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돼지열병을 효과적으로 통제하기 위한 7가지 건의
임진우 2018-10-22 17:45:36

김현일
옵티팜 대표

 

1. 검역탐지 기능의 보강
하루에 인천국제공항을 통해서 들어오는 비행기 편수는 494편, 이중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 구제역, 고병원성인플루엔자가 발생한 가축질병 발생국은 평균 391편이나 된다. 하루에 인천공항을 통해서 들어오는 여행객 수가 85,000명이나 되니 여행객을 모두 전수 검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 위험국가, 위험지역에서 오는 항공기를 대상으로 일부 집중적인 전수 검사를 실시하게 된다.
필자가 2018년 9월 7일, 농림축산식품부 검역정책과 요청으로 아프리카돼지열병 관련, 한돈협회와 함께 인천국제공항 민관합동점검을 다녀왔는데 이때 현장을 보니 검역탐지견의 활약이 아주 놀라웠다. 수화물을 찾고 세관을 통과하러 나가는 길목에 검역탐지견과 운영인력 2명이 한조를 이뤄서 여행객의 수하물과 휴대물품 검사를 실시하는데 가방에서 식물성, 동물성을 구분하지 않고 음식물 냄새가 나면 탐지견이 가방 앞에서 앉고 탐지요원은 가방에 여행객이 뗄 수 없는 전자태그를 붙인다. 전자태그가 달린 가방의 소지자는 입국장을 그대로 나갈 수가 없다. 입국장 한편에 마련된 검사장으로 이동한 여행객은 가방 검사를 받아야 한다. 가방 검사에서 불법 휴대물품이 발견되면 압수 당하게 되는데 하루에 적발되는 건수가 동물성, 식물성을 포함해서 무려 500건 정도나 된다.
검역 탐지견 이외에 X-ray 검사도 세관의 도움을 받아 검사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검역탐지견의 효과가 크다. 우리나라에는 이런 검역탐지견이 총 46두, 탐지요원은 27명이 있다 (농림축산검역본부 제공 자료). 입국자 전체를 검사하는 것은 불가능해서 현재로는 이 인력들을 풀가동을 해도 전체 여행객의 12% 정도를 검사하는 수준이다. 인력보강이 필요한 이유이다.
최근 IATA(국제항공운송협회) 2018년 통계를 보면 항공기를 이용한 여행객 수가 41억명을 돌파했다고 한다.
2016년보다 7.6% 증가한 수치로 항공기를 이용한 여행객수는 계속 늘어 20년 이후에는 지금보다 2배로 증가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측한다.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검역 시스템도 변화되어야 한다.
항공편을 통해 여행하는 여행객이 많기 때문에 공항의 검역 인력이 현재보다 2배 가까이증원되어야 할 것이다. 검역이 까다롭다는 호주는 30% 정도 비율로 검사를 실시하고 있어 우리의 12% 수준과 큰 차이가 있다. 하지만 인원이 보강되어도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모든 여행객을 전수 검사할 수는 없기 때문에 증원과 더불어서 보강해야 할 부분이 있다. 바로 과태료 상향 조정을 통해 홍보 효과를 높이는 것말이다.

 

2. 검역 위반에 대한 과태료 상향 조정
단속을 계속하는데도 여행객들이 계속 불법 휴대식품을 가지고 들어온다면 리스크는 계속될 수 밖에 없다. 어차피 100% 전수 검사를 할 수는 없기 때문에 아예 처음부터 가지고 들어오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불법 휴대 식품에 대한 현행 법률은 1차 위반의 경우 10만원, 2차 위반시 50만원, 3차 위반시 100만원을 부과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단 기준 기간이 있어서 최근 3년간의 누적 위반 횟수 기준이다. 하지만 규정을 위반하는 외국인 중에 3년 안에 우리나라를 재방문하는 외국인이 많지 않아 계도의 효과가 그리 높지 않을 듯 하다. 정부에서도 과태료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고 하는데 1회 위반시에도 바로 높은 과태료가 부과되도록 개정해야 홍보효과가 생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높은 과태료에만 의존해서도 안된다. 여행객이 처음부터 가지고 들어오지 않도록 관리해야지 검사를 통해 압수를 하는 것은 우리나라를 찾은 손님들에게 아주 나쁜 이미지를 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생각해보시라. 본국에서 정성껏 준비 해온 식품을 입국장에서 뺏긴다면 기분이 어떨지를.
그 나라를 어떻게 생각할지를. 그래서 홍보와 교육이 아주 중요하다. 다른 나라 공항과 외교부에도 충분히 설명하고 자료를 보낸 다음 우리나라 검역기관에서 과태료를 상향 조정해서 받기 시작하면 소문이 나기 시작해서 외국 여행사에서 여행객에게 주의를 주기 시작할 것이고 위반 건수가 계속 감소할 수 있다.

