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특수 사라진 선거, 김영란법에 휘청거린 인쇄업계 인쇄특수 사라진 선거, 김영란법에 휘청거린 인쇄업계
박혜림 2016-12-16 14:52:19

올 해는 4년 마다 대한민국의 민의를 모아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의 구성원을 뽑는 제20대 국회의원 선거가 지난 4월 13일 열렸다. 총선과 대선과 같은 선거를 앞두고 후보자와 지원 조식들은 작은 명함부터 포스터까지 인쇄물 제작이 때문에 인쇄업계에서는 흔히 대목으로 여겨졌으나 이번에는 그 예상이 빗나갔다. 더불어 하반기에는 흔히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방지법이 발효되면서 잡지, 특히 사보에 대한 각종 규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선거 특수는 옛말, SNS로 선거운동 이동


과거에는 선거를 앞두고 인쇄사들은 규모를 막론하고 ‘특수’라는 말과 함께 언론을 통해 쉼 없이 돌아가는 인쇄기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선거 특수는 옛말이 되고 말았다. 그 이유로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크게 보자면 다음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제68조(어깨띠 등 소품) ① 후보자와 그 배우자(배우자 대신 후보자가 그의 직계존비속 중에서 신고한 1인을 포함한다), 선거사무장, 선거연락소장, 선거사무원, 후보자와 함께 다니는 활동보조인 및 회계책임자는 선거운동기간 중 후보자의 사진·성명·기호 및 소속 정당명, 그 밖의 홍보에 필요한 사항을 게재한 어깨띠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규칙으로 정하는 규격 또는 금액 범위의 윗옷(上衣)·표찰(標札)·수기(手旗)·마스코트, 그 밖의 소품을 붙이거나 입거나 지니고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② 누구든지 제1항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선거운동기간 중 어깨띠, 모양과 색상이 동일한 모자나 옷, 표찰·수기·마스코트·소품, 그 밖의 표시물을 사용하여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 ③ 제1항에 따른 어깨띠의 규격 또는 그 밖에 필요한 사항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규칙으로 정한다.


① 홍보물 규제 강화
② SNS 선거운동 허용


홍보물의 규제 강화는 사실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공직선거법 64조, 65조와 함께 공직선거법상 홍보물에 대한 규제가 최근 몇 번의 선거를 거치면서 지속적으로 강화됐기 때문이다. 특히 선거에서 허용되는 선거 홍보물은 윗옷, 어깨띠, 표찰, 마스코트로 제한되어 있다(공직선거법 68조).


이와 함께 후보나 선거운동원들이 유권자에게 직접 전해줄 수 있는 홍보물은 정해진 규격의 명함(9com×5cm)이 전부다. 이뿐만이 아니다. 선거공보물도 마음대로 찍을 수가 없다. 그 수도 8면으로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각 정당의 후보들이 공식적으로 자신을 알릴 수 있는 기간은 단 13일(대통령 선거의 경우 22일)이다. 따라서 후보들이 이런 규제를 벗어나 비교적 자유로운 홍보가 가능한 인터넷 기반의 SNS(Social Networking Service)로 눈을 돌린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더불어 적은 비용으로 큰 효과를 낸다는 점이 큰 매력으로 작용했다. 물론 후보들이 찾은 것은 트위터, 페이스 북, 카카오톡 등과 같은 SNS 뿐만은 아니다. 영상의 시대를 맞아 동영상 전문 사이트인 유투브도 적극적으로 이용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20대 국회에서 제1당이 된 더불어 민주당 문재인 의원은 선거 운동으로 트위터와 유투브를 적극적으로 이용했다. 특히 지상파 예능 방송을 연상시키는 ‘마문텔’이라는 이름의 페이스북은 지지자들에게 상당한 인기를 얻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국회 제2당이 된 새누리당의 김무성 대표는 공천문제를 유머러스하게 표현한 ‘무성이 나르샤’라는 유투브 영상을 공개했다. 또한 국회 제3당으로 입성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도 역시 유투브를 이용한 ‘국민속으로’라는 개인방송을 40일 넘게 매일 방송했다.


이렇듯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선거 운동이 이동한 현상은 단지 선거에만 그치지 않았다. 한동안 만원 지하철 인파를 누비면서 신문을 팔던 시대를 거쳐 공짜로 주던 신문마저 거부하게 된 건, 발전된 기술의 총아가 돼 손바닥 위에 놓인 스마트폰 시대를 맞으면서부터다. 스마트폰은 기존의 아날로그 시대의 종말뿐만 아니라 기존 디지털 제품의 종말도 가져왔다. 대표적인 피해자는 똑딱이로 불리던 디지털 자동카메라와 MP3 플레이어다.



