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채용 방식, 이대로 좋은가 4차 산업시대 연대와 상생 모델 필요
임진우 2018-08-06 09:10:03

해마다 채용시즌이면 대기업의 입사시험 진풍경이 언론에 보도된다. 전국 수백 개 시험장이 개설되었고, 응시자가 몇 명이었으며, 경쟁률이 사상 최대를 기록하여 최근의 높은 청년 실업률을 반증한다는 기사가 주요 뉴스로 다뤄진다. 각종 취업 사이트는 취업정보나 체험기 등으로 뜨겁게 달아오른다.
대한민국 고용시장의 특수성이 빚어낸 진풍경이자 코미디다. 대기업이나 이름을 대면 알 만한 회사가 아니면 취업실패로 자책하는 한국 특유의 신분과 체면과 서열을 중시하는 풍토가 빚어내는 씁쓸한 단면이다. 4차 산업혁명으로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시대에도 불구하고 수십 년 동안 전혀 변하지 않는 장면이다.

 

 

공채는 주로 직무적성검사 등의 이름으로 경쟁시험을 치른다. 학력이나 배경에 상관없이 공정하게 응시기회를 부여한다는 측면에서 합리적인 제도로 보이지만, 한편으로 획일적인 기준과 집단경쟁에 의존하여 인재를 선별하는 낙후된 방식이다. 빠르게 변해 가는 세상에 청년들이 청춘과 열정을 오롯이 적성검사 점수 올리는데 ‘올인’ 하는 모습이 안쓰럽기까지 하다. 외국의 어떤 선진기업도 이런 전형 방식을 운영하는 사례는 없다.
4차 산업혁명의 새로운 시대가 요구하는 역량은 더 세분화되고 더전문화되고 더 복잡해지는데, 수만 명의 청년이 꼭두새벽부터 도시락 싸들고 시험장으로 들어가는 풍경에 “과연 이것이 최선인지”, “이 것이 지금 시대에 적절한 방식인지”, “앞으로 계속 이렇게 가야 하는 것인지” 등으로 만감이 교차한다. 과연 글로벌 시대, 4차 산업혁명시대에 청년들을 이런 방식으로 뽑아야 하는지 걱정이 앞선다.

 

 

집단적 무한경쟁을 요구하는 채용방식

경쟁시험 방식을 운영하는 기업들은 자사만의 고유한 직무적성검사 모델을 개발하고 네이밍을 하여 일종의 자사 브랜드로 만든다.
높은 지원 경쟁률에 뿌듯해하고 심지어 타사와 경쟁하기도 한다. 공채에 깔려 있는 기저는 “우리 회사의 고유 시험을 통과하고, 철저한 검증과정을 넘어야만 비로소 자랑스러운 회사의 일원이 된다”는 일종의 자부심이다. 필자가 현업의 인사책임자 시절에 가졌던 생각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이런 방식은 조직의 결속력과 자부심 고취에는 긍정적인 반면 조직의 순혈주의를 심화시킨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이런 정서는 채용의 다양성과 탄력성을 저해하게 된다. 대기업이 자사 고유의 채용모델을 더 고도화할수록 이로 인한 사회적 기회비용, 상대적 박탈감, 청년 삶의 질 하락, Career Path의 다양성 악화라는 부작용은 더 심해지는 악순환이 생기고 있다.
적게는 수천 많게는 수만 명의 지원자가 일시에 몰리는 기업의 경우 채용관리의 효율성 측면에서 공개시험방식은 불가피하다고 항변한다. 저마다 5대그룹, 10대 그룹만 찾으니 그럴 만도 하다. 수만 명의 지원자를 일일이 면접할 수도 없고, 블라인드 채용 압박으로 서류전형도 여의치가 않은 상황을 감안하면 공채의 불가피성은 이해가 되는 부분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년채용 방식의 방향타가 되는 일부 대기업의 공채방식이 왜 시험이라는 구시대적인 집단 경쟁방식으로 고착되고, 트렌드로 확산되어야 하는가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채용시장은 대기업 절대 甲이 존재하는 시장이다. 당연히 사회, 학교, 개인이 그 틀을 따라갈 수 밖에 없는 일방적인 구조이다. 시험을 본다고 하니 모든 청춘들이 대학 4년내내 직무적성검사 준비에 올인하는 것이다.
이로 인한 부작용은 임계점에 도달했다. 이 땅의 청년들의 인생을 두세 시간 종이시험과 1시간도 채 안 되는 면접으로 결정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들을 집단적 무한경쟁으로 내 몰아서야 되겠는가? 대학입시도 여러 번 기회를 주는 세상인데.
최근 채용비리로 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금융권, 공기관 등에서도 공개경쟁시험을 채용제도의 주요 개선방안으로 내놓고 있어 아연실색하게 된다. 사람 뽑을 때 제일 쉬운 방법이 시험이니 그리 결정했을 것이다. 말도 탈도 많으니 차라리 시험 쳐서 점수 높은 순서대로 뽑으면 뒷말도 안 나오고, 이의제기를 해도 근거가 있으니 구설수를 피해갈 수 있다는 의도일것이다. 경영진 수십 명이 구속되는 큰 악재에 직면한 금융권으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결정이라는 점도 이해는 되지만 아쉬운 대목이기도 하다.

