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양돈의 과거 10년과 미래 10년 한국 양돈의 과거 10년과 미래 10년
축산 2016-03-16 10:38:55

김유용 교수
서울대학교


1. 머리말


세계적인 경제 통합의 흐름 속에서, 경제 세계화의 1단계에 해당하는 자유무역협정(Free Trade Agreement; FTA)은 사회·경제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왔다. 양돈산업도 이러한 영향을 벗어날 수 없었다.
2004년 처음으로 한·칠레 FTA가 발효된 이후 여러 나라들과의 FTA를 거치면서 국내 양돈농가들은 값싼 수입산 돼지고기와 경쟁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이에 따라 자연스레 국내 양돈산업의 구조 역시 변화하게 되었다.
수입산 돼지고기와 경쟁하게 되면서 국내 양돈업계에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1,000두 미만의 사육규모를 가진 소규모 농가들은 지난 10년 동안 9천여 농가에서 2천여 농가로, 2005년 대비 무려 77%가량의 농가가 사라지게 되었다. 반면에 5,000~10,000두 규모의 농가수는 2.06배, 10,000두 이상 사육농가도 1.97배로 2배 가까이 증가하였다.
이에 따라 2009년을 기점으로 1,000두 미만의 사육농가가 사육하는 두수보다 5,000~10,000두 규모의 농가 및 10,000두 이상의 사육농가가 사육하는 두수가 더 많아지게 되었다.
이러한 현상은 경쟁력이 떨어지는 농가들이 경쟁력이 높은 농가에 흡수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다시 현존하는 양돈농가들이 전문화되고 대형화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2015년에 들어서며 국내 양돈농가수는 5천 곳 미만으로 떨어졌으며, 전문 양돈인들만 양돈장을 운영하는 시대가 열리게 되었다.



2. 2015년의 양돈 현황


2015년은 우리나라의 양돈산업에 있어서 가장 유리한 시기였다고 할 수 있다. 국내 배합사료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원료인 옥수수, 대두, 밀의 가격이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에 있었으며, 2010년 이래로 최저치를 기록하였다. 이에 따라 배합사료의 가격 역시 2010년 이후 처음으로 500원대로 떨어졌다(농림축산식품부, 2016).
이뿐만 아니라 돈가 역시 박피와 탕박을 가리지 않고 꾸준히 4천원 대 이상을 기록해 2015년 평균 돈가가 박피 5,261원, 탕박 4,985원을 기록하는 등 그야말로 양돈산업의 호황기라고 할 수 있었다.
이처럼 그 어느 때보다도 양돈장이 수익을 내기 쉬운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2014년과 비교했을 때 2015년 말에는 양돈농가수는 5,277호에서 4,949호로 300호 이상이 문을 닫았다. 이는 경쟁력이 없고 수익률이 낮은 양돈농가는 시장원리에 의해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시사한다.


3. 향후 10년간 FTA가 양돈산업에 미치게 될 영향

2015년이 우리나라 양돈산업의 황금기였던 것에 비해 앞으로의 전망은 밝다고만은 할 수 없다. 세계화와 국제화의 흐름 속에서 FTA를 비롯한 국가 간의 경제에서 벽을 허무는 협정들이 체결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이미 칠레, EU, 미국, 중국 등 14개의 FTA를 체결하였으며, 협상이 끝났거나 진행 중인 FTA 역시 6개가 있는 상황이다. 현재 시점에서 이미 체결된 FTA에서 수입돈육의 최종 관세율은 모두 0%이며, 양돈 선진국인 미국과 칠레는 각각 2012년과 2014년부터 최종 세율인 0%를 적용하고 있어 국내 양돈농가들을 위협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EU와 호주 등 축산 선진국을 비롯한 10여개의 나라들과의 FTA 발효로 이미 점진적으로 관세가 낮아지고 있으며, 10년 내에 모든 관세가 없어지게 될 예정이다. 이는 전년 대비 돈육가격이 거의 대부분 마이너스 수치를 보이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으며, 월별로 변동되기는 하지만 수입냉동육의 경우 국내산 돼지고기보다 싸거나 비슷한 가격을 보인다는 것을 알 수 있다(수출입 무역 통계, 2016).
수입돈육의 경우 관세보다 더 큰 문제가 바로 돼지고기 가격이다. 미국육류수출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돼지고기 가격이 주요 돼지고기 생산국 중 가장 높으며, 일본을 제외한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적게는 1.5배, 많게는 3배 이상 차이가 난다(그림 4).

우리나라와 FTA를 체결한 칠레, EU, 미국, 캐나다 등과 비교해 보면 돼지고기 가격이 3배 이상 차이가 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아직까지는 이들 국가와 관세 장벽 혹은 유통 거리에 따른 품질로 경쟁력에 차이를 두고 있으나, 수입관세가 사라지고 냉장유통 기술이 발달하게 되면 현재처럼 높은 양돈생산비로는 국내 양돈장들이 생존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이 때문에 농림축산식품부는 15년 뒤 양돈산업은 한·EU FTA로 인해 1,214억 원의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또한, 15년 뒤에는 유럽이나 북미의 나라들과는 달리 유통 거리로 인한 장벽이 없는 중국에 대해 돼지고기 관세가 없어지게 된다. 이처럼 10년 뒤, 혹은 20년 뒤의 경제적 타격을 막기 위해서는 현재의 상태에 안주해서는 안 될 것이다.





4. 한국 축산이 나아가야 할 방향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10년 뒤 우리나라 양돈산업에 큰 위기가 다가올 것으로 예측되며, 그중 일부는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이를 위해 국내 양돈업계가 향후 10년을 미리 준비할 수 있는 것은 양돈분야의 인재양성이다.
현재 양돈농가를 경영하고 있는 사람들은 수십 년간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돼지고기 시장의 개방으로 인한 어려움들을 극복해 낸 사람들이다. 2만여 농가 중 경쟁력 있는 5천 농가만이 생존한 상황에서 여러 경험으로 다져진 이들 양돈장을 계승하고 이어나갈 수 있게 하는 것이 우리의 양돈산업이 지속적으로 살아가는 방법일 것이다.
이를 위해 양돈농가의 2세들이 양돈장을 계속 이어나갈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교육을 하는 과정에서 이들이 양돈산업의 변화하는 경제적 구조에 맞춰 양돈장을 경영할 수 있도록 해야 미래의 양돈농가들이 세계화의 기류 속에서 흔들리지 않도록 하는 방책이 될 것이다.
이외에도 양돈을 비롯한 축산업계에 새로운 인재들이 유입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축산업계 외부의 사람들이 축산업에 들어올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아직은 많이 제한적이다. 그러나 새로운 인력이 축산업에 유입되지 않는다면 축산업은 정체되고 궁극적으로는 생존할 수 없게 될 것이다.
돼지고기 시장이 개방되면서 이제 더 이상 기존의 방법만으로는 경쟁에서 버티기 힘들 것이다. 새로운 인력들이 양돈업계로 유입되어 자리 잡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만 빠르게 변화하는 세계화에 맞춰 우리 양돈업계도 변화할 수 있을 것이다.


<월간 피그 2016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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