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돈에서 선천성 진전증(Congenital Tremor) 원인체 확인
한은혜 2017-09-03 18:57:37

 

2017년 여름은 2016년보다 더 뜨거운 것 같다. 작년 여름이 더워서(?) 올여름 돈가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작년에 유럽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하면서 유럽 전역이 차단방역으로 전전긍긍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에서는 여전히 구제역, 돼지열병 등의 전염병에 모든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필자는 본고를 통해 이와 다른 특이한 케이스를 소개하려고 한다. 2013년 자돈에서 선천성 진전증에 대해서 기고한 적이 있었는데, 지속적으로 그 원인체를 알아내기 위해서 여러 방면으로 알아보았다. 그리고 2016년 더블린 IPVS에서 그 실마리를 얻었고, 국내에서도 선천성 진전증 원인체를 확인하게 되었다.
  
“흔들이 자돈!!”

 

2017년 3월 사업소에서 관리하는 농장에서 분만사 직원 표현으로 “흔들이” 포유자돈이 발생하였다. 진전증은 기존에 연쇄상구균 감염에 의한 뇌막염 증상으로 인해 자전거를 타는 자돈과는 좀 상이하였다.


기립상태에서 좀 심한 개체는 전신적으로 떨림 증상이 있었고, 좀 덜한 개체에서는 머리만 떠는 증상이 나왔다. 선천성 진전증이었다. 선천성 진전증은 돼지열병, 오제스키 등의 바이러스 감염 또는 유전적 결함, 독소에 의해서 신생자돈이 다리 또는 전신을 떠는 병이다.

 

<표 1>에서 보듯이 임신 중의 모돈이 돼지열병 바이러스가 감염되는 경우, 또는 성염색체 관련 유전인자의 이상으로 랜드레이스종에서 발생하며, 유기인제(농약) 중독시에 발생이 가능하다. 선천성 진전증에 의한 경우 폐사율은 매우 다양하며, 생후 1주일 정도만 살면 대개 생존이 가능하다고 한다.


그러나 관리자 입장에서는 매우 짜증 나는 일이다. 실제 해당 농장에서 분만사 직원들은 포유자돈 폐사로 인한 생산성 저하로 인해, 자돈사 직원들은 이유자돈을 받을 때 신경을 더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고 있었다(해당 농장에서도 실제 선천성 진전증 증상 돼지들은 잘 때는 증상이 없었고 깨어 있을 때만 증상을 보임). 그로 인해 해당 농장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였다.

 

원인분석

 

해당 농장은 모돈 500두의 PRRS 음성농장으로 일괄사육농장이다. 특이한 사항은 구서작업을 외부업체(방역공사)에 월 1회 의뢰하는데, 국내에 거의 매년 구제역이 발생하는 시기인 12월부터 3월까지는(심한 경우 5월까지) 차단방역상 외부업체를 통한 구서작업을 중지하였고, 그 이후에 분만사 포유자돈에서 선천성 진전증이 발생하였다. 선천성 진전증은 주로 산차 및 품종에 관계없이 발생하였다.

 

 

2013년에 해당 농장 가검물을 채취하여 돼지열병, 써코바이러스와 같이 선천성 진전증 원인체를 확인하려 했지만 분리되지 않았다. 어찌 되었든 2016년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개최한 IPVS에 참석하여 그 실마리를 찾아냈다.


실마리는 미국 아이오와 대학교 수의과대학에서 선천성 진전증에 대해 연구를 진행하였는데, 결국 돼지열병과 같은 바이러스 속인 비정형 돼지 페스티 바이러스(Atypical Porcine Pesti Virus, APPV)를 분리하였다.
 

 

 

pesti virus는 박쥐에서 유래한 것으로 돼지에서 돼지열병 바이러스가 있고 소에서는 BVD-MD바이러스가 있지만 이외에도 비정형적인 pesti virus가 더 많다. 최근에는 Next Generation Sequence 방법을 통해 확인이 가능하다.

 


위의 그림처럼 아이오와 대학교에서 선천적 진전증 증상을 보인 포유자돈의 대뇌, 소뇌, 뇌간, 척수, 혈청에 대해 Real-time PCR로 비정형 돼지 페스티 바이러스를 확인하였다. 이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필자도 해당 농장에서 2017년 1월부터 5월까지 수집한 혈청 샘플에 대해서 건국대학교 수의과대학 면역병리학 실험실에 비정형 돼지 페스티 바이러스 검사를 의뢰하였고, 뜻밖의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표 3>의 검사 결과에서처럼 풀링한(Pooling) 7-1과 7-2에서 고농도의 밴드를 확인할 수 있었다. 7-1과 7-2에 대해 각각 개별 PCR(Pan-APPV Detection Primer 사용)을 진행한 결과, 국내에서도 비정형적 돼지 페스티 바이러스를 확인할 수 있었다(아래 그림 참조). 

 


앞서 말했듯이 비정형 페스티 바이러스는 돼지열병 바이러스와 같이 페스티 바이러스속에 속해서 충분히 돼지에서 선천성 진전증 유발이 가능하다. 비정형 돼지 페스티 바이러스는 쥐와 같은 설치류에서 유래한 질병으로 야산을 자연경계로 하고 있는 농장에서는 야생동물 노출 때문에 선천성 진전증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해당 농장은 국내 구제역 발생 상황으로 외부업체를 통한 구서작업이 중단된 상황에서 직원들의 증언을 토대로 실제로 농장 내 쥐 서식이 증가하였다. 모두 외부에서 도입되는 돼지, 사람에 대한 차단방역에 대해서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지만, 정작 쥐와 같은 작은 야생동물 차단방역에 대해서는 안이하게 대처해서 발생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결론

 

현재 선천성 진전증과 관련된 백신은 국내에 없기 때문에 선천성 진전증뿐만 아니라 농장 차단방역에 대해서 가을이 오기 전에 다시 한번 점검해야 할 시기이다. 무엇보다도 철저한 구서작업이 필요하다.


서두에서 언급한 아프리카돼지열병은 현재 유럽에서 발생하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는 발생하지 않고 있으나, 이는 결코 다른 나라의 일이 아니다. 2010년 11월에 우리나라에 경제적 피해를 주었던 구제역이 발생하리라고 아무도 몰랐기 때문이다.

 

참고문헌


1. Identification of a Divergent Lineage Porcine Pestivirus in Nursing Piglets with Congenital Tremors and Reproduction of Disease following Experimental Inoculation (2015, Iowa State University)
2. Presence of atypical porcine pestivirus (APPV) genomes in newborn piglets correlates with congenital tremor (2016, www.nature.com/scientificrepor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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