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이 지나가면 부각되는 소모성 질환
한은혜 2017-10-10 18:47:28

 

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 양돈산업에 가장 악영향을 미치는 질병(주요 법정전염병 제외)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무언의 합의를 이루어낸 대표적인 질병을 4P(PRRS, PCVAD, PRDC, PED)라 통칭하고 있다. 요컨대, 질 문제로 존립마저 위태로운 농장의 대부분이 이 4가지 질병 중 하나 이상 때문에 곤욕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근 20여년 동안 이 4P 질병을 방제하기 위해 숱한 연구와 논의가 이루어져 왔고, 일면 효율적인 대책이 마련되기도 하였다. 하지만 완전한 제어방안이 구성되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본고에서는 필자가 농장 컨설팅을 하면서 이 4P 질병에 도전하고 경험한 성과를 토대로 가장 효율적인 질병 컨트롤 방안이 무엇이었는지를 회고하고자 한다.

 

1. PED(돼지 유행성 설사병)

 

소위 양돈 선진국이라는 유럽(사실 PED가 처음 보고된 것은 영국임)과 북미에 이 질병이 발생되지 않고 있다가 지난 4년 전 북미(미국, 캐나다)에 이 질병이 상륙된 이후, 세계적인 관심이 집중된 질병이다.
우리나라는 바이러스의 특성상 추운 겨울철에 한해 발병되는 양상이 뚜렷하지만, 농장 단위로 계절에 상관없이 연중 발생되는 상재성 발생과 온난성 기후의 동남아시아에서의 발병은 계절적 특성을 무색하게 만든다.


전통적으로 PED 발병을 예방하고 억제하기 위해 ‘백신접종’을 시행해왔다. 하지만 그동안 필자의 경험으로는 PED 백신의 효용성이 그다지 크지 않은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물론, 드물게 PED 백신(경구용 생독, 근육용 생독, 사독, 생독+사독) 접종을 통해 PED를 예방하고 발병이 중단되었다는 보고와 사례도 접할 수 있었지만, 백신 접종에도 불구하고 PED가 발병된 사례는 체감적으로 더 많았던 것 또한 사실이다. 즉, 백신의 기술적인 한계에 대해서 조명해야 할 부분이 여전히 많이 남아있다면 우리는 다른 접근이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결국, PED라는 질병의 가장 효율적이며 합리적인 접근은 ‘차단방역’, 즉 ‘PED가 들어오지 않게 하는 것’이었다. 인근에 농장이 있고, 단지 내에 수많은 농장이 있는데 질병 유입을 어떻게 차단할 것이냐는 한숨 섞인 하소연을 하시는 분들이 많고, 백신 접종을 통해 PED 발생을 예방한 경험이 있고, 백신 접종 방법에 특별한 기술적 자신이 있는 사양가분들을 말릴 수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정작 중요한 점은 인근에 농장이 있든, 단지 내에 있는 농장이든, 거시적으로 ① 출하를 최대한 바깥으로 유도하고, ② 분뇨처리차량이 농장외부에서 작업할 수 있도록 하며, ③ 농장 출입인원을 제한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것을 제안한다.
PED 바이러스는 대부분 분변을 통해 전파된다. 또한, 대부분의 PED 발병이 역학적으로 출하 또는 분뇨처리 작업 후 비육사에서 발병이 시작되는 점을 알고 있다면 언급한 세 가지 비법(?)은 분명 주목해야 할 것이다.


필자가 자문하는 현재 12개 농장의 경우, 최근 4년여 동안 PED 백신을 접종하는 농장은 겨울철 백신을 접종하는 1개 농장 외에는 없었고, 해당농장 중 1개 농장에서 PED가 발생하였다. PED가 발생되지 않게 걸맞은 차단방역시스템을 구축하고, 피치 못해 발생되었을 때는 차단방역을 재정비하고 즉각적인 인공감염을 통해 피해를 최소화시키는 것이 PED를 접근하는 필자의 시각이라고 정리하고자 한다.
 

