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절기 주요 감염성 양돈 질병의 이해
월간피그 2019-01-16 09:34:10

강상철 의사/수의학박사
㈜옵티팜

 

2019년 기해년(己亥年), 즉 황금돼지의 해가 밝았다. 지난해에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유럽 대륙을 넘어 중국에도 상륙하여 전 세계적으로 악성 양돈 전염병에 대한 깊은 우려와 경각심을 다시금 일깨워주었다. 다양한 감염성 질병이 중복되어 복잡하게 발생하는 국내 상황에서 이러한 새로운 질병의 유입은 양돈 산업의 기반을 뒤흔드는 큰 사건이었다.
따라서 주변국의 질병 발생 상황에 대하여 촉각을 세우고 혹시라도 발생할 수 있는 유입 원인을 철저히 차단해야 2019년 새해 양돈 산업도 안정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한파에 몸도 마음도 움츠리게 되는 겨울이지만 건강한 돼지를 생산하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양돈 산업 관계자 모두 활약하는 한 해가 되길 기원하면서 이번 호에서는 동절기에 생각해 보아야 할 양돈 질병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1. 동절기 양돈 환경의 특징과 질병과의 관계
가을부터 시작되는 낮과 밤의 기온차가 점점 벌어지면서 기온이 하락하는 동절기에는 무엇보다 하강한 온도에 의한 스트레스를 주의해야 한다. 특히 모돈의 온도 스트레스는 번식능력과 직접적으로 연관될 수 있으며, 분만사의 신생 자돈은 면역적인 방어능력이 떨어지게 되어 질병에 취약한 상태가 된다.
이유 후 자돈의 경우, 돈사 내 환기부족에 의한 유해가스의 증가와 습도의 상승, 부실한 시설로부터 유입되는 샛바람은 병원체 감염을 촉진하는 직접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경향은 특히 출하를 앞둔 비육사에서도 폐사를 동반하는 급성 호흡기 질병에 영향을 끼친다.
따라서 동절기에는 온도유지를 위한 돈사 단열 및 틈새로 유입되는 샛바람을 차단하면서 돈사 내에서 발생하는 유해가스 배출과 습도 유지를 위한 효과적인 환기조절 시스템 확립, 적절한 모돈 관리 및 감염성 질병 전파를 차단하기 위한 소독 및 방역에 힘써야 한다.

 

2. 동절기 주요 감염성 양돈 질병
1) 돼지흉막폐렴
돼지흉막폐렴(porcine pleuropneumonia)은 액티노바실러스 플루로뉴모니애(Actinobacillus pleuropneumoniae)라는 세균에 의한 자돈의 급성 출혈성 호흡기 질병이다. 일반적으로 육성∙비육돈의 급사를 동반하는 호흡기 감염병으로 알려져 왔지만, 최근 국내 양돈장의 포유 및 이유 초기 자돈에서도 발생이 확인되어 질병에 대한 감수성 연령범위가 넓어지게 되었다.
발생 초기 육성 및 비육사에서는 추위가 시작되면서 호흡기 증상과 더불어 급사가 증가하는 양상을 보인다.
경우에 따라 사체의 코 부위에서 혈액이 흘러나오기도 하며 폐사는 위축 등 사전에 이상이 없는 개체에서도 발생하므로 현장에서는 질병이 발생하면 당황하게 된다. 부검 시 심한 경우에는 흉강에 혈액이 차 있거나 폐와 흉벽에 유착이 관찰되기도 한다. 폐는 검붉게 변해 있고 경화소가 폐 일부 또는 전체적으로 형성된다 (출혈성 섬유소성 대엽성 폐렴, 그림 1).

 

<그림 1> 돼지흉막폐렴의 출혈성 섬유소성 대엽성 폐렴

 

균체의 혈청형에 따라 급성으로 진행되는 경우, 급사가 발생하며 육안 병변이 확인되는 시기에는 이미 원인균이 돈사 내 확산된 이후일 경우가 많다. 따라서 가급적 질병 발생을 신속하게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며, 질병 발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양한 스트레스성 요인의 차단 관리가 필수적이다. 예방적 차원에서 백신과 항생체 처치가 진행될 수 있으나, 발병과 관련된 스트레스 요인에 노출된 자돈은 항상 질병에 걸릴가능성이 있다.

