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수명은 로마시대에 20세 남짓에 불과하였지만, 21세기 들어 80세를 넘어 2040년에는 90세에 육박 할 전망이다. 반면 글로벌 투자기업 S&P가 집계하는 세계 500대 기업의 평균수명은 1960년대 60년 수준 에서 점점 짧아져 2000년대에는 25년 전후로 급락하였다. 몇 년 지나지 않은 2020년 전후로 20년의 벽이 깨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한다. 제공 | 월간 인재경영 글 |천성현 포스코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
의식주 생활 여건이 개선되고, 의료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덕분에 인류 의 수명은 늘었지만, 기업을 둘러싼 경영환경은 악화되고 있다. 경쟁강도 가 심화되고, 기술의 발전으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며, 고객의 요구는 더 욱 복잡하고 다변화되고 있다. 소위 기업의 소멸위험(Morality Risk)이 증가 하여 기업이 살아남으려면 이전과는 다른 각오가 필요한 시기가 도래했다. 최근 우리 기업들도 1950년대 이후 창업한 기업들이 세대를 넘어 70주년 을 맞이하는 시기에 도달했다. 그러나 백년기업으로 우뚝 서려면 과거의 경험에 안주하지 않고 영속기업의 성공요인을 살펴보고 우리의 자산으로 만 들어야 할 것이다.
영속기업그들은 누구인가?
1980년과 최근 S&P 상위 5개사의 면면을 살펴보아도, 40여 년 전 상위 5 대 기업 중 살아남은 기업은 하나도 없다. IBM, AT&T, 엑슨모빌등 당시 상 위기업은 자기 분야에서 여전히 큰 역할을 하고 있지만, 그 위력은 약해졌다. 반면 1980년대에 갓 태어난 애플, 마이크로소프트가 최고 기업으로 자 리매김하였다. 불과 서른 살도 채 되지 않은 아마존과 페이스북도 세계 최대 기업의 자리를 노리고 있다.
변화무쌍한 기업의 세계에서 100년 이상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우량 기업 들은 누구일까? 앞서 S&P 500 기업을 살펴보니, 창업 후 100년이 지나도 록 뛰어난 성과를 유지하고 있는 기업은 50개 정도로 꼽을 수 있다.
이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우선 IBM(정보통신), 코카콜라(식음료), 네슬레(식 음료), P&G(생활건강), 화이자(제약), 존슨앤존슨(헬스케어), 머크(제약), 엑 슨모빌(정유), 바스프(화학), 리바이스(의류) 등 창업 당시의 사업을 지속 발 전시켜온 기업들이 있다. 보통 사람들도 쉽게 알 수 있는 제품과 브랜드 파 워를 앞세운 소비재 기업이 상당수를 차지 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생활필 수품이나 중간 소재를 주력으로 삼고 있어 경기 영향이 상대적으로 낮아 어 려운 시기도 극복해왔다.
반면 지멘스(인프라, 에너지, 헬스케어), 코닝(광섬유, 소재, 전자재료), 듀폰( 소재, 화학, 농업, 에너지), 필립스(가전, 의료기기), GE(금융, 인프라, 에너지, 헬스케어) 등 기업들은 창업 당시 사업뿐만 아니라 새로운 사업 변신을 도모 했다. 여러 사업을 영위해 온 영속기업들은 모사업의 핵심 경쟁력을 유지하 면서 새로운 사업을 추가하여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 주목할 만하 다. 100년 이상 기업이 영속하려면 경제경영 환경이 급변하는 변곡점을 맞 닥뜨렸을 때, 창업 당시 사업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여 대응하거나 창의성 을 발휘하여 신사업을 통해 성장해야만 했다.
