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 개띠해와 한파
한은혜 2018-02-02 15:20:36

한경환 편집장(printingtrend@gmail.com)

 

‘황금 개띠해’라는 2018년, 최근 달라진 개가 주는 친근한 의미와 아직도 고가인 황금이라는 단어가 주는 그럴싸한 조합이 그리 나쁘지 않은 시작이었던 것 같다. 더구나 지난해에 기상청은 이번 겨울이 그리 춥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보도 있었던 터라 별일 없이 무사히 시작될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 했 다. 다만 기상청 체육회에 비 온다는 근거 없는 속설이 이번에는 빗나가기를 바랐지만, 그런 희망사 항은 항상 마음속에만 있는 것 같다.

 

모두들 느낀 대로 새롭게 시작한 한 해, 우리를 기다린 건 의외로 강추위였다. 서울 지역 기준 –17˚ 까지 갑자가 내려간 수은주는 순간 눈을 의심하게 만들었고, 온도 변화에 따른 피해는 며칠 뒤에 바 로 들어 닥쳤다. 얼어붙은 수도꼭지를 녹이기 위해 열심히 틀어놨던 히터, 뜨거운 물로 인해 금속으 로 된 수도꼭지가 녹으면서 파열되는 사고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여름도 아닌 한겨울에 물난리가 난 집들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시 개 이야기로 돌아오면, 서양이나 중동에서 개는 사람의 친구라는 개념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농사와 더불어 목축을 하던 유럽 지역에서 개는 사람을 도와 가축을 몰아주기도 하고, 맹수로부터 가족과 가축들을 지켜주는 매우 고마운 존재였을 것이다. 특히 미국의 밴드 이름으로 알려진 Three Dog Night라는 밴드 명은 관용구이기도 한 내용이다. 여러 해석이 있지만 아주 추운 겨울밤도 3마 리 개만 있으면 끌어안고 넘길 수 있다는 의미가 있다고 하니 서양인들의 개 사랑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만하다.

 

그에 반해 우리에게 전통적인 개의 인상은 군식구다. 작자 미상의 사설시조에서도 볼 수 있듯, 쉰밥이 나 생겨야 먹을 것을 얻어먹는 존재로 묘사된다. 더구나 다들 아는 데로 여름이 되면 단백질 보충원 이 되는 신세 정도다. 당시 농경문화를 바탕으로 발전한 우리 조상들에게 개의 위치는 서양과 사뭇 달 랐을 것 같다. 사람 먹을 것도 부족한데 개를 애완동물로 키울 만큼의 여력이 없었기 때문일 것 같다.

 

황금 개띠해인 올해 가장 주목받는 개띠들은 단연 그 유명한 58년생들일 것 같다. 전후(戰後) 베이비 부머 시대로 태어나 무엇 하나 제대로 된 것 없던 시기, 오롯이 자신의 능력과 판단만으로 나라를 이 정도로 만들었다는 자부심 하나로 살다 환갑을 맞는 해다. 그동안 그들의 노고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 내고 싶다. 더불어 올해 태어난 개띠들의 활약상도 기대해 본다.

 

<월간PT 2018년 2월 호>

디지털여기에 news@yeogie.com <저작권자 @ 여기에. 무단전재 -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