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본 아프리카돼지열병
임진우 2018-10-22 17:31:44

황윤재
전 한국양돈수의사회 회장

 

1. 발생상황
여기(중국)에서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을 우리 발음대로 쓴다면 “페이조우주원(非洲猪瘟)”이라 말한다. 이름 그대로 아프리카돼지열병이란 뜻이다. 이곳도 역시 우리에게 익숙한 돼지열병(swine fever)이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는

 

(그림1) 중국 내 아프리카돼지열병의 발생상황도: 그림 속 붉은색 지역은 질병발생이 보고된 성(省), 녹색은 그 인접 지역(省)을, 푸른색은 미발생지역을 의미한다.

 

(그림2) 중국내 돼지물류도, 자료참조:www.sohu. cn ), 감귤색으로 나타난 지도의 오른편 부분은 대표적인 돼지 유입지역이다. 이 지역에서 주로 가공 소비된다는 의미일 것이다. 푸른색 부분이 대표적인 유출지역이다. 이 지역에서 생산 출하된다는 의미.

 

나라인지라“ 아프리카돼지열병”이라는 이름과는 분명히 구별하여 쓰고 있는 중이다.
독자 여러분께서 잘 아시다시피 여기서는 지난 8월초에 선양시에서 발생하여, 지난 9월 21일 길림성공주령시(吉林省公主岭市)와 내몽고자치구에서 발생한 것까지 8개 성(省)에서 19번째로 발생하였다.
이렇게 중국의 여기저기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속속 발생하고 있는데, 특히 중국의 동북지역과 중원지역인 허난(河南)등에서 이 질병이 발생한 것은 중국의 입장에선 상당히 쓰라릴 터인데, 그만큼 이 지역들은 양돈업이 활성화 되어 있는 곳이기 때문일 것이다.

 

2. 중국의 아프리카돼지열병의 증상돼지열병과 얼마나 같고 다른가?
이 질병의 대략적인 증상은 그 이름을 들어서 짐작할 수 있는 것처럼 돼지열병과 대단히 유사하다고 한다. 필자가 ‘…하다고 한다’라고 표현한 이유는 예전에 한국에서 지금은 여기 중국에서 돼지열병의 발생 사례는 수없이 직접 겪어 보았지만 아프리카돼지열병의 경우에 한국에서는 아예 질병의 발생사실이 없었고, 비록 중국에선 열심히 발생하고는 있지만 현장을 직접 본 경우는 한 번도 없어서이다. 하지만 이 곳에서 발표되는 자료들을 보면, 두 질병의 이름이 비슷한 이유를 알게 된다.
비록 두 질병의 이름이 유사하지만, 그 원인체는 상당히 다르다(아프리카돼지열병은 DNA바이러스로 Asfivirus 속이고, 돼지열병의 원인체는 RNA바이러스로 Pestivirus 속으로 그 뿌리부터 다른 질병들이다). 하지만 돼지에 감염된 후 나타나는 증상 또는 부검소견에서는 상당히 유사한 부분이 많은데, 이는(개인적으로) 두 질병이 모두 돼지의 여러 곳에 심각한 출혈을 일으키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의 경우, 급성형의 증상은 일단 증상을 보인 돼지는 100%에 가깝게 폐사하고, 심한 발열과 구토, 설사(심한 경우 혈변), 입과 코에서의 출혈을 보인다. 이번 중국에서 첫 번째 발생한 농장의 돼지들의 임상적 특징은 높은 폐사율(100%)과 비장의 심각한 종대(심한 경우는 정상 돼지보다 10배 정도 종대되어 있었다 한다), 의외로 낮은 전파율 등이었다.

