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력 있는 한돈산업으로 거듭나기
한은혜 2018-02-05 18:49:05

 

2018년 무술년이 밝았다. 그러나 작년 말부터 하락하던 돈가(豚價)는 이제 kg당 3,800원 이하로 내려가면서 새해를 맞았다. 매년 설 이전까지 약세를 면치 못하던 국내 돈가가 올해도 어김없이 비슷한 양상을 보였지만, 미국이나 캐나다에서는 오히려 돈가가 상승하고 있어서 향후 국내 돈가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 자못 궁금해진다. 

 

매년 국내 돈가는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는 일정한 패턴을 보이고 있는데, 최근 국내에서 양돈산업을 선도하는 일부 농장들은 다양한 형태로 양돈장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긍정적인 모습으로 변하고 있다. 우선 최근의 돈가가 약세를 보여서 당연한 결과이겠지만, 양돈장에서 두당 생산비를 줄이는 노력이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다.


생산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사료비의 절감을 위하여 많은 농가들이 공동구매를 한다든지, 여신구입에서 현금거래로 전환하는 방법을 통해 농장에서 지불되는 실제 사료비를 절감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양돈선진국들인 EU에서도 사료비를 절감하는 방법이 네덜란드와 덴마크가 확연히 다른데, 네덜란드의 경우는 로테르담 항구의 지리적인 이점과 외국에서 저렴하게 구입한 원료사료를 국토가 좁아서 물류비가 적게 드는 장점을 이용하여 사료 kg당 가격이 300원 내외로 형성되고 있다.


한편 덴마크는 외국에서 수입하는 대두박이나 일부 첨가제를 제외하곤, 양돈장에서 경작하여 수확하는 작물을 이용하여 모돈 300두 이상의 농가들이 자체 생산되는 곡물을 이용한 자가배합사료를 사용하는 방법으로 사료 kg당 가격을 절감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양돈장에서 농지에 사료작물을 경작하여 곡물을 생산하는 경우는 거의 없으므로 사료회사, 조합, OEM 사료 등의 형태로 사료를 공급받고 있으므로 사료공장에서 생산되는 원가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으므로, 양돈장에서 사료비를 절감하는 최선의 방법은 가능한 여신구매보다는 현금구매로 구매형태를 바꾸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두 번째로 최근에는 우리나라 여름철이 동남아시아 지역보다 기온이 높을 뿐만 아니라 고온다습한 여름철의 특성상 농장에서 사육되는 가축들도 더위로 인한 많은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우리나라 여름철 고온다습한 날씨로 인해 가축들이 고온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방법으로 사료에 다양한 첨가제를 첨가한다든지, 상대적으로 기온이 낮은 이른 아침이나 밤에 사료를 집중적으로 공급하는 사양체계를 이용하는 농장들도 있다. 


그러나 근본적인 해결방법으로는 돈사의 단열시공을 충분히 해 놓고, 돈사 내 온도를 떨어뜨리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양돈장들이 지하수나 쿨링패드를 이용하여 돈사 내 온도를 떨어뜨리거나 더 적극적인 방법으로 돈사에 에어컨을 설치하여 혹서기에도 돈사 내 온도를 30℃ 이하로 관리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본인의 실험농장에도 분만사와 임신사의 단열시공을 한 후에 에어컨을 설치하여 여름철 혹서기에 돈사 내 온도를 떨어뜨려 모돈의 사료섭취량을 높이고, 모돈의 재발정비율을 10~15% 이내로 유지하는 좋은 효과를 보고 있다. 일부 농장에서는 육성·비육사에도 단열시공을 한 후에 에어컨을 설치하여 여름철 육성·비육돈들의 사료섭취량 저하, 성장률 정체를 극복하여 여름철에 출하지연으로 고돈가시기에 출하를 못하는 기간에도 정상적인 비육돈 출하를 통하여 수익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세 번째로 우리나라 양돈장들이 당연시하는 모돈의 연간도태율은 40~50%인데, 이는 매우 비정상적이다. 잘 관리되는 모돈이라면 연간 모돈도태율이 20% 미만으로 관리되고 있는 농장들이 많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본인은 여러 지면을 통해 모돈 1두를 도태할 때 양돈장에서는 약 160만원의 손실이 있다는 것을 누누이 강조해왔다. 2016년에 외국에서 수입된 종돈이 3,000두를 넘어서더니 2017년에는 4,500두가 넘어섰음에도 우리나라 생산성은 오히려 퇴보하였다는 것은 종돈의 도태만으로는 생산성이 올라가지 못한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연간 2,800만두 이상의 비육돈을 생산하는 덴마크의 순종두수는 7,500두 내외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연간 비육돈 생산두수가 1,700만두도 안되는데, 종돈장의 순종두수가 9,000두를 넘어서고 있는 것이 정상적일까? 요즈음 같은 상황에서는 높은 비율로 모돈을 도태하여 경제적 손실을 초래하고, 외부에서 후보돈을 자주 구입하여 원인을 알 수 없는 질병의 피해까지 생각한다면 양돈장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법은 모돈을 잘 관리하여 연산성을 높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모돈관리에 대한 여러 강연자료를 보면 <그림 1>과 같은 모돈의 산차구성이 매우 당연하게 인식되는 것을 보면서 참으로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국내로 수입되는 많은 종돈들이 외국에서 알아주는 유명한 종돈들인데, 이들은 연산성도 좋고 번식성적은 물론 강건성도 좋다고 소개되고 있지만, 국내 양돈장들이 모돈들을 오래 사용하려고 노력하지도 않고 너무 쉽게 모돈을 도태하는 것은 경제적으로 손실을 각오하는 어리석은 결정이라 생각한다.