우리 기업들 중 창업 100년 이상 장수한 기업들은 흔치 않다. 한국은행의 조사에 따르면, 두산, 동화약품, 신한은행, 우리은행, 몽고식품, 광장, 보진재 의 7개에 불과하다. 반면 다른 나라는 200년 이상 장수기업도 상당하다. 우 리 장수기업은 독일(1,563개), 프랑스(331개), 일본(3,113개)에 비해 턱없 이 적은 것이 현실이다. 우리 기업도 글로벌 영속기업이 변곡점에서 어떻게 성공의 계기를 마련하였는지 성공비결을 눈여겨봐야 한다.
외부의 눈으로내부를혁신한다
100년 장수에 실패한 기업을 분석해 보면 우선 기업이 변화와 위기를 감지 하지 못하여 성과 하락의 길로 접어드는 경우가 많다. 기존 성공에 따른 자 만심이 기업 내부에 팽배하거나, 과거의 성공요인에 집착하여 새로운 혁신 을 그르치기도 한다. 기업 내부의 성공과 장점에 도취하여 외부의 변화를 바 라보지 못하면 좋은 기회가 다가오더라도 붙잡지 못하기 마련이다.
영속기업들은 임직원이 외부 환경 변화를 민감하게 감지하고 나아가 외부 변화를 새로운 전략과 실행에 반영하는 체질을 내재화하고 있다. 정유산업 의 대표적 영속기업인 엑슨모빌은 70년대 중반에 시나리오 플래닝 방식을 시스템으로 내장했다. 경영진이 정치, 경제, 사회, 과학 분야의 전문가와 함께 유가 변동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분석 하는데 참여했다. 유가 변동요 인 분석 결과를 토대로 미래 변화의 시나리오를 마련하여 대처했다. 1973 년 중동전쟁 발발 당시에 사전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신속하게 설비에 투자 하는 한편 품질 개선으로 위기를 극복했다. 1986년 유가 폭락 당시 소련 붕 괴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사전에 비축하거나 가격을 조율하여 오히려 성장 의 기회로 삼았다. 외부 변화를 예측하여 내부 경영을 개선하는 시나리오 경 영은 엑슨모빌의 체질을 개선하여 7위 기업에서 규모 2위, 수익 1위의 기업 이 되는 기폭제가 됐다.
독일의 장수기업 지멘스도 외부 시각으로 내부를 혁신하는 장수기업의 DNA를 내장한 대표적 기업이다. 지멘스는 2001년 적자를 경험한후 미래 연구팀(Picture of Future)을 운영해 왔다. 경영층이 주도하여각 사업부와 내부 컨설턴트가 한 팀이 되어 미래 사업의 모습을 예측 하고, 이를 바탕으 로 장단기 사업계획 수립을 지원한다. 이때 수많은 외부 전문가 자문회의를 통해 미래 메가트렌드의 주요 요소와 변화 동인을 도출하는 독보적인 체계 를 가동한다. 2007년에 PoF 결과 도출된 사업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흩어져 있던 사업을 에너지, 산업솔 루션, 인프라, 헬스케어의 4대 핵심사업으로 재편했다. 전 세계에 각개전투하던 사업부들을 통합하여 운영함으로써 비 용절감과 함께 사업 간 융합제품을 출시하여 성과를 높이고 성장하는 결과 를 얻었다. 2014년부터 기존 사업의 디지털화에 집중하여 4차 산업혁명을 대표하는 기업의 위상을 확보한 것도 외부를 바라보는 독특한 PoF 체계가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도전과창의로 변신을도모한다
역사를 뒤흔드는 발견과 발명 뒤에는 항상 실패의 두려움을 이겨내고 도전 한 사람들의 열정이 있다. 영속기업도 전환기마다 혁신 제품과 신사업 진출 이 도약의 기회를 만들어 냈다. 가장 창의적 기업이라면 3M을 첫손가락에 꼽는다. 3M은 다양한 대안을 실험하여 신제품으로 만들어 성공을 거두는 저력을 갖고 있다.
