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성·비육돈의 소화기 기생충 감염에 대한 진단
한은혜 2018-02-05 18:49:40

 

필자가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만 하더라도 학교에서 단체로 채변용 봉투나 통을 나눠주면서 분변 검사를 했던 기억이 남아 있다. 학생들이야 무슨 검사를 하는지 정확히 알지도 못한 채 콩알만큼의 분변을 가늠해야 했었고, 수거 당일에는 꼭 이 중요한 과업(?)을 제대로 하지 못한 친구들이 있어 쉬는 시간마다 화장실을 들락날락하며 난리를 떨던 추억이 있었다.


과거 놀이 문화의 변화, 식생활의 개선, 상하수도 등 도시 기반시설의 발달 등으로 인하여 현대사회에서는 위와 같은 추억도 점차 잊혀지게 되었다. 이러한 사회 발전과 발맞추어 발병이 급감한 병원체를 꼽자면 아마 기생충이 대표적일 것 같다.


특히, 소화기 계통에 기생하면서 질병을 유발하는 다양한 장내 기생충은 구충제 한방으로도 예방이나 치료가 쉬운 편이다. 이러한 경향은 사람뿐 아니라 양돈 현장에서도 비슷하여 전문화된 시설에서 위생적으로 사육되는 돼지에서는 기생충 감염에 의한 피해가 현저하게 감소되었다.


하지만 아직 기생충성 질병은 발생이 감소한 것이지, 완전히 근절된 것은 아니며 출하를 앞두고 한창 비육에 열을 올려야 할 후기 자돈 구간에서는 만성적인 장염과 설사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해당 시기의 설사 증상은 폐사에 직접적인 영향과는 다소 거리가 있지만 증체율이 떨어지고 출하지연을 초래하는 등 농장의 경제적 문제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본격적으로 새해를 시작하면서 그동안 상대적으로 중요하지 않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던 질병에 대해 한번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우선 현장에서 질병의 원인 판단에 자칫 혼동을 줄 수 있는 육성·비육돈의 소화기 기생충 감염 사례에 알아봄으로써 정확한 진단 검사에 대한 중요성을 공유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사례 #1

 

충북 소재 A농장은 자돈 위탁사육 농장으로 비육돈 구간에서 출하지연 및 폐사가 발생하여 부검을 실시하였다. 부검 결과, 호흡기 계통에서는 육성·비육돈의 일반적인 폐렴 형태인 돼지호흡기질병복합체(PRDC) 소견이 관찰되었다.


소화기 계통에서는 전형적인 위궤양 소견과 더불어 다수의 기생충 감염이 확인되었다. 부검을 실시한 자돈 중에서 1두는 식도에 약 20cm 내외의 유백색 선충체가 가득 차 있었다(그림 1).


충체는 식도뿐 아니라 십이지장과 공장 등 소장 부위에서도 관찰되었다. 다른 2두에서도 위 및 소장의 내강에 유백색의 긴 선충체가 관찰되었다. 형태학적 특징을 고려하여 관찰된 충체는 돼지의 기생충 중 가장 큰 돼지 회충(Ascaris suum)으로 판단하였다.

 

 

사례 #2

 

전남 소재 B 농장에서는 혈액이 섞인 갈색의 설사가 지속되어 진단을 위해 소화기 장기가 병성감정 의뢰되었다. 우선 의뢰된 간 표면에는 백색조의 다양한 크기를 가진 원형의 반점들이 무수히 관찰되었다(그림 2).

 

 

대장 조직은 내강 절개 시 갈색의 수양성 내용물이 차 있었으며, 대장 점막은 정상에 비해 발적되어 있었다. 대장 점막면은 미끈하고 광택이 있으며 다수의 작은 선충체들이 무수히 박혀 있었다(그림 3). 충체는 점막으로부터 분리하여 형태를 관찰한 결과, 약 3cm 전후의 길이로 한쪽은 가늘고 반대편은 굵고 끝이 둥근 형태의 선충체가 확인되었다.
 

