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주관으로 디자인도시만들기의 일환으로 시작한 ‘간판이 아름다운 거리’ 사업에서 간판 디자인과 시공을 맡아 좋은 평가를 얻었던 한국컷팅이 지난해 사옥을 양재동에서 경기도 광주시 고불로 공단으로 터전을 옮기고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있다. 한국컷팅 김주정 실장을 만나 한국컷팅에 대해서 들어보는 기회를 가졌다.
글 | 한경환 기자(printingtrend@gmail.com)
경기도 광주시 태전동에 위치한 고불로 공단은 국도 옆길 나지막한 언덕에 위치한 곳이다. 물론 공단이라는 이름답게 산업 전반에 걸친 다양한 제조업체들이 입주한 곳이다. 다만 한국컷팅이 입주한 곳으로 찾아가는 동안 주로 도시를 상대로 영업과 마케팅은 물론 제품 설치까지 해야되는 업체에서 거리가 먼 이곳으로 오게 된 경위가 궁금했다.
파란색 건물과 희한하게도 그 앞에 약간 휘어진 소나무가 운치있게 드려진 한국컷팅 공장 겸 사옥에 도착했다. 한창 고객과 상담중인 김주정 실장과 인사하기 전 내려다 본 바닥은 약간 놀라웠다. 보통 사무실에 쓰일만한 흰색 타일이 깔려 있기 때문이었는데, 공장과 사무실을 같이 사용하고 있는 곳 특성상 바닥재를 이렇게 깔끔하게 장식한 곳은 드물었기 때문이다.
도시의존형 사업 사인업, 도심 고집할 필요 없어
한국컷팅이 양재동에서 고불로 공단으로 이동할 것을 결정하는데 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다. 업계 특성상 영업에서부터 설치까지 도심에 있어야 한다는 업계의 나름 불문율 때문이다. 그러나 제품을 만들기 위한 작업장은 필수적이었고, 도심에서 무한정 작업장을 늘릴 수는 없었기 때문에 무작정 도심만 고집하기도 쉽지 않았다.
이런 고민 끝에 지도를 펼쳐놓고 도심을 중심으로 거리별 시간별로 콤파스를 그려봤다. 그렇게 여러 곳을 찾다 선택하게 된 것이 현재 위치다. 2015년 5월에 매입하고 그 해 11월에 이전을 하면서 고민을 한 것이 보다 완벽한 작업 환경에 대한 고려였다. 따라서 건물 내부를 다양한 구획으로 나누고, 디자인과 사무실을 겸한 곳과 실제 작업장을 분리하고 작업과 내부 시설과 인테리어 작업을 병행해 나갔다.
김주정 실장은 서울 강남권에서 경기도 광주로 이전한 것에 대해서는 현재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회사가 서울 도심에 있다고 해도 어차피 차로 이동하려면 교통체증에 막히기 때문이다. 더불어 클라이언트가 회사를 방문할 때도 마찬가지로 시간이 걸리는데, 보통은 차로 이동하기 때문에 교통편이 불편하다는 생각은 안한다는 것이 지금까지 들은 평이라고 한다. 더불어 깔끔한 작업장 내부를 보고 더 신뢰를 얻게 됐다. 또한 공단이라는 공간 특성상 작업에 필요한 협력업체들을 쉽게 구할 수 있다는 생각지 않은 장점이 됐다.
좋은 환경에서 좋은 제품 나와
김주정 실장이 사인업을 시작한지도 벌써 20년이 넘었다. 지난 IMF 고비를 넘지 못하고 뜻하기 않게 자영업의 길로 들어서게 됐지만, 처음 일을 시작할 때는 인맥도 없이 주야로 뛰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시작한 사업에 ‘그날과 같은 마음으로 살자’는 신조를 바탕으로 지금까지 오게 됐다. 더불어 영업적인 면에서는 높은 단가를 받지는 못해도 적정 단가를 고수하는 전략을 폈다.