신제품 아이디어를 육성하기 위해 마련한 ‘15% Rule’은 3M만의 독특한 제 도이다. 연구개발 직원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시간 중 15%를 관심 분야에 활용한다. 고객과 엔지니어 간에 포럼을 통해 자신의 아이디어를 검증해 볼 수 있다. 아이디어를 제품화하기 위해 ‘아이디어 경연’과 ‘사내벤처’를 만들 어 개발자금과 팀원을 끌어모을 수 있다. 3M은 신제품 판매 규모가 어느 정 도 성장하면 별도의 사업부로 독립하여 경쟁할 수 있다. 아이디어를 가진 직 원이라면 누구라도 시간과 자금을 지원받아 사업을 펼칠 수 있는 시스템과 문화를 갖춘 기업이 바로 3M이다. 3M의 혁신 체계가 바로 100년 이상 도 전과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게 만든 성장엔진이다.
에디슨이 만든 글로벌기업 GE도 기업 혁신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주 인공이다. 6시그마를 통해 품질혁신을 이룩하는가 하면, 정보통 신기술로 재무장하여 4차 산업혁명의 선두주자로 나섰다. 최근 GE는 IBM과 SAP와 같은 IT기업들이 신기술로 무장하여 설비운영 시장을 잠식하는 데 대응하기 위해 스마트팩토리로 대응했다. IT기업에 대항 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IoT 센싱, 빅데이터 분석 역량을 재빨리 확보 하여 Predix라는 스마트팩토리 운 영체제를 먼저 개발했다. 여러 산업에 적용할 수 있는 Predix 시스템은 스마 트폰처럼 굴뚝산업을 스마트 산업을 탈바꿈하고 있다. 위기의 고비마다 새 로운 혁신으로 신시장을 창출하고 성장기회를 포착하는 역량이야말로 GE 영속기업의 최고 역량이라 할 수 있다.
경영위기에 빛나는강한복원력
영속하지 못한 기업들은 영업이익이나 주가가 급락하여 구조조정 위기를 극복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2008년 금융위기를 전후로 구조조정에 성공하 여 V자 회복에 성공한 기업을 분석한 결과 신속한 사업구조 조정과 함께 임 직원의 열정을 결집하는 것이 핵심 성공요인이었다. 경영위기를 단기간에 극복한 기업의 회복력이 훨씬 높아 위기를 극복하려면 임직원의 몰입과 응 집력의 중요성을 되새겨준다.
특수유리와 세라믹의 선두주자 코닝은 수차례 경영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 서 신속히 대응하여 원래 수준 이상의 성장력을 회복하는 역량을 내재화하 였다. 코닝시의 대홍수(1972년), 두 차례의 오일쇼크 등을 거쳐 오면서 경 영진 주도로 전사적 위기관리체계를 구축한 바 있다. 2000년 초 벤처버블 이 붕괴되는 과정에서 월드텔레콤 같은 기업은 $113이던 주가가 한 해 만 에 $1로 폭락했다.
당시 코닝은 3단계 위기관리체계를 가동하여 우선 긴축과 함께 가동률을 높 이고, 위기 경보가 높아지면 단축근무와 함께 투자를 일부 취소하는 단계로 대응 수준을 높인다. 그럼에도 위기가 심화할 경우 급여동결과 감원조치를 취하는 3단계로 격상한다. 마지막 4단계 위기 수준이 닥치면 R&D 예산 삭 감과 자산 매각 등 조치를 취한다. 위기관리 마지막 순간까지 코닝의 핵심역 량인 R&D 투자를 멈추지 않는다는 점이 특징이다. R&D를 통해 성장한 코 닝이 위기를 극복하더라도 R&D 없이는 새로운 성장과 회복을 거둘 수 없 기 때문이다. 전사적 위기관리 체계의 가동은 닷컴버블(2000년)과 글로벌 금융위기(2008년) 를 극복하고 코닝이 영속 성장한 원동력이라 할 것이다. 글로벌 화학 기업 듀폰은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반전의 기업 역사를 가졌 다. 1920년대 대공황기 위기에도 R&D를 강화하여 나일론, 폴리 에스터 등 히트 제품을 연속 출시하여 대반전을 이뤘다. 석유 위기로 원가상승과 공 급과잉의 이중고가 겹쳤을 때 전자재료와 농화학 등 새로운 사업에 진출하 여 성장엔진을 갖췄다. 1990년대 불황기에는 수익 악화 극복을 위해 사업 구조조정을 단행할 뿐만 아니라 대규모 원가절감 체계를 가동하여 수익성 을 회복했다.
