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에 본 조어(造語)가 생각난다. 인재라는 말을 한자로 조합하여 풀어쓴 글이다. 한글로 읽으면 모두 인재이지만, 한자로 쓰면 人財, 人材, 人才, 人在, 人災 등 다양하게 조합하여 표현할 수가 있다. 겉보기엔 다 같은 사람이지만, 개개인의 능력이나 성과를 본다면 천차만별 이라는 의미다. 한편, 회사나 국가의 궁극적 경영목적이라면 그것은 영속적 확대성장(Sustainable Growth)일 것이다. 국 가나 기업이 현상유지를 계속한 다면 이는 사망선고나 마찬가지다. 창출된 부가가치, 즉 GDP나 수입은 그대로인데 그 구성원들은 해마다 나이를 먹고, 결혼과 출산 등 라이프 스테이지에 따라 지출이 계속 많 아진다면 국가재정이나 가계수지는 머지않아 적자로 전락하고, 그 폭은 고령화와 더불어 점점 커질 것이 기 때문이다. 그 반면교사가 이웃 나라 일본이다. 지난 20여 년간, GDP 규모는 500조 엔 전후에서 정체 되어 왔다. 이 성장 정체의 덫을 벗어나 2020년까지 600조 엔 규모로 끌어올리겠다는 경제정책이 아베노 믹스이고, 그 주창자이며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 2012년에 재집권한 아베 신조우(安倍晋 三) 총리다. 제공 | 월간 인재경영 글 | 장상수 아시아대학교 도시창조학부 교수
인재도인재나름
영속적 확대성장이란 경영목적을 달성하는 데 있어서의 핵심적 주체는 물 론 사람이다. 기업이나 정부의 모든 구성원이 맡은 바 자리에서 주어진 직무 와 역할을 제대로 수행한다면, 가속화되는 글로벌 무한경쟁 속에서도 지속 적 성장은 가능할 것이다. 상기 한자 조어는 지속적 성장을 위한 기여도 관 점에서 분류한 인재상이라 하겠다. 개인, 특히 리더의 말과 행동이 그야말로 조직의 성장으로 직결되는 인재(人財) 가 있는가 하면, 한마디 한 걸음이 모 두 재앙의 씨앗이나 불상사로 이어지는 인재(人災)도 있을 것이다.
또한 기껏 자기 밥그릇 벌기에 급급한 인재(人在)도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 로 이들 인재(人在)가 가장 많은 구성비율을 차지한다. 따라서 직무수행역량 이나 기여도는 떨어지지만, 머릿수가 가장 많은 까닭에 조직의 의사결정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미친다. 대다수 의사결정이 전체최적(全體最適)이 아니 라 부분최적(部分最適)으로 흐르는 것도 이러한 까닭에서다.
조직구심력은철학과가치의결정체
마력이나 벡터라는 용어마저 떠오른다. 말 한 필의 파워를 1마력이라고 하 면, 두 필이면 2마력, 100필이면 100마력의 파워가 나와야 한다. 시너지효 과가 작동한다면 110마력도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전제가 따른다. 한마음으로 한 방향을 지향할 때 가능하다. 예컨대 두 마리 말이 정반대 방 향으로 끌어당긴다면 파워는 제로가 된다.
국가나 기업도 마찬가지다. 한마음, 한 방향으로 매진할 때 돌파력은 엄청 나지만, 모래알처럼 개별 행동을 취한다면 머릿수만 많을 뿐 조직력은 제로 에 가까워진다. 초일류 글로벌기업으로서 영속적 확대 성장을 이루어가는 곳은 모두가 공감하는 철학과 가치를 중심으로 구심력을 갖추고 있다. GE, IBM, 도요타, 혼다, 삼성, 포스코 등을 보더라도 경영이념과 공유가치, 경영 원칙의 삼각대 구조로 경영철학을 구축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철학과 가 치관이 남에게 보이기 위한 장식품에 그치지 않는다. 조직 구성원들이 그 철 학과 가치관을 체득하여 위기상황 속에서의 의사결정 기준이 되고, 일상적 생활 속에서 언행일치를 보임으로써 모든 이해관계자들로부터 바람직한 조 직으로 평가를 받고 이를 바탕으로 조직은 더욱 확대성장으로의 파워를 증 진시켜가게 된다.
