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놀이 가즈아~!
한은혜 2018-04-02 15:42:47

 

오운경

 

그 추웠던 겨울이 지나고 이제 바람이 살랑살랑 부는 따뜻한 봄이 왔다. 봄에는 가을보다도 더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를 담은 노래가 많이 쏟아져 나오는 것 같다.


꽃을 주제로 한 곡들도 많지만, 첫사랑을 이야기하기 좋은 노래들 또한 가득하다. 이번에는 두근거리는 첫사랑을 시작하는 신입생들처럼 아름다운 봄 노래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필자가 사는 청주에는 벚꽃으로 유명한 무심천이 있다. 봄이 되면 무심천 양쪽에 벚꽃이 가득 피어 많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준다.


필자는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꼭 벚꽃이 피면 무심천으로 달려간다. 또한,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꽃이 벚꽃이라, 벚꽃의 꽃잎이 떨어지면 한없이 맘이 아프기도 하다.


예전에는 무심천에서 야시장이 열려서 저녁에는 포장마차촌에 많은 사람들이 유흥을 즐기기도 했다. 지금은 위생상 문제, 교통 문제 등으로 없어졌지만….

 

 

벚꽃엔딩


봄꽃 이야기를 하다 보니 ‘버스커버스커’의 “벚꽃엔딩”이라는 노래를 이야기 안 할 수가 없다. 2012년 벚꽃엔딩이 나온 이후 봄만 되면 음악순위의 인기 차트에 올라오는 것이 마치 죽지 않는 좀비 같다.


벚꽃엔딩은 겨울 크리스마스 특수성을 노린 노래들과는 다르게 봄 시즌을 대표하는 노래이다. 매년 이 계절에 꼬박꼬박 순위에 들어갈 뿐만 아니라 노래를 통해 받는 저작권료가 연금과 같아도 해서 벚꽃연금이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다.


봄이 시작될 찰나에 어김없이 들려오는 “봄바람 휘날리며~”라는 봄이 오면 길거리를 뒤덮는 가사에는 봄 향기가 짜릿하기 그지없지만, 실제로 들어보면 너무나도 차분하고 덤덤한 음색은 설레이는 봄과는 연관 없는 듯하다. 하지만 벚꽃이 휘날리듯 부드러운 멜로디에 녹아들어 질리지 않는 음악이라는 찬사를 받기도 한다.
 

 

봄의 케롤로 대변되는 벚꽃엔딩은 실제로 이 곡을 작사·작곡한 장범준이 천안북일고등학교 벚꽃 축제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어진 곡이라고 한다. 축제에 온 커플을 질투하면서 모든 벚꽃이 빨리 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 노래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벚꽃엔딩의 인기가 꾸준히 이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멜로디와 가사 그리고 장범준의 목소리가 하나가 돼 ‘봄’으로 완성되기 때문이다. 또한, 봄이라는 계절이 지닌 특수성과 설레는 마음으로 시작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모아져 신선함 그 자체로 들린다.
 

 

한 네티즌은 “오랜 시간이 흘러 한국에 봄이 사라진다면 ‘벚꽃엔딩’을 들려주며, ‘이게 봄이다’라고 말해줄 것”이라며 ‘벚꽃엔딩’의 가치를 높이 평가했다.


하루에도 수많은 신곡이 쏟아지고, 1위를 한다는 것의 의미 역시 흐려진 대한민국의 음악시장에서 ‘벚꽃엔딩’이 시사하는 의미는 크다. 4년을 계속해서, 그것도 특정 계절마다 대중들이 찾아 듣는 음악이 탄생할 수 있으며, 좋은 곡은 살아남는다는 것을 증명해준 곡이다.

 

목련화


필자는 벚꽃을 생각하면 목련이 꼭 생각이 난다. 필자가 다닌 청주일신여고 교정에는 목련화와 벚꽃이 있어서 그런지, 아니면 야외 합주를 할 때 목련화 가곡을 연습해서 그런건지 이 꽃과 가곡은 잊혀지지 않는다.


이 곡은 원래 1974년 경희대 개교 25주년을 기념하는 칸타타를 만들기 위해 당시 총장이던 조영식 교수가 ‘4반세기 칸타타’라는 시를 쓰고 음대 학장이던 김동진 교수가 곡을 붙여 칸타타 ‘대학송가’로 탄생시킨 곡이다. 여기에 수록된 한 곡이 바로 ‘목련화’다.


당시 음대에 출강하던 테너 엄정행이 이 칸타타의 초연에서 노래를 불렀다. 가사는 동대학 총장인 조영식 교수가 작곡가 김동진 교수의 청을 받아 경희대의 교목인 목련을 주제로 한 시였는데, 젊은이들 면학전당인 대학의 전도를 암시하는 내용이다.

 

 

이 곡은 작곡가의 제자이면서 경희대 음대 성악과 강사로 재직 중이던 당시 무명의 테너였던 30대의 엄정행이 초연하면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이유는 엄정행의 감성 넘치는 미성의 창법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마치 유행가처럼 널리 퍼져 이를 계기로 가곡의 중흥기가 왔다고 할 정도로 전국적으로 가곡의 대중화에 크게 기여했다. 목련화는 나무에 피는 연꽃이라고 해서 목련이라고 불리는 아름다운 꽃이다.
 