 

2) 글래서씨병
글래서씨병(Glässer’s disease)은 헤모필러스 파라수이스(Haemophilus parasuis) 감염에 의한 만성 소모성 질병이다. 원인균은 발병에 관계없이 정상적으로 돼지 체내에 존재할 수 있으며, 보유한 모든 균이 임상증상과 연결되는 것은 아니므로 항원검사만으로 정확한 질병 진단은 어렵다.
주요 증상은 활력소실, 식욕저하 및 호흡기 증상을 동반한 만성적인 위축으로 부검을 실시하면 내부 장기표면에 다병소성 유착 소견(다발성 성유소성 장막염, 그림 2)을 관찰할 수 있다.
개체에 따라 심한 경우, 뇌막염을 통한 신경증상이나 관절염에 의한 보행장애가 나타나기도 한다. 농장 내 질병 발생과 관련하여 모돈을 통한 자돈의 면역획득이 중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면역이 정상적으로 형성된 자돈은 약 10주령 전후까지도 질병 방어를 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림 2> 글래서씨병에서 관찰되는 섬유소성 다발성 장막염

 

이유 자돈의 경우, 이유에 따른 다양한 스트레스성요인이 문제가 되거나 돼지생식기 호흡기증후군 바이러스(PRRSV)나 돼지써코바이러스2형(PCV2)와 같은 호흡기 바이러스의 감염으로 면역이 저하된 개체에서 2차적으로 감염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이미 임상적으로 질병이 확인된 자돈은 체내에 균체가 사라지더라도 유착 병변은 지속되므로 만성 위축에 따른 농장의 경제적 손실이 불가피하다.
따라서 글래서씨병 의심 증상이 나타난 구간에서는 부검을 통해 해당 질병을 확진하고 이 시기보다 앞선 구간에서 원인균의 감염 여부와 질병을 유발할 수 있는 관련 질병 인자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 세균성 질병이므로 농장에서 유행하는 원인균에 대한 감수성 항생제를 선택해야 하며 예방적 차원의 백신 투여를 고려할 수 있다.

 

3) 돼지인플루엔자
돼지인플루엔자(swine influenza)는 인플루엔자 A바이러스(influenza A virus) 감염에 의한 급성 호흡기질병으로 단독 감염 시 폐사율은 낮은 편이나 공기를 통해 자돈 간 전파가 매우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
국내에서도 발병이 확인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다른 호흡기 병원체에 비해 그 위험성이 낮게 평가되는 경향이 있다. 아마도 단독 감염에서는 임상 증상이 뚜렷하지 않고 폐사가 적으며, 감염된 바이러스가 빨리 소실되어 감염여부를 쉽게 파악하지 못하다 보니 현장에서 체감하는 정도가 낮은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호흡기 상피세포의 손상을 통해 정상적인 호흡기 방어기전을 무력화하고 다른 호흡기 병원체의 2차 감염을 유도함으로써 농장내 호흡기 복합 감염에 영향을 끼치는 중요 병원체 중 하나이다. 실험적으로 바이러스를 접종하면 폐의 전복측엽을 중심으로 경화소가 형성되며, 병리조직학적으로 기도 상피세포의 손상을 특징을 하는 괴사성 세기관지염 소견을 관찰할 수 있다(그림 3).
이론적으로 바이러스는 연중 검출될 수 있지만, 주로 가을과 겨울철을 중심으로 질병 발생 빈도가 높은편이다. 즉, 동절기에 갑작스런 자돈의 호흡기 증상과 모돈의 발열에 의한 유사산 발생이 나타나면 감별해야 할 대상 중 하나이다. 바이러스학적으로 감염 후 24시간에 이르면 발열증상이 최고로 진행되고 48시간에는 감염된 돼지에서 바이러스 배출이 절정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감염된 바이러스는 7일 전후에 소실되고 10일~14일 경 혈청전환이 이루어지므로 검사물의 샘플링 시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공기를 통해 전파되어 호흡기에 직접 감염되는 만큼 항원검사를 위해선 비강이나 비인두 스왑, 폐 조직이 좋으며, 혈액은 항체 모니터링 외 항원검사 용도로는 부적합하다. 농장 유입 및 구간별 모니터링 검사를 위해서는 구강액을 사용하기도 하나 구강액 성분에 의한위음성 결과를 염두하고 검사 결과를 해석해야 한다.