GE의 잭 웰치 씨는 회장으로 재임했던 20여 년간, 자신의 경영철학과 조직 의 공유가치를 전파하고 체득시키고자 크론턴빌 연수원을 찾았다고 한다. 그는 이미 경영철학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잭 웰치 처럼 경영철학의 확립과 전파, 나아가 현장 구석구석까지 침투시켜야 할 역 할과 책임은 전적으로 리더에게 있다. 물론, 정립된 철학이 바람직하다는 전 제하에서의 이야기이다. 즉, 시대적 가치나 전통, 국민적 정서, 법령과 관행 등을 통섭하여 널리 공감되는 것일수록 조직의 구심력과 돌파력은 강화될 것이다. 일찍이 우리나라 가정에는 가훈이 있었고, 가장은 가족 모두가 지키 도록 강조하고, 족자 등으로 걸어두어 명심토록 배려하였다. 인재육성의 첫 걸음이 이렇게 가정에서 시작된 것이다.
인재경영에도 전략적 접근이 중요
세계적 초일류기업의 성장 배경이나 원천에 대해서는 누구나 궁금해 한다. 벤치마킹을 하여 흉내라도 내보려는 기업도 적지 않다. 하지만 경영철학이 나 조직문화, 노사관계 등등의 갭이 너무나 커서 그야말로 엄두조차 못 내 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 대표적 일례가 토요타 생산방 식이다. 이를 배워보 고자 한국을 비롯하여 많은 외국기업들이 수없이 다녀갔지만, 제대로 뿌리 를 내렸다는 곳은 들어보지를 못하였다. 필자 또한 토요타자동차는 열 손가 락이 부족할 정도로 방문하여 인터뷰를 하여왔었기에 공감하고도 남는다. 초일류기업들의 성공 요인으로 널리 지적되는 것이 최고경영자의 리더십, 핵심인재의 확보, 경영후계자의 육성이다. 이 3가지 요인 모두 사람에 관한 것이다. 그리고 성공 기업들은 다 같이 경영이념이나 공유가치에 있어서 인 재제일, 인간성 존중 등을 표방하며, 인본주의 경영을 실천해오고 있다는 점 에서도 공통된다. 물론, 이윤 극대화는 지속적 확대성장이라는 경영목적을 위한 실현수 단이다. 따라서 기업으로서는 상기 5가지 인재를 엄격히 판별 하고, 그가치에 상응하는 처우를 하게 될 것이다. 매년 수백억, 수천억의 부 가 가치를 창출하는 人財와 자기 밥값만 하는 人在, 성희롱이나 기술유출 등으로 손실을 초래한 人災를 평등하게 처우한다는 것은 누가 보아도 용인 하기 어려울 것이다. 만약 그러한 조직이 있다면 이는 지속적 성장을 포기 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요컨대 인재의 육성과 확보도 전략적이어야 한다. 고부가가치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 글로벌시장에 내다 팔려면, 경쟁사들이 흉내조차 힘들 초 격차(超隔差)가 나만의 것이어야 한다. 모방까지 10년의 격차를 둔다면, 그 만큼 독점이윤을 누릴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또 다른 신천지를 개척하여 초초격차를 벌릴 수도 있다. 그에 따라서 지속적 확대성장이란 경영목표는 꿈이 아닌 현실이 된다. 이처럼 중장기 경영전략에서 미래의 신천지를 그리 고,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기획하였다면 그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전략 을 실현시켜줄 인재의 육성과 확보이다. 그럴만한 인재가 없다면 그야말로 전략은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
널리 회자되는 글로벌 매니지먼트, 탤런트 매니지먼트, 다이버시티 매니지 먼트 등은 모두 글로벌 인재의 필요성과 확보 대상, 인적 구성의 가이드라인 이라고 하겠다. 현지의 언어와 문화에 대한 이해와 공감의 역량, 전략 실현에 없어서는 안 될 전문역량, 가치의식이 다양한 조직역량이 요구된다. 동일 한 사고와 행동 패턴으로 무장된 조직이 자신들과는 다른 사고와 행동 패턴 을 갖고 있는 글로벌 고객을 상대로 비즈니스를 전개하여 지속적 확대성장 을 이루어간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부(富)의창출원천은인재 확보
국내 언론에 의하면, 올 연말로 1인당 국민소득은 3만 달러를 넘어서고, 머 지않아 일본을 추월할 것이라고 한다. 정말 기분 좋은 기사이다. 1인당 3만 달러는 해외 언론에서도 비슷한 논조로 언급하고 있다. 더욱이 최근의 원고, 즉 원화의 강세는 달러 베이스 소득수준을 더욱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하 지만 역설적으로 말하자면 3만 달러 국민소득이 반석에 올라선 것은 아니 라는 이야기로도 풀이된다. 국내외 환경급변으로 1997년 IMF 경제위기와 같은 사태가 도래한다면 원화 가치는 급락하고 1인당 국민소득은 2만 달러 중반까지 떨어질 것이다.