 

간 조직에 대한 병리조직학적 검사 결과, 간의 소엽간 결합조직은 증생하여 두꺼워져 있었고, 염증세포 침윤이 관찰되어 회충의 간 이행에 의한 ‘milk spot’ 병변을 확인하였다. 대장 조직은 전반적으로 점막면에 미란(erosion)이 형성되어 있었고 점액분비가 증가하여 있었으며, 점막의 염증소견이 관찰되었다. 또한 점막면에 다수의 충체가 박혀 있는 소견이 확인되어 기생충 감염에 의한 점액출혈성 카타르성 장염(mucohemorrhagic catarrhal enteritis)으로 진단하였다.


육성?비육 구간의 점액출혈성 설사에 대한 감별진단을 위하여 살모넬라증, 맹결장나선균증(브라키스피라 필로시콜리), 돈적리(브라키스피라 하이오디센테리애) 및 회장염(로소니아 인트라셀룰라리스)에 대한 항원검사를 실시하였으나 모두 음성이었다. 추가적으로 분변을 이용한 충란검사에서는 양쪽 끝에 마개를 가진 특이적인 편충(Trichuris) 충란을 확인하였다.  


돼지의 주요 소화기 감염 기생충 및 실험실 진단 검사 방법

 

양돈에서 문제가 되는 기생충은 크게 연충(helminth)과 원충(protozoa)으로 나누어지며, 연충은 형태학적 특징에 따라 편형동물과 선형동물 등으로 세분된다. 위 사례에서 진단된 회충, 편충 등은 모두 선형동물(선충류, nematode)에 속한다. 반면, 포유자돈 설사의 대표적인 병원체 중 하나인 콕시듐은 원충에 속해 분류상 차이가 있다(표 1).


기생충의 감염은 주로 분변으로 배출되어 주변 환경에 오염된 충란(egg) 혹은 오오시스트(oocyst)를 직접 섭취함으로써 이루어진다. 감염된 충란은 돼지 내부에서 부화하여 성충이 되고 성충은 생식을 통하여 충란을 배출함으로써 지속적인 감염 고리가 성립된다.


따라서 소화기계 기생충의 검사에서 가장 중요한 1차 가검물은 분변이며, <표 1>의 그림과 같이 기생충마다 특징적인 충란 혹은 오오시스트를 검출함으로써 감염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기생충 검사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가급적 배변 후 시간이 경과하지 않은 신선변을 채취하여야 하며, 검체의 양은 5㎖ 정도로 충분히 채취하여 의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분변을 이용한 충란검사는 직접검경법 외에도 부유법, 포르말린 에테르법 등 다양하며 한번 검사를 진행할 때, 일반적으로 약 2g 전후의 분변을 이용하게 된다. 최근에는 일부 기생충에 대하여 PCR 항원검사를 진행함으로써 검사에 대한 정확도를 높이고 있다.


만일, 내부 장기 의뢰가 가능하다면 분변을 이용한 충란검사 외에도 육안검사 및 병리조직검사를 통하여 기생충 감염증에 대한 보다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다. 사례 #1과 같이 부검을 하면 회충의 감염 정도를 직접 파악할 수 있다. 사례 #2처럼 간의 ‘milk spot’ 병변은 회충 감염증의 특이적인 부검 소견 중 하나이므로 농장의 기생충 감염 모니터링에 도움이 된다.