중학교와 고등학교 음악 교과서에서 늘 공부하는 가곡은 무엇일까?


가곡이란 일반적으로 독일의 ‘리트(Lied)’를 말한다. 리트는 시와 음악의 결합으로 시의 내용이 음악과 함께 깊은 정감을 나타냄으로써 시와 가락과 반주가 서로 조화를 이룬 특징이 있는 예술가곡을 말한다.


발라드, 리트, 샹송, 칸초네, 로망스 즉, 시에 곡을 붙여서 피아노 반주에 맞춰 부르는 노래를 가곡이라고 한다. 가곡의 형식은 가사의 특징에 따라 서정적인 유절 가곡과 극적인 통절 가곡으로 나눈다. 가곡은 18, 19세기에 전성기를 이루었으며 가곡의 왕으로는 슈베르트를 꼽는다.


하지만 가곡에서 예술가곡은 조금 다르게 구분된다. 성악음악이 반주가 딸려 있는 것과는 다르게 예술가곡은 시와 문학과 피아노의 발달과 함께 생겨난 낭만시대를 대표하는 장르이다. 즉, 예술가곡은 시와 음악이 조화롭게 이룬 장르라고 말할 수 있다.

 

한국 가곡의 역사와 특징


한국 가곡의 역사는 창가(唱歌)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19세기 말부터 1910년에 이르는 시기의 한국 민족의 역사를 살펴보면 근대적 강대국들의 약소민족, 후진국에 대한 침략적 야심으로 인하여 당시 강대국들의 이권을 위한 시장과 같은 상황이었다.


조선은 그것에 대항하고 견제할 만한 힘을 갖지 못하고 일본의 식민지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있었다. 이러한 시대적 배경 속에서 우리 민족은 무지에 대한 자각과 국권회복을 위한 독립정신이 싹트게 되었고, 창가는 이러한 조국의 자주독립에 대한 열망을 표현하려는 욕구에 의해 탄생되었다.


또한 창가는 악보화되기보다는 구전으로 많이 불리어졌고, 전문적 시인이 아니라 일반지식인, 또는 민중의 지도자층이 많이 창작하였다. 교회의 예배용 찬송가로부터 사회참여라는 세속적 요소를 내포한 음악으로 발전하는데, 초기의 창가는 작곡자 개인의 사상이나 감정을 노래한 것이 아니라 이미 일반사회에 알려진 것을 대변해서 노래했으나, 차츰 작곡가 개인의 감정을 노래하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 가곡은 원래 조선시대에 발달한 <초수대엽>, <이수대엽>과 같은 전통 성악 장르를 일컫는 말이었다. 그런데 현재 우리에게 익숙한 가곡은 <옛동산에 올라>, <성불사의 밤> 등 소위 ‘한국 가곡’이라 일컬어지는 노래를 의미한다.


이 두 장르는 가곡이란 말을 공통으로 사용하고 있지만 음악 어법에 있어서는 확연히 다르다. 전통 가곡은 말 그대로 전통 음악 양식으로 이루어진 성악 장르를 가리키는데 비해 한국 가곡의 줄임말로 일컬어지는 가곡은 서양 조성 음악의 한 갈래인 예술가곡을 의식하며 창작된 근대적 성악 장르를 의미한다.


후자는 1920년대 들어 창가가 동요, 가곡, 대중가요 등으로 분화·발전하는 가운데 예술적인 노래 양식으로 정착된 음악 장르를 일컫는 용어라 할 수 있다. 1929년에 출판된 『안기영 작곡집 제1집』은 초기 예술가곡의 예라 할 수 있다.


초기 예술가곡 중 가장 많이 애창된 노래는 홍난파의 <봉선화>이다. 원래 이 곡은 1920년에 <애수>라는 바이올린곡으로 발표되었다.


1926년에 김형준이 ‘한국의 민족혼’을 상징하는 봉선화에 대한 가사를 붙였고 제목도 <봉선화>를 거쳐 <봉숭아>로 바뀌어 전해지고 있다. 홍난파는 이 외에도 <봄처녀>, <옛 동산에 올라>, <사랑>, <장안사>, <금강에 살으리랏다> 등 사람들에게 널리 애창되는 가곡을 다수 발표하였다.


1920년대 우리나라 가곡을 개척한 작곡가들은 홍난파 외에도 현제명, 안기영, 박태준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들은 모두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나 선교사에게 음악을 배웠다는 공통점을 가졌다.


대표적인 가곡으로는 박태준의 <동무생각>, 안기영의 <그리운 강남>, 현제명의 <고향생각> 등을 들 수 있다. 이들 가곡은 창가에서 벗어났지만 여전히 단순하고 소박한 초기 한국 가곡의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다

 

사실 모든 음악은 우리정서에 맞게 사용되는 공통언어인 것 같다. 외국 가곡도 자신들의 이야기를 쓰려고 노력하였고, 우리 가곡 역시 사계절이 주는 아름다움과 고단한 인생사를 노래에 실어 우리의 영혼을 감싸 안아주며 위로를 해 주고 있다.


음악은 모든 나라의 정서와 계절을 아름답게 사용할 수 있는 표현인 것 같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계절 봄이 주는 선물은 음악만큼이나 감미롭고 아름답다. 아름다운 계절 아름다운 시간에 우리 모두 나누며 베풀며 살아가길 빌어본다

 

<월간 피그 2018년 4월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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