2%에서 2017년 8.1%로 급감했고, 급감한 물량은 가격결정요인으로써 유불리한 요소를 따짐에 있어 논외로 치더라도 급감한 물량 대비 경매시장에 출하한 돼지의 품질이 상장 외 일반적인 시장에서 유통업체와 거래할 때보다도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을 형성했다는 건 현행 경매가격에 준해 거래가격을 결정함을 볼 때 농가 여러분에게 매우 불리한 건 사실입니다.


자, 자기 실력을 시도별 출하농가들의 생산 실력과 비교해 보시고 자기가 속한 지역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면 하고 바라봅니다.
 

돼지고기 경락가격은 여러분이 유통업체와 거래할 때 매우 중요한 지표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경매시장에 출하한 돼지의 털벗김 작업이 박피보다는 탕박을 선호하다 보니 2017년 기준으로 박피로 출하한 돼지는 1998년 대비 49% 상승한데 비해 탕박으로 출하한 돼지는 1998년 대비 91.0%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돼지도체의 몸무게(도체중)는 계속 증가하여 탕박 거세돼지의 경우 1998년 74.4kg, 2008년 79.6kg, 2017년 86.0kg으로 1998년 대비 15.6% 커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얼마만큼 몸집을 불릴 것인지 이 정도 수준에서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다른 대안들을 검토할지 숙제로 남아있습니다. 물론 이에 대한 판단은 오로지 수입 돼지고기와의 경쟁관계에서 결정해야 할 것입니다.
 

 

국내 축산물 작업장은 2013년 77,602개소, 2014년 86,181개소, 2015년 98,140개소로 매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도축업 73개소, 식육가공업 3,597개소, 식육포장처리업 6,335개소, 축산물판매업 76,469개소, 식육즉석가공판매업 8,323개소로 나타났습니다.
겸업을 감안하더라도 시장이 굉장히 활성화되어 있고 역할 구분이 확실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시장 내 활동하는 주체가 많다는 건 무척 고무적인 일입니다만 그만큼 치열한 경쟁관계에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동종 업계의 경쟁뿐만 아니라 유통채널의 앞뒤로 단축을 꾀하는 시도와 국내산과 수입 시장의 경계조차 모호해지는 퓨전시장의 발생은 한 곳에서 머물러서는 발전을 도모할 수 없다는 자성에서 이미 탈업종 형태로 나타남을 보면 잘 알 수 있으며, 수평계열화니 수직계열화니 하는 용어들이 더 이상 낯설지만은 않은 상황입니다.
 

 

여러분, 우선 제 글을 끝까지 읽어주심에 감사를 드립니다.
아울러, 다시 한번 요약해서 말씀드리면 “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 단지, 모를 뿐입니다. 생각하지 않았을 뿐이며 생각을 넘어 기획을 세운 순간 우리는 이미 고지를 점령하고 있을 것입니다. 이는 경험이 입증해줍니다. 여러분, 우리의 재능과 축적된 시간을 믿으십시오. 지금 우리가 할 일은 단지 딱 하나, FAO에서 발표하는 돼지고기 생산자 판매가격의 평균 수준만큼은 조속히 달성하자는 점이며 이를 위해 회의안건으로 상정하자는 것입니다.”
몰랐으면 어쩔 수 없다손 치더라도 알면서 코를 베이는 건 더 이상 미덕이 아닙니다.

 

<월간 피그 2017년 10월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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