더 커진 한숨, 지방인쇄사들


과거 지방선거는 해당 지역에서 인쇄를 하는 것이 일종의 관례로 여겨 왔지만, 최근에는 그마저도 없어져 지방 인쇄사들의 애를 태우고 있다. 그 이유는 각 정당의 후보들이 강화된 규제에 따라 선거관련 인쇄물의 질을 높이면서, 눈높이를 맞출 수 있는 지방 인쇄사들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더불어 지방 인쇄사들을 괴롭히는 것은 가격 경쟁력이다.


수도권 인쇄사들이 낮은 가격으로 공격적인 영업 전략을 펴고 있어 수도권에 비해 영세한 지방 인쇄사들이 가격 경쟁력에 나서지 못하기 때문이다.


반면 이런 가격 경쟁은 수주한 업체들의 수익률을 악화시켜 일을 해도 별로 남는 것이 없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얼마 남지 않은 대목인 선거를 앞두고 가격 경쟁을 벌이기 보다는 제대로 된 가격을 받으려는 자정 노력과 함께 인쇄물의 품질을높이는데 힘을 써야 될 때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부정청탁법이 뒤흔든 인쇄업계


지난 9월 28일 출판, 인쇄업계가 그동안 이른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청탁금지법)’ 시행을 앞두고 우려했던 피해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어 가뜩이나 어려운 인쇄업계의 어려움이 예상되고 있다. 청탁금지법이 정기간행물로 등록된 기업 사보도 언론의 범주에 넣으면서 사보발행인(대표이사 혹은 회장)과 사보제작 담당자들이 졸지에 법률 적용 대상자로 적용됐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언론인으로 규정돼 각종 규제 대상이 되어버린 사보 발행회사 대표들은 서둘러 사보를 아예 폐간하거나 인터넷으로 이동이 러시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보가 언론?


사보는 기업 혹은 공공단체 등에서 기업 내외부의 소식을 회사 내에서만 볼 수 있게 만든 사내보와, 고객들을 위해 외부에도 배포하는 사외보를 통틀어 지칭하는 것으로 이중 사내보는 문제가 없지만 사외보는 청탁금지법에 적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탁금지법에 따르면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에 준해 언론사를 규정한다. 언론중재법 제2조 제 12호에 따르면 본래 설립 목적 및 주된 업무가 언론인 고유한 언론사외에도 사보, 협회지 등을 발행하여 부수적으로 언론활동을 하는 일반기업, 각종 협회 등도 언론사에 해당된다. 다만 생활정보지 등의 정보간행물과 전자간행물은 언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하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발간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해설집’에 따르면 방송 345곳, 신문 3221곳, 잡지 등 정기간행물 7098곳(잡지 4839, 기타간행물 2259)을 청탁금지법의 적용을 받는 언론사로 분류했다.


쟁점은 사보를 언론으로 본다는 것이다. 이는 청탁금지법에 해당되어 공직자와 같은 엄격한 법 규정에 의한 관리 대상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공공기관이나 공기업에서 발행하는 사보일 경우는 그나마 주체가 공공이라는 이름이 붙어있어 폐간과 같은 극단적인 상황으로 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사보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일반 기업이 발행하는 사보일 경우 상황은 다르다. 업계의 일반적인 견해는 사보는 고객을 위해 정보를 제공하는 일종의 서비스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불똥은 전문지도 피해가지 못해


하루아침에 사보 발행인인 언론사주가 되고, 사보 제작을 담당하는 직원들은 언론인이 되버린 것이 문제다. 각종 규제에 민감한 사기업의 사주가 언론인이 되어 법률에 따라 처벌될 수도 있다는 상황을 반기는 사주는 없고 당연히 사보 발행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더불어 대부분 사보는 해당회사나 기관에서 만드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부분 외주제작으로 만들어지는 시스템으로, 사보 제작이 중단되면 인쇄업계 이외에도 보이지 않는 피해가 속출할 것으로 예상할 수밖에 없다. 사보 제작이 중단되면, 사보 제작을 위한 중소규모의 사보제작 전문업체의 줄도산이 뻔히 보이기 때문이다.