 

입사가 인생 최대의 ‘도박’이 되는 현실
시험을 통한 현행의 공채방식이 효과적이라면 왜 세계 유수 대기업은 우리같은 공채방식을 운영하지 않는 것일까? 왜 철저하게 직무 중심, 경험중심, 전문성 중심, 상시채용 방식을 고수하는 것일까? 왜 페이스북이나 구글은 일 년 내내 열 차례 이상의 인터뷰만으로 사람을 뽑는 것일까? 거기도 전 세계의 인재 수십만 명이 지원하는데 말이다.
청년들은 다양한 능력과 탤런트, 다양한 경험과 기술을 가지고 있는데, 검증시험을 통과해야만 비로소 좋은 회사의 직원이 될 기회가 주어진다면 이것이 오히려 기회의 박탈이나 제한이 아닐까? 어디서 무엇을 했던 실력과 능력만 갖추면 꼭 경쟁시험이 아니더라도 언제든지 선망의 기업에 입사할 수 있는 창구가 열려 있어야 하지 않을 까? 이건희 회장이 한 명의 천재가 만명을 먹여 살린다 했는데, 채용의 방식도 그런 천재를 찾을 수 있도록 다양한 채용의 채널을 개발해야 하지 않을까?
각 기업의 직무적성검사를 보자. 출제영역은 일반적으로 시사, 상식, 경제, 지각, 수리, 추론, 추리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절대 甲의 프레임에 따라 예비지원자들은 대학 4년 내내 직무 관련 실무 경험이나 기술의 연마보다는, 1학년 때부터 TOEIC을 시작으로 기본 스펙 쌓기, 기출문제 풀기, 문제풀이 요령에 올인한다. 적당한 시기에 공모전이나 인턴십 스펙도 놓치지 않는다.

대단히 획일적인 단면이다.
입사가 인생 최대의 도박이 되는 것이다. 청년의 창의력과 잠재력을 터뜨릴 수 있는 기회가 없으니 청년창업이나 Start Up은 일부 ‘돌아이(?)’들의 일탈정도로 치부된다. 인생의 ‘Critical Period’에 있는 청년들의 열정과 도전, 창의성은 부화하지 못하게 되고, 학창시절과 똑같은 시험 준비가 일상이 되는 것이다. 이래서 사회가 획일화되고 청년의 미래가 암울해지는 것이다. 성공하는 방법도, 인재의 종류도 수만 가지가 넘을 텐데 말이다.

 

 

