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야기 - 5월의 신부
한은혜 2018-05-01 19:27:49

 

5월은 가정의 달이다. 계절 중 가장 화려하고 푸르름이 가득한 5월에는 가정과 관련된 행사들이 많아서 가정의 달이라고 한다.


5월 1일은 근로자의날, 5일 어린이날, 8일 어버이날, 11일 입양의날, 15일은 스승의날, 21일은 부부의날…. 사람을 위한 달로써 가정에 행복과 건강을 위하여 만든 달이라고 한다.
특히나 5월은 계절의 여왕이라고 한다. 3,4월을 지나 새로 난 잎이 5월에 이르면 색이 진하지도 연하지도 않은 아름다운 색상을 이룬다. 더욱이 12달 중 가장 쾌적하여 생활하기에 좋은 계절이기도 하다.


꽃들이 피기 시작하는 특성상 결혼 역시 남녀가 제일 젊고 아름다울 시기와 5월은 궁합이 잘 맞아, 5월의 신부를 꿈꾸는 것 같다. 이제는 봄도 가을도 짧아져서 5월이 덥기까지 하지만, 그래도 5월은 눈부시게 아름다운 달인 것 같다.


결혼식장에서 신부가 입장할 때 연주되는 결혼행진곡은 리하르트 바그너의 1850년 오페라 ‘로엔그린’ 삽입곡 중 하나이다. 동서양을 떠나 전 세계 신부들의 입장은 이 곡으로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로엔그린은 보지 말라거나, 물어보지 말라고 하면 꼭 궁금증이 일어나 일을 그르치게 되는 금기의 소재를 흥미롭게 기초로 깔고 ‘통일된 강력한 민족국가 독일’을 열망하며 순수한 독일 정신을 제시한 바그너의 게르만 민족 우월주의와 반유태주의가 잘 드러난 작품이다.


특히 우리에게는 그런 무거운 내용보다는 3막에 등장하는 ‘결혼행진곡’으로 더 익숙하다. 성배를 지키는 기사 로엔그린과 그에게 구원받은 엘자가 결혼하는 장면에 나오는 ‘혼례의 합창’을 말하는 것인데, 비극적인 내용이므로 새롭게 시작하는 결혼식에서 연주되기에는 지나치게 어두운 내용이기도 하다.

 

 

결혼식 퇴장에 쓰이는 곡은 멘델스존의 ‘결혼행진곡’이다 이 곡은 다장조의 곡으로 셰익스피어의 ‘한여름 밤의 꿈’ 상영 때 사용하기 위해 만든 곡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결혼식 음악이다.


예전에는 파이프 오르간을 선호했지만, 퇴장의 느낌을 살리기에는 트럼펫의 팡팡을 많이 사용하기도 한다. 원작의 연극에는 전혀 존재하지 않지만, 신랑 신부의 퇴장시에 쓰이며, 이 곡은 전에 말한 바그너의 결혼행진곡과 제목을 혼동하는 사람들이 많다.


클래식음악을 잘 모르는 주변인들에게 “결혼행진곡 멜로디를 읊조려봐라”라고 하면 다들 다른 멜로디를 흥얼거릴 것이다. 아이러니한 점은 이 곡의 작곡가인 멘델스존과 결혼행진곡 작곡가인 바그너는 사이가 그리 좋지 않다는 것이다.

 

자유분방한 사랑의 편력 ‘바그너’

 

바그너는 진성 독일인으로 반유대주의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었던 반면, 멘델스존은 유대계 집안 출신으로 상위 1%에 해당하는 위치에 있었다.


바그너는 영향력 있는 독일의 피아노 연주자이면서 작곡가, 지휘자, 음악이론가, 수필가였다. 19세 때 작곡가가 되기 위한 공부를 시작하였으며, 여러 도시를 돌며 순회공연하여 어느 정도 인정받기 시작하지만, 스위스 망명 후 여러 가지 불편한 생활과 빚은 점점 쌓여갔다.


바그너의 첫 번째 부인 미나 플라너는 복잡한 인생을 살아온 여자였다. 바그너보다 4살 연상인 그녀는 극장의 프리마돈나였는데, 그런 미나를 보고 반하여 바그너가 22세 때 26세인 미나 플라너와 결혼하였다.


세월이 지나자 미나의 매력은 사라지고 바그너는 그런 미나만으로 충족이 되지 않아 미나에게서 도망쳐 오토베젠 동크의 아내 마틸데를 만나 불륜을 시작한다. 심지어 마틸데의 남편은 음악과 미술에 조예가 깊은 지적인 남자였으며, 바그너와 미나가 살 집과 후원금을 내어줄 만큼 배려심이 깊은 사람이었다.