저가 수주에 다른 폐해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지만, 가격 경쟁 보다는 품질에 우선한 전략이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더불어 무리한 장비구입에 관한 지출을 줄이면서 페이스를 유지하는 것도 지금까지 한국컷팅이 지켜온 원칙이다. 이에 따라 클라이언트들에게 적절한 기술지원과 관련 지식을 제공하고 시공 때는 유리 손상을 줄이는 등의 방법으로 고객들의 신뢰를 얻어 현재는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해외 명품 브랜드의 사인 작업도 맡
아서 하고 있다.
이렇게 신뢰를 얻는데는 한국컷팅이 그동안 쌓아올린 기술에 대한 노하우가 한몫했다. 제품 설치 시 유리에 손상이 가지 않는 시공은 물론, 작업 전 고객들이 가질 수 있는 고민과 기술 상담에 게을리 하지 않는 것이 주요했다. 또한 회사 내부 환경도 고객들의 신뢰를 얻는데 한 몫 했다. 회사 내부에서 눈여겨 볼 것은 타일로 된 바닥뿐만이 아니다. 인쇄를 위한 최적의 색온도인 5500K, 300lux의 조도에 맞춘 LED 조명은 물론, 겨울에는 이상적인 습도를 맞추기 위한 습도조절 장치를 갖췄다. 이 장비는 역삽투압 방식으로 정수된 물을 초음파 가습기 보다 미세하게 뿜어내는 장비로, 초음파 가습기 사용 시 예상할 수 있는 장비의 오작동과 수분이 쌓이는 것이 없는 것이 장점이다. 더불어 복층 구조인 2층 구석 공간에 틈을 만들거나 데스크탑 컴퓨터를 바닥에 띄어놓는 방법 등과 같이 여기저기 먼지를 방지하기 위한 아이디어가 총 출동됐다.
이렇게 보이지 않는 곳에도 신경을 쓰는 이유는 단순했다. 환경이 좋아야 품질 관리가 가능하다는 고집 때문이다.
1. 한국컷팅 김주정 실장. 2. 한국컷팅이 개발한 스크래치에 강한 필름. 3. 특수 가공처리를 해 보는 각도에 따라 무늬가 보이거나 사라진다. 4. 겨울철 습도조절을 위한 습도조절 장치를 갖췄다
열정과 끈기로 만든 간판이 아름다운 거리
한국컷팅이 이룬 성과 중 빼놓고 지나칠 수 없는 것이 간판이 아름다운 거리 사업의 일환으로 예술의 전당 일대와 반포대로 일대의 간판 교체 사업을 직접 진행해 성공적으로 완료했던 것을 들 수 있다. 김주정 실장은 2012년에 시행됐던 간판이 아름다운 거리 관련 자료 중 기존 간판과 교체된 간판을 보여주면서 이렇게 되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고 회상했다. 파나플렉스로 도배 된 건물 외벽은 광고판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광고효과를 주지 못한다는 점 때문에 대부분 업주들이 간판 교체에 대한 취지는 이해했지만 실제로 간판 교체를 선택하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또한 서비스 업종의 경우 밤 12시가 끝나야 업주를 만나 상담할 수 있었기 때문에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 털어놨다.
간판 소유 업주들에 대한 상담과 별도로 디자인 작업도 쉽지는 않았다. 픽토그램을 이용해 간판을 단순하게 하려는 고민도 했지만, 오히려 글자를 이용해 디자인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걸 체득하는데도 그리 짧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이후 모든 작업이 끝난 뒤 크기는 작아도 잘 정리된 간판이 오히려 가독성이 높아진 덕에 업주들의 반응이 좋았다는 것이 김주정 실장의 설명이다. 이와 같이 열정과 끈기, 거기에 합리적인 디자인이 한국컷팅을 만든 바탕이 되지 않았을까 한다.
<월간 PT 2016년 8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