대장에서 관찰되는 편충이나 장결절충 등은 회충에 비해 상대적으로 매우 작기 때문에 감별을 위해서는 반드시 내용물을 제거하고 점막면을 자세히 살펴보아야 한다. 부검을 통한 육안 관찰이 어려운 원충성 감염증은 항원검사 외에도 병리조직검사를 진행하면 비교적 손쉽게 감염된 충체와 기생부위의 조직 손상 여부를 판단하는데 유용하다

 

 

육성·비육돈 소화기 문제에 대한 기생충 감별진단의 중요성

 

최근 돈사 구조의 개선과 예방적 구충 작업으로 대부분 농장에서 기생충에 의한 문제는 눈에 띄게 개선되었다. 하지만, 소규모의 재래식 양돈 농장이나 돈사 바닥에 톱밥을 이용하는 농장에서는 여전히 기생충 감염에 대한 문제가 근절되지 못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경제적 손실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위의 두 사례 또한 톱밥 돈사 구조로 운영되는 위탁사육 농장으로 기생충 감염 고리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었다. 톱밥돈사는 돈사 바닥에 톱밥을 깔고 돼지가 배출하는 분뇨를 일정기간 제거하지 않은 채 사육이 유지되는 구조이다.


따라서 입식되는 돼지 중 소수라도 기생충에 감염되어 있으면 배출된 충란이 발효된 톱밥의 영향으로 적절한 온도와 습도를 공급받게 되어 감염형 충란으로 쉽게 전환될 수 있다. 또한 돈사 내 배출된 충란의 제거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다른 돼지들에게 자연적으로 노출되게 되므로 감염의 확률이 증가하고 감염이 되풀이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게 된다.


이처럼 기생충 감염에 취약한 환경을 가진 농장은 근본적인 개선 대책이 없으면 감염에 대한 근절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조금이나마 관련 피해를 줄이고 돼지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고자 한다면 감염에 대한 정기적인 모니터링을 고려할 수 있다. 즉, 모니터링을 통해 농장의 구충 상황을 체크해 보고, 적절한 투약 및 자돈 관리를 고려해 보는 것은 감염에 대한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자돈 위탁사육 농장에서는 세균 감염에 의한 만성 점액출혈성 설사가 문제가 되는데, 대표적인 질병 원인체로는 살모넬라, 돈적리균, 맹결장나선균, 로소니아가 있다. 이 중에서도 돈적리는 감염에 의한 대장 점막의 미란과 점막 손상에 의한 점액이 과다 분비되는 소견이 특징인데, 부검을 해 보면 <사례 #2>와 같이 심한 편충증이나 장결절충 사례와도 매우 유사하다.


살모넬라증의 경우, 점막면에 궤양성 장염을 유발하여 병변 부위가 결장 표면으로 돌출되어 반점과 같은 변화를 보이기도 한다. 표면의 돌출된 병변은 장결절충 감염에서 장벽에 결절을 형성한 유충 무리에 의해서도 나타날 수 있으며, 돈적리에서도 유사한 형태의 병변이 동반될 수 있기 때문에 발생원인에 대한 정확한 실험실적 감별이 요구된다.


현장에서 기생충 감염 자체만으로는 당장 눈에 띄는 이상을 쉽게 관찰할 수 없을 것이다. 다만, 만성적인 감염으로 인해 자돈이 섭취한 영양분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해 성장이 지연되고 감염된 기생충이 생존을 위해 자돈의 면역을 떨어뜨리게 되어 또 다른 감염의 기회를 증가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아울러 정확한 진단 없이 기생충 설사에 대해 항생제만 투약해서는 제대로 된 치료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다.


새해에는 보다 정확한 진단을 통하여 농장의 문제점을 제대로 파악함으로써 농장의 생산 증대가 보다 수월하게 이루어졌으면 한다.

 

▣ 참고문헌
1) Foreyt WJ. Veterinary Parasitology Reference Manual. pp. 138-151, Iowa State University Press, 2001.
2) Greve JH. Internal Parasites: Helminths. In: Disease of swine. 10th ed. pp. 908-920, Wiley-Blackwell, 2012.
3) Segales J, et al. Handbook of laboratory diagnosis in swine. pp. 47-51, SERVET, 2013.

 

<월간 피그 2018년 2월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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