묘하게도 이렇게 불륜을 시작한 바그너의 창작은 깊어지면서 ‘트리스탄과 이졸데’, ‘베젠동크 가곡집’을 작곡하여 그녀에게 바친다. 작품에서 보여지는 농후한 사랑 장면은 두 사람이 보통 사이가 아니란 걸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바그너의 이런 행각은 다 밝혀지게 되고, 그의 아내 미나는 결국 심장마비로 급사하게 된다. 바그너의 정상궤도에서 벗어난 애정행각 때문에 국민들은 국왕에게 국민과 바그너 중 하나를 택하라고 공격하게 되면서 바그너는 뮌헨에서 추방된다.


이후 바그너에게 새로운 사랑이 찾아오는데, 은사의 아내이자 리스트의 딸 코지마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코지마는 남편과 이혼조정이 난항을 거듭하며 4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으며, 음악에 대한 높은 식견으로 훗날 바그너가 역사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게 하는데 큰 공헌을 한다.

 

 

인생의 동반자는 오직 아내뿐 ‘멘델스존’

 

멘델스존에게는 파니라는 누나가 있었다. 뛰어난 음악 재능을 지녔지만, 멘델스존의 음악성에 가려 빛을 보지 못했다.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노골적으로 차별과 박해를 받았던 남매는 서로의 작품을 들어주는 청중이었다. 남매는 단순한 남매애를 넘어서 묘한 관계가 된다.


결혼을 못하던 파니는 빌렐름 헨젤과 결혼을 결심하지만, 결혼을 기뻐하기는커녕 동생과의 이별에 눈물짓는다. 좀처럼 결혼을 못한 건 멘델스존도 마찬가지였다. 멘델스존의 연애와 사랑에 대해 알려진 것은 별로 없다.


성세실리아협회의 연주회 지휘를 맡게 된 멘델스존은 고모의 소개로 프랑크푸르트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성이라는 말을 듣는 세실을 만난다. 그 이후 이들은 결혼을 하였지만, 이 결혼식에 멘델스존가의 사람들이 어떤 불만이 있는지 아무도 결혼식에 오지 않았으며, 맨델스존의 누나 파니는 세실에게 질투 가득한 편지를 보낸다.


어떤 여자가 동생의 마음을 사로잡았는지 그녀는 불안했다. 실제로 세실을 만난 파니는 그녀의 밝고 상큼한 인상을 맘에 들어 하며, 뒤늦게 동생의 결혼을 축복한다.


멘델스존의 음악이 그렇듯 결혼생활은 조용하고 풍파 없이 중심이 잡혀 있는 평온하면서 절제된 생활을 하였다. 하지만 그의 아내 세실은 스웨덴 출신 미모의 여가수 제니 린드와 남편의 친밀한 관계를 우려하고 질투했다.

 

멘델스존은 목소리뿐만 아니라 외모도 아름다운 린느와 이야기하고 연주하는 것을 좋아하여 그녀와 함께 지낸 시간이 많아졌다. 실제로 두 사람이 어떤 관계였는지 확실하지 않다.


린느는 멘델스존의 대표적인 오라토리오 ‘엘리야’의 소프라노 아리아에 투영되어 있다. 소프라노 파트는 목소리를 염두하고 작곡한 것이다. 그리고 대표적인 피아노 작품 ‘무언가’는 누나 파니의 영향을 받아 만든 남매애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다.


가곡과 피아노를 하나로 합친 장르를 생각해낸 것도 누나 파니이며, 작품이 완성되기까지 서로가 듣고 비평해주며 작곡시 참고도 했다고 한다. 특히 멘델스존은 누나 파니의 음악적인 부분을 많이 질투했다고 한다.


그 둘은 지나치게 친밀한 남매인 데다가 그리스도교로 개종한 유대인이라 사회적으로 격리되어 ‘무언가’에는 근친상간적인 사랑과 질투가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1847년 파니는 42세로 사망하자 마치 그를 따르기라도 하듯이 멘델스존도 함께 세상을 떠났다.

 

 

결혼은 사랑받기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사랑하기 위해 함께하기로 한 약속인 것 같다. 전혀 새로운 생활을 하다, 서로 맞춰가며 이해하고 의리를 지키며 결혼생활을 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것인데, 많이들 잊어버리고 사는 것 같다.


밖에서는 한없이 착하고 이해심 많고 작은 일도 그냥 넘어가며 큰일에 대범하고 그리 사람 좋다는 말을 듣지만, 과연 집안으로 들어와서는 편하고 익숙하다는 이유에서 가장 기본적인 가정의 예의는 지키고 있는지….


home과 house의 차이는 무엇일까. home은 집이라는 의미 안에 가정이라는 뜻으로 애정이 깃들어 쉴 수 있고 마음의 안정을 가질 수 있다는 뜻을 가지고 있으며, house는 건축물로서의 집 즉, 단순한 주거공간 그냥 내가 사는 집을 의미한다. 의미상 큰 차이가 있다.
가정의 달 5월은 아름다운 계절이다. 더 늦기 전에 많이 표현하고 아름답게 사랑하며 삶이란 만찬을 즐겨보길 바란다.
 

<월간 피그 2018년 5월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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