그 일례를 기업을 통해 살펴보고자 한다. 연간 판매 대수 1,000만 대를 넘어 선 토요타자동차는 아베노믹스의 혜택을 크게 입은 기업이다. 2013년부터 시작된 엔저(円低)에 힘입어 수출가격경쟁력이 회복됨과 더불어 2015년까 지 증수 증익을 기록하였다. 영업이익의 경우, 2015 년 3월기와 2012년 3 월기의 결산을 비교하면 8배(3,556억 엔 → 2조 8,539억 엔)나 급증하였다. 그러나 엔저의 장기화로 인한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과 환율 반전으로 영업 이익은 최근 3년간 2조 엔 이하로 떨어졌다. 달러 환율이 1엔 평가절상되면 영업이익은 400억 엔 정도가 줄어든다고 한다. 아베노믹스 이전의 80엔대 로 치솟는다면, 1조 엔 이상의 영업이익이 사라진다. 이처럼 수출의존도가 큰 기업은 환율 변동에도 민감하다. 한국처럼 수출의존도가 높은 국가 경제 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스토리이다.
창업가의 3대손이며, 현재 사장인 토요타 아키오(豊田章男, 56년생, 2009 년 취임) 씨는 이점을 간파하고, 취임하여 4년이 지난 2013년 8월에 「진짜 경쟁력」(眞の競爭力)의 메시지를 발신하였다. 진짜 경쟁력이란, ‘지속적 성 장을 가능케 하기 위한 경쟁력’이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데이터나 수치로서 측정할 수 없는 요소들까지 포함된다. 예컨대 경쟁사와의 초격차를 만드는 매니지먼트 혁신 등도 포함된다는 의미이다. 환율에 의한 가격경쟁력보다 는 품질경쟁력, 나아가서는 그 누구도 쉽사리 모방하지 못할 새로운 콘셉트 의 가치경쟁력을 강조한다. 그리고 진짜 경쟁력 확보, 초격차 실현은 인재의 확보와 육성에서 찾고 있다. 하지만 취임 10년으로도 「진짜 경쟁력」을 확보 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였던 것 같다. 이처럼 「진짜 경쟁력」의 확보는 최고 경영자의 역할이며 책임이다.
기업은 물론, 국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역할과 책임을 다하기 위 해서는 전략을 실현시켜줄 인재의 육성과 확보에 적극적으로 임하여야 한 다. 미래의 먹거리라고 일컬어지는 제4차 산업 분야에서는 시간이 지날수 록 인재 확보는 더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인재에 대한 초과수요가 더욱 심 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인재쟁탈전은 기업과 국가 차원에서 그 공 방전이 날로 심화되고 있다. 한국은 여러 측면에서 불리한 입장이다. 예컨 대 글로벌 경제 대국들과 역주행하는 정책으로 외국자본의 투자 기피, 끝이 안 보이는 적폐청산으로 인한 대립과 혼돈, 과격한 노동사회운동으로 이미 지 악화, 장기화되는 북한과 미국 간의 군사적 충돌 우려, 갈라파고스화를 보이는 조직문화나 인사시스템 등등이다. 이러한 면에서는 모두 일본에 비 해 불리한 상황이다.