실용주의에 기반을 둔 ‘BUY’ 방식 채용
외국의 채용방식과 비교하면, 국내의 특수성을 십분 이해한다고 해도, 우리기업의 채용방식과 도구가 얼마나 획일적이고 일방적인지 곧 알게 된다. 외국은 기본적으로 신입사원채용이라는 이벤트가 없다. 즉, 대학졸업자를 채용해서 교육시키고 육성해서 활용하는 ‘Make’ 방식이 아니라, 이미 다양한 산업에서 다양한 기술을 축적한 인력들을 수시로 상시로 채용하는 ‘Buy’ 방식을 선호한다. 기업의 요구역량이 날이 갈수록 복잡해지고 Lead Time이 짧아져 즉시 전력감이 되는 인력을 우선적으로 채용한다. 여기에 스펙이 끼어들 자리는 없다. 오로지 관련 분야의 실무경험과 지식, 기술의 수준만 보는 것이다.
물론 Campus Recruiting 등의 활동도 있지만 아주 제한적인 채용이 며, 오히려 경력자를 대상으로 하는 Job Fair나 Headhunting 시장이 더 활성화되어 있다. 중소기업에 다니던 자영업을 하던 일정한 자격과 경험만 갖추면 언제든지 큰 회사에 들어갈 수 있는 창구와 경로가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기회의 균등이다.
신입사원 채용도 시험이나 스펙이 아니라 희망직무와 관련된 사전 경험을 보유하고 있는지, 즉 관련된 인턴십이나 실제 근무경험을 가지고 있는지에 비중을 둔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관련 분야에서 인턴을 하지 않았거나, 지원하는 직무에서의 실무경험이나 관련된 기술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지원 자체를 이해 못한다. 이런 사전 경험이 없다면 압도적인 스펙을 제외하고는 취업이 불가능한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우리와는 접근 자체가 다르다. 이것이 미국의 실용주의 (Pragmatism)이다.
이런 실용주의적 원칙은 아이비리그가 신입생을 선발할 때도 똑같이 적용된다. Harvard가 SAT 점수만 가지고 신입생을 뽑는가? 아니다. 리더십, 인간관계, 스포츠, 봉사활동, 지역 유력인사의 추천 등 다양한 능력과 경험요소를 감안하여 입학여부를 결정한다.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다양성과 풍부한 경험을 갖춘 학생을 선발하기 위해 입학사정관들이 전국을 돌며 체크한다. ‘Equal Opportunity & Affirmative Action’을 기치로 오로지 학습능력만 우수한 학생들이 획일적으로 선발되지 않도록 다양한 가치와 배경, 경험을 존중하도록 아예 법으로 정해 놓고 있다. 다양성의 힘을 추구하는 사회적 합의와 원칙이 작용하는 것이다.

 

청년 취업의 ‘프레임’ 개선
이에 반하여 현재의 공채방식은 채용경로의 획일성과 편협성이 강하고, 우수인재를 발굴하고 찾아내는 기능 보다는 안 될 사람을 솎아내는 집단 경쟁방식에 머물러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소지가 많다.
집단이 경쟁하는 방식으로는 지원자가 얼마나 많은 열정과 노력으로 전문성과 지식과 경험을 축적해 왔는지 판별해낼 수가 없다. 이렇게 사람을 획일적인 기준과 도구로 선발하게 되면 인재의 다양성 (Talent Mix)이나 역량의 다양성(Competency Diversity)은 확보할 수 없게 된다.
무엇보다 기업이 지금과 같은 공채방식을 고수함으로써 취업 재수생 양산, 정규교육 무력화 등의 사회적 기회비용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취업에 저당 잡힌 청년들의 불투명한 미래는 국가적 재앙 수준에 이르고 있다.
그래서 대기업이 먼저 채용의 프레임을 바꾸어야 한다. 다양한 능력을 가진 다양한 종류의 인재를 다양한 방식과 경로로 채용을 해야 한다. 공채라는 전통적인 경로에 집착하지 않고 완전히 열린 채용으로 간다면 Only 대기업, Only 공기업, Only 공무원으로 치닫고 있는 청년 취업의 프레임을 개선할 수 있다. 1차 시험을 운 좋게 통과해도 여전히 문제는 남아 있다. 1시간내외의 짧은 시간으로 한 청년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평가하고 재단하는 것은 역부족이고 과욕이다. 면접관의 판단만으로 모든 것이 결정되는 절대적 甲의 현장이다. 과연 그 면접관은 어느 정도의 채용 전문성을 갖추었을까?
과연 그 짧은 시간에 한 청년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간파할 수 있는 판단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을까?
이건 완전히 모 아니면 도가 되는 도박과 다름없다. 이러니 어쩔 수없이 스펙을 보게 되고 시험을 쳐서 서열을 매기게 되는 것이다. 일류대학 나오고 시험잘 치면 일도 잘 할 것이라는 기대심리를 가지고 접근하게 된다. 학습능력과 직무 수월성에는 상관관계가 있지만 그것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다. 오죽하면 정부에서 블라인드 채용을 하라고 온갖 압박을 하겠는가!