이렇게 돼지열병과 아프리카돼지열병의 증상 및 부검소견 등에 유사한 점이 많다 보니, 일반 사양가들이 이를 현장에서 정확히 감별진단한다는 것은 대단히 어려웠을 것이다. 더구나 중국에서는 여전히 돼지열병이 자주 발생하고 있고, 상대적으로 돼지열병 백신에 대한 신뢰도가 낮기 때문에 아마도 그간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되었었다 해도 이를‘ 돼
지열병’으로 오인했었을 가능성이 상당히 있었으리라 생각해 본다. 그 이유는, 실제로 지난 몇 년 동안 (2016~2018) 중국 여러 곳에서 돼지열병 백신을 열심히 접종했는데도 돼지열병 증상으로 많은 돼지가 죽었다는 얘기를 적지 않게 들은 바 있기 때문이다.
필자의 이러한 추측은 최근 중국에서 단 2개월 기간중에 8개 성의 19개 농장에서 우후죽순처럼 질병이 발생하는 이유에 대한 설명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간단히 다시 설명 드리자면, 현재 질병이 퍼져나가고 있는 게 아니라, 이미 여기저기 퍼져서 그간 돼지열병 으로 의심했던 상황이 최근에야(아프리카돼지열병이라는) 표면에 드러나고 있는 것뿐이라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그림4) 임파절의 심각한 출혈소견(자료참조: 陈昌海,江苏省动 物疫病预防控制中心)

 

(그림5) 비장 출혈 및 종대(자료참조: www.pig333.cn, 2014)

 

5. 중국의 방역대책
중국 당국에서는 기본적으로 아프리카돼지열병에 대한 대책으로 ‘아프리카돈열방역기술규범(시행)(非洲猪瘟防治技术规范(试行))과 아프리카돼지열병응급예안(非洲猪瘟疫情应急预案)을 준비해 놓고 필요시 이를 근거로 해당 질병 상황을 통제하고 있기는 하다. 즉, 발생농가를 중심으로 반경 3km 범위의 농가의 돼지를 살처분하고(동시에 반경 10km까지는 위험지역으로 선포한다) 농장을 폐쇄한 다음, 소독, 무해화 처리하여 처리결과가 합당하면 이후 6주간 농장을 봉쇄하고 봉쇄를 푼 다음에 6개월간 축사를 비워두라고 명시하고 있다. 결국 7개월반이란 시간 동안 돼지입식이 금지된다는 얘기다.
그러나 나름대로는 열심히 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지역을 나가보면 사실 답답한 게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예를 들면, 각각의 지방에서는 이 와중에 아프리카돼지열병 방역 교육을 한답시고 지역 내 양돈농가를 소집해서 교육시키고 있단다. 더구나 나가지 않으면 제재조치가 가볍지 않은 모양이었다. 서로 바이러스를 옮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는 마당에 여기저기 양돈농가 사람들을 한군데 모아놓는 참으로 정신줄 놓는 일들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차단방역개념은 그만큼 멀었다는 뜻이 아닐까?

 

6. 우리가 할 일
천만다행하게도 이 질병은 원칙적으로 접촉감염으로 전파된다고 한다. 구제역 바이러스처럼 바람타고 일거에 원거리까지 감염시키지는 않는다는 말씀이다. 이걸 다시 말하면 결국 차단방역을 제대로하면 성공적으로 막을 수 있다는 얘기도 되는 것 아닌가? 우리나라 양돈농가의 차단방역에 대한 개념은 중국에 비해 좀 더 견고할 터이니 한 번 희망을 가져
볼 만 하다.
그러나 사실 이보다 더 중요한 얘기는 국경검역에 있다고 생각한다. 필자처럼 중국과 한국을 자주 왕래하는 축산, 수의, 기자재 등등의 관계자들은 더욱 경각심을 갖고 공항이나 항만에서 소독과정을 준수해야 할 것이다. 또한 검역당국은 중국 또는 일부 유럽국가, 아프리카 등등 본 질병이 발생하고 있는 나라에서 들어오는 모든 인원에 대한 철저한 짐 검사를 더욱 강화해야 하며, 불법 축산물이나 가공식품 등을 들여오는 사람에겐 법이 허용하는 최대한의 제재를 가해야 할 것이다.
(황윤재 전 한국양돈수의사회 회장은 현재 중국에서 수의사로 활동하고 있다.)

 

 

 

<월간 피그 2018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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