 

그림 1. 인천공항에서 실제로 압수된 불법 휴대 물품들. 인천공항에서만 하루에 500건 정도의 불법 휴대 물품이 압수, 소각되고 있었다. 약 12% 정도를 전수 검사해서 압수되는게 500건이니 전체를 다 검사한다면 더 많은 불법 휴대 물품이 국경을 넘있고는 셈이다.

 

현재로는 12% 정도 검사에서 일일 500건 정도의 위반(동물성, 식물성 모두 포함)건수가 발견되고 있다. 이 위반건수가 0건에 가깝게 유지될 때 아프리카 돼지열병이 국경을 통해서 넘어올 확률이 0%에 가깝게 될 것이다.

 

3. 밀수 식품에 대한 단속 강화
올해 초, 상당히 심각해 보이는 기사가 하나 발표되었는데 관세청이 설, 대보름 관련 불법먹거리 밀수를 단속해서 52명을 검거했다는 내용이었다. 밀수입 8건, 부정수입 6건 등 총775억 어치의 불법 수입이 있었는데 이중에서 소고기, 돼지고기 등 불법 축산물 수입도 4천만원 어치(무게로 약 2톤 물량)나 있었다고 한다. 밀수는 관세청 소관이라 축산분야에서는 상당히 생소한 부분인데 농림축산식품부는 관세청, 해경 등과 공조하여 이러한 루트 단속에도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4. 축산 농가에 대한 교육 강화 : 고열과 원인을 알 수 없는 폐사는 바로 신고
현재로는 국경 검역에만 신경을 많이 쓰고 있는데 아프리카돼지열병 전문가인 러시아 연방 바이러스, 미생물 연구센터 소장 Denis Kolbasov 박사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이 공기전파가 잘 되지 않으며 전파 속도가 구제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느림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에 바이러스가 많이 퍼진 이유는 신고가 늦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러시아에서는 증상이 시작되고나서 2주나 3주가 지나서 신고가 된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Denis 박사가 말하길 우리나라에 ASF가 들어오는 것은 시간문제이며 들어오는 것 자체를 막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라며 초기에 대응을 잘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농장은 농장 스스로 지킨다는 의식이 완전히 자리 잡아야 한다.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가 우리나라에 들어오더라도 농장 차원에서 방역만 잘하고 조심하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고 만의 하나 발병을 하더라도 조기에 신고만 된다면 대규모 확산 이전에 근절이 가능하다. 이를 위해선 농가에 대한 교육이 철저히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농가를 위한 교육은 복잡하고 어려워서는 안되겠고 “고열과 원인을 알 수없는 폐사는 바로 신고”라는 표어를 모든 양돈농가가 외울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할 것이다.
외국인 근로자들의 경우에는 본국에서 가능한 택배를 받지 않도록, 받아도 철저히 소독을 하도록 교육하고 관리해야 한다. 또 한돈협회에서는 외국인 근로자들의 교육을 손쉽게 할 수 있도록 동영상 교재를 만들어 홈페이지나 스마트폰으로도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해당 국가 말로 번역된 동영상이 만들어지면 좋겠지만 요즘에는 자막없이도 이해되는 동영상이 많이 만들어지고 있다. 영상만으로도 충분히 교육내용을 전달할 수 있다. 국가기관에서 지원을 한다면 더 빨리 준비가 될 수 있다.

 