청탁금지법은 사보 뿐만 아니라 각종 전문지도 직간접적으로 타격을 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인 예로 여행잡지와 자동차, 골프 잡지를 들수 있다. 여행잡지는 콘텐츠의 특성상 국내외 여러곳을 다니는 것이 일상이다. 특히 요즘과 같은 글로벌 시대에 국내 보다는 외국 여행이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지만, 모든 취재비용을 잡지사에서 부담하기는 힘든 여건에서 이른바 팸투어(Fam Tour)의 형식을 빌려 취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팸투어란 사전답사의 의미를 가진 Familiarization Tour의 약자로, 여행지 홍보를 위한 초청관광을 의미한다. 이러한 팸투어의 특성상 대가성이라는 명분이 들어 취재에 제약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는 자동차, 골프 전문지 등에도 비슷하게 적용된다. 시승을 위해 제공한 자동차나 취재를 위해 이용하는 골프장 이용에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관련업계에서는 이 문제에 대해서는 기자대신 블로거나 프리랜서 등으로 교체해 기사를 쓰게하는 등의 편법도 생각하고 있다. 청탁금지법에 따르면 프리랜서와 블로거는 언론인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방법으로는 추후 기사 내용을 채우기는 힘들 것으로 보지만, 업계로서는 아직까지 적절한 대책이 없다는 반응이다.


인터넷, 정보간행물이 해답?


청탁금지법에서 예외로 인정하고 있는 것이 인터넷을 이용할 경우와 사보의 정기간행물이 아닌 정보간행물로의 이전이다. 인터넷 사보와 정보간행물로 개정한 사보는 청탁금지법의 해당되지 않는다는 국민권익위의 해설 때문이다.


이전부터 종이 사보를 폐간하고 인터넷 공간으로 이전한 회사가 적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상당수의 대기업이 사보 발행을 아예 중지하거나 인터넷으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이는 청탁금지법을 예상했다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예산을 줄이기 위한 방편이라고 보는 것이 맞다. 하지만 인터넷으로 이동했을 경우 인터넷 사용이 어려운 정보소외계층에 대한 배려가 없다는 것이 문제다. 실제로 한국이 아무리 인터넷과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다고 해도 여전히 정보소외계층은 존재하고 그에 대한 보완 방법은 그다지 많지 않다. 또한 고객들과 보다 쉽게 빨리 접촉을 원하는 업계인 경우는 인터넷으로 사보를 전환하는 방법을 선택하기도 쉽지 않다.


이외에도 사보를 잡지나 정기간행물로 등록했던 것을 정보간행물로 바꾸면 법 적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권익위원회가 해법을 제시했으나 이것도 완벽한 것은 아니다. 「신문 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신문법’이라 함)」제2조 제1호에 따른 신문(관련된 호외·부록 또는 증간을 포함)과 「잡지 등 정기간행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잡지법’이라 함)」 제2조 제1호가목·나목 및 라목의 정기간행물(관련된 호외·부록 또는 증간을 포함)에 관련된 법률에 따르면, 일간지일 경우 종류에 따라 68%~85%, 주간지일 경우 64%, 월간지는 52% 우편요금이 감액된다. 하지만 미등록이거나 정보간행물, 기타간행물일 경우 요금 감액률은 40%로 떨어진다. 따라서 이 방법도 완벽한 해결책이라고 보기는 힘들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뾰족한 대책이 없는 것이 문제


사보업계는 지난 1990년~2000년까지 활황이었던 곳으로 꽃을 피우던 사보업계가 2000년대 국내에 IT 문화가 보급되면서 서서히 줄어들었지만, 일반 잡지에 비해 그 영역이나 규모는 더 큰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정식으로 등록을 하지 않은 사보들도 많아 정확한 집계가 되지 않을 뿐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청탁금지법에 따른 피해는 국내 관련 산업뿐만 아니라 인근산업에 미치는 영향력이 엄청날 것이라는 게 공통된 반응이지만, 관련 업계는 아직 정확한 피해 통계를 내놓지는 못하는 상태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그나마 대책으로 아예 등록을 하지 말자는 극단적인 의견도 나오는 실정이고, 약간의 피해를 보더라도 정보간행물로 이동을 고려하는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이 문제다. 또한 당국에서도 법 시행과 관련된 문제점들을 보완하는 추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추후 법률 보완이나 개정을 통해
불필요한 피해를 최소화 하는 지혜를 모아야 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월간 PT 2016년 12월>

디지털여기에 news@yeogie.com <저작권자 @ 여기에. 무단전재 -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