듀폰의 독특한 리스크 관리체제(Risk Intelligence)의 핵심은 전 직원 에게 리스크 관리역량을 체질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뒷받침하는 복합적인 관리체계를 갖춘 데 있다. 리스크 지도(Map)를 통해 위험 요인을 사전에 파 악하고, 임직원의 리스크 관리 경험을 DB화하여 위기에 대한 처방을 내린다. 또한 경영상 결정에 대해 레드팀 조직을 통해 위기 처방에 대한 반론을 제기하여 가장 합리적인 결정을 유도 한다.
우리기업들도100년기업을 향한출발선에서다
최근 우리 기업들도 지난 수십 년간 축적된 지식 자산을 바탕으로 새로운 100년 기업의 출발선에 섰다. 그러나 출발선조차 글로벌 무역 전쟁과 후발 경쟁기업의 도전으로 순조로운 순항보다 역풍과 험로를 앞두고 있다. 앞서 살펴본 100년 영속기업들의 지혜를 빌려보면 우리 기업이 갖추어야 할 역 량을 알 수 있다.
우선 외부의 시각으로 내부혁신을 지속해야 한다. 지난 우리 기업들의 고도 성장 신화는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내부 임직원이 마음을 합쳐 노력한 결과 이다. 어느 글로벌 기업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을 만한 체제를 갖추어 자부심 을 가질만하다. 설비뿐만 아니라 각종 안전관리 제도 하나에도 선후배들의 지혜를 모아 실천해 왔다. 그러다 보니 스스로의 눈으로 업그레이드할 때에 과거 개선 경험에 머물거나, 자만감에 매몰될 수도 있다. 이제 외부인의 눈 을 빌려 영속기업으로 혁신 노력을 더욱 높여야 한다.
둘째, 창의와 도전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현실에 안주한 기업이 자멸한 사 례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철강과 같이 사업주기가 긴 사업일수록 현재의 품질수준과 기술력에 안주하기 쉽다. 4차 산업혁명과 저성장이 일상화된 경제 환경에서 고객의 기대를 뛰어넘는 혁신이 지속 되지 않는다면 지금의 시장지위를 유지할 수 없다. 아이디어를 내는 직원을 동기부여하는 리더십 이 살아 움직일 수 있도록 창의적 문화와 조직분위기를 살려나가야 한다.
셋째, 우리 기업들도 경영위기를 맞아 비상경영과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단 행해 왔다. 대규모 원가절감과 불요불급한 사업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아쉬 운 상황도 많았다. 그럼에도 최근 우리 기업들의 성과는 위기를 헤치고 새로 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고 자부할 만하다. 그러나 영속기업이 되려면 위 기극복의 경험을 우리 내부의 자산으로 내재화해야 한다. 위기 정보를 분석 하고 선제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구성원의 위기극복 마인드를 결 집하여 새로운 문화로 정립해야 한다.
상당수 우리 기업들도 이제 100년 기업의 반환점을 돌고 있다. 창업기 성공 을 넘어 100년 이상 영속 기업이 되려면 전략, 시스템 같은 하드웨어 이외 에 경영진과 구성원 모두 미래 비전 달성을 위해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려는의지를 모아야 한다. 모쪼록 100주년을 기념하는 해에 글로벌 기업의 면모 를 다져 한층 성장한 모습을 만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월간 PT 2018년 5월 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