일본 정부는 국가 차원에서 미래의 먹거리 창출과 생산성 향상을 위해 「Society 5.0」과 「일하는 방식의 개혁」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전자의 경 우는, 수렵사회 → 농경사회 → 공업사회 → 정보사회에 이은 5번째 경제 사회를 「초스마트사회」(Society5.0)로 정의하고, 타국가에 앞서 실현하겠 다는 범국가적 전략과제로 선정하였다. 그리고 이를 성공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인재의 육성과 확보에 있어서 부처별로 역할과 책임을 분담하고 있다. Society 5.0에서 중추적 역할을 하게 될 과학기술인력을 육성함에 있어서,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교육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IT,AI, 빅데이터 등 제4차 산업에서도 불가결한 학문 분야다.
국내 육성만으로 적기의 수요 충족이 어려운 분야에서는 적극적으로 외국 인재를 채용한다는 방침도 명확히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외국 인재의 생활( 교육·의료 등) 및 취로(임금이나 인사체계 등) 환경을 개선 하고 출입국 등 여타 규제개혁에도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다.
성과를넘어 새로운 가치 중시의육성과관리
누구에게나 경쟁할 수 있는 『기회의 평등』은 최대한 보장되어야 하지만, 평 등한 기회 속에서도 차이가 확연한 성과나 기여도마저도 고려하지 않는 『 보상의 평등』은 최대한 억제되어야 한다. 묻지마식의 보상 평등은 인재유출 을 촉발시킨다. 애사심이나 애국심에 호소할 시대도 아니고, 젊은 층의 가 치관도 크게 바뀌었다. 경쟁국가나 해외기 업으로의 인재(人財) 유출은 가 속화되고, 국내에는 속칭 이류 이하의 인재(人在)나 인재(人災)만 늘어나게 될 것이다. 경쟁력이 미약한 인력으로 국가나 기업의 지속적인 확대성장을 기대하기란 어렵다.
인재(人財)들의 역량으로 국가와 기업이 지속적으로 확대 성장한다면, 나머 지 4부류의 인재한테도 소득 증대의 기회는 늘어날 것이다. 황금알을 낳는 인재를 우대할 줄 알고, 전체의 파이를 늘리는 데 지혜를 모으는 노사정의 가치 공유가 요구된다. 늘어난 부의 분배정책 또한 노사정의 역할과 책임이 지만, 의사결정은 전체최적의 관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오늘날, 글로벌 사회와 한국 사회를 비교해 볼 때, 교육은 하향평준화를 지 향하고, 인사관리는 연공서열주의로 복귀하는 등, 미래의 국가 경쟁력이 지 극히 우려된다. 빠른 고령화 속도의 한국 사회는 천문학적인 사회보장비용 의 부담이 불가피하다. 이러한 난국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독창적인 제품과 서비스의 창출, 미래 산업의 주도권 확보 등이 불가결하다. 이를 위해서라 도 인재(人在) 중심이 아니라 인재(人財) 중시의 교육과 인사 정책, 제도와 시스템 개혁이 긴요하다.
끝으로 인재의 육성과 확보도 긴요한 숙제이지만, 이들 인재가 역량을 제대 로 발휘할 수 있도록 적재적소에 앉히는 용인술(用人術) 또한 중요하다. 국 가나 기업의 리더는 핵심 포스트마다 역할과 책임을 명시하고, 일 중심으로 능력과 성과를 평가하여 임용하되, 그 능력과 성과에 상응하는 처우 시스템 을 확립하여야 한다. 아전인수격의 기준 변경이나 내로남불식의 임용 등은 후세를 짊어질 젊은이들로 하여금 일 속의 경쟁과 성장보다는 줄(血緣, 地 緣, 學緣, 志緣 등)타기 속에서의 성공이라는 가치의 왜곡을 초래할 것이다. 예컨대 고관대작의 자리에 오르려면 공부보다는 정치, 노동, 환경 분야에서 의 운동경력이 임용기준이 되는 시대이다.
<월간 PT 2018년 2월 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