5. 잔반급이 농가에 대한 대책 수립

얼마전 정부 대책 회의에 참석했더니 강원도의 경우에는 관내 잔반 급여 농가를 모두 파악하고 전면 사용 중지를 유도하는데 성공했다고 발표하는 것을 들었다. 사실 지방자치단체의 이런 발빠른 움직임이 얼마나 반가운지 모르겠다. 중앙정부나 연구기관의 역할은 감염 루트에 대한 정확한 통계와 연구 결과를 공유해 주고 지방 정부가 각 자치단체를 위해 선제적 조치를 하는 것이 필요한데 강원도의 사례는 매우 효과적이고 긍정적인 사례라고 보여진다. 잔반사료는 가장 대표적인 감염 루트중 하나이며 첫 발생에서 가장 가능성이 높은 감염 루트이다. 잔반이 가장 위험한 루트임을 안 이상 그대로 방치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6. 초기 근절 정책의 확보
아프리카돼지열병은 구제역과 많이 다른 질병이다. 전파되는 양상도 많이 다르다. 빠른 발견과 초기 강력 대응이 핵심이 되어야 하고 신속하고 정확한 스탠드스틸이 아프리카돼지열병 차단에 또다른 핵심이 된다. 스탠드스틸이 중요한 이유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의 초기 증상은 다른 열병이나 세균성 감염과도 혼동될 수 있기 때문에 아프리카돼지열병인줄 모르고 동물을 이동시키다 보면 광범위하게 이 바이러스가 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발생 초기 발견과 신속한 스탠드스틸 등의 조치가 매우 중요한 것이다. 아래 표를 보면 2008년부터 2012년까지 러시아의 아프리카돼지열병 감염 케이스를 분석해 보면 돼지가 이동되면서 감염되는 케이스가 무려 38.03%나 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스페인, 러시아, 중국 등이 아프리카돼지열병에 대해서 충분히 알고 있었음에도 방역에 실패한 이유 중 하나는 바로 강력한 초기 대응이 생각보다 쉽지 않기 때문이다. 조기 신고와 강력하면서 신속한 초기 대응만이 아프리카돼지열병의 대규모 확산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 된다. 최초 농장 발생을 예방하지 못했더라도, 또 감염 후 골든타임을 놓쳤더라도,스텐드스틸만 잘 진행되면 추가 발생과 전파를 막을 수 있다. 우리가 집중적으로 대비해야 할 것은 감염된 돼지가 이동하는 것을 막는 일이다. 이를 위해선 역설적으로 초기에 신고를 잘 하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초기에 강력히 살처분 정책을 폄과 동시에 돼지가 이동되지 않도록 잘 차단하면 설사 바이러스가 국내에 유입이 되더라도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는 사실을 꼭 기억해야 한다.

 

7. 야생 멧돼지에 대한 선제 대책 필요
휴전선 접경 지역 멧돼지 모니터링 강화와 북한과 의 공조가 필요하다. 일단 우리나라는 반도 국가이기 때문에 정상적인 경우라면 멧돼지를 배제할 수 있다. 멧돼지의 경우 북한을 거치지 않고 바다를 건너 들어오기는 불가능하니 언뜻 보면 배제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못하다. 북한이 국내 정세와 여러가지 상황상 북한내 ASF 발생을 알려주지 않은 상태에서 북한내 멧돼지, 비무장 지대를 통해 전파가 되기 시작한다면 휴전선 인근 양돈장에서 먼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림2. 러시아에서 검출된 ASFV 케이스. 야생 멧돼지에서의 바이러스 검출 비중이 매우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단, 이 자료는 단순 멧돼지 검사 결과가 아니라 멧돼지 사체에서 검출된 아프리카돼지열병바이러스도 포함하고 있다.

 

야생 멧돼지에 대한 정기적인 감시와 검사가 매우 중요하다. 이유는 우리나라에 약 20~30만 마리의 야생 멧돼지가 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며 야생 멧돼지의 활동 영역이 생각보다 넓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야생 멧돼지의 활동권 분석을 위해 2012년 7월, 멧돼지에 GPS를 달아 야생 멧돼지의 활동 반경조사를 한 적이 있다. 오대산에 2마리, 한려해상국립공원에 1마리 등 3마리에 GPS 위성추적 발신기를 달아 6개월 동안 조사를 실시하였다. 분석 결과 수렵과 포획이 금지된 오대산에선 하루 행동권이 최대 2.38 ㎢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우리나라는 돼지열병 (CSFV)을 위해 연간 1,400~1,700개 정도의 수렵된 야생멧돼지 시료를 대상으로 검사가 진행되고 있다. 최근 야생 멧돼지에서 돼지열병 항원이 잇달아 검출되면서 야생 멧돼지를 통한 위험 가능성이 상존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유럽을 포함한 국가들에서 양돈농가에서의 아프리카돼지열병 감염 케이스를 보면 야생 멧돼지로 추정되는 감염 원인은 겨우 1.41%에 불과한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러시아에서의 야생멧돼지와 양돈농가에서의 아프리카돼지열병 발병 케이스를 분석해보니 야생멧돼지와 야생멧돼지 사체에서는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의 검출율이 매우 높은 것을 알 수 있었다(그림2 참조).
야생멧돼지 사체에서의 바이러스 검출은 국제사회에서 발생으로 간주하지 않기 때문에 최초 발생에 있어 야생 멧돼지의 위험이 상당히 간과되고 있을 수 있다. 러시아가 아프리카돼지열병에 취약했던데에는 러시아 양돈산업의 구조도 한 몫을 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러시아에서 상대적으로 차단방역이 우수한 농가는 전체 농가의 61% 정도 되지만 차단방역 시설이 부족하거나 거의 없는 소규모 농가나 backyard 수준의 농가도 각각 5%, 34%나 되기 때문에 야생 멧돼지가 감염될 경우 양돈장에 바이러스를 감염시킬 수 있다. 실제 데이터 분석에서도 러시아 아프리카돼지열병 케이스 중 backyard 농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한 경우는 63.2%나 되었다
(참고 자료 : EFSA 2014년 보고서).

 

 

 

<월간 피그 2018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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