 

<그림 3> 인플루엔자 A 바이러스를 실험 접종한 돼지의 폐(좌), 괴사성 세기관지염(Janke BH, Vet pathol, 2014)(우)

 

4) 돼지유행성설사
돼지유행성설사(PED)는 분만사 포유자돈 폐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소화기 바이러스성 질병이다. 원인체는 알파코로나바이러스속(Alphacoronaviridae)에 속하며, 돼지호흡기코로나바이러스와 교차면역반응에 의해 발생이 감소한 돼지전염성위장염(TGE) 바이러
스도 알파코로나바이러스속에 포함된다.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PED는 감염 후 급성으로 수양성 설사를 나타낸다.
이는 바이러스 감염으로 소장의 융모상피세포가 손상되고 정상적인 장 내용물의 흡수에 지장을 초래하는 흡수불량성 설사 기전을 따른다. 감염 확진을 위한 진단검사는 항원검사와 더불어 병리조직학적으로 소장의 위축성 장염(atrophic enteritis, 그림 4) 소견을 확
인한다. PED는 전 연령의 자돈에 감염될 수 있지만, 임상 증상 발현에서 차이가 있다.
공격접종 실험에서 포유자돈은 감염 24시간 만에 수양성 설사, 쇠약, 탈수가 진행되고 폐사가 나타나지만, 이유자돈은 접종 2~3일이 지나면서 설사 증상이 시작되고 공격접종 일주일 이후에는 회복하는 경향을 보였다. 최근 들어 항원검사에서 돼지유행성설사바이러스(PEDV)는 양성이라도 전형적인 PED보다 약한 임상 증상을 보이는 사례가 계속 알려지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미국에서는 바이러스 spike 유전자의 부분적인 삽입과 결손이 있는 변이주(S-INDEL)를 분리하였으며, 실험을 통해 병원성의 차이를 규명한 바 있다(표 1).
농장 현장에서 관찰되는 증상이 차이를 변이주의 출현만으로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있지만, 무엇보다 우리에게 익숙한 PED의 경우에도 시간에 따라 변화가 나타나고 있고 이러한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실험실 검사를 통한 진단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아
울러 PED는 모체의 면역이행 여부가 자돈 폐사에 중요한 인자로 알려져 있는 만큼 동절기 모체의 면역상태와 전반적인 건강 유지에 중점을 두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그림 4> 정상 포유자돈의 소장(좌)과 PEDV 감염 자돈의 소장(위축성 장염, 우).

 

5) 삼출성 표피염
삼출성 표피염(exudative epidermitis, greasy pig disease)은 분만사 포유자돈 및 이유 직후 어린 자돈을 중심으로 발생하는 세균성 피부병이다. 원인체는 포도상구균(Staphylococcus hyicus)이며, 건강한 자돈의 피부에도 상재하고 있는 세균으로 개체의 면역 상태 및 환경적 요인 등이 질병 발생과 연관되어 있다. 전파는 이환된 자돈의 직접 접촉에 의하며, 대부분 피부의 병변 부위를 통해 균이 침입, 증식하면서 질병으로 발전하게 된다. 대표적인 증상은 전신 표피에 다량의 지성삼출물의 나오면서 외부 물질이 엉겨 붙으면서 매우 지저분한 상태로 진행된다(그림 5).
병변부의 표피는 발적되고 상처부위에는 가피가 형성되어 있다. 내부 장기는 변화가 없고 피부에 국한된 질병이지만, 발병 후 회복이 더디고 위축이 발생하며 피부 이상으로 인한 수분 손실이 지속되면서 탈수로 폐사가 나타날 수 있다.
농장 내 질병이 발생한 경우에는 감수성이 있는 항생제를 처치하는 것이 직접적인 처치 방법이지만, 예후는 농장의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또한 자돈의 면역학적 상태나 사양 조건이 질병의 발생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므로 근본적인 질병 발생 원인을 개선하지 않으면 질병의 근절이 어렵고 만성적인 성장지연에 따른 농장의 경제적 손실을 가져오게 된다.

 

<그림 5> 삼출성 표피염에 이환된 포유자돈

 

 

 

<월간 피그 2019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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