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에 떠오르는 노래
한은혜 2018-02-07 17:58:20

명절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무엇인가. 필자는 유난히 친할아버지가 생각이 많이 난다.


93세에 돌아가신 할아버지께서는 그 동네 대부(?) 같은 존재셨다. 그래서 늘 명절에는 멋진 한복과 조끼, 버선까지 신으시고 동네 새배꾼들을 맞이했다. 타지에서 살다 명절을 맞이하러 오신 분들은 다들 할아버지께 인사를 하러 오시고는 했다.


할아버지께서는 늘 명절에 씨름을 보셨다. 필자는 씨름에서 천하장사가 되면 금색의 황소 트로피를 상으로 주는 것이 너무나 신기했고, 또한 가마를 타는 장면이 생생하게 기억난다.


특히 씨름 중간에 나오는 노래는 ‘건빵 속 별사탕’처럼 필자에게 그다지 관심 없던 씨름을 재미있게 볼 수 있게 해준 매개였다.


필자는 어깨가 들썩일 정도로 흥겨운 ‘천하장사 만만세’라는 구절의 노래가 기억난다. 이는 김연자 씨가 부른 “천하장사”라는 제목의 노래이다.
 

 

김연자 ‘천하장사’

씨름판이 열린다 징소리가 울린다
동서남북 방방곡곡 팔도장사 다 모인다
처녀총각 어린아이 할아버지 할머니
웅성웅성 와글와글 신바람 났네
청룡만세 백호만세 천하장사 만만세~

뚱보장사 나오신다 키다리장사 나오신다
거머쥐고 얼싸안고 씨근벌떡 일어섰다
배지기 들어간다 호미걸이 받아라
으랏챠챠 으랏샤샤 땅이 울린다
청룡만세 백호만세 천하장사 만만세~

뚝심이냐 뱃심이냐 너는 뭐고 나는 뭐냐
심판양승 오판삼승 모래판에 걸은 인생
시작도 없고 끝도 없는 사나이 승부의 길
웃어도 보고 울어도 봤다 갈림길에서
청룡만세 백호만세 천하장사 만만세~ 천하장사 만만세~

 

필자도 이번 기회에 처음부터 가사를 보며 들어보았다. 기억하는 부분은 ‘천하장사 만만세’라는 후렴구였다. 노래를 들으면서 이렇게 가사가 잘 들리는 노래는 오랜만이었다.
꽹과리와 우렁찬 징소리가 흥을 더해주면서 우리나라 정서에 어울리는 장단으로 시작되며 씨름판을 상상하게 한다. 씨름의 용어도 나오면서 가사와 리듬이 이렇게 건강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힐링이 되는 느낌이다.


노래가 상상력을 자극하면서 기분이 좋아지는 리듬 및 1절과 2절이 지나면서 씨름경기를 보는듯한 노래이다. 이렇게 기분 좋아지는 곡을 더 찾아보자면 다음과 같이 설날노래가 떠오른다.

 


노래 속 가사를 보면 우리나라 정서를 그대로 엿볼 수 있다. 명절이라 새 신발도 신고, 색동저고리도 입는 1절과 2절 가사는 많이 들어본 가사이지만, 3절과 4절 가사는 너무나 현실감이 가득하고 해학적이다. 아빠는 명절이라 순해지신 것 같다.


불후의 명곡 ‘설날’은 윤극영 시인의 동요이다. 이 곡이 발표된 시기는 일제 강점기인 1924년이었다. 우리말 등이 일본에 빼앗긴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고 동요를 만든 것으로 전해진다.


양력 1월 1일 신정을 설날로 쇠던 일제를 까치로 비유하고, 우리 민족의 설날인 음력 1월 1일보다 앞선 시점에서 어저께라고 말했다는 주장이 있다. 서양에는 평화의 상징 비둘기가 있다면, 우리나라에는 길조의 상징 까치가 있다. 그래서 어른들이 까치가 울면 반가운 손님이 온다고 말씀하신 것이 기억이 난다.


까치는 시각과 후각이 사람보다 뛰어나서 주위의 냄새는 물론 사람의 냄새까지 기억한다고 한다. 필자가 상상한 까치의 울음은 동물적인 경계의 표시로 우는 것이 아니라 반가운 객지손님이나 친척이 온다고 신나서 우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작사, 작곡자인 윤극영은 우리나라 최초의 창작동요 작곡가로 ‘설날’ 이외에도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반달, 따오기, 고드름 등 지금까지도 애창되고 있는 동요를 수없이 작곡하였다. 그는 문학적인 기량이 풍부하며, 그의 동요 속에서 우리나라 어린이의 생활상이나 시대상황에 의한 민족 감정이 잘 나타나 있다.

 

어린 시절의 명절은 새 옷을 입고 세뱃돈을 받고 새 양말을 선물 받았던 기억이 난다. 명절이면 가까운 친척이나 어른들, 은사님들 그리고 주위 지인분들에게 문자메시지나 안부를 묻는다.

 


필자의 경우 시간이 지날수록 안부를 묻는 분들이 점점 줄어들고, 명절이라고 해도 특별한 것 없이 그저 차례음식을 준비하고 설거지통에서 손을 뺄 수 없는 각박하고 차가워지는 현실에 마주치게 된다.


명절을 맞이해서 올해는 진심을 주고받을 수 있는 지인들에게 형식적인 태도가 아니라 진정으로 마음을 다해 안부를 물어보아야겠다. 설날이 있는 2월이다. 모두들 따뜻한 미소를 머금을 수 있는 한 해의 시작은 어떠한가.

 

<월간 피그 2018년 2월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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