 

 

대기업 주도의 채용방식 혁신
국내 대기업이 채용방식의 혁신과 선진화를 주도하는 ‘First Mover’가 되어야 한다. 공채방식만을 고수하기보다는 직무와 경력중심의 상시채용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른 바 Make 전략에서 ‘Make+Buy 전략’으로 전환하여야 한다. 동시에 다양한 채용 소스를 발굴해야 한다. 공채가 유일무이한 채용의 소스가 되어서는 안 된다. 졸업예정 자만을 위한 신입사원 채용의 외연을 확대하여 광폭의 인재채용으로 확장해 나가야 한다.
역동적인 시대 흐름에 맞는 인재확보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 준비된 인력을 발굴, 즉시 전력으로 활용해서 신속하게 성과를 내야 하는 세상이다. 인공지능 분야에 잠재력을 가진 인력, 이미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청년 엔지니어를 지금과 같은 공채방식으로 뽑을 수 있는가? 특정분야의 전문성과 기술을 가진 인재가 경쟁시험의 벽을 넘을 수 있을까?
공채방식 선발 비중을 일정수준 이하로 줄이는 대신 중소중견기업 경력자, Start Up 또는창업 경력자 중에서 관련기술이나 경험을 쌓은 인력들을 채용하는 ‘경력자 수시채용’의 비중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 기업 규모에 상관없이 열심히 일을 배워 능력을 갖춘 인력들이 언제든지 더 크고 좋은 기업에 높은 연봉을 받고 갈 수 있는 사다리를 놓아주고 우회로를 열어 주어야 한다.
이렇게 하면 학생들도 다양한 우회로를 통하여 궁극적으로 자신만의 ‘Career Growth Path’를 설계해 나갈 수 있게 된다. 그 길을 대기업이 선도적으로 만들어 주어야 한다. 대기업이 채용방식을 바꾸고 채용소스를 확장하면 사회와 개인도 금방 변하게 된다. 국가행사에 버금가는 공채보다는 준비된 인력을 365일 수시로 채용하는 것이 진정한 열린 채용이고 스펙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열린 채용이다. 이것이 실질적인 고용의 기회 확대로 이어진다.

 

연대와 상생 모델을 통한 효율적 인재풀 구축
종이시험으로 인재를 선발하는 것은 오히려 시각의 편협이다. 365일 열린채용으로 누구든 언제든 지원이 가능하고, 인재는 수시로 채용 하는 시스템으로 가야 한다. 이런 새로운 인재수급의 파이프라인을 대기업이 먼저 열어 주어야 한다.
이것이 잘 운영되기 위해서는 채용의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 지금처럼 시험감독하고 서열명부 만들고 인터뷰 준비하는 채용관리의 수준을 획기적으로 제고해야 한다. 회사가 필요로 하는 인재의 생태계를 만들고, 생태계 내의 수 많은 인재집단과 Player를 상시적으로 관리하여 최적의 인력을 적시에 수급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야 한다.
동시에 대기업이 나서서 창업이나 Start Up에 대한 장기적인 안목과 상생의 모델을 만들어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청년들이 회사와의 공동 목표를 위하여 열정을 쏟아 부을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해 주어야 한다.
채용이 반드시 입사라는 형식적 틀 안에 갇혀 있을 이유는 없다. 재기 넘치고 창의적인 청년들을 공채라는 획일적 창구가 아니라, 다양한 방식과 형태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 주어야 한다. 역동적이고 초스피디한 4차 산업시대에는 이런 연대와 상생의 모델이 효율적으로 인재 풀을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된다.
채용시장의 질서와 문화를 혁신하기 위해 대기업의 선도적인 리더십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기업이 나선다면 역동성과 다양성을 갖춘 사회, 보다 공정하고 균등한 기회가 보장되는 사회로 전진할 수 있을 것이다. 누구나 실력과 자격을 갖추면 직업적 성공과 성장을보장받을 수 있는 사회가 진정 다같이 잘 사는 사회가 아닐까 생각한다.

 

 

<월간 PT 2018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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