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일곱 살, 친구의 죽음
한은혜 2018-05-01 17:50:32

국립극단(예술감독이성열)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는 2018년첫번째순서로 김지현작, 구자혜 연출의연극 <사물함>을 선보인다. 지난해국립극단의청소 년극창작인큐베이팅프로그램인 ‘예술가청소년창작벨트’에선정되어 낭독공 연을 거친이작품은 보다 완성도높은모습으로관객들을 만난다. <사물함>은우리무의식속에자리하고있던청소년에대한고정관념과편견을 깨부순다. 마냥어린 ‘미성년’의존재로여겨졌던청소년은각자의생존을 위해 계속해서투쟁하고, 가장치열하게 몸부림친다. 제공 |(재)국립극단

 

 

YNOPSIS 새 학기의 시작과 함께 들뜬 시간을 보낼 아이들에게, 지금까지는 겪어보지 못했던 시간이 찾아온다. 같은 학교 친구의 죽음, 잠긴사물함에서 나는 알 수 없는 냄새, 수군거리는 소리로 학교는 전과 같지 않다. 친구들에게 선 망의 존재였던 세 아이들(혜민, 한결, 재우)은 한순간에 소문의 대상이 된다. 담임의 특별면담과 전문가의 심리상담을 비롯해, 어른들의 쏟아지는 보호 아닌 보호 속에서 혜민은 전과 같은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친구의죽음이라는‘인생 최초의진동’을겪다

 

작품은 편의점에서 최저시급도 받지 못하고 일 하던 중 창고가 무너져 죽은 고등학생 ‘다은’의 사고를 중심으로 흘러간다. 다은의 유일무이했 던 친구, 다은에게 이따금씩 담배를 샀었던 친 구, 다은이 아르바이트하던 편의점 사장의 딸, 편의점이 세를 내고 있는 건물주의 딸 등 다 은의 죽음과 미묘하게 연결되어 있는 같은 반 친구들은 사고 이후 각자의 심리와 관계 속에 알 수 없는 변화를 감지한다. 부채감, 공포, 회 피 등 이들의 감정은 단순한 슬픔이나 애도가 아닌, 자신의 이해관계를 둘러싸고 작동한다

 

<사물함>을 통해 극작가로 데뷔한 김지현 작가 는 “결국 청소년의 현실을 정면으로 돌파하는 것이 청소년극”이라고 생각한다며, 자신이 겪 은 청소년기의 고민에서부터 작품을 집필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작가는 더 이상 안전을 약속 받을 수 없는 사회에서 생존 그 자체를 고민하 게 된 우리 시대의 청소년의 자화상을 이번 작 품에 치밀하게 묘사해냈다.

 

이번 작품은 극단 ‘여기는 당연히, 극장’을 이 끄는 연출가 구자혜의 첫 번째 청소년극이기도 하다. 그간 <commercial, definitely>, <가해자 탐구_부록: 사과문 작성가이드> 등으로 세상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와 통찰력을 드러냈던 연출 가 구자혜는 우리 사회 청소년의 민낯을 읽어내어 객석에 또 다른 충격을 줄 예정이다.

 

죽음’과‘청소년’ 사이의상관관계

 

김지현 작가의 데뷔작으로 선보이는 <사물함> 은 2017년 국립극단의 청소년극 개발 프로그 램인 ‘예술가청소년창작벨트’의 일환으로 선정 됐다. 국립극단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의 예술 가청소년창작벨트는 ‘우리 안의 청소년은 누구 인가?’라는 질문 하에 젊은 작가와 연출가, 배 우, 청소년이 모여 10대의 감성과 목소리를 담 은 희곡을 개발하는 창작 인큐베이팅 프로그램 이다. 2016년 공연되어 청소년 뿐 아니라 성인 관객까지 사로잡은 <고등어>, 2017년 청소년 극의 센세이션을 일으킨 <좋아하고있어> 등이 모두 이 프로그램의 결과물로 공연되어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자신의 청소년 시기를 되짚으 며 이번 작품 <사물함>을 집필한 작가 김지현은 “나는 과연 살아서 어른이 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과 함께 보내온 10대의 고민을 청소년극 으로 풀어냈다. 어른의 욕망과 청소년의 생사 가 뒤얽힌 오늘날, 김지현 작가의 고민은 실제 청소년들의 일상을 실감나게 담은 작품 속 대 사들과 어우러져 더욱 날카롭게 관객의 마음을 저민다. 낭독공연을 거쳐 본 무대로 돌아올 연 극 <사물함>은 진솔하고 순수한 피드백으로 국 립극단 청소년극의 질을 한 층 높이는 청소년관객단 ‘청소년 17인’의 의견을 통해 더욱 현장 감 있는 작품으로 탄생할 예정이다.

 

우리의목표는 생존!

 

<사물함>은 우리의 청소년 현실을 날것 그대로 담아낸 작품이다. 성인 등장인물 없이 청소년 인물의 대사만으로 이루어진 <사물함> 속 인물 들의 모습은 ‘풋풋하다’, ‘명랑하다’, ‘꽃다운 나 이’ 등 청소년을 나타내던 익숙한 형용사들과 는 거리가 멀다. 최저시급도 받지 못하고 유통 기한 지난 ‘폐기’들로 끼니를 때우는 편의점 아 르바이트생, 친구와의 대화보다 SNS 라이브에 서 더 솔직한 소위 ‘SNS 인증 세대’, 상류층 집 안의 아이들끼리 받는 특별과외와 고액의 심리 상담, 그리고 그 무리에 속해 안전을 보장받고 싶은 또 다른 아이까지... <사물함> 속 다섯 명 의 인물들은 이미 계급화 된 또래 사회에서의 생존을 위해 누구보다 치열하게 투쟁하고 있 다. 낭독공연부터 이번 무대까지 <사물함>과 함 께해온 연출가 구자혜는 “내가 체험한 초·중· 고등학교는 정치와 계급, 그리고 폭력의 압축 판이었다”며 ‘계급과 무관하지 않은 죽음’에 집 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작품은 지금 이 순 간에도 또래 집단의 파워게임 안에서 자신의 ‘ 살 길’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을 우리 청 소년들의 모습을 서늘하게 조망한다.

 

<월간 PT 2018년 5월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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