 

2. PRRS(돼지 생식기 호흡기 증후군), PCVAD(돼지 써코바이러스병), PRDC(돼지 호흡기 복합병)
 
통칭 소모성 질환이라 불리는 PRRS, PCVAD, PRDC는 주로 호흡기 증상을 공통적으로 나타내며, 1차적인 원인체에 따라 PRRS-PRRSV, PCVAD-PCV2, PRDC-Mycoplsma 등으로 분류한다. 하지만 진단시설의 부재, 각종 세균성 질환의 2차 감염으로 인해 현장에서 임상적으로 이 질병들에 대한 진단학적 분류가 쉽지 않아 엄격한 구분이 힘든 실정이다.


이런 소모성 질환들을 컨트롤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서 어떤 경우 각 질병에 대해 구분하여 구성해야 될 전략이 있기도 하다. 그러나 결국 주요하게 운영하여야 할 지침은 ‘공통적’일 것이라 미리 언급한다.

 

1) PRRS(돼지 생식기 호흡기 증후군)
 
PRRS를 컨트롤하기 위해서 PRRS를 박멸하거나 안정화를 목표로 전략을 세울 수 있다. PRRS 박멸을 위해서는 지리적 여건(반경 2~3km 내 농장 부재)이 우수하고, 엄격한 차단방역시스템이 구축(차량, 인원 통제 가능)된 농장이어야 가능하고, 이를 충족하는 농장은 돈군의 PRRS 상태에 따라 전체 돈사 비우기(total depopulation), 돈군 폐쇄(후보돈 도입 중단, herd closure), 부분 돈사 비우기(patial depopulaion) 등을 실시하여 PRRS를 돈군 전체에서 제거할 수 있다.


한편, PRRS 박멸 후 유지가 어려운 농장은 안정화를 목표로 차단방역시스템 강화, 후보돈 순치 프로그램 가동, 백신 접종, 올인/올아웃(all in/all out) 유지를 통해 소기의 성과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2) PCVAD(돼지 써코바이러스병, PMWS, PDNS 등), PRDC(돼지 호흡기 복합병)
 
PCVAD와 PRDC에 관련해서는 최근 PCV2 백신의 상용화가 이루어지고, 더불어 백신의 효과마저 뚜렷이 인정되어 PMWS(이유 후 전신성 소모성 증후군) 등 자돈, 육성기의 위축, 호흡기증으로 나타나는 수준 높은 폐사가 만연히 줄어드는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는 PCV2에 한해서는 질병 컨트롤이 백신에 의해 대중, 보편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얘기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PCV2에 의한 피해가 백신에 의해 농장단위에서 완전히 소멸되었을 것이라는 점에 필자는 회의적 시각을 가지고 있다. 실제 PMWS에 의해 상당기간 돈군의 피해가 막대한 농장에서 백신에 의한 개선효과가 일정 이루어졌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성장률 저하, 호흡기증의 임상증상, 일정 비율의 위축돈 분포 등은 여전한 것을 볼 수 있다. 주요한 점은 이런 농장의 환돈들에 대한 진단이 PCVAD(PMWS), PRDC로 빈도 높게 이루어진다는 사실이다. 
 

 

예전 백신이 상용되기 전 PMWS 등 PCVAD를 제어하기 위한 방법 중 프랑스 마덱 박사의 ‘Madec's rules(마덱 법칙)’이 있었던 사실을 회상하자. 마덱은 PMWS의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사양관리를 고민한 후 그 중 주요한 20가지 사양기법을 제안하였다.

 

 

본문 앞에서도 언급했듯 PRRS, PCVAD, PRDC에 대해서 구분하고 구성해야 될 전략이 있기도 하지만 결국 주요하게 운영해야 할 지침은 ‘공통적’일 것이라 본다. 결국 주요한 소모성 질환을 관리, 제어하기 위한 특별하고 공통된 방법은 ‘위생적인 관리 활동의 정착’이라 필자는 정리하고자 한다.


안 하면 더할 나위 없이 좋지만, 필요하면 시설도 손볼 수 있는 전향적인 자세도 가져야 하고 ‘어떻게 하면 깨끗한 관리 활동을 할 수 있을까?’, ‘내 농장에서 올인/올아웃을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사실 내 농장은 좀 더 엄격한 차단방역을 수행할 수 있는 것은 아닐까?’ 등이 결국 소모성 질환을 극복할 수 있는 가장 명쾌한 방법이 아닐까 한다.

 

<월간 피그 2017년 10월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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