본인의 생각으로는 자체분석결과를 통해 양돈장에서 모돈을 사육하는 일관농장에서 모돈도태를 통해 두당 160만원의 손실을 가정하였을 때, 모돈갱신비용이 전체 매출에서 5%를 넘으면 모돈관리에 문제가 있는 농장이라고 생각한다. 양돈장에서 모돈을 잘 관리한다면 7산차 이상의 모돈이 전체 모돈 중에 차지하는 비율이 40% 이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본인의 실험농장에서 <그림 2>와 같이 증명한 바가 있다. 

 

 

 

마지막으로 언급하고 싶은 것은 양돈장에서 모돈의 번식조절을 위해 최근에 많은 양돈장에서 호르몬제제를 사용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듯이 소개되고 있는데, 본인은 매우 안타까운 마음이다. 사람이나 동물에게 호르몬제제는 짧은 순간에는 원하던 효과를 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사용하면 반드시 부작용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모돈의 발정동기화나 분만시간 조절을 위해서 인위적인 호르몬제제를 사용하는 것을 자주 보는데, 가장 큰 문제는 호르몬제제를 자주 사용하면 모돈의 재발정시 미약발정(silent estrus)이 자주 나타나서 발정징후를 관리인이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고 무발정으로 진단하여 도태하는 경우가 많이 생긴다는 것과 호르몬제제의 사용으로 인한 비용증가에 대해 크게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돼지는 생리적으로 발정주기가 3주간격으로 매우 일정한 동물이므로 호르몬제제를 사용하지 않아도 처음 교배를 하는 후보돈들만 잘 관리하면서 교배를 하고, 모돈이 분만한 후에 포유기간을 마치고 포유모돈들을 동시에 이유만 하면 다음산차에서는 교배시기가 1~3일내로 발정이 와서 자연스럽게 발정동기화가 된다.


사람과는 달리 돼지는 새끼들이 어미젖을 빨고 있는 포유기간에는 발정주기가 정지되어 있다가 어미로부터 새끼들을 격리하여 이유하는 순간부터 발정주기가 다시 시작되는 생리적 특성이 있다. 그러므로 이유시기를 조절하여 다음 산차의 교배시기를 쉽게 조절할 수 있다.


낮에 분만을 유도하기 위하여 분만촉진제를 사용할 경우에도, 간혹 출생한 새끼돼지가 걷지를 못하고 거북이처럼 네다리가 양옆으로 벌어지는 신생자돈들을 보았을 것이다. 새끼돼지는 분만 전 2~3일 동안 다리의 골격이 단단해지는 특성이 있으므로 분만시기가 조금만 빨라져도 허약한 다리골격을 갖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발정동기화를 위한 호르몬제를 사용할 때에도 종부 전 10~15일 정도 호르몬제를 사료에 첨가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양돈장을 운영하는 농장주가 호르몬제를 사용하면서 발생하는 비용을 계산해보면 호르몬제의 비용이 만만치 않은 것을 알 수 있다. 


분만사에서 관리인이 너무 쉽고 편하게 일을 하려고 호르몬제를 사용하는 것이 자칫 임신돈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고, 태어난 자돈의 지제불량으로 자돈도태율이 증가할 수 있는 가능성이 항상 존재한다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우리나라 양돈산업에 대하여 항상 언급되는 것이 외국의 생산비에 비하여 약 두 배나 높은 생산비 구조를 갖고 있지만, 생산성은 오히려 EU에 비하여 약 40%나 낮다는 부끄러운 사실이다. 현재와 같이 돈가가 kg당 3,800원 미만을 유지할 때는 무엇보다 두당 생산비를 다시 점검하는 것이 중요하다.


양돈장의 재무구조를 무시한 채, 무모하게 과도한 시설투자를 하게 된다면 양돈장의 미래는 매우 암울하게 될 것이다. 양돈산업의 주위에서 벌어지는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하여야 우리나라 양돈산업은 지속가능한 양돈산업으로 거듭날 것이다.

 

<월간 피그 2018년 2월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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