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를 통한 가족의 역할 재조명 연극 가족
한은혜 2017-05-20 17:4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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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단(예술감독 김윤철)이 숨겨진 보석 같은 우리 근현대극을 발굴해 특별한 감동을 안겨줬던 ‘근현대 희곡의 재발견’ 시리즈의 일곱 번째 작품으로 이용찬 작, 구태환 연출의 <가족>을 선보인다. 제 1회 국립극장 장막희곡 당선작인 <가족>은 1958년 국립극단의 시공관(당시 명동예술극장) 초연 이후 59년 만에 귀환한다.

희곡으로 시작해 TV, 라디오 드라마와 시나리오까지 1950년대 모든 장르를 섭렵했던 작가 이용찬의 희곡 <가족>은 해방 직후 제헌국회부터 6·25 전쟁 등 파란만장했던 우리 근현대사를 아우르는 작품이다. 한 가족이 맞닥뜨린 의문의 살인사건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이번 작품은 당대 한국 사회의 급변하는 시대적 흐름 속에서 피할 수 없던 가정의 몰락을 여실히 담아낸다.


제공 | (재)국립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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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단 ‘근현대 희곡의 재발견’ 시리즈 일곱 번째 작품


이번 공연에 대해 김윤철 예술감독은 “혈육적 의미의 가족에 대해 생각게 하는 작품”이라며, “오늘날 해체되고 와해되어 가는 가족에 대해 진단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구태환 연출은 “약 60년 전에 쓰인 작품이지만, 사회적, 역사적 혼돈 속 세대 간의 대립과 개인의 파멸은 지금과 큰 차이가 없다”며 작품의 동시대성이 관객에게 잘 전달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2017년에도 근현대 희곡의 재발견 시리즈를 이어나갈 이번 <가족>에서는 국립극단 시즌단원들의 연기 앙상블이 두드러진다. 특히 최근 자신만의 독특한 개성을 확립하고 있는 배우 이기돈과 희극과 비극을 넘나들며 다채로운 매력을 선보인 김정호는 각각 아들 ‘종달’과 아버지 ‘기철’로 분해 애증의 부자관계를 그려낸다. 또한 인물의 심리와 관계에 집중한 상징적인 무대와 음향은 작품이 가진 연극성을 극대화할 예정이다.

 

우리 극작계의 숨은 보석, 이용찬의 데뷔작을 만나다

 

희곡 작가로서는 다소 생소한 이용찬은 <한중록>을 비롯한 TV 드라마로 더 잘 알려진 우리나라 1세대 방송 작가이자 <가족>으로 데뷔한 극작가다. 유치진, 김진수 등 1950년대의 기성 극작가들이 전쟁의 황폐함이나 이데올로기의 대립을 다루었다면, 신진 작가로서 그는 격변하는 시대적 흐름 속 가족과 개인 안에서 벌어지는 가치관의 혼란에 더욱 집중했다.


이러한 그의 성향은 차범석, 임희재, 하유상 등 동시대 작가들 중에서도 이용찬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또한 이용찬은 플래시백 등 영화적 기법들을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희곡에 도입한 선두주자로, 당대 극작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기도 했다. 그는 <가족> 이후 극작보다는 방송극 창작에 주력했으나, 민족이나 이념보다는 개인의 문제에 천착했던 그의 작품은 지금까지도 현대성을 띈다. 우리 희곡을 재발굴해 특별한 감동을 안겨준 ‘근현대 희곡의 재발견’ 시리즈 7번째 작품인 <가족>
은 작가 이용찬의 개성 있는 극작세계를 2017년 무대 위에 온전히 구현해낼 것이다

 

‘오늘, 당신의 가족은 안녕하십니까?’ 가족 안의 개인을 재조명하다 

 

‘가족’이라는 단어는 우리가 처음 그 말을 배우는 순간부터 대개 긍정적인 의미로 인식된다. 누군가에게는 ‘유일한 안식처’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2016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국민 중 42.7%는 가정생활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답했다. ‘가족’을 제목으로 한 이번 작품은 가족과 가정의 이면에 질문을 던진다. 가부장적인 가치관을 고수하는 아버지 ‘기철’은 아들에 대한 사랑과 보호를 이유로 주인공 ‘종달’의 모든 선택에 제동을 걸고, 해방과 전쟁, 아버지의 국회의원 선거 낙선, 그
로 인한 경제적 몰락 등 불안정한 성장기를 보낸 종달은 의존적이고 무기력한 인간으로 전락하고 만다. 종달은 그런 아버지를 원망하면서도 좀처럼 그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혈연적 의미의 가족 개념이 점차 흐릿해지고 새로운 형태가 이를 대신하는 오늘날에도, 가족 구성원 간의 연대와 개인의 주체성과 선택은 끊임없이 마찰을 빚는다. 한국판 <세일즈맨의 죽음>에 비견되기도 하는 이 작품은 누구나 필요로 하는 가족이라는 집단 내에서, 개인으로서 ‘어떻게 존재할 것인가’에 대해 묻는다.

 

<월